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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을 뛰어넘는 경복궁의 진정한 아름다움

[서울문화 이야기 4]

   
▲ 시원스럼게 열린 경복궁 근정전(위)과 닫힌듯 보이는 자금성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북경에 다녀온 사람들은 흔히 북경에 가면 자금성은 꼭 보아야 한다. 자금성은 경복궁이 비교되지 못할 만큼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물론 누구나 자금성을 보면 그 큰 규모에 놀란다. 그래서인지 경복궁은 자금성의 화장실(?) 정도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크기로만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복궁은 전통적인 조선인의 미관과 세계관을 조화롭게 표현한 건축물로 검소하면서도 부족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하지 않은 궁궐이라고 말한다. 자금성은 엄청난 크기, 엄격한 대칭, 깎아지른 직선으로 삼엄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경복궁은 열린 구조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을 궁궐로 이끌어오고, 어디에서나 문을 열면 그 문을 통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 것의 올바른 가치를 아는 것이 참 종요롭다. 

배산임수 사상으로 지은 경복궁, 뒤엔 북악산이 자리하고 앞엔 한강이 흐른다. 하지만, 자금성엔 산과 강이 가까이 없다. 경복궁은 자금성의 화장실만 하다.”란 말은 엄청난 과장이다. 자금성은 9,999칸인데 비해 경복궁은 999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자금성이 8,886칸인데 비해 경복궁은 7,225칸이었었다고 한다. 다만, 일제가 많은 건물을 헐고 팔아버려 겨우 700여 칸이 남아 있을 뿐이다
 

* 경복궁(景福宮)과 자금성(紫禁城)의 뜻
<경복궁> 정도전이 지은 이름으로 시경에 나오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만년 그대의 큰 복을 도우리라.”에서 큰 복을 빈다는 뜻의 경복(景福)” 두 글자를 딴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백성과 임금이 모두 잘사는 태평성대를 꿈꾼 이름이다. <자금성>은 자금성의 ()”는 하늘의 아들 천제가 사는 자궁(紫宮)”을 뜻하고, “()"은 금지구역 곧, 하늘의 아들 황제가 사는 곳으로 일반 백성은 감히 들어올 수 없는 금지된 성이란 뜻이다. 결국, 경복궁은 임금이 백성과 함께 복을 누린다는 것이지만, 자금성은 황제와 백성 사이에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 
 

* 기와집 처마와 버선코 그리고 섶코의 아름다움

   
▲ 한국 곡선의 아름다움들, 한국 저고리의 섶코(위 왼쪽), 외씨버선의 버선코(오른쪽), 경복궁 근정전의 날렵한 처마(아래)
끝을 살짝 들어 올린 기와지붕의 멋을 아는가? 중국의 지붕을 보면 처마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과장이 심하다는 느낌이 들고, 일본의 지붕은 단조롭고 직선적인 맛을 주며, 그저 평범하게 직선으로 내려뜨렸다. 하지만, 한국의 지붕은 살짝 들어 올려 은근한 아름다움과 우아하면서도 담담한 곡선으로 자연미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직선으로 내려뜨렸다는 것은 끝을 의미하지만 한국의 기와지붕처럼 땅을 향해 내리꽂다가 하늘을 향해 날렵하게 날아오르는 형태는 비상(飛上)을 의미한다. 

그것은 한국인의 의생활에서도 나타난다. 한복에는 버선을 신게 되는데 발끝이 닿는 버선코도 역시 날렵하게 그리고 살짝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한복 저고리 겉섶의 끝에도 역시 섶코라 하여 살짝 하늘로 날아오다. 요즘은 코도 버선코 모양으로 수술하려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직선에 이은 곡선의 미학, 그것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한국인만이 창조 가능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 근정전, 사정전, 교태전, 인정전에 들어있는 뜻
궁궐의 주요한 건물들 이름에는 무슨 뜻이 들어 있을까? 맨 먼저 경복궁의 법전(정전)근정전(勤政殿)’은 임금이 나라의 일을 처리함에 부지런히 백성을 위해 일하라는 뜻으로 정도전이 지었다. 또 임금의 집무실인 사정전(思政殿)’은 백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창덕궁의 인정전(仁政殿)’은 어진 정사를 펴라는 뜻이 있으며, ‘선정전(宣政殿)’은 백성에게 베푸는 정사를 하라는 뜻이다 

   
▲ 궁궐 편액들 / 근정전, 인정전, 교태전, 사정전(왼쪽부터 시계방향)

   
▲ 경복궁 근정전과 창덕궁 인정전

이렇게 임금이 정치하는 공간이 아닌 왕비가 사는 은밀한 공간인 교태전(交泰殿)’도 있다. 그 교태전은 음양 곧 남녀가 서로 마주하여 교합하는 조화를 이루고, 생산을 잘하라는 뜻이 담겼다.  

 

* 온 나라에 경복궁181개가 있다.
검색 사이트를 통해 경복궁이란 글자를 검색하면 무려 181개가 나온다. ‘경복궁은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만 있는 것 아니라 온 나라 곳곳에 있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고? 181경복궁가운데 진짜 조선시대의 궁궐 경복궁은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먹고 마시는 음식점과 술집뿐이다. 특히 경복궁이란 이름을 내건 업소는 단란주점, 룸살롱, 요정 같은 이른바 유흥업소가 꽤 많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것은 이른바 로열 마케팅이라고 한다. 왕실이 쓰던 최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 인해서 제품 판매를 극대화하려는 얄팍한 수단이다. 하지만, 선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위엄 있는 궁궐을 우리는 후손에게 룸살롱 혹은 러브호텔로 물려주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 근정전 처마 밑에 친 부시
경복궁 근정전 처마 밑에 그물이 쳐있다. 혹시 근정전이 공사를 하고 있나? 아니다. 이것은 요즈음 친 것이 아니고, 예전 건물을 지었을 때부터 쳤던 그물이다. 그 이름은 부시인데 새들이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까치나 참새, 비둘기 같은 새가 드나들면서 똥을 싸면 보기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강한 산성이어서 목조건물에는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처마 밑에 부시를 쳐 새들의 드나듦을 아예 막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본 건물의 좌우의 긴 집채인 회랑과 대궐의 담(궐담) 같은 곳에는 부시를 칠 수가 없어서 대신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을 설치해 새가 앉지 못하도록 했다. 예나 지금이나 새는 건물에 문제였던가 보다.

   
▲ 궁궐 처마에 새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그물 "부시"

   
▲ 드무와 부간주
 

* 창덕궁 인정전 앞의 드므와 부간주 이야기
조선 궁궐 중 하나인 창덕궁의 중심건물은 인정전인데 순조 4(1804)에 다시 지은 것이다. 그 인정전 앞에는 드므부간주라는 것이 있다. ‘부간주는 액운을 막아준다 하여 상징적으로 놓아둔 것인데 동지에는 팥죽을 끓여 먹기도 한 것이다. 드므는 화재를 막으려고 물을 담아 상징적으로 놓아둔 것인데 화마가 왔다가 드므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보고 놀라서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