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지구상에서 성씨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일본지도백과≫에 따르면 미국 150만 개, 일본 27만 개, 중국 500개, 한국 250개로 미국이 1위이고 이어서 일본은 2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본의 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 실제 일본인의 성씨가 몇 개인지는 확실치 않다. 일본 성씨연구가 모리오카(森岡浩)씨의 말을 빌리자면,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국가가 성씨 조사를 하고 있지 않아 추정치만 존재할 뿐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10여만 개에서 30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그 차이가 엄청나다. 이렇게 성씨가 많은 까닭의 하나는 다나카 씨의 경우 田中, 田仲, 太中, 多名賀, 他中, 多仲...와 같이 여러 가지 한자를 쓰는데 있다. 이 경우 소리는 다나카지만 이를 각각 하나의 성씨로 셈하면 다나카 하나 만으로도 몇 개의 성씨가 생겨난다. 재미난 현상이다. ▲ 일본의 개똥, 코털, 화장실 같은 재미난 성씨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일본 성씨의 기원은 헤이안 시대(794-1185) 말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는 일부 귀족층에 한해서만 성씨를 쓸 수 있었을 뿐으로 오늘날과 같이 서민층까지 성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진보쵸 역 내려 와이엠시에이 가던 날 빌딩 숲 도로변 팬지꽃 반겼지 한국말 유창한 다즈케 교장 선생님 나그네 반기며 손잡고 안내한 10층 자료실 누런 낡은 신문지 속 2.8독립운동에 빛나던 영광의 얼굴 최팔용, 김도연, 백관수... 스물일곱명 내란음모죄로 잡혀가던 조선 청년들 팔 벌려 보듬어 준 사람 후세다츠지 마수 땅 와이엠시에이 하느님 보호하사 조선독립만세 열여덟 먹던 해 미야자키 농촌에서 청운의 변호사 꿈꾸며 후세 변호사 말했다지 높은 관직 보다 바른 일하며 살고 싶다고 군국주의 더러운 진흙 속에 핀 청아한 꽃 한 송이 후세 변호사 길이길이 그 이름 기억할지니 기억할지니. ▲ 1931년 무렵 후세다츠지 변호사 “부산발 경성행 열차 안에서 일본인들이 무조건 조선인을 하대(下待)하는 것을 보았다. 기차가 지나가는 역 주변에 있는 근사한 조선가옥은 정말 조선인들을 위한 가옥일까? 경성에 2,3층으로 양옥집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과연 그것들이 조선인의 삶과 관계가 있을까?” 1923년 8월 3일자 동아일보 <신인의 조선인상(新人의 朝鮮印象)>에서 일본인 변호사 후세다츠지(布施辰治;1890-1953)는 그렇게 조선의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도쿄 오오츠카역(大塚驛)에서 와세다대학까지는 동경 순환선인 JR야마노테선(山手線)을 타면 그만이지만 이 역에는 이 전철 말고도 1량짜리인 이른바 땡땡 전차가 서는 곳이라 나는 학교에 가는 날이면 이 전철을 타고 다녔다. 옛날에 경성시내를 달리던 전차 같은 분위기의 이 전차는 달랑 1량짜리로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리는 전차로 정식이름은 토덴아라카와센(都電荒川線)이지만 동경 사람들은 이를 땡땡 전차(일본말로는 친친덴샤 ちんちん電車)라고 불렀다. 철로 곁이 바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 행여 철로로 뛰어드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운전사가 땡땡(친친)하고 벨을 울려 붙은 이름이다. 서울에서 전차가 모두 사라지고 지하철과 전철이 들어섰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특이하게 일본에는 이런 땡땡 전차(노면전차, 路面電車)가 전국적으로 그 시대의 낭만을 지우기 아쉬운 듯 여전히 달리며 사랑받고 있다. ▲ 동경의 명물 땡땡전차는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린다. 홋카이도나 가마쿠라 그리고 교토의 광륭사 등에서도 1량짜리 전차를 만날 수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옛 정서를 자아내는 추억의 낭만 전차 일 수 있겠지만 도쿄의 땡땡 전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사람들은 벤토(도시락)를 즐겨 먹는다. 편의점에 가면 손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비닐그릇에 다양한 내용물을 담아 파는가 하면 철도역마다 에키벤(驛弁)이라고 해서 각 지방의 특산물로 요리한 도시락이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가하면 가정집에서도 초밥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다. 이때의 도시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도시락이 아니라 보통 찬합이라 부르는 큰 그릇에 담긴 것으로 손님이 왔을 때도 이것을 시켜준다. 한국에서는 도시락이라고 하면 야외나들이 갈 때 김밥 따위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쯤으로 여기지만 일본의 도시락은 그것 보다는 훨씬 다른 차원의 음식으로 이를 벤토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다. ▲ 편의점 등에서 파는 벤토(왼쪽) 부인이 애교스럽게 싼 벤토 벤토(弁當)라는 말은 중국 남송시대(南宋時代)의 변당(便當)에서 유래한 말로 예전에는 한자를 변도(便道), 변도(辨道)라고도 썼다. 이러한 벤토는 풍신수길시대인 안도모모야마시대(安土桃山時代, 1573-1603)에는 오늘날과 같은 칠기(漆器) 도시락이 선보였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쓰기보다는 꽃놀이(花見)이나 차모임(茶會) 같은 때 귀족들이 주로 썼다. 그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삿포로라고 하면 우동을 떠 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삿포로 맥주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춥고 황량한 땅 북해도(홋카이도) 삿포로에 맥주회사가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38년 전인 1876년(명치 9년)의 일이다. 당시 북해도 개척사들이 삿포로에 개척사맥주양조소를 설립하여 이듬해부터 냉제삿포로맥주(冷製札幌ビル)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 맥주박물관 전경(예전 삿포로맥주 공장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굴뚝과 붉은 벽돌의 삿포로맥주공장은 지금 맥주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연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눈이 한길이나 쌓인 1월 초순 맥주 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친절한 직원들이 단체 관광객들을 팀 별로 데리고 다니면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마지막 코스에서는 맥주 1컵씩을 기호대로 골라 마시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1876년 삿포로 맥주는 맥주공장을 가동한 이래 10년 만에 삿포로맥주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제조와 판매를 시작하게 되며 1906년에는 일본맥주양조인 에비스맥주와 오사카맥주인 아사히맥주가 합병하여 대일본맥주주식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 무렵 시즈오카현, 나가노현, 니이가타현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한국에도 설음식이 있듯이 일본에도 일본 고유의 설음식이 있다.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난 한주 동안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는 설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어제 1월 7일은 그동안 설음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편안하게 하는 나나쿠사가유(七草粥)라는 채소죽을 먹음으로써 설날 음식을 통한 새해의식을 다졌다. 설로부터 이레째가 되면 얼추 설치레는 끝나는 셈이다. 일본의 설음식인 오세치요리(お節料理)는 대부분 인연을 짓는 음식(緣起)이라고 해서 장수, 부자, 자손번영 같은 것을 의미하는 재료를 쓴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고 쓰며, 검은콩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 밤조림은 황금색이 의미하듯 부자를, 청어알은 자손 번성을 뜻하는 식으로 재료 하나하나에 뜻 깊은 의미를 새기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 화려한 일본 설음식 오세치요리(お節料理) 요즈음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집 보다 편리하게 큰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주문해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값도 다양하여 3~4인분을 기준으로 싼 것은 20,000엔부터 비싼 것은 198,000엔짜리까지 그 내용물에 따라 천양지차다. 십여 년 전 일본친구 집에서 설날을 맞은 적이 있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신사의 나라 일본에는 몇 개의 신사가 있는 것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대략 8만개가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언뜻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서울에 한집 건너 교회가 있는 것만큼 많은 숫자다. 지상에도 모자라 바다 속에도 신사를 만들었는데 바로 해저신사(海底神社)다. 치바현 타테야마(千葉 館山) 앞바다에는 해난사고를 막기 위해 지역 유지가 돈을 내 1997년 7월 완성한 신사가 있다. 해마다 연말에는 이곳 도리이(鳥居, 신성한 구역임을 나타내는 문)에 시메카자리(しめ飾り, 정초에 신사나 집 대문에 다는 금줄에 해당하는 장식)를 바꿔 다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시메카자리 교체 모습을 요미우리 방송에서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그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일본인들이 신사를 사랑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신사는 일본인의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무엇임을 새삼 느껴본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강보에 쌓아 신사 참배를 하고 3살, 5살, 7살에도 시치고상이라하여 신사 참배를 한다. 이 풍습은 어느 집이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치루며 집집마다 사진을 찍어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인생의 최고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계사년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슬슬 한국인들은 갑오년 말띠해 해맞이를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의 새해 모습은 어떤가? 일본은 우리와 달리 해마다 정초에 신사참배를 하는 풍습이 있다. 유명한 신사나 절에 가서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이날 비는 기도제목은 학업성취, 사업번성, 교통안전, 개운초복(開運招福) 같은 것으로 이 정도면 인간 생활의 축복은 거의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을 빌기 위해 정초에 신사나 절을 찾아 가는데 이러한 것을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물론 일본인의 신사참배는 거의 일 년 365일 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정초에 가는 것을 처음이라는 뜻의 하츠(初)를 붙여 하츠모우데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정초기도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다. ▲ 하츠모우데 하러 신사에 모인 일본인들 도쿄 명치신궁(위)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 설날을 음력으로 쇠는 한국인들에게 양력설은 기껏해야 동해안 일출을 보러 가거나 12월 31일 날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러 종로에 나가는 것이 고작이지만 양력설을 쇠는 일본인들에게 정초는 설날이자 신사참배를 하는 중요한 명절이다.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일본 사람들이 생선을 좋아하는 것은 섬나라라는 지리적인 까닭도 작용하겠지만 하고 많은 물고기 가운데 유달리 대접을 받는 생선이 있는데 다름 아닌 도미가 그 녀석이다. 일본말로 도미는 타이라고 하는데 이 생선이 특급 대우를 받는 것은 순전히 그 이름 때문이다. 이름이 어쨋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겠지만 그 까닭을 설명하려면 일본말로 고맙다 또는 축하한다라는 말을 알아야 이해가 갈 것이다. 아리가타이(고맙다), 메데타이(축하한다)에 타이라는 발음이 들어가는 바람에 타이(도미) 란 녀석은 별 노력 없이 귀한 생선 취급을 받으니 되게 운도 좋은 녀석이다. 도미라는 생선은 칠복신(七福神) 신앙에서 상업번성을 관장하는 에비스신(惠比壽神)의 낚시 줄을 타고 있는가 하면 신도(神道)에서도 귀한 몸이다.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에서도 도미는 빼놓을 수 없는 물고기다. 그것뿐인가! 각종 선거에서 입후보자가 당선되면 생중계 텔레비전 보도에서 종종 퍼덕거리고 있는 큼지막한 도미를 당선자가 높이 치켜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래서 도미는 일본인들에게 거의 신앙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식용으로도 일찌감치 사랑받아서인지 유적지에서 도미 뼈가 발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이제 곧 계사년 뱀띠 해는 가고 갑오년 말띠 해가 온다. 저물어가는 길목의 일본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 12월 초라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길거리나 슈퍼에 가보면 슬슬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후쿠오카 도심 빌딩에도 망년회(忘年會)니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과 선간판이 내걸리는 것을 보니 올 한 해도 다 갔구나 싶다. 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이 지나 밤 9시 무렵 상점가 술집 앞에는 망년회를 마친 것인지 십여 명씩 방금 술집에서 나온 홍조 띈 얼굴의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 술집마다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어디에나 사람 사는 곳에는 비슷한 정경이지만 특히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문화이다. 지난 주말 후쿠오카에서 2시간 여 거리인 오이타(大分)에 갔을 때 들린 슈퍼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먼저 슈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메카자리(注連飾り)다. 시메카자리는 보통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집 대문에 달며 다가올 한해의 액운을 막고 새해 복을 비는 뜻을 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