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에서는 연희집단 <잔치마당>의 창립 30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단체의 공연이 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후원 기업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주에는 <온고작신(溫故作新)>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온고작신> 무슨 말인가? 우리는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 것을 안다’라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알고 있으나, 온고작신이란 말은 생소하다. 아마도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풍물에 참여하는 북이나 장고와 같은 악기들은 빈 통 위에 가죽을 씌워 만들고, 꽹과리나 징과 같은 쇠붙이 악기들은 쇠를 얇게 만들어 울림을 극대화하는 편인데, 이러한 악기들을 오래도록 치고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찢어지고 깨져서 폐품이 되게 마련이다. 이렇게 악기의 기능을 잃게 되면, 쓰레기로 버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원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 바로 <온고작(作)신>운동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음악 악기는 대략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며칠 전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라면 윤동주의 전작시(全作詩)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콜삭사, 2015)라는 제목으로 펴내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는 시인이다. 이번에 보내온 책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본인의 시집으로 《후단자쿠라, 不断桜》(추위를 참고 견뎌내는 벚꽃의 의미>이고, 다른 한 권은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국어학자이자 성공한 기업인 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을 포함한 일본인 작가 4명의 한국 관련 책 출판을 축하하는 모임에 관한 책)이었다.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은 두께도 얇은데다가 그 책 표지에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진으로 되어 있어 호기심에 책장을 폈다. “인자하신 김예곤 선생님의 미수(米壽, 88세)와 아울러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돌이켜보니 제 아내는 50년, 저는 30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동포 조직을 개선하려는 일념으로 모여든 분들과 밤을 새우면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 일들과 친선모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잔치마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여 인천을 비롯한 전국 순회공연을 해 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잔치마당>은 해마다 이벤트 형식으로 나라 밖 순회공연을 해 오고 있다.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들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정부의 지원비에만 의지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원금을 충분하게 지원해 주는 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업시행의 단장이나 책임 단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또 다른 방법으로 지원을 받기 위해 그 방법을 고민하며 자금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게 마련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부평소재의 전통연희집단인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의 경험담을 실제의 예로 대신해 본다. “우리 <잔치마당>은 북유럽 국가인 라트비아(Latvia)의 국립대학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음악을 알리는 ‘아리랑 국가대표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전통문화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특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창단 30돌 기림행사를 2022년 7월 2일, 부평 아트센터 <해누리> 극장에서 가졌다. 창단 5년이 되던 1997년에 ‘부평풍물대축제’를 발굴, 기획, 연출하게 되었고, 2004년도에는 공연장을 개관하였다. 공연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단순하게 건물의 면적을 넓혔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표할 기회가 얻지 못하는 지역의 국악인들이나 단체에게 무대, 곧 발표 마당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국악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발판이었던 것이다. 그 뒤,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서광일 대표와 단원들이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업을 꼽는다면, 뭐니뭐니 해도 전국 처음 도심에서 연 <부평 풍물대축제>가 아닐까 한다. 창단 초창기인 1997년, 부평지역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이를 발굴하게 되었고, 특징을 살린 축제로 기획, 연출하면서 부평이라는 산업도시를 풍물과 문화의 도시로 성장, 발전해 가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전혀 공업이나 산업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풍물과 같은 전통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67세) 전 일본수상이 선거 유세 중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죽었다는 뉴스가 일본발로 속보로 전해진 이래 한국에서도 상당시간 ‘총격, 사망, 장례’ 등에 관한 보도가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등을 도배한 적이 있다. 때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 중에 총격을 받은 사건이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초대 총리는 1885년(명치18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시작으로 현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01대 째이며, 지난 7월 사망한 아베신조는 90대, 96, 97, 98대를 역임한 최장수 총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의 총리는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서 외교적, 정치적, 군사적인 실권을 쥐고 총리대신(総理大臣) 또는 수상(首相)으로 불린다. 일본국 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 가운데서 국회 의결에 의해 지명되고, 일왕은 이를 임명한다. 총리 자격은 국회의원이지만, 관례상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의 투표로 중의원 의원 가운데서 지명된다. 메이지시대(1868) 이전에는 이른바 막부시대로 쇼군(장군)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었으나 메이지왕(明治天皇) 이후에는 총리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일본에서는 야부사메 <마상(馬上)활쏘기, 이하 ‘마상활쏘기’>가 한창이다. 야부사메(流鏑馬, 또는 鏑流馬)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부라야(鏑矢)라 불리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기예라 할 수 있다. 때는 1728년,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8)를 연 쇼군 도쿠가와 이에시게(德川家重) 집안의 후사(後嗣)가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에 가문에서는 병의 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나하치만구(穴八幡宮) 북쪽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지금의 도쿄 신주쿠)에서 모여 야부사메를 거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천연두가 나았고 가문에서는 병을 낫게 해준 신에게 재앙 퇴치 및 후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야부사메를 거행했다. 이러한 모습은 아나하치만구에 소장된 그림 <야부사메에마키流鏑馬絵巻>에서도 살필 수 있다. 마상활쏘기(야부사메) 뿐만이 아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각종 마츠리(祭)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퇴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토의의 대표적인 기온마츠리도 그러하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유상호 명창의 <배뱅이굿>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그가 부르는 소리는 김관준-김종조-이인수-이은관-유상호로 이어져 온 전통적인 서도(西道)의 재담(才談)소리라는 점, 서도소리는 그 지방의 고유한 언어와 소리조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유상호는 어린 시절부터 서도 소리꾼들의 음반을 들으며 자라났고, 이은관의 이수자로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얘기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천아라리’의 앨범 제작, 「인천아리랑의 연구」와 관련하여, 실연자로 활동하였으며 어린이 국악교육에 관심이 많고, 또한 인천 근해의 ‘갯가소리’라든가 또는 도서지방의 노래 등을 지역 문화로 정착시키는 작업에 일조해 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지난 7월 2일, <잔치마당>은 “광대의 삶 & 예인의 길”이라는 주제로 창단 30돌 기념잔치를 하였다. 부평 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700여 명의 애호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서광일 단장은 자리를 함께해 준 참석자들을 향해 환영한다는 인사와 감격에 찬 기념사를 하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 밖에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밝히겠다. " 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広中 平祐, 1931~) 교수가 쓴 《학문의 즐거움》 첫 장에 나오는 글귀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초중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더러는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데 숱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럼에도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말처럼 ‘극히 일부 밖’에 써먹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살피기 전에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 소리꾼 유상호 명창은 2022년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부평 잔치마당에서 배뱅이굿 공연을 열어 관객들로부터 매일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객석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 소리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배뱅이굿 공연은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받은 류(流)로, 이은관은 이인수의 소리제를 따른 것이고, 이인수는 용강 지역의 김관준으로부터 배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유상호의 <배뱅이굿>은 김관준으로부터 김종조, 최순경, 이인수 등에게 전해졌으며 이인수는 이은관에게, 그리고 이은관은 그의 제자들인 김경배, 박준영, 박정욱, 유상호, 전옥희 등등 그 외에도 여러 명창에게 전해진 전통적인 서도(西道)의 재담(才談) 소리극이다. 6일 동안의 발표회에서 특히 유상호의 소리는 그의 스승 이은관이 부른 소리의 높이(Key)와는 대조적인 낮은 청(淸)으로 일관하였는데, 이 낮은 음높이가 관객들에겐 오히려 편안감을 주었다는 의견과 함께 자신의 소리판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 갔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은관 명창에게 10여 년 이상, 소리를 배우고 난 뒤, 유상호는 2006년 북촌 창우극장에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에서는 주요 유물 소개란(https://museum.seoul.go.kr)을 만들어 ‘나무상자에 담긴 일제강점기의 기념품’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은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 정부가 내지인(內地人, 일본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제국주의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으로의 여행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 토산품으로 인식되었던 근대 공예는 여행의 기념품이나 선물로 주목받게 된다. 일본인들이 ‘고려소(高麗燒)’, ‘미시마테(三島手)’라고 불렀던 재현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의 독특한 요리기로 소개되었던 ‘신선로’, 그리고 ‘나전칠기’ 등은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특히 정교한 제작 기법과 화려함, 천하제일 비색을 갖춘 조선을 대표하는 고미술품으로 재인식되었던 고려청자와 나전칠기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기술로 그 아름다움을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상류층의 고급 소비품으로 향유되는 한편,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용, 절충되어 상품으로 대량생산・유통되었다. 이와 같이 상품으로 제작된 근대 공예품을 판매하였던 상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