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심리학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제목 그대로다. 조선왕조실록에 심리학을 접목했다. 조선 임금과 왕후들의 심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아버지 영조, 아들 명종을 끊임없이 나무라며 심리적으로 학대한 문정왕후, 아내나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했던 고종… 역사가 긴 만큼, 조선 왕실에 나타난 ‘문제적 인물’도 가지각색이었다. 강현식이 쓴 책,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에 나타난 갖가지 심리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조선왕조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극들을 분석한 시각이 무척 흥미롭다. 사람의 심리는 복잡다단하다. ‘집안일’과 ‘나랏일’이 뒤섞이는 왕실 인사들은 더 복잡한 심리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어떤 행동이 더 바람직한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스트레스에 짓눌린 가운데 현대의 심리학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들이 나온다. 먼저 ‘약한 아버지와 강한 아들, 500년 조선의 시작을 열다’ 편에서는 양가감정과 공격성, 승화를 주제로 태조와 아들 이방원의 관계를 분석한다. ‘고부갈등이 희대의 폭군을 낳다’ 편에서는 반동형성과 경계선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철학이 길을 묻고, 달리기가 방향을 가리키는 책. ‘더 빨리 가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새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억지로 달리고 있던 우리에게 ‘이유 없이 달리는 일’의 의미를 제시한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빗대어, 삶과 달리기가 그 자체로 본질인 놀이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 자신이 달리는 과정에서 떠올렸던 데카르트, 플라톤, 사르트르 등 유명 철학자들의 이론도 놀이처럼 가볍게 펼쳐낸다.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이 우리가 인생이라는 달리기를 완주하도록 친근하게 격려하는 듯하다. 삶과 달리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 책을 통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면, 우리는 우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니 어느 방향으로 달리든 전부 괜찮다는 위로 또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직업적 인정이나 자녀의 대입 성공과 같은 이유로 멈춤 없이 달려왔던 중장년이라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 멈추는 것도 좋겠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다시 나의 본질을 찾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취우(驟雨, 소나기) - 추사 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추사 김정희가 쓴 글 가운데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취우(驟雨)>란 제목의 한시도 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린다.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두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진다. <취우>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한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 김광균의 “와사등”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늠름하구나 동도와 서도 마주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형제섬이다 울릉도에서 네 얼굴이 보이고 오랜 우애가 바다처럼 깊구나 동도와 서도에 무지개다리가 있어 하얀 갈매기도 건너가는구나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아름답다 위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으로 알려진 김현성이 2008년 독도에서 지은 <독도찬가>다. 이 노래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멜로디가 가슴을 울리며, 독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와닿듯 생생한 감동을 준다. 이 독도! 이 노래처럼 독도는 우리 겨레에게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섬이다. 이 독도를 지도 제작자며 독도연구가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90일 정도를 독도에 머물며 독도의 지형과 식생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온 안동립 씨가 이번에 《독도 / 안동립의 독도 이야기(2005~2022)》를 펴냈다. 일반인들이야 독도에 갔다고 해도 잠깐 들러볼 뿐이기에 독도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독도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 별 헤는 밤은 물론 괭이갈매기 등의 동물, 해국 등의 식물들도 실제 맨눈으로 본 사람이 없을 터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로 불렸던 발해는 늘 미지의 영역이었다. 학교 역사 시간에도 삼국 시대에 이어 잠깐 다루고 넘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무언가 거대하고 융성했던 나라의 위용을 풍기면서도, 몇 줄로 급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현 글, 경혜원 그림의 이 책, 《해동성국 발해》는 아이에게는 발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주고, 어른에게는 아스라한 발해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나의 첫 역사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우리 역사를 흥미진진한 그림과 다정한 말투로 알기 쉽게 풀어준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는 수많은 고구려 유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고, 랴오허강 서쪽의 영주 땅까지 끌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영주는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고구려, 말갈, 거란 유민이 골고루 모인 땅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언제나 같은가보다. 당나라 치하의 노예 생활은 참혹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당나라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거란사람 손만영이 먼저 나섰다. 당나라군을 무찌르고 영주를 차지한 그는 당나라 황제가 있는 장안성을 노렸다. 그러나 측천무후가 다스리는 당나라는 강했다. 그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4050들은 인생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아야 할까? 인생 사오십여 년 살다 보면 자신의 삶이 예술처럼 느껴지거나 남은 생은 예술처럼 살고 싶거나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던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완벽한 작품도 완벽한 존재도 없으며 따라서 완벽한 삶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전시를 관람하여 예술 작품을 보는 행위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삶을 바라보는 경험이기도 하다. 자신이 쓰는 글을 ‘예술 평론’이 아니라 ‘예술 에세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용기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라고, 그리고 그 힘을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조언한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현대미술을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적 내러티브를 깨움으로써 시간, 공간, 사회, 문화 그리고 지구에서 자기 존재를 자각”하여 “나를 바라보게 하는 더 좋은 예술”로 마주하라고. 전시에서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조선, 고구려 시대 우리의 활동 무대였던 구이원(九夷原) - 캄차카반도에서 곤륜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 –을 잃어버린 것은 애석하나 고향을 잃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경계하며 옛 선조의 기상과 포부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이는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 서문에 나오는 작가 무곡성의 집필 의도다. 얼마 전 신문사로 소설 《구이원(九夷原)》 제1권에서 5권까지 5권이 배달되어왔었다. 사실 나는 소설을 서평의 대상으로 쓴 적이 없고, 더구나 한꺼번에 5권이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조선 역사대하소설’이란 장르에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별로 어렵지 않게 5권 읽기를 끝냈다. 소설의 시작에는 “하늘이 처음 열리고”란 서곡 같은 글이 있었다. 여기엔 “그동안 구이원의 주인 배달국, 조선은 수천 년 동안 은성하며 태평성대를 누리었고 가달의 무리는 전혀 보이질 않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마도의 무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무리가 불어나 죽은 가달마황을 신으로 받드는 가달마교를 조직하여 세상 사람들의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시공사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인물지》를 펴냈다.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찾는 일은 야심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같다. 사실 인재가 아닌 사람을 등용하려는 지도자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와 인재가 아닌 사람을 알아볼 것인가? 그리고 어렵게 찾은 인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 원전 《인물지》는 조조의 인사참모인 유소(劉邵)가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판별해 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용인(用人)술과 지인(知人)술을 집대성한 책이다. 공원국, 박찬철 두 저자는 이 책 ‘인물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에서 유소가 쓴 원전을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중국 고대 상ㆍ주시대부터 명ㆍ청시대까지 100여 명의 인물을 뽑아 그들의 이야기를 용인과 지인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인물지》가 전하는 ‘인물 파악의 방법’과 ‘사이비 인재를 감별하는 방법’, ‘인재 자신이 경계해야 할 일’ 등은 2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임을 이 책의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조조의 인재 활용술을 집대성한 《인물지》 용인과 지인의 묘를 이야기하다 《인물지》는 조조가 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 이정환 배흘림기둥 끌어안고 가만 울어나 보렴 참으로 눈물 날 일 하고 많은 이 세상에 참으로 눈물날 일이지 저물녘 서녘 하늘 이곳까지 와서 그대 껴안고 울다니 소백 연봉이 하냥 저물고 있어서 그런가 마침내 뜬돌돼버린 붉은바람 탓인가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 그곳에는 아미타여래 불상을 모신 부석사의 중심 건물 무량수전이 있다. 그런데 무량수전보다 더 유명세를 타는 것은 무량수전을 받치고 있는 ‘배흘림기둥’이다. ‘배흘림기둥’은 단면이 원형인 원기둥 가운데 허리부분의 지름을 가장 크게 하고 기둥머리와 기둥뿌리로 갈수록 지름 크기를 줄인 항아리 모양의 기둥을 말한다. 이에 견주어 기둥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의 지름을 크게 한 기둥은 민흘림기둥이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이 글은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그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쓴 것으로 배흘림기둥을 참으로 아름답게 소개했다. 이 덕분에 배흘림기둥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배흘림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말고도 강진 무위사 극락전, 구례 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 나라가 망하고, 또 그 궁궐은 동물원이 되고… 불과 백여 년 전 우리 역사에 일어났던 일이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이런 슬픈 역사 속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김명희가 글을 쓰고, 백대승이 그림을 그린 이 책, 《동물원이 된 궁궐, 창경궁》은 창경궁이 품고 있는 슬픈 ‘창경원’의 역사를 모르는 어린이들이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일제는 궁궐에 있던 소나무를 모두 베고 곳곳에 벚나무를 잔뜩 심었다. 그리고 광복이 되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창경원은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 책의 앞부분에는 부모님과 창경원에 놀러 간 한 소녀의 이야기가, 책의 뒷부분에는 창경궁의 역사와 주요 건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재미와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창경궁을 한 번쯤 가보거나 들어는 봤어도,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견주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경궁은 세종이 아버지 태종을 위해 창덕궁 동쪽에 지은 ‘수강궁’을 성종이 증축하여 다시 세운 것이다. 성종은 정희왕후, 안순왕후, 소혜왕후 세 대비를 편안히 모시기 위해 창경궁을 지었고, 그래서 나랏일을 돌보는 ‘외전’보다 생활공간인 ‘내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 세종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