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자작나무숲이 보인다. 자작나무는 하얀 껍질이 종이처럼 갈라져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나무다. 폐가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거제수나무 옆에 안내판이 서 있다. 거제수나무는 자작나무와 비슷하게 껍질이 벗겨져 있는데, 색깔이 황갈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 물자작나무라고 불리는 거제수나무는 척박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나무로, 보통 높이는 약 30m, 지름 1m 정도로 자랍니다. 꽃은 5~6월쯤에 피며, 수피는 흰색 또는 갈백색을 띄고, 종잇장처럼 잘 벗겨집니다. 옛날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는 거제수나무껍질에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기도 했답니다.” 선재길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섶다리가 나타난다. 섶다리 안내판이 서 있는데, 아래와 같이 섶다리를 설명한다. “섶다리는 나룻배를 띄울 수 없는 낮은 강에 임시로 만든 다리로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다리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솔가지나 작은 나무 등의 잎이 달린 잔가지)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입니다. 섶다리는 해마다 가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은 할머니의 보살핌과 더불어 이루어졌었다. 오늘날 육아에서도 양가 할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어린이집이나 도우미의 손길을 찾게 되지만 할머니의 손길이 가장 믿음직하다. 할머니의 자장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할머니 손은 약손 등이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갓난아기 시절은 기억아 안 나지만 시골에서 할머님들이 아이들을 돌볼 때 봤던 몇 가지 기억이 있고 이를 따라 하다 위험한 놀이를 한다고 혼난 기억이 있다. '도리도리, 잼잼, 짝짝꿍‘ 등은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놀이와 소리가 아이와 소통하는 시작이고 나름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으로 아이와 놀아주었는데 나중에 이에 대한 연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육아의 퍼즐을 완성한 것 같아 하늘이 날 도와주는 것 같았다. 당시에 한의원을 이전하면서 한의원 벽면을 통째로 전통 육아 놀이(단군 육아 십계명)를 적어 널리 알리려 했던 추억이 있다. 오늘날 다양한 육아의 지침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전통적 육아방식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이 몸이 누구인지 신분을 밝혀주랴? 앞의 비자가 성(姓)인지 뒤의 비자가 이름인지 나도 잘 모른다만 어쨌든 비비라 부르니라. 옥황상제 명을 받아 남도 땅 기찰 중에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 필시 무슨 사단이 난 듯하여 왔느니라. 마패는 구경도 못 한 한갓 먼지 같은 신세인데, 몸은 사람이요 머리는 괴물이라, 육간대청도 내가 붙으면 폐가가 되고, 화려 뽐낸 자개장도 내가 들면 헌 농이 되니, 아무 씨잘데기 없는 미물이기도 하고 넘볼 수 없는 놈 재판하는 판관이기도 하다. 찍히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보느니라 <해설> 그렇다면 이번에도 신분을 놓고 재담하는 사설시조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오광대 춤판에는 없는 장면이다. 마당에선 춤으로, 시에선 재담으로 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재담이란 말로써 말을 부리는 것이니 비비를 두고 말을 만들어 보았다. 비비, 혹시 성이 비이고 이름이 비인가? 말부림은 가락이 살아 있어야 재미있다. 그래서 산문처럼 쓰면 사설시조가 되지 않는다. 앞말을 뒷말을 부르고 뒷말이 앞말을 주워섬기는 식이다. 요즘의 랩과 흡사하다.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 따라 한 시간쯤 걸어 낮 2시 10분에 오대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은 문이 잠겨 있다.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가 보다. 산장 앞쪽으로 자생식물 관찰원이 있다. 우리는 한 시간을 걸었기 때문에 쉬기로 했다. 누군가가 가져온 과자와 간식거리 그리고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마침 은곡이 소리북을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판이 벌어졌다. 은곡은 판소리 장단은 물론 가요에 맞추어서도 북을 자유자재로 잘 친다. 봉평에 있는 우리 집에서 방림면 여우재 고개에 있는 은곡 집까지는 차로 40분 거리이다. 그는 막걸리를 주식으로 먹는데, 나에게 막걸리 먹으러 오라고 수시로 전화를 한다. 은곡이 북을 치고 나는 단가 <사철가>를 불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면서 모든 것은 흘러간다. 오대천도 흘러가고 봄날도 흘러간다. 이 봄과 함께 나의 인생도 흘러가니 조금은 슬프지 아니한가?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 데 있나 이어서 해당이 춘향가 중의 <갈까부다>를 사설과 함께 슬픈 가락으로 불렀다. 은곡이 심청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불렀다. 마지막으로 석영이 가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1> 보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저변에는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가장 가까운 예로 “식사하셨어요?”라며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것이 서로의 인사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씁쓸한 음식 문화 가운데 하나가 “음식을 남기면 죄를 짓는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우리나라에서 아득한 옛날부터 내려오던 말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1. 내가 죄인이 될 것인가?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 것인가?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밥이 내 식탁에 도달하려면 볍씨에서 출발하여 20명의 수고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20명의 수고와 시간 그리고 비용을 거쳐 내 앞에 도달한 밥을 먹기 싫다고 먹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 이렇게 내가 밥을 남기면 20명의 노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죄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여러 사람의 수고를 고맙게 생각하고 투정 부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겨레의 의식에 스며들어 있다. 필자도 한의대 다니기 전까지 이러한 정서적 바탕 속에서 먹는 것을 대하고 당연시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를 달리 해석하게 되는 사건을 겪었다. 앞서서 말한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비비춤 이리 들썩 저리 쿵덕! 비비 놈 차고 뛴다 삼지창 폭탄 지뢰도 아랑곳없이 날아드니 감사원 국정원인들 누가 있어 지켜줄꼬 돌쇠야 마당쇠야 숨었느냐 죽었느냐 들이치다 막아서고 우악시리 겁박하니 미치고 팔짝 뛰것다 제발 좀 진정해라 우리, 배운 사람답게 통성명이나 나눠보자 내 본은 전주 이가에 이름은 아무개라 훔친 성 절대 아니니 의심은 말더라고 <해설> 괴수 형상의 비비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당을 울린다. 보는 이들은 통쾌하여 손뼉 치고 환호한다. 미운 양반님 처단하니 어찌 환호와 박수가 없겠는가. 하늘이 보낸 저승사자처럼 구니 막아 낼 방도가 없다. 돌쇠고 마당쇠고 누가 있어 양반님 보호할까. 감사원에 국정원에 청와대 민원실에 하소연해 봐도 이번에는 소용없어 뵌다. ‘우악시리’란 말은 우악스럽다는 말을 경상도식 사투리로 표현한 것이다. 사투리처럼 보이지만 한자어 우악(愚惡)을 갖다 붙인 말이다. 무식하고 모질며 거친 데가 있다는 뜻을 가진 상당히 유식한 말이다. 경상도에서는 “그놈 참 우악시립다”라며 흔히 쓰던 생활어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잘 쓰지 않는다. 양반님은 아무래도 조곤조곤 말로 하는 것이 특기다. 비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실용주의적 사상가 문인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이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본관은 밀양이고 이색(李穡)ㆍ권근(權近)의 문인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네 살에 고시의 대구(對句)를 외우고 여섯 살에 글을 지었다. 생애 ∙1382년(우왕 8)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는 생원시에도 합격하였다. ∙1385년 문과에 급제, 전교주부(典校注簿) 겸 진덕박사(進德博士)가 되었다. ∙1392년 조선 건국과 더불어 천우위중령중랑장 겸 전의감승(典醫監丞)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의학교수관을 거쳤다. ∙1396년(태조 4)에는 교서감승(校書監丞)에 지제교(知製敎)를 겸하였다. 태종 초에는 성균관학정, 사제감소감 겸 예문관응교와 직제학을 역임하였다. ∙1407년(태종 7) 문과 중시에 을과 제1인으로 뽑혀 당상관에 오르고 예조우참의가 되었다. 이듬해 세자좌보덕(世子左輔德)이 되고, 그 뒤 예문관제학ㆍ춘추관동지사 겸 내섬시판사ㆍ경연동지사 등을 거쳐, ∙1415년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이 되었다. 이때 가뭄이 심해 상왕 태종이 크게 근심하자, 하늘에 제사하는 것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들의 하루를 돌아보면 먹고 자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지표이자 목표이며 특히 신생아시기부터 3살 무렵까지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아이들의 삶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보통 상식처럼 알고 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ꥶᅩ 아는 잘 잔다는 것이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보면 뜻밖에 힘들기도 하고 온전하게 취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잘 잔다는 것의 기준과 잘 자기 위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자. 1. 제때 자는 것이 바른 수면 시간이란 단어가 개입되었을 때 우리는 ‘제때’라는 말을 사용한다. 잠을 자는 제때란, 시계가 없다면 해가 진 후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해진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점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여름에는 늦게 자고, 겨울에는 일찍 자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수면 중에 휴식과 회복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수면시간을 다 충족시키기 위해 절대 필요 시간을 기준으로 자연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밤이 가장 짧은 여름을 기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