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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상록수 작가 심훈의 당진 필경사와 상록문화제

9월27일 부터 3일간, 충남 당진 필경사 일원에서

[그린경제 = 전수희 기자]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호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매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그날이 오면 원고에 일제가 삭제 도장을 찍어댔다

  이는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이다. 농촌계몽소설《상록수》로 잘 알려진 심훈 선생은 소설은 물론이고 시, 영화에도 뛰어난 천재적 자질을 보였다. 충남 당진에는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으로 심훈 선생이 상록수를 집필하던 곳에 세운 ‘필경사(筆耕舍)’란 기념관이 있다.

 필경사는 일제강점기에 심훈 선생이 문학창작을 위해 1932년에 한곡리(지금의 한진과 부곡리를 합친말)에 내려와 이듬해인 1933년에 ‘영원한 미소’를 쓰고 1934년에 조선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직녀성'이 연재되면서 그 원고료로 받은 돈으로 그가 직접 설계하여 지은 문학의 산실이다.  

   
▲ 충남 당진의 필경사 모습

집은 아담한 초가집 형태로 소박한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꽤 멋스럽게 지은 집으로 느껴졌다. 이곳에는 심훈 선생이 집필하던 책상과 옷가지, 부엌의 모습 등이 재연되어 있어 금방이라도 심훈 선생의 인기척을 들을 것 같은 분위기다. 집필실을 겸한 살림집 바로 옆에는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 진열된 자료 가운데는 일제의 검열에 걸려 빨간 글씨 투성이의 육필원고도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에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를 여실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심훈 선생은 1901년 9월 12일 시흥군 신북면에서 태어나 1919년 제일고보 재학시절 3.1운동에 참여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상해에서 우당 이회영, 이시영, 이동녕 독립투사들과 함께 교유했으며 1922년 중국 항주의 지강(之江)대학 국문학부에 다니다가 중퇴하고 귀국하여 동아일보, 조선일보 학예부장을 역임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1924년 ‘탈춤’을 동아일보에 연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와 인연을 맺었으며 1931년 일제의 탄압으로 당진으로 내려와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다. 이때 지은 집이 지금 의 ‘필경사’이며 이 자리에 기념관을 세워 그를 기리고 있는 것이다.

 심훈 선생은 1936년 8월 1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의 우승 소식을 듣고 감격하여 ‘오오 조선의 남아여 !’라는 즉흥시를 마지막으로 그해 퍼진 장티푸스병에 걸려 9월 16일 36살로 세상을 떴다. 참으로 아까운 나이이다.  

   
▲ 안내판

당진시에서는 심훈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1977년부터 ‘상록문화제’를 열어 그의 겨레와 나라사랑정신을 기리고 문학적인 업적을 기리고 있는데 올해로 제 37회를 맞이한다.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당진문예의 전당과 필경사 일원에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란 주제로 펼쳐지는 올해 상록문화제는 문학행사강화 차원에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시민화합과 애향심 고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심훈의 문학세계 강연, 시낭송대회, 심훈시집 발간, 심훈 유품 특별전시, 그날이 오면을 편곡한 300인의 대합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 심훈을 기리는 상록문화제는 올해 37주년을 맞이한다.

 선생은 가고 없으나 선생의 자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필경사(筆耕舍)는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아담한 초가집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지금 같으면 장티푸스 정도야 우습게 고칠 수 있으련만 약도 옳게 없던 시절 이 병에 걸려 서른여섯의 삶을 마감해야 했던 심훈 선생을 떠올리니 가슴이 싸하다. 필경사 마당을 서성이다 보니 집 주변에 선생이 심은 푸르른 나무에 뭇새들이 날아와 노래 부르는 모습이 선생을 만난 듯 반갑고 정겨웠다.

 *필경사: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   전화:041-350-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