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전수희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계천 등불 축제를 다녀왔다. 폐막 하루 전날이라 그런지 훤히 밝힌 등불 보다는 사람들의 뒤 꼭지만 보고 온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청계천에서 펼쳐진 등축제의 공식 이름은 "2013 서울등축제"로 주제는 ‘한성백제 천년의 꿈’이었다. 이번 축제는 청계천 0.9km(청계광장~삼일교) 물길을 따라 백제의 역사와 유물을 아름다운 3만여 개의 등불로 재현한 것으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서울의 밤을 훤하게 밝히는 행사였다.
어둠 속에 불을 밝힌 등불 축제를 둘러보고 나온 느낌은 한마디로 “한성백제는 아스카다”라는 소감이다. 이는 “일본의 아스카(飛鳥)는 한성백제”라는 말과 같다.
기자는 폐막 직전의 청계천 등불 축제를 보기 위해 일본인 지인 스즈키쿄코(鈴木京子, 45살, 서울거주)씨를 불러냈다. 쿄코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한국에 사는 일본인이다. 결혼 10년차니까 어느 정도 한국말도 유창하지만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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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금동향로 |
쿄코 씨와 오랜만에 청계천 등불 축제를 즐기려고 만났는데 이곳에서 뜻 밖에 한일고대사 공부를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커다란 매 한 마리가 퍼덕이는 형상으로 만든 등불을 설치 한 곳이 등불 축제의 시작지점이다. 여기 첫 설명판부터 한성백제가 일본의 아스카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적혀 있었는데 나는 이것을 쿄코 씨가 직접 읽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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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인 박사가 논어를 전하는 모습 |
사실 일본의 역사는 근현대사만 왜곡된 것이 아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사 속의 한일관계에도 왜곡된 게 많다. 아스카-나라-교토로 이어지는 일본 고대사 가운데 특히 서기 794년 교토 천도 이전시대는 단언컨대 ‘일본은 한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는 이번 청계천 등불 축제의 주제인 “한성백제는 아스카다” 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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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발전된 선박기술을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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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유명한 일본의 찬란한 불교유적지인 아스카 지방의 비조사, 용개사 나라의 법륭사, 법흥사, 교토의 광륭사, 시가현의 백제사, 오사카의 사천왕사 등은 고대 한국과 밀접한 절이다. 이곳에서는 고대 한국의 명망 있는 고승들이 주석하면서 일본의 불교 부흥을 꾀했으며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각종 문헌에 빼곡하게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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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지도 |
그것은 마치 부산 사는 친구에게 서울 사는 친구가 용두산 공원의 역사와 유래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로 부산에 산다고 해서 모두 용두산 공원의 유래를 잘 아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논리다.
중간 지점 쯤 걸어가니 돛단배 모양의 등불이 눈길을 끈다. 이는 신라인들의 뛰어난 고대 선박 기술을 표현 한 것으로 당시 신라인의 항해기술은 동아시아 최대급이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자각대사(慈覚大師) 엔닌스님(円仁,794-864)이다.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礼行記』)라는 저서를 남긴 엔닌스님은 이 책에서 중국으로 건너 갈 때 신라배를 이용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국내에는 엔닌일기(『円仁日記』)라고 알려져 있고 번역본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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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배 등불을 지나 더 가면 이번에는 백제 왕인박사가 일본에 논어를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뿐이 아니라 백제 성왕 때는 (552년) 일본에 불경과 불상을 전해주었으며 이후 일본이 독자적으로 절과 불상을 만들 때까지 지속적인 지도와 편달을 담당했던 것은 고대한국인들 이었음을 등불로 재현한 것이 이번 청계천 등불의 주제였다.
이날 등불 축제가 열리는 청계천에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이 화려한 조명 속에 숨어 있는 고대한일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내심 기뻤다.
쿄코 씨와 대형 크리스마스가 설치된 지점까지 삼심여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성백제와 아스카의 실상에 대한 좋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하며 쿄코 씨는 마침 종로 쪽에 아는 식당이 있다면서 기자를 삼겹살집으로 데리고 갔다. 한일고대사에 관한 이야기는 종로의 삼겹살집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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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 무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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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제례악 |
한국 음식 가운데 상추쌈과 삼겹살을 좋아하며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의 아들 둘을 둔 쿄코 씨와의 청계천 등불 축제 나들이는 아주 의미 깊었다. 특히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한일고대사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기쁘다고 쿄코 씨는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헤어지는 길에 가족과 함께 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는데 우리는 내년 등불축제를 기다리기로 했다.
등축제 장을 나오면서 아쉬운 점은 각 등불마다 설명판이 있는데 설명판 속에 전구를 넣어 빛이 강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점이었다. 내년에는 이 점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