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비비 등장 얼씨구? 양반님들 왜 죄다 꽁무니냐 원양반은 혼비백산 초라니는 쥐구멍찾기 모양은 저래도 저기 암행어사 출두인가? 머리는 뿔 달린 괴수(怪獸) 몸은 사람 형상 얼룩덜룩한 걸 보니 표범 껍데기 쓴 듯한데 누구요? 어사 출두하였으면 마패를 보이시오 <해설> 제3과장에 들어오면 장면이 바뀌어 비비란 친구가 등장한다. 비비는 상상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다. 「말뚝이 가라사대」는 두 번 오페라로 공연되었다. 한 번은 2022년 1월 20일 진주에서, 두 번째는 2022년 7월 9일, 부산 ‘을숙도 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었는데, 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비비 등장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오광대놀이는 양반이 판을 깔아주기도 하는데, 그때 은근히 양반을 놀리고 징치하는 모양도 짐짓 모른 척 눈감아 주는 미덕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말뚝이와 비비가 아니겠는가. 물론 말뚝이는 은근슬쩍 말로 몸짓으로 꼬집고 하지만 비비는 직접 몸으로 부딪고 쫓아가고 윽박지르며 징치한다. 하긴 알량한 자존심으로 아랫것들 쥐어박고 갑질하고 난리 치니 이 양반을 징치할 누군가가 필요했것다. 그래서 등장하는 이가 비비인데, 머리에는 뿔이 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연진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이규석 원영환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2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29일 이날 코스는 아름다운 길로 널리 알려진 선재길이다. ‘선재(善財)길’은 월정사에서부터 오대천을 따라서 상원사에 이르는 9km의 산책로다. 선재길을 완주하려면 3~4 시간이 걸리지만, 표고 차이가 200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산책하듯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선재길은 월정사가 2004년부터 걷기 행사를 하면서 옛길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는데, 2013년 10월에 전 구간을 개통하였다. 예전에는 스님과 신도들이 현재의 자동차 길을 따라 월정사에서부터 상원사까지 걸어 다녔다고 한다. 선재길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선재동자(善財童子)라는 소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경은 불교의 팔만대장경 가운데 가장 방대하며 특이한 경전이다. 한자로 된 화엄경은 80권본을 기준으로 할 때 약 58만 자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경전은 부처님의 설법을 모은 것인데, 화엄경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수면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잠을 푹 자는 것이 기적에 가깝고 잠을 맘 편히 푹 자게 된 것은 인간의 역사로 보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면증을 호소하고 일찍 자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에게 인간의 유전자에는 해가 지면 자는 것에 관한 각인이 못해도 250만년(인류의 역사) 동안 이루어져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본래 각인된 수면시간과 동조되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잠을 자는 행위는 무방비로 세상에 나를 노출하는 행위이기에 맘 편히 쉽게 잘 수 없는 것이 정상이라는 모순된 말을 하게 된다. 오늘날처럼 사람들이 침대나 요 위에서 맘 편히 누워서 잘 수 있게 된 것은 후하게 잡아도 1만 년은 넘지 않으리라 추측된다. 눕는 행위는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불편해서 불안한 수면자세다. 자는 공간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무의식까지 뿌리내려야 푹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워서 푹 자는 자세는 신생아 때 엄마 아빠에게 학습되면서 이루어지지만,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누워서 자는 것은 불안하고 엎드려 웅크린 방어자세로 자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이는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와 그리 운이 없노 불쌍한 내 노생원님 뭣이라, 늙은 생원? 내 아직 청춘이다 하모요, 노새 부르다 말이 새어 그리됐소 청노새 밥 먹이고 청실홍실 고삐 엮어 한양이라 천리 길 추풍령을 넘어보자 붙는다 보장 없지만 가보자 가자스라 <해설> 결과야 뻔한 것이지만 나랏님이 방을 붙인 과거시험인데 어찌 불참이 있을 수 있을까. 오냐 좋다. 운이 없어 그리되었다고 쳐주자. 그까짓 것 인정해주자. 남들 듣기 좋은 말로 생원이라 하니 나도 생원이라 불러주겠네. 옆에서 보니 이제 벌써 노생원이 되었네. 그래서 노생원이라 했더니 벌컥 화를 낸다. 아직은 매화 동백 품을 정도의 청춘은 있다고. 하긴 제 잘난 맛에 사는데 그 또한 인정이다. 낙방이야 이미 예견되었으나 그래도 어쩔거나 한양 땅이라도 밟아봐야지.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과 동ㆍ서양의 마음 읽기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앞선 연재에서 하경복을 두고 세종이 대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이에 세종의 ‘마음’에 대한 생각에 이어 ‘마음’에 대한 동ㆍ서양의 논리를 살피고 가보자. 먼저 간단히 ‘세종의 마음’ 그 가운데 ‘의지’에 대한 마음 한 구절을 보고 이어가자. 용심력 : 함길도 경력(經歷, 도평의사사 소속인 경력사의 으뜸 벼슬) 이사철(李思哲)이 하직하니, 불러 보고 말하기를 ‘나의 족속(族屬)은 모두 학문을 모르므로, 네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깊이 아름답게 여겨 내가 오래도록 집현전(集賢殿)에 두고자 하였으나, 너는 시종(侍從)한 지가 오래되어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는 까닭에, 특별히 너를 보내어 그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니, 너는 가서 게을리하지 말라’ 하니, 사철이 아뢰기를, ‘소신이 본디부터 사물(事物)에 정통하지 못 하와 잘못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하고, 이어 활과 화살을 하사하였다. (《세종실록》 2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강시원지 체험관의 자료를 둘러보니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기 전 조선시대에는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 문제에 관해서 나는 작년(2021) 평창강 답사기를 작성할 때 다음과 같이 썼다. “한강의 유로연장(길이의 수문학적인 용어)을 계산하려면 가장 긴 쪽을 따라가야 한다. 북한강보다는 남한강이 길어서 한강의 발원지는 남한강 상류 어느 지점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오대산 우통수(于筒水)가 발원지라고 경험적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측지 기술이 발달하여 엄밀히 측정해보니 우통수 쪽보다는 태백의 검룡소 쪽이 32킬로미터 더 길다고 밝혀졌다. 국립지리원에서는 1987년에 공식적으로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라고 인정했다. 현재 공인된 한강의 유로연장은 514km이다. 옛날 자료를 인용하는 글에서는 한강의 길이를 482km라고 잘못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답사 뒤에 시인마뇽(우명길의 호)이 내게 전해 준 자료를 보니 한강의 길이를 514km로 인정한 것은 1987년이 처음이 아니고 1918년이다. 이형석 저 《한국의 강》(1997)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10년에 조선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헛기침을 반복하는 증상을 보이면 혹시 우리 아이가 틱장애가 아닌지 의심이 되면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틱장애(tic disorder)는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기에 주로 발병했다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틱장애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린이 틱장애가 많다. 틱장애의 주된 증상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나 음성기관이 움직이며 무의식적으로 반복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서 강도나 빈도가 변할 수 있다. 스스로 노력하면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절이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어린이 틱장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에 대법원은 틱장애를 앓는 뚜렛증후군 환자도 장애인복지법에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곧 틱은 증상이면서 장애다. 틱장애란 반복적으로 빠르게 근육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눈 깜빡임, 코 찡긋거림, 어깨 으쓱거림, 잔기침을 하는 등의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시작된다. 그러나 초기 증상을 틱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보나 마나 낙방거사 삼수 사수 몇 번짼가 추풍령 추풍낙엽 낙화암 지는 꽃잎 가을이 오기도 전에 우수수 낙엽진다 이놈아, 재수 없다 낙장에 낙마라니 과장(科場)에 들기도 전에 떨어질 낙(落) 자 웬 말이냐? 공부 못해 그리됐나 운이 없어 그리됐지. 낙방거사 자초지종을 어디 한번 말해볼까? 처음엔 뒤에 놈이 제발 제발 애원하여 보여주다 쫓겨났고, 두 번째는 큰 대(大)자에 떨어진 먹물, 개 견(犬) 자로 탈락했고, 세 번째는 분하고 억울하다 답안은 백 점인데 이름자 빠뜨려 낙방이라, 마지막 사연은 천기누설,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내 사주 대기만성이라 이번엔 문제없다 <해설> 우리 가여운 양반님 이번에도 낙방일까? 한양으로 모시고 갈 하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닌가. 기방동기들과 허구헌날 기생집이며 천렵이며 다니고 놀았는데, 과거는 무슨 놈의 과거인가. 어디 진사 생원은 양반님 찜 쪄 먹는 것이란 말인가. 올해가 몇 번째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올해도 보나 마나 낙방인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이 양반님 결코 과거의 낙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 변명이 가관이다. 평시조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삶과 생명에 대해 종교ㆍ철학ㆍ의학 등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많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과 유기물의 생명력이란 부분도 매우 추상적이고 깊이 파고 들어가면 실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의이기도 하다. 생명력이란 이렇게 정의하기 모호한 것인데, 어떤 음식이 어떻게 생명력을 강하게 하고 훼손하는지를 증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생명력에 대하여 광의로는 우주를 탄생시키고 유지하는 힘, 협의로는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왕성한 생명활동의 근원적 힘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 곧 지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생명력이고 그 힘이 어디에 많이 있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생명력에 대한 증명은 어렵지만, 지구가 탄생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집중된 사물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므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생명체의 존재를 뜻하는 물 일반적으로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거나 생명체의 존재를 유추할 때 먼저 물이 있는가를 찾아본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물이 없으면 생명이 없다고 판단하고 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쭈구리, 되잖은 소리 지밀나인 족보더냐 이 양반 근본 볼라치면 배다른 에미 여섯이요, 처첩 합이 열둘에다 낳은 자식은 잘 모르것고, 뱃일꾼이 스물에다 말 일꾼이 서른이니, 어떠냐? 근본타령 제쳐두고 과거행장 차리어라 <해설> 하긴, 말뚝이 근본, 양반 근본, 알고 보면 큰 차이도 없느니라. 특별한 근본이 어디 있던가? “지밀나인 족보”라니. 지밀(至密)나인이란 예전 궁중에서 임금과 왕비를 모시던 나인을 일컫는 말인데, 저잣거리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 지체 높은 양반은 또 아니기에 근본 말하기엔 무척이나 어정쩡하다. 하지만 지밀은 경우에 따라서는 갑자기 천당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밀은 임금과 왕비의 신변보호와 잠자리, 음식, 의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중과 내전의 물품 관리를 담당하기에 궁녀 가운데 으뜸 자리에 있다. 임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만약, 아주 만약에 임금과 하룻밤을 잘 기회가 생기면, 그날로 바로 후궁이 되니 이건 사다리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말뚝이 니놈 근본이 어려우면 나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 그러니 내 가진 것 보고 판단하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