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17년에 태어난 윤동주 시인은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재학 중이던 1943년 7월 항일운동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가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숨졌다. 그런데 윤동주 시인이 숨잔 2월 16일 앞뒤로 일본에서는 윤동주를 추모하는 모임이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윤동주의 시를 노래하는 밴드 <눈오는 지도(SNOWING MAP)>’는 해마다 윤동주 시인의 추모 공연을 해왔다. 기타리스트인 한은준을 비롯하여 <눈오는 지도> 단원들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에 곡을 만들어 음반에 수록(14곡), 지난 2007년부터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윤동주 시인의 기일인 2월 16일을 기해 추모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 <눈오는 지도>는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맞아 고국에서 추모공연을 했다. 어제 2월 23일 저녁 7시 서울 선릉로 GB성암아트홀에서 뜻있는 공연을 올린 것이다. 무대가 열리자 6인의 <눈오는 지도> 단원들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다. 한은준(기타) 씨를 비롯해 정도현(해금), 최자연(건반), 김효영(더블베이스), 최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영조실록》 47권, 영조 14년(1738년) 2월 21일 기록에는 “청나라 사신이 《동의보감(東醫寶鑑)》, 청심환(淸心丸) 50환과 다리[髢髮] 두 묶음만 구하여 갔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중국에서 펴낸 《동의보감》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암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동의보감》이 몹시 탐나서 꼭 사고 싶었지만 5냥이나 되는 책값 마련이 어려워, 결국 중국어판 서문만 베껴온 것을 두고두고 섭섭해했습니다. 중국어판 서문을 쓴 능어(凌魚)는 “구석진 외국책이 중국에서 행세하게 되었으니 담긴 이치가 훌륭하다면 땅이 먼 것이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동의보감》은 내경(內景)을 먼저 서술하여 근본을 다지고, 외형(外形)을 서술하여 자세한 풀이를 보탰으며, 이후 잡병의 해설과 탕약(湯藥)과 침과 뜸을 서술하는 정연한 체계를 갖춰, 사람의 몸뚱이에 빛을 안겨 주었다.”라고 칭찬했습니다. 《동의보감》은 1763년 중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래 모두 7번이나 펴낼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이는 탁월한 의학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 허준의 《동의보감》은 유네스코는 세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 무렵 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헤살대던 바람 지나는 마을마다 무작정 풋정 풀어놓고 입춘 지나 저끝 마라도로부터 북상해 갔습니다. 버들강아지 산수유 제가끔 제 몫으로 이 나라 산야에서 야무지게 봄물 오를쯤 이젠 옛이야기로 남은 허기진 유년의 봄날이 흑백 필름 거꾸로 돌아 모두 한꺼번에 살아옵니다. 우수 무렵 위는 김경실 시인의 시 <우수 무렵>입니다. 시인은 우수가 되니 “얼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오늘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5경(3시와 5시 사이)에 개기월식을 하였다. 대궐 뜰에서 월식을 구제하는 의식을 했다. 승지 1명과 사관(史官) 2명이 관상감의 관원 5명을 거느리고 오방(동서남북과 중앙)에 장막을 쳐놓고 오색 깃발 각 1개와 창ㆍ긴창ㆍ검(劍)ㆍ극(戟,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긴 창)ㆍ창(槍, 긴 나무 자루 끝에 날이 선 뾰족한 쇠촉을 박아서 던지고 찌르는 창) 각 5개와 징 5개를 설치하고 악공으로 하여금 징을 치게 하다가 달빛이 다시 둥그렇게 된 뒤에 끝냈다.“ 이는 《선조실록》 184권, 선조 38년(1605년) 2월 16일 기록입니다. 일식(日蝕) 곧 해가림과 월식(月蝕) 곧 달가림은 요즘뿐이 아니고 고려, 조선시대에도 있었는데 이 해가림과 달가림이 있으면 구식례를 했습니다. 구식례는 당시 사람들이 이를 괴이한 변고라고 생각하여 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월대(月臺, 섬돌)에서 해나 달을 향해 기도하며 혹시나 자신이 잘못한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의식을 한 것이지요.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는 물동이에 물을 담아놓고 거기에 비치는 해를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해가림을 음기(陰氣)가 성하여 일어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농사직설(農事直說)》을 여러 도(道)의 감사와 주ㆍ군ㆍ부ㆍ현과 서울 안의 2품 이상의 관원에게 나눠주고, 임금이 말하기를 '농사에 힘쓰고 곡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왕정(王政)의 근본이므로, 내가 언제든지 농사에 정성을 쏟는 것이다.' 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47권, 세종 12년(1430년) 2월 14일 기록입니다. 세종 때 정초(鄭招)ㆍ변효문(卞孝文)이 펴낸 《농사직설(農事直說)》은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찾아서 쓴 것으로 그동안 중국에만 의존했던 농사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농업서입니다. 나라의 뿌리인 농사가 생산력이 현저히 낮아지자, 백성의 생활은 날로 어려워졌는데 이를 안타까이 여긴 세종임금은 고민 끝에 이런 현상이 조선 풍토에 맞는 농사법이 없어서임을 깨닫고 마침내 각 지방에 농사 경험이 풍부한 농민들에게 그들의 농법을 물어 정리한 것이 《농사직설》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씨앗의 고르기와 갈무리법, 논밭갈이법이 있는가 하면 삼ㆍ벼ㆍ기장ㆍ조ㆍ수수ㆍ피ㆍ콩ㆍ팥ㆍ녹두ㆍ보리ㆍ밀ㆍ참깨ㆍ메밀 등의 재배법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볍씨 뿌리는 법을 보면 당시 4가지 농법 곧 논에 볍씨를 뿌려 그대로 키우는 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5년 올해로 훈민정음 창제 582돌, 반포 579돌을 맞이했다.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대왕이 혼자 한 것이었지만, 해례본은 정인지ㆍ최항ㆍ박팽년ㆍ신숙주ㆍ성삼문ㆍ강희안ㆍ이개ㆍ이선로 등 8명의 학사들과 함께 이뤄낸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었다. 그런 만큼 15세기까지 이룩한 각종 학문 성과, 곧 인문학ㆍ과학ㆍ음악ㆍ수학 같은 다양한 지식과 사상이 융합 기술되어 있다. 인류 보편의 문자 사상과 철학이 매우 짜임새 있게 담겨 있다. 또 해례본은 1997년에 유네스코에 첫 번째로 오른 대한민국 세계 기록 유산이다. 섬세한 문자 해설서이면서 음성학 책이기도 하고 문자학 책이기도 하다. 15세기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으뜸 사상과 학문을 담은 책이자 현대 음성학과 문자학 그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의 문화유산인 해례본이 어떤 책이라는 건 알면서 정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원문이 한문이고, 한글 번역도 대개 전문가용 문체라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학과에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 2월 12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에는 한해의 액운과 부스럼을 막고 가족의 행복과 풍년을 비손하기 위해 오곡밥을 지어 먹고 부럼깨기를 했습니다. 오곡밥은 흔히 찹쌀, 차조, 찰수수, 찰기장, 붉은팥, 검은콩 등으로 짓지요.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진 오곡밥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색깔별로 건강기능성도 다양합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하얀색 찹쌀은 성질이 따뜻해 소화가 잘되며, 노란색 조와 기장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붉은색 팥과 검정색 콩 껍질에는 눈을 건강하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합니다. 갈색 수수는 폴리페놀 성분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혈당을 조절해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가운데는 ‘용알뜨기’가 있는데 용알뜨기란 부인들이 닭이 우는 것을 기다렸다가 남들보다 먼저 우물에 가서 물을 긷는데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이 물을 떠오는 것은 집안에 복을 가지고 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대보름날엔 세 집 이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성종실록》 200권, 성종 18년(1487년) 2월 10일 기록에는 “새로 편찬한 《여지승람(輿地勝覽)》을 인쇄하도록 명하였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성종은 1462년 명(明)의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를 참고하고, 세종 때의 《신찬팔도지리지》를 바탕으로 하여 노사신ㆍ양성지ㆍ강희맹 등에게 펴내게 한 지리서입니다. 이들은 성종 12년(1481년)에 우선 50권을 완성하였고 성종 17년(1486년)에 보태고 다듬어 고쳐서 35권을 다시 완성해 펴냈지요. 그 뒤 중종(中宗) 25년(1530년)에 이행(李荇) 등이 증보판을 펴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라고 했습니다. 권1에 경도(京都, 조선의 정부가 있는 곳) 상, 권2 경도 하, 권3 한성부, 권4ㆍ5 개성부, 권6∼13 경기도, 권14∼20 충청도, 권21∼32 경상도, 권33∼40 전라도, 권41∼43 황해도, 권44∼47 강원도, 권48∼50 함경도, 권51∼55 평안도 등이 수록되었지요. 각 권에 여러 개의 군현이 수록되어 있지만, 경기도의 광주목과 여주목, 경상도의 경주부, 평안도의 평양부 등 큰 읍은 1개 행정구역만 수록되었습니다. 경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요즈음 <영등포본동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지난 2023년 평택시는 '척사대회'라는 용어 대신 '윷놀이대회'를 사용할 것을 민간에 권고하는 한편, 시에서 진행하는 관련 행사에서도 '윷놀이대회'를 공식 이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각 마을에서 펼쳐진 윷놀이대회는 '던질 척(擲)'과 '윷 사(柶)'를 사용해 '척사대회'로 불려 왔다. 하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척사'의 뜻이 쉽게 해석되지 않고, 쉬운 우리말인 '윷놀이'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평택시는 용어 순화를 민간에 당부했다.”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영등포본동 주민센터가 ‘윷놀이’라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척사대회’라고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등포본동 주민센터 공무원들 가운데 이 ‘척사’라는 어려운 말을 한자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지난해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윷놀이 한마당>이란 펼침막을 걸었었다. 오히려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에서 퇴보하고 있음이다. ‘윷놀이’를 ‘척사’라고 쓰면 유식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춘이 오는 날 - 김덕성 한파는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 이리 일찍 자리를 내 줄 수 없다고 아니 내 자리를 왜 빼앗으려는 가고 서슬이 퍼래 대항하듯이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봄은 저만치에서 서성거리고 한파는 기승을 부리는데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줄의 칸을 그려놓고 한 줄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간 한 것이다. ‘구구소한도’에서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