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는 지능이 뛰어난 문어 ‘마셀러스’와 70세 야간청소부 ‘토바’가 있다. 문어 마셀러스가 수조를 탈출해 모험을 즐기다 역경을 맞이한 순간 청소부 토바가 마셀러스를 구해준다. 이후 이들은 종의 차이를 넘어 친구가 된다. 살날이 불과 16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생의 끝자락에 있는 문어가 소중한 인간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혀주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씨실과 날실처럼 연결하며 펼쳐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으러 온 이방인 ‘캐머런’, 오지랖 넓은 슈퍼마켓 사장 ‘이선’과 패들숍을 운영하는 ‘에이버리’ 등 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문어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삶은 이상하면서도 사랑스럽다. 문어 ‘마셀러스’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며, 그가 인간에게 전하는 따끔하지만 따뜻한 격려를 한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무 1 – 지리산에서 - 신경림 (앞 줄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대한민국의 사실상의 국가 이념이자 교육이념으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따르면 홍익인간은 환인이 환웅을 인간세상에 내려보내면서 제시한 지침이었다고 한다. 또 《제왕운기》 전조선기에 따르면 환인이 환웅에게 삼위태백으로 내려가서 홍익인간 할 수 있는지 그 의지를 물었고, 그런 지시에 응하여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이어온 풍습을 보면 그 홍익인간을 충실히 따르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 예를 들면 24절기를 시작하는 ‘입춘’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이란 풍속이 있다. 또 섣달그믐에는 아이들이 풍물을 치고 다니면 어른들이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을 부대에 담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9월 22일, 나는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를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평창군청에서 내건 커다란 펼침막을 보았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사진을 찍어왔다. ‘플로깅 챌린지’? 해석이 되지 않는다. 챌린지는 도전(challenge)을 뜻하는 것 같은데 플로깅은 무슨 말인가? 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보니 현수막 오른쪽 위에 플로깅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Plogging [plocka up + jogging], 운동하며 쓰레기 줍는 일석이조 운동법”라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증은 여전하다. plocka는 또 무슨 뜻인가? 손말틀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pooka, plucky, plica 등의 단어는 있어도 plocka라는 단어는 없다. 프랑스어 사전과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아도 그런 단어는 없다. 국적 불명의 신기한 단어다. 펼침막의 왼쪽 위 구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굿-매너 문화시민운동 ” 굿-매너는 예절이라는 뜻 같은데, 아마도 <good manner>라는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 같다.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펼침막의 아래에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갈 같 날 - 한밝 김리박 낮때와 밤때가 똑 같다 하느니 오면 앗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고 고요히 깊어가는 갈 선비는 졸 닦고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서서히 음의 기운이 커지는 24절기 열여섯째 추분(秋分)이다. 《철종실록》 10년(1859) 9월 6일 기록에 보면 “추분 뒤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를 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여기서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바른길’을 말하고 있는데 우리 겨레는 추분이 되면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중용의 도를 생각하려고 했다. 세상일이란 너무 앞서가도 뒤처져도 안 되며, 적절한 때와 적절한 자리를 찾을 줄 아는 것이 슬기로운 삶임을 추분은 깨우쳐 준다. 또 추분 무렵이 되면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인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가을은 궁궐의 계절이다. 성큼 찾아온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궁을 걷다 보면, 문득 이 나무, 저 돌이 궁금해진다. 궁궐 안에 있는 기물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궁궐 덕후’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김서울이 쓴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의 지은이는 ‘궁궐 덕후’다. 궁궐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아로새긴다. 스스로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라 소개하는 만큼, ‘우리나라 대표 유물’이라 할 만한 궁궐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는 ‘궁에 스며드는’ 궁궐의 매력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제2장 ‘궁궐의 돌’ 편에서는 궁궐의 돌짐승과 월대, 돌다리 등을 다룬다. 제3장 ‘궁궐의 나무’에서는 궁궐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나무들과 꽃을 담았다. 가끔 궁궐에 가면 산림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창덕궁 같은 곳은 숲이 우거져 도시 속 녹취를 느끼고 싶을 때 딱 좋은 곳이다. 제4장 ‘궁궐의 물건’ 편은 왕실 사람들이 궁궐에서 썼던 다양한 물건을 다룬다. ‘왕실 실내장식’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열정과 집념의 여인, 이윤옥 교수님이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니까, 아부성 발언을 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벌써 십수 년 동안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여 첫 작품으로 낸 것이 《서간도에 들꽃 피다》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작업을 계속하여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서》, 《경기의 얼, 여성독립운동가 40인의 삶》, 《여성독립운동가 100분을 위한 헌시》를 냈고, 시화집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도 냈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여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에는 ‘독립운동’하면 남성들을 먼저 떠올렸고, 실제 독립운동사도 남성들 위주도 되어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이교수는 이에 여성독립운동가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이 일에 뛰어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웃 사람 - 허홍구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가 가끔 낯선 분의 인사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웃음꽃 피우며 지나가신다. 어, 내가 아는 사람인가? 누구지 하고 궁금했었다 나는 모르겠는데 저분은 나를 어떻게 알까? 다음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해야지 그래, 우리 서로 모른다 한들 어찌 이웃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낯설어도 같은 동네 가까운 이웃이다. 예전 농가에서는 한로, 상강 무렵 가을걷이로 한창 바빴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를 보면 이때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다 허기진 농부들에게 기다려지는 게 새참 때였고 이때 빠질 수 없었던 것은 막걸리였다. 막걸리는 이른바 '앉은뱅이 술'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조선시대 공무원?! 지금보다 사회가 다원화되지 않았던 조선시대, 하지만 ‘나랏일’은 지금보다 더 거대하고 엄중한 일이었다. ‘관청’과 ‘관리’의 위상이 아주 높았고 나라의 많은 부분을 관청에서 관장했다. 그러면 조선시대 관청의 직제와 구성은 어떠했을까? 박영규가 쓴 책, 《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는 이런 궁금증을 한껏 풀어주는 책이다. 사극을 봐도 이런저런 관청과 벼슬의 이름이 나오지만, 따로 책을 읽지 않으면 이 부분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선시대 관청의 세계’를 자유롭게 노닐며 익히게 해 주는 유익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1장, ‘조선의 중앙 관청’과 2장, ‘조선의 지방 관청’으로 나뉜다. 중앙관청 편에서는 의정부와 6조, 언론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를 비롯해 세자궁의 관청, 조선의 학문 기관, 그 밖의 주요 관청, 소규모 중앙 관청 등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도, 부, 목, 도호부, 군, 현 등 각 지방을 관할하던 관청과 이방, 호방, 형방, 예방, 병방, 공방 등 지방 관아에서 일하던 아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방을 관장하던 병조의 지방 관직인 병마절도사, 병마절제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 겨레의 큰 명절 ‘한가위’가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벌써 명절 잔치가 시작된 듯하고 각 기업체는 명절맞이 선물 광고에 한창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는 ‘한가위’라 쓰고 누구는 ‘추석’이라고 쓴다. 심지어 추석은 ‘秋夕’이라고 한자로 써 놓기도 한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명절을 두고도 왜 각기 다른 말을 쓰는 것일까? 먼저 ‘추석’과 ‘한가위’의 말밑(어원)을 살펴본다. 먼저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눠 음력 7월을 맹추(孟秋), 8월을 중추(仲秋), 9월을 계추(季秋)라고 불렀는데 그에 따라 8월 보름을 중추라 했다. 그래서 우리도 예전 ‘중추절’이라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란 생각이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이다.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 을 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24절기 ‘처서’가 지나고 어제는 ‘백로’였다. 이제 바야흐로 가을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볕이 따갑다. 그래야만 들판에 벼가 익어가는 소리가 분명해진다. 또 농촌에서는 그 땡볕에 고추를 말린다. 그뿐이 아니다. 처서가 지난 무렵 우리 겨레는 ‘포쇄(曝曬)’라는 걸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민가에서 옷을 햇볕에 말리는데, 이는 오래된 풍속이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농가월령가> 7월령에는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거풍(擧風)하고, 의복도 포쇄(曝曬) 하소”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었다. 또 선비들은 이때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린다. 포쇄하는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