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 (토)

  • 맑음동두천 9.5℃
  • 맑음강릉 13.4℃
  • 맑음서울 10.5℃
  • 맑음대전 10.3℃
  • 맑음대구 13.3℃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1℃
  • 맑음부산 13.9℃
  • 맑음고창 5.9℃
  • 맑음제주 12.4℃
  • 맑음강화 8.6℃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7.3℃
  • 맑음강진군 11.3℃
  • 맑음경주시 14.0℃
  • 맑음거제 1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전체기사 보기


아름답다, 세겹의 껍질을 벗긴 뒤 나오는 알밤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21]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아름답다’는 그림씨 낱말이다. 그것을 국어사전들이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1) ① 사물이 보거나 듣기에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할 만하다. ② 마음에 들게 갸륵하고 훌륭하다. 2) ① 사물, 현상의 상태나 모양이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큼 이쁘고 곱다. ② 들리는 소리가 감정ㆍ정서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만족한 느낌을 자아낼 만하다. ③ (사람들 사이의 관계 곧 언행, 소행, 덕행, 도덕, 동지애, 협조 정신 등이) 사람들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바르고 훌륭하다. 3) ①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②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보다시피 1)《우리말큰사전》과 3)《표준국어대사전》은 두 몫으로 나누어 풀이하고, 2)《조선말대사전》은 세 몫으로 나누어 풀이해서 크게 다른 듯하다. 그러나 1)《우리말큰사전》과 3)《표준국어대사전》이 ‘보는 것(눈)’과 ‘듣는 것(귀)’을 하나로 묶어 풀이하고, 2)《조선말대사전》에서는 그것을 따로 몫을 나누어 풀이했을 뿐이기에 속내로는 다를 것이 없다.

소갈머리, 버르장머리, 채신머리에서 “머리”는?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20]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소갈머리’는 국어사전에 어엿하게 올라있는 낱말이다. 국어사전들이 뜻을 뭐라고 풀이해 놓았는지 알아보자. 1) ①‘마음속’의 낮은말. ②‘마음보’의 낮은말. 2) ‘마음이나 속생각’을 얕잡아 이르는 말. 3) ①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②‘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세 국어사전이 한결같이‘ 소갈머리’를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이들 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과 ‘낮잡아 이르는 말’의 두 덩이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또 ‘소갈머리’가 ‘소갈’과 ‘머리’라는 두 낱말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드디어는 ‘소갈’이 곧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이며 ‘머리’가 곧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도 드러난다. 그러면 ‘소갈’이 어떻게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인가? 이 물음은 연재 글을 처음부터 읽어 왔으면 벌써 풀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앞에서 이미 ‘소갈’은 곧 ‘속알’이며, ‘속알’은 또 ‘마음의 알’이고, ‘마음의 알’은 곧 ‘생각과 뜻’이라고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

슬프고 괴로운 삶을 어루만져주는 ‘서낭’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9]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서낭’은 사람에게로 와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서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슬프고 괴로운 삶을 어루만져 기쁘고 즐거운 삶으로 바꾸어 주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 아직도 온 나라 곳곳에 지난날 삶의 자취가 남은 마을에는 서낭의 자취도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조금씩 남아 있다. 우리 고향에도 여태 ‘당산’이 있는데, 거기에는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 베어 버릴 때까지 아름드리 ‘당나무’가 한 해 내내 왼새끼를 발목에 두르고 서 있었고, 당나무가 서 있는 동산 위에는 일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헐어서 불태우던 날까지 ‘당집’이 있었다. ‘당집’은 서낭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 ‘서낭당’이 본디 제 이름이고, ‘당나무’는 서낭이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리도록 사다리 노릇을 하는 거룩한 나무이며, ‘당산’은 서낭당과 당나무가 있던 동산을 두루 싸잡아 서낭이 노닐던 거룩한 터전이었다. 서낭을 서낭당 바깥으로 모셔 내려면 마땅히 머물 자리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서낭대’다. 정월 초나흘부터 보름까지 마을에 지신밟기가 벌어지면 풍물패 맨 앞에는 언제나 서낭이 내린 서낭대가 앞장서서 이끌었다. 초나흘 새벽 그해 당산을 책임진 산주를

‘보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물일곱 가지 낱말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5]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사람을 몸으로만 보면 누리 안에 잠시 머무는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사람은 온 누리를 모두 받아들여 갈무리하고도 남을 만한 크고 넓고 깊고 높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태어나는 그날부터 몸으로 온 누리를 받아들여 마음에 갈무리하면서 끝없이 자란다. 그러고는 스스로 ‘작은 누리(소우주)’라 뽐내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람이 누리를 받아들이는 몸의 창문을 다섯 가지로 꼽는다. 얼굴에 자리 잡은 네 구멍 곧 눈과 귀와 코와 입에다 온몸을 덮고 있는 살갗 하나를 더해서 다섯이다. 이들 다섯 가지 창문이 누리를 받아들일 적이면 눈은 ‘보다’, 귀는 ‘듣다’, 코는 ‘맡다’, 입은 ‘맛보다’, 살갗은 ‘느끼다’ 같은 노릇을 한다. 이들 가운데서도 ‘보다’는 가장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창문이라는 사실을 세상 학자들이 두루 밝혀 놓았다. 게다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하는 속담은 ‘보다’가 가장 또렷하고 알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열어 보면 움직씨 ‘보다’의 뜻풀이를 스물여덟 가지나 내놓았다. 게다가 ‘보다’가 다른 움직씨를 돕는 도움움직

쌀과 관련된 말 ‘모ㆍ벼ㆍ나락ㆍ짚ㆍ겨’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8]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땅 위에 몸 붙여 사는 사람 가운데 열에 여섯은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한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 겨레도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토박이말에는 ‘벼’와 ‘쌀’에 따른 낱말이 놀랍도록 푸짐하다. 우선 내년 농사에 씨앗으로 쓰려고 챙겨 두는 ‘씻나락’에서 시작해 보자. 나락을 털어서 가장 알찬 것들만 골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듬해 봄까지 건드리지 않도록 깊숙이 감추어 두는 것이 ‘씻나락’이다. 그러나 귀신까지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배고픈 귀신이 씻나락을 찾아 까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혼자 군소리라도 하는 것일까? 알아들을 수도 없고 쓸데도 없는 소리를 이른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한다.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무논에 모판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씻나락을 꺼내서 물 채운 항아리에 담근다. 물에 담가 싹이 잘 나도록 돕는 것인데, 물에 들어가는 그때부터 씻나락은 ‘볍씨’로 이름이 바뀐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볍씨는 씨눈 쪽에 껍질을 뚫고 움이 트고 싹이 나서 모판에 내다 뿌려야 한다. 모판에 떨어진 볍씨는 곧장 위로 싹을 밀어올리고 아래로 뿌리를 내리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 “삶을 아는 목숨”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7]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무엇인가 싶다. 어버이를 죽이는 자식이 있더니 자식을 죽이는 어버이까지 나타나고, 돈 몇 푼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이틀에 셋씩이나 나타난다. 이 좁은 땅에서 피를 섞으며 살아온 우리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앞으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값지고 복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선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을 뭐라 풀이하는지 알아보자. ① 생각과 말을 하고 기구를 만들어 쓰며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②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발전되고 힘 있는 사회적 존재. ③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남녘의 국어사전인 ①《우리말큰사전》과 ③《표준국어대사전》은 사람을 ‘동물’ 곧 ‘짐승’이라고 풀이해 두었다. 북녘의 국어사전인 ②《조선어대사전》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 사회적’ 같은 얼떨떨한 낱말을 많이 썼지만, 사람을 동물이라 하지는 않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 가장 힘 있는 존재’라 했다. 사람을 동물 아닌 것으로 풀이하느라 애쓴

본풀이, 서낭님을 불러 모시는 맨 처음 대목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6]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본풀이’는 무속의 제의인 ‘굿’에서 쓰는 낱말이다. 굿은 여러 ‘거리’로 이루어지는데, 거리마다 한 서낭님을 모시고 굿을 논다. 이를테면 ‘가망거리’에서는 가망서낭님을, ‘제석거리’에서는 제석서낭님을, ‘장군거리’에서는 장군서낭님을 모시고 논다. 굿거리의 짜임새는 대체로 맨 먼저 서낭님을 불러 모시고, 다음에 서낭님을 우러러 찬미하여 즐겁게 해 드리고, 이어서 굿을 벌인 단골의 청원을 서낭님께 올리고, 다음에는 단골의 청원에 서낭님이 내려 주시는 공수(가르침)를 받고, 마지막으로 서낭님을 보내 드리는 차례로 이루어진다. ‘본풀이’는 이런 굿거리의 차례에서, 서낭님을 불러 모시는 맨 처음 대목에 무당이 부르는 노래면서 이야기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는 불러 모시고자 하는 서낭님이 어떻게 해서 서낭님의 몫을 하느님에게서 받았는지 그 처음과 끝을 알려 주는 것으로, 서낭님으로 몫을 받기까지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겪어야 했던 온갖 서러움과 어려움을 빼어난 슬기와 놀라운 힘으로 이겨 낸 이야기다. 한마디로 ‘서낭 이야기’라 하겠는데, 한자말로 ‘신화’라고 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런 ‘본풀이’는 굿에서 단골과 청중들에게, 이번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자주 쓰던 말, 배달겨레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4]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표준국어대사전》은 ‘겨레’를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을 ‘민족’ 앞에 끌어다 놓은 것은 참으로 헛된 짓이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지 않은 것이라면 애초에 ‘민족’이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알밤 같은 토박이말 ‘겨레’를 개똥 같은 한자말 ‘민족’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또 ‘민족’을 찾아보면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이라고 해 놓았다. 온통 한자말투성이어서 여느 사람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이것을 그대로 토박이말로 뒤쳐 보면, ‘한곳에 오래도록 함께 살면서 같은 말과 삶으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된다. 얼마나 쉽고 또렷한가! 국어사전이 ‘겨레’를 ‘민족’이라 하니까 사람들이 우리말 ‘겨레’는 버리고 남의 말 ‘민족’만 쓰면서, 남녘 한국에서는 ‘한민족’이라 하고 북녘 조선에서는 ‘조선민족’이라 한다. 같은 겨레이면서 저마다 다른 반쪽을 도려내 버리고 남은 반쪽인 저만을 끌어안는 이름을 만들어 부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이나 북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