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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제에서 왕초보가 징을 치다

[서울문화 이야기 17]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10여 년 전 충북 괴산 시골마을의 추수감사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마을 아주머니들은 양동이에 막걸리를 담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게 했다. 한 서너 순배쯤 돌자 사람들은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고 흥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내게 징채를 쥐여 주며 징을 쳐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그때까지 한 번도 풍물 악기를 제대로 만져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누구나 쉽게 칠 수 있으니 한번 쳐보란다. 할 수 없이, 사실은 적당히 취기가 오른 나의 객기에 결국은 엉겁결에 징채를 잡았다. 꽹과리, 장구 등 치배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연신 징을 울려댔다. 정말 흥겨웠다. 일생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만일 이것이 서양 음악이었다면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풍물굿은 가능하다. 풍물굿은 연주자가 관객이 되기도 하고, 관객이 즉석에서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한마음 되어 즐기면 그뿐인 것이 우리풀물의 멋이요 특징이다

   
▲ 풍물굿 가운데 상모놀이
 

1) 풍물굿은 사물놀이와 다르다, 풍물굿의 이름들

풍물 : ‘소원을 푼다는 뜻으로 풍년을 기원한다는 '풍장(풀이장구)굿'이라고도 한다. 다만 단순히 악기만을 가리키는 풍물이란 말보다는 놀이(연희)가 곁들여지고 풍농, 풍어 등의 비나리(기원)의 성격이 있는 '풍물굿'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흔히 풍물굿과 사물놀이를 혼동한다. 심지어 언론도 혼동해서 쓰곤 한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다르다.


<
사물놀이가 풍물굿과 다른 까닭> 

사물놀이는 꽹과리, 장고, , 북의 네 가지 악기를 가지고 연주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1978년 서울 공간사랑에서 남사당패의 후예인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작고)가 처음으로 사물놀이 공개 무대를 연 데서 시작했다. 풍물굿을 마당이 아닌 작은 공간에서도 쉽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물놀이는 특히 앉아서 연주하는 앉은반이며, 풍물굿에서 중요한 부분인 무동, 대포수, 스님 등이 등장하는 연희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열을 지어 움직이는 진법짜기와 소고재비가 몸을 거의 뒤로 눕다시피 하여 빙글빙글 도는 동작인 자반뒤지기, 상모 위에 달린 긴 끈을 돌리는 상모돌리기 등이 없고, 청중과 떨어져 무대에 앉아 연주하기에 청중들이 함께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물놀이는 풍물굿에서 태어났지만 판놀이가 아닌 무대화한 것으로 풍물굿과는 많이 다르다.

농악(農樂) : 풍물굿의 이름으로 분명히 밝혀 둘 것은 농악이다. 농악은 일제 치하 때 농업 수탈정책의 하나인 장려운동으로 원각사의 협률사라는 단체에서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 농악이란 말은 '농민의 음악'이란 뜻이고, 원래 풍물굿이 농경사회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농악은 일본 탈놀이인 능악(能樂, 노가꾸)을 본떠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일제는 우리의 민속놀이를 말살하려고 농업 장려의 목적에 한해서만 풍물굿을 허용했다.  

그런데 총독부가 '농악'이란 이름으로 신청을 해야만 허락했기 때문에 굿하는 단체들이 농악이란 이름으로 공연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고, 815 해방 이후 많은 학자와 관에서 국악이론을 정리하면서 그대로 따라 쓴 것이다.  

풍장풋굿군몰걸립매귀 : 이밖에 풍물굿의 또 다른 이름은 김매기할 때의 풍물놀이를 풍장’, 그리고 원래는 마을 단위 일공동체인 두레’, 푸리굿과 살풀이 등의 뜻으로 신에게 소원을 푼다는 뜻이지만 농사의 '풀밭 농사'로 해석하기도 하는 풋굿’, 군사훈련과 전쟁에서 군사를 내몰아칠 때 사용하는 고무, 고취한다는 뜻으로 쓰인 군몰이 있다. 

또 절의 보수와 건축 기금 등을 모금하는 굿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집안 신에게 굿을 해 주고 양식과 베, 돈 등을 받는 걸굿(또 다른 이름 동량, 걸립, 걸량)과 매귀(埋鬼), 매구라고도 하며 땅 밑에 있는 나쁜 귀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묻고 밟는다는 뜻으로 보통 섣달 그믐날 밤에 하는 매굿도 있다. 

굿 : 그런가 하면 모든 지방에 걸쳐 일반적으로 쓰인 말로 '굿이 있다. 굿의 의미는 원래 '모인다'는 뜻인데 공동체의 모든 일을 의논하고 풀어가며 공동체적 바람을 집단적으로 빌고 신명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삶의 결의를 다지는 과정을 담아내는 말이었다
 

2) 풍물굿의 종류  

풍물굿은 크게 웃다리풍물, 호남우도풍물, 호남좌도풍물, 영남풍물, 영동풍물로 나뉜다. 웃다리풍물은 충청도 이북을 웃다리라 하고, 전라도 아래쪽을 아랫다리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다.  

크게 나눔

작은 나눔

웃다리풍물

안성풍물굿, 평택풍물굿, 대전풍물굿, 이천풍물굿

호남우도풍물

이리풍물굿, 김제풍물굿, 영광풍물굿, 진도(소포)풍물굿

호남좌도풍물

진안(풍물)풍물굿, 임실(필봉)풍물굿, 화순(한천)풍물굿,

여천(백초)풍물굿

영남풍물

부산(아미)풍물굿, 예천(통명)풍물굿, 김천(빗내)풍물굿,

청도(차산)풍물굿, 진주풍물굿, 밀양백중놀이

영동풍물

강릉(홍제)풍물굿, 고성풍물굿

크게 둘로 나누어 좌도인 지리산 쪽 산간지방은 힘이 있고 소박하게 치는 특징이 있고, 우도인 평야지대는 농업이 발전하여 판굿이 다양하고 가락이 화려한 면이 있다. 경상도가 북을 중요하게 사용했지만 전라도는 장구를 많이 사용하여 풍물을 구성한다
 

3) 풍물악기들

   
▲ 풍물악기들((꽹과리, 장고, 징, 북, 나발, 태평소, 소고 – 왼쪽부터 시계방향)

꽹과: 풍물굿을 이끄는 악기로 흔히 ''라 하며 매구깽매기꽹매기광쇠(廣釗)깽새기소금동고쟁 따위로도 불린다. 쇠는 놋쇠를 원료로 만드는데, 요즈음에는 금이나 은을 섞어 쓰기도 한다. 맨 앞에서 쇠를 치는 사람을 '상쇠'라 하며, 상쇠는 가락을 모든 풍물패에게 전달하고 동제에서는 제관이 되기도 하며, 지신밟기를 할 때는 고사장이 되고, 판굿에서는 진풀이를 이끌어 가는 등 모든 풍물굿을 총지휘한다. 

: 타악기의 하나로 원박을 정확하게 쳐주는 것이 중요하며, 사물의 가락을 모두 감싸서 멀리 울려 퍼지게 한다. 풍물악기 가운데 가장 은은한 소리를 내며, 포용력이 있는 악기여서 풍물굿 전체를 껴안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서양악기의 콘트라베이스와 비슷한 역할이다. 쓰임새가 풍물굿보다는 오히려 굿음악에서 더 많이 쓰인다.  

장고 : 양편의 머리가 크고 허리가 가늘어서 '세요고(細腰鼓)'라고도 한다. 장고의 왼쪽 궁편은 가죽이 두껍고 소리가 낮으며, 오른쪽 채편은 가죽이 얇고 높은 소리를 낸다. 장고의 통은 보통 오동나무 또는 소나무를 쓰는데 이 나무장고 말고도 바가지장고, 채바구장고, 옹기장고, 양철장고 등이 있다. 풍물굿판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악기이며, 민요나 춤 장단을 칠 때는 궁편을 손으로 치기도 한다. 중국에서 전해진 당악과 옛날부터 내려오던 향악에 처음 쓰였으며, 지금은 정악, 산조, 잡가, 민요, 풍물굿, 굿음악 등 거의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정악에서 쓰이는 장고는 풍물굿 장고보다 크다. 

: 구조가 간단하여 손쉽게 다룰 수 있으며, 풍물굿 악기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악기다. 북은 다양한 가락을 연주하기보다는 박을 힘 있게 짚어가면서 다른 가락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치는 방법에 따라 춤 위주의 외북과 가락 위주의 쌍북으로 나누어진다.  

소고 : 작은북으로 '법고', '버꾸', '매구북'이라고도 한다. 소고잽이들은 보통 상모를 쓰는데, 호남우도와 강원도에서는 고깔을 쓴다. 고깔을 쓰는 경우에는 소고잽이가 멋들어진 춤가락을 보이고, 채상모가 달린 전립을 쓰는 경우에는 힘찬 춤가락과 함께 화려한 상모돌리기 놀음을 벌인다.  

나발 : 원래는 군악기로 쓰였다. 전라도충청도에서는 쇠로 만든 것을 썼으며 '나발'이라 하고, 영남지방은 나무로 만든 것을 썼으며 '고동'이라 한다. 풍물패가 마을에 들어갈 때 신호로 나발을 세 번 분 다음 당산굿을 치고 들어간다. 또는 풍물패를 모아 출발할 때와 그 밖의 신호용으로 썼다. 나발은 잡색의 하나인 대포수나 상쇠, 설장고 중 한 사람이 부는데, 먼저 1초를 울리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치배들에게 준비하라는 뜻이고, 2초를 울리면 떠날 채비를 하라는 뜻이며, 3초를 울리면 출발하라는 뜻이다.  

태평소 : 원추형으로 '날라리', '새납', '호적(胡笛)'이라고도 부른다. 서양악기의 호른(Horn) 역할을 한다. 선율악기 가운데 성량이 가장 높으며, 지공(구멍)은 모두 8개다. 태평소는 본래 궁중의 대취타에 쓰였는데, 걸립 형태 때 들어와 풍물굿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