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3월 7일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라는 곳으로부터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 성명”이라는 이름의 번개글(이메일)이 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가 <국립국악원 조직 개편과 원장 선임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밝힌 것이었다.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에는 전임 윤미용, 김철호, 박일훈, 이동복, 김해숙, 임재원, 김영운 국립국악원장과 변미혜, 이용식, 송지원, 김희선, 서인화, 김명석 등 전임 국악연구실장 등 국악원 전직 경연진이 모두 나섰다. 그동안 보도자료에도 국립국악원장이 아닌 국립국악원장 직무대리 명의로 배포된 것이 예전과 달리 오래되어 궁금하던 차였다. 지난 2015년엔 국립국악원장에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바뀌었는데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령을 개정해 일반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제로 다시 변경했다. 실제로 문체부 실장급 공무원이 응모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항간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이 국립국악원장에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나는 전 원장들의 성명에 바로 응답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바보 의사. 한평생 우직하게 환자를 위해 살다 간 의사 장기려의 별명이다. 평생 재물이나 이익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환자를 돌보며 살았던 그를 사람들은 ‘바보 의사’라 불렀다. 장기려는 이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며 남들이 자신에게 바보라 한다면 성공한 삶이라 여겼다. 박그루가 쓴 이 책, 《바보 의사 장기려의 청진기》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장기려’라는 인물을 알기 쉽게 풀어 쓴 그림책이다. 1995년, 8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인술을 베풀며 큰 업적을 남긴 그의 일생을 톺아볼 수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장기려는 191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고, 배탈을 치료하느라 배꼽에 뜸을 너무 떠 배꼽 모양이 독특해질 정도였다. 할머니는 장기려가 튼튼히 자라라고 ‘금강석’이라고 부르며 늘 손자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인지, 그는 의술로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외과 의사가 되었다. 공대 시험에 떨어지고 어려운 집안 형편을 생각해 학비가 저렴한 경성의전에 들어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름다운 사람 - 김민기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그 이름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지난해 7월 21일 작곡가면서 가수인 김민기가 일흔세 해 삶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 조승우, 설경구, 황정민 등 유명 영화배우와 김광석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키워낸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을 운영하면서 늘 ‘뒷것’을 자처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 계약서를 도입하고 수입을 공개한 다음 일일이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월급을 주었음은 물론 배고팠던 배우들의 밥을 꼭 챙겼다는데 배우들은 앞것, 자기는 앞것의 뒤를 채워주는 뒷것임을 늘 강조했다. 여기 그 김민기가 만들고 노래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김민기는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라고 음울하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정약전과 정약용. 경기도 마재 땅에서 다섯 형제 가운데 둘째와 넷째로 태어난 둘은 어릴 때부터 우애가 남달랐다. 형제끼리도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둘은 유난히 정이 두터웠고 공부를 좋아하는 성향도 잘 맞았다. 홍기운이 쓴 이 책, 《편지로 우애를 나눈 형제, 정약전과 정약용》은 형제이자 서로를 알아주는 벗이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겨울밤 화롯불 앞에서 듣는 것처럼 따뜻하게 풀어내는 책이다. 주막에 묵던 한 선비가 주막집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 ‘정 씨 형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화순 현감으로 있을 때 근처의 절에 머물며 함께 공부했다. 그때 정약전이 읽은 책이 《서경》, 정약용이 읽은 책이 《맹자》였다. 함께 공부하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길 만큼 뜻이 잘 맞았기에, 서로 모르는 것을 묻고 답하며 즐겁게 공부했다. 둘 가운데 먼저 벼슬에 나간 이는 아우 정약용이었다. 처음에는 벼슬에 뜻이 없던 정약전도 아우가 임금을 섬기려면 벼슬길에 올라야 한다고 몇 번이나 설득해 조정에 출사했다. 함께 벼슬길을 걷던 형제는 정조가 승하하면서 나란히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귀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한현수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 햇살 한 모금에 터지는 신(神)의 웃음을 (중간 줄임)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어둠 속 깨어나지 않는 벽을 넘어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고 있구나 낙엽더미의 굳은 목청을 풀어 마른 뼈들 살아 굼틀하는 소리 산을 들어 올리는 저 생기를 봐. 이제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여기 우리말 '봄'의 말밑(어원)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한 가지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이름씨꼴(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 '블+옴'이 되고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보아 우리말 봄의 의미로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우리말 봄은 ‘보다(見)’라는 말의 이름씨꼴 '봄'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수, 경칩을 지나 봄이 오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찬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새로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봄에는 언제나 ‘꽃샘추위’가 앞장선다. 벌써 봄산에는 얼음새꽃(복수초)이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양극화로 인한 개인의 소외와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감정적이거나 비논리적 어리광으로 치부되어 공론장에서 배제되고, 공감을 실천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쉽게 지워진다. 이 책은 이러한 세태에 대한 사회학적 처방전이다. 저자는 그동안 사회·경제적 격차와 각자도생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된 '자유주의 이론'이 실은 공감하는 개인을 전제하고 펼쳐진다는 점을 밝히며, 이들을 보완하는 대안 담론들도 제시한다. 이는 사회 규범을 재설계하는 틀이 되며, 공감을 통한 인간의 양심과 사회적 정의를 형성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경제체계를 수립하는 단초라고 결론짓는다. 특히 공적 영역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공감의 담론이 기본이 되는 사회라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주변부로 고립된 구성원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공감의 담론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만들어가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현판은 참 매력적인 소재다. 건축물의 이름을 써 놓는 현판에는 건축물의 주인이나 당대 사람들이 지향했던 이상향과 가치관이 응축되어 있다. 그들이 지향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창도 되거니와, 글씨도 훌륭하여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문학 전공자인 박진형이 쓴 이 책, 《멈추면 보이는 한 줄의 역사, 현판》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판 15개를 역사적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낸 책이다. 지은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고, 한문으로 된 많은 문헌을 해석하여 풍부한 설명을 곁들였다. 책에 소개된 현판은 서원에 임금이 써서 내린 어필 현판부터 한옥으로 된 성당에 걸린 현판, 송시열과 같은 대학자가 쓴 현판, 종갓집에 걸린 현판 등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현판 두 개는 순천 선암사에 걸린 ‘대복전(大福田)’ 현판과 남양주 봉선사에 있는 대웅전 첫 한글 현판, ‘큰법당’이다. 전남 순천의 선암사에 있는 ‘대복전(大福田)’ 현판은 순조가 직접 쓴 것이다. 순조의 탄생은 무척 특별했다. 정조가 문효세자를 병으로 잃고 후사를 근심하다가, 특별히 절에 세자 탄생 기도를 부탁해 천신만고 끝에 얻은 아들이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아스팔트 우파의 집회를 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무리가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고, 세이브코리아라는 기독교 단체가 전국을 돌면서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이브코리아는 대담하게도 광주 5.18 광장에도 진출하여 탄핵 반대를 외치고, 동 집회에서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윤통의 비상계엄 계획을 보면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을 체포, 암살하려고까지 - 그들 표현대로라면 ‘수거’ -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많은 기독교인이 내란에 동조하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왜 이러는지 궁금하여 고교동기인 오형국 목사에게 이를 어느 정도라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신학자나 목회자의 글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글 가운데는 극우 기독교인들에 대해 여론조사, 심층면접조사를 하고 쓴 글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기독교인들이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노래 꽃 피는 집 - 김상아 그곳에 가려면 길을 알아야 한다 연둣빛 청밀밭을 헤치고 좁다란 농로 언덕을 올라 저수지를 끼고 가는 길 말고도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갈 길을 알아야 한다 그곳에 가려면 눈을 떠야 한다 여태 보았던 세상 말고도 사람냄새가 망막에 맺히면 뭉게구름 내려앉은 듯 골 안 가득 들꽃 바다에 뜬 작은 섬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귀를 열어라 돌담집 지붕의 박새 지저귐과 귀뚜리 태엽 감는 소리 말고도 개울물에 별 떠내려가는 소리 바람으로 돌리는 턴테이블 꽃씨보다 많은 노래 가만가만 술 익는 소리 세월 물레질 소리 그대 잠들지 못하리 어쩌면 세상에 다시없을 그곳에서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 풍경 - 이문자 아내가 봄나물을 캔다 쑥, 냉이, 씀바귀 아이들은 논과 밭으로 깔깔대며 뛰어다닌다 봄신이 올랐나 해방 같은 봄날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봄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생각에침이 넘어간다. 이제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꽁꽁 얼어 생명이 모두 죽었을 것 같던 자연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때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여인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이다. 특히 이른 봄철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 쑥 같은 것들은 겨우내 모자란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선시대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백성들에게 봄철의 나물은 끼니를 때우는 중요한 구황식품이었다. 전남 해남군 녹우당(綠雨堂)에 가면 조선 후기의 화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가 이른 봄날 나물 캐는 아낙네를 그린 <나물캐기>라는 작품이 있다. 가파르게 대각선으로 그려진 언덕과 산은 어쩌면 이 아낙네들의 팍팍한 삶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인은 한 손에 망태기, 한 손에 칼을 든 채 허리를 굽혀 나물을 캐고, 또 한 여인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 그림을 그린 윤두서(尹斗緖)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