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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안동댐으로 수몰된 부포마을 주민들의 마을사랑

[독자얼레빗 113]

   
▲ ≪ 안동 부포마을≫ 책 표지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어이할고 어이할고 / 우리 엄마 가여워서 / 이 일을 어이할고 / 오매불망 자식 걱정 / 일생을 보냈으니 / 불효한 이 여식도 / 그 중에 하날 진대 / 여식이라 핑계대고 자식도리 못했어요....” 이는 ‘모란댁 딸 재숙이가 어머니 소상 때 지능 제문’ 이라는 글입니다.

모란댁 재숙 씨를 만난 것은 지난 6월 9일 서울 성수동의 한 음식점에서였습니다. 이날 모임에 저를 불러 준 분은 부라보(浮羅報) 2호를 만든 발행인 이원정 선생님이었습니다. 부라보의 부라(浮羅)는 지금 안동댐으로 수몰된 안동 부포(浮浦)마을의 옛 이름입니다.

부포마을을 포함한 예안지방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곳으로 고려시대 때 번성하였으며 조선 중기 퇴계 선생의 활동으로 더욱 문화적 발전을 보여준 곳입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안동댐 건설로 부포마을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유서 깊은 마을은 옛 모습을 잃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난 속에서도 부포마을 사람들은 마을이 간직해온 아름다운 전통과 정신문화를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뜻을 모아 2012년 《안동 부포마을 : 물 위로 되살려낸 천년의 영화》라는 책을 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또한 <부라보(浮羅報)>라는 마을사람들의 소식지를 올해 2호째 만들었고 엊그제 옛 부포마을을 기리는 분들의 모임에 저를 초대한 것입니다. 마을 분들의 모임의 이름은 ‘진향회’였는데 저는 초대 받은 자리에서 “저도 오늘부터 부포마을의 명예 주민입니다.”라는 너스레를 떨어 큰 손뼉을 받았습니다.

   
▲ 부포마을 사람들 회보 <부라보(浮羅報)> 제2호 표지

수많은 전국의 댐 건설로 마을이 물에 잠기고 살던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이 어디 한두 곳이겠느냐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부포마을 사람들처럼 책을 만들고 회보를 만들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저는 이 모임에 참석하여 마을 주민들의 정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흐뭇했습니다. 한편으로 부러웠고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마을이 독립운동가의 산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독립운동이라 하면 보통 의병항쟁을 시작으로 꼽는데 1894년에 일어난 안동의 갑오의병과 1895년의 을미의병에 이어 1909년까지 안동의 의병운동은 초기 독립운동의 불씨를 당긴 것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1896년 1월 13일 경북에서 의병항쟁을 하기 위한 의병봉기 글인 <예안통문(禮安通文)>이 돌았고 모두 223명이 이에 동조했습니다. 대표자는 7명인데 그 맨 앞에 있는 분이 바로 부포마을 출신의 이만응 독립투사이십니다. 이만응 선생 이후 이규락, 이동하, 이동식, 이선호, 이경식 등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부포마을에서 나왔으며 더욱이 여성독립운동가 이병희 애국지사와 이효정 애국지사는 바로 이 마을 출신입니다. 거기다가 허은, 김락, 이해동 여사 등도 모두 예안의 인물들이지요.

   
▲ 제문을 지은 부포마을 출신 재숙 씨

부포마을 주민도 아닌 제가 이 분들의 모임에 초대 된 것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다니며 헌시를 짓고 일생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라보> 발행인 이원정 선생님께서 초대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지은 이 마을 출신 5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위한 헌시는 부라보(浮羅報) 제2호에 모두 실려 있어 마을주민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도 톡톡히 받았습니다.

“자유를 원하면 자유를 얻는다.”는 결심으로 6.10만세 운동을 주도한 이선호 애국지사의 아드님이신 <부라보(浮羅報)>를 발행한 이원정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주민 50여명은 이날 함께 식사를 나누며 친형제자매보다도 도타운 정을 나누었습니다.

부포마을은 비록 물속에 잠겼지만 마음까지 잠기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부포마을 사람들의 고향사랑이야말로 선조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언제까지나 부포마을이 이들의 마음에서 번성하고 발전하길 빌었습니다. 부라보(浮羅報) !!

   
▲ 부포마을 사람들 모임 진향회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