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나 잡가를 일컫는 '서도소리'의 유지숙(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명창이 서도민요와 서도 산타령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 서도소리의 정수를 담은 대표 악곡인 ‘관산융마’와 ‘수심가’의 음반 발매 이후 서도소리의 전통 악곡들을 망라한 이번 음반은, 현전하는 서도소리의 충실한 기록을 담아냄과 동시에 유지숙 명창의 가장 완숙한 성음으로 현재의 서도소리 전승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남겨 그 값어치가 더욱 소중하게 평가된다. 서도소리는 남도소리, 경기민요와 다른 음계를 사용하고 음을 떨면서 내는 가창 기법 또한 독특한 특징이 있어, 서도소리를 내려면 '대동강 물을 먹어보고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부르기 어려운 소리로 꼽힌다. 스승의 기록을 바탕으로 옛 노랫말들을 찾아내 가사와 함께 수록한 ‘서도민요’ 유지숙 명창 특유의 음악적 구성으로 서도소리만의 독특한 매력 더해 긴아리, 자진아리, 산염불, 배치기 등 모두 9곡을 담은 ‘서도민요’ 음반에서는 유지숙 명창의 스승인 고 오복녀(1913~2001) 명창의 가르침이 담긴 여러 기록을 살펴 그간 잘 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높이 7.6cm, 입지름 17.5cm, 바닥지름 6.2cm 크기의 국보 <백자 상감 연꽃 넝쿨무늬 대접>이 있습니다. 이 백자 대접은 입술이 밖으로 살짝 벌어지고 몸체의 옆면은 완만한 곡선을 그립니다. 대접 바깥 면에는 검은색의 가는 선으로 연꽃과 넝쿨무늬를 빙 둘러 장식했습니다. 대체로 모양새와 짜임새가 좋고 굽 깎음도 단정하며, 매우 세련된 품격을 보여준다는 평입니다. 이 대접은 중국 백자의 영향을 받은 단단한 경질(硬質) 백자와는 달리 고려백자의 흐름을 잇는 조선 초기 연질(軟質) 백자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상감기법(象嵌技法, 금속이나 도자기 등의 겉면에 무늬를 새기고 거기에 금, 은, 자개 등 다른 재료를 끼워 꾸미는 기법)으로 무늬를 꾸민 조선시대 상감백자(象嵌白磁)입니다. 청자가 크게 유행했던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가 되면 도자기는 청자에서 백자로 그 중심이 옮겨갑니다. 유교 이념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은 임금의 그릇으로 백자를 골랐고, 순백의 백자는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순백자 말고도 상감백자, 청화백자(靑畵白磁), 철화백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깊이 몸을 웅크리고 끝없는 어둠 속을 걸었네 주님이 곁에 계신 줄 모르고 땅을 치면서 하염없이 울었네 곁에 계심을 깨닫지 못하고 무지함 속에서 원망했네 이기심 속에 사랑을 외면한 채 세상 길을 따라갔네 무대에서는 전통성악 정가의 가수 황정민ㆍ김용민이 이아람이 작사ㆍ작곡한 정가합창곡 ‘북천이 맑다커늘’ 주제에 의한 <그 사랑>(초연)을 (사)우리숨소리예술단-정가합창단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어제 6월 14일 저녁 5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사랑아트채플’에서 열린 사랑의교회 찬양부 주최, 사랑국악앙상블 주관으로 열린 제2회 사랑국악앙상블(단장 이진경) 정기연주회에서 있던 일이다. 교회의 찬송가를 가스펠 스타일도 아니고 전통성악의 정가 스타일로 부르는 것이다. 어쩌면 종교음악의 토착화라고 해야 할까? 기존 스타일의 찬송가를 부르던 성도들은 기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이 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연의 시작은 안준용이 작곡한 ‘관현악곡 천년만세 주제에 의한’ <할렐루가(歌)>(초연)로 시작한다. 사실 지난 2016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프랑스 시민들 앞에서 ‘천년만세’를 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가운데 조선시대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쌍륙놀이’라고 합니다. 쌍륙(雙六)은 겨울철 특히 설날 무렵에 많이 놀았던 주사위 놀이로 악삭·쌍륙(雙陸)ㆍ상륙(象陸, 이두식 표기)ㆍ상육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쌍륙판(雙六板, 말판)과 서른 개의 말[馬] 그리고 두 개의 주사위를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인 쌍륙은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나오는 숫자대로 말을 가는 놀이입니다. 혜원 신윤복(1758~?)의 ‘혜원풍속도첩’에는 '쌍륙삼매(雙六三昧)' 곧 '쌍륙놀이에 빠지다'란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오른쪽 남자는 배자만 입고 탕건을 벗어 왼편에 놓아두고 있어 놀이에 빠졌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그리고 오른쪽에 써놓은 시를 보면 “기러기 나는 울음소리 역력한데, 인적은 고요하고 물시계 소리만 아득하다.”라고 하여 이들이 상륙 삼매경에 푹 빠졌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쌍륙놀이는 신윤복의 그림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과 김시습(1435-1493)의 문집인 《매월당집》에도 ‘쌍륙’이란 제목의 한시가 있으며, 조선 중기의 문인 심수경(1516-159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ㆍ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조사 중 출토(2020년)된 금동관의 보존 처리 과정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금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출토된 금동관에서 비단벌레 날개장식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단벌레 날개장식은 금동관 곳곳에 뚫은 구멍을 화려한 빛깔의 비단벌레 날개로 메워 장식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단벌레 날개장식은 지금까지 모두 13곳에서 15장이 흡착과 흡수가 동시에 진행된 채로 발견되었는데, 금동관 원래의 위치에 그대로 붙은 날개장식이 7장이었고 나머지 8장은 관에서 떨어져 나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금동관에 그대로 붙어 있던 날개 장식(7장)은 출(出)자 모양 세움장식에서 3장이 겹친 상태였고, 나머지 4장은 원래의 위치에 한 장씩 붙어 있었지요. 현재 발견된 날개는 대부분 검게 변했지만, 부분적으로는 원래의 빛깔이 남아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동안 경주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쪽샘 44호 고분 등에서 출토된 말갖춤(馬具, 안장ㆍ발걸이ㆍ말띠드리개 등), 허리띠 등에 비단벌레 날개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라의 거울 징비록이여~ 서애의 뜻이여, 영원히 빛나리 역사를 거울삼아 살아가세~ 우리 모두 새기세 징비 징비 징비하라! 징비 징비 징비하라! 무대에서는 장엄한 류성룡의 외침 곧 판소리 노은주 명창 작사ㆍ작창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서애 류성룡가(歌)>가 들려온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류성룡 선생은 뛰어난 통찰력과 결단력으로 국론을 통합하고 백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의 지도력은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훗날 국가 재건의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류성룡 선생을 기리는 제2회(418주기) 서애 류성룡 선생 추모문화제가 어제 6월 7일 낮 3시 남산국악당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최근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이 12.3계엄을 일으킨 탓으로 헌번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고 새롭게 제21대 대통령은 뽑는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이는 그동안 군부세력이 저지른 계엄령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탓이라고들 많은 국민은 얘기한다. 이 행사는 그와 맞물려 류성룡 418주기를 맞아 류성룡의 《징비록》을 재조명하자고 부르짖는 것이다. 행사는 (사)한국민속전통진흥회(이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긴 겨울 싸늘한 냉골에 누워 새우잠 주무시던 우리 어머니 파릇파릇 4월이 새순 돋으면 산나물 캐다 장에 내다 팔아 보리쌀 몇 됫박 사서이고 오시어 가파튼 보릿고개 헐떡헐떡 넘기셨지 저녁 밥상에 풋나물 뜯어 끓인 멀건 보리죽 철부지 5남매 삥 둘러앉아 걸신들린 듯 퍼먹는 모습 보시고 어머니 눈은 촉촉이 젖으셨지 ...이학주 시인의 <보릿고개 넘던 시절> 가운데 그제는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芒種)이었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으로 보리 베기와 모내기에 알맞을 때다. 그러므로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 절기로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무렵은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때여서 “발등에 오줌 싼다.”,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이다. 그러나 예전엔 보리 베기 전에 늘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보릿고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인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이때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바쁜 때로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때 우리나라에는 비가 오지 않아 논과 밭 모두 바싹바싹 타들어 가기도 하는데 그 탓에 백성들은 많은 고생을 했고 임금까지 나서서 기우제를 지내야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기우제”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며, 연기를 통해 하늘에 간절함을 전한다고 합니다. 또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이때 쓰는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마을 여인네들이 모두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빌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짚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어 두들기거나 끌고 다니면서 비구름을 토하라고 하기도 하고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 정조는 백성을 사랑한 나머지 ‘상언(上言)’과 ‘격쟁(擊錚)’ 제도로 백성이 임금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하도록 했습니다. 상언은 임금에게 글을 올리는 것이고, 격쟁은 임금 행차 길에 백성들이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최근 수원시는 백성의 목소리의 귀 기울이며 어려움을 꼼꼼하게 살폈던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을 계승한다며 지난 5월 1일부터 오는 8월 11일까지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시대에 보면 정조 임금뿐 아니라 세종은 당시 벼슬아치들이 공정성을 잃어 양반과 부자만 좋게 하고 가난한 백성을 괴롭히고 있음을 꿰뚫고 있었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백성이 싫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도자의 생각이 만능이 아님을 잘 알고 임금이라도 맘대로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세종은 안건이 올라오면 마지막에는 자기가 결정하더라도 신하들이 충분히 갑론을박하게 하였습니다. 오늘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했습니다. 그런데 직전의 대통령은 회의 때도 1시간 가운데 55분 이상을 혼자 말하는가 하면 조금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경기도 파주시 소령원길에는 사적 <파주 소령원 (坡州 昭寧園)>이 있는데 이는 조선 21대 영조(英祖) 임금의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으로 알려진 숙빈 최씨의 무덤입니다. 당시 무수리는 궁중 하인 가운데서도 직급이 가장 낮아서 흔히 “궁녀의 하인”으로 불렸는데 어머니의 천한 신분 때문에 영조는 같은 왕자이면서도 이복형이었던 훗날 경종 임금이 되는 왕세자와는 전혀 다르게 주위의 은근한 멸시 받으며 자랐습니다. “붓을 잡고 글을 쓰려고 하니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뒤덮는다(涕泗被面). 옛날을 추억하노니 이내 감회가 곱절이나 애틋하구나.”라는 글은 영조 임금이 어머니 숙빈 최씨 무덤의 돌비석에 쓴 <숙빈최씨소령묘갈(淑嬪崔氏昭寧墓碣)>의 내용입니다. 영조임금은 이렇게 묘갈문을 직접 썼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 무덤가에 여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한 효성이 지극한 임금으로도 알려졌습니다. 1724년 병약하던 경종이 후사 없이 죽자 그의 뒤를 이어 조선 제21대 임금이 된 영조는 어머니 최 씨가 천한 출신으로 품계가 낮아 위패를 모실 수 없게 되자 무덤 지위를 소령원으로 높였습니다. 참고로 능(陵)은 임금ㆍ왕비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