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짐승 얼굴 무늬 풍로(귀면 청동로)’라고도 불리는 국보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가 있습니다. 높이 13.0cm, 입지름 14.5cm 크기의 청동로 겉모습은 파손 없이 거의 완전한 상태이지만, 표면 전체에 청동의 푸른 녹이 덮여있고 솥 안쪽에 불덩이를 받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 받침판이 없어졌지요. 솥 모양의 동체를 다리가 받치고 있으며, 몸통 윗부분에는 돋을새김으로 도철문(종교의식에 사용한 청동그릇과 기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얼굴 모습을 한 무늬)이 표현돼 있습니다. 또 몸통 아랫부분에는 귀신 모양을 상상한 통풍구를 만들어 뚫었습니다. 아가리는 3개의 삼각형 모양이 솟아 있고, 몸체 옆면에는 각각 2개의 고리가 붙어 있으나 손잡이 장식은 남아 있지 않지요. 아랫부분은 잘록한 모양이고 그 아래에 짐승 얼굴을 조각한 3개의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향로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몸체 아래 통풍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풍로(화로의 하나) 또는 다로(차를 달이는 데 쓰는 화로)였던 것으로 짐작하기도 합니다. 전체의 형태, 몸체의 무늬, 고리의 부착 위치나 방법, 몸체 내부의 처리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무형유산 ‘밀양백중놀이’ 박동영(1952년생) 보유자가 병환으로 2월 27일(목) 세상을 떴다. 1952년 3월 25일생인 고 박동영) 보유자의 빈소는 밀양시민장례식장 2호실(055-354-0444)이고, 발인은 3월 1일(토) 아침 9시며, 장지는 밀양화장장(경남 밀양)이다. 유족으로는 김진옥(배우자), 박세미ㆍ박꽃슬(딸)이 있다. ※ 국가무형유산 밀양백중놀이(1980. 11. 17. 지정) ‘밀양백중놀이’는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을 앞뒤로 한 우리 세시풍속의 하나로, 바쁜 농사일을 끝낸 농민들이 날을 하루 정하여 호미를 씻어 두고 흥겹게 노는 놀이를 말한다. 토속적이면서도 높은 예술성을 지닌 밀양백중놀이는 1970년 밀양아랑제에 참가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1980년 11월 17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보유자 고 박동영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고, 1979년에 밀양민속보존회에 가입하면서 밀양백중놀이 활동을 시작했다. 고 하보경(1909∼1997), 고( 김타업(1913∼1990), 고 김상용(1916∼2004) 보유자에게 오북춤 등을 비롯하여 쇠가락, 장고가락을 전수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성(韓國性)의 원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기와를 주제로 평생 작업을 하고 있는 기와 사진가 원춘호. 와공이었던 부친의 숨결을 이어받아 긴 호흡으로 기와를 담고 있다. 서울의 5대 궁궐을 비롯해 사찰, 서원 등 기와가 있는 곳이면 전국을 다니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모던함으로 해석한 '천년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검은 꽃, 이고 지고'는 기와의 해체와 수리 복원을 비롯하여 기와가 있는 소소한 풍경 등을 아카이브적인 시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숭례문 복원시 기와 장인인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이근복 번와장(翻瓦匠)과 인연을 맺고 문화재 작업을 함께 해 오고 있다. 숭례문, 경복궁 계조당, 향원정, 진남관, 종묘, 경운궁 아재당 등등... 어쩌면 일·이백 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들이 원춘호의 손을 통해 역사의 기록들로 후세에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원춘호작가는 한국인의 오랜 생활문화에 살아있는 기와의 생로병사, 그 숨결을 기억하고 기념해주는 우리나라 유일의 예술가이다" 라고 말했다. 기와와 대나무 등 한국적인 소재에 천착하고 있는 원춘호는 그동안 &l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매주 수요일 야간개장 시간(18:00~21:00)에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운영한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큐레이터의 상세한 전시품 해설과 함께 전시품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3월에는 새 단장을 마치고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선사고대관(2.14.)을 비롯한 다양한 상설전 전시품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먼저, 지난 2월 재개관한 선사고대관은 인류의 등장부터 고대 국가의 출현에 이르는 긴 역사를 삶의 흔적이라는 주제 아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발굴 자료 공개와 고도화된 연출 기법은 관람객의 전시품 이해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이에 3월 첫째 주에는 <청동기시대 지배자의 출현>과 <고구려를 바라보는 창, 무덤벽화>를, 셋째 주에는 <고구려 사람들의 집>을, 넷째 주에는 <선사인의 도구-돌도끼 이야기>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큐레이터의 친절한 전시 설명을 통해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역사의 길에 자리한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와 경천사 십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장용준, 이하 박물관)이 관람객 1,200만 명을 돌파했다. 박물관은 1984년 11월 2일 개관하여 지난 2014년에 관람객 900만 명을 돌파했고, 개관 이후 40년 만인 2024년 말에 전체 관람객 1,200만 명을 넘어섰다. 진주성 안에 있어 유료입장(진주성 입장료 성인 2,000원, 2025년 기준)인 점을 생각할 때 더욱 뜻깊은 수치다. 더불어 3D입체영상관의 관람객도 2월 현재 109만 명을 넘어섰으며, 연평균 5만여 명이 관람한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3D입체영상관은 국내 유일의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으로 전쟁의 역사와 의의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2003년부터 운영한 공간이다. 현재 <진주대첩>과 <의열의 상징, 제2차 진주성 전투> 두 편을 번갈아서 상영 중이다. 입체영화 <진주대첩>은 진주대첩 승전 431돌을 맞아 2023년부터 공개해 왔다. 2003년작 <진주대첩>을 새롭게 제작한 것으로 발전된 그래픽 기술과 새로운 해석, 시나리오로 전투의 박진감과 사실성, 비장미를 높였다. 2011년부터 2021년에는 <명량대첩>을 상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 몸에 지니는 스마트 기기는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들 대부분 들고 다니는 슬기말틀(스마트폰)부터 노트북, 이어폰 등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다양한 곤말틀(모바일) 기기를 서너 개 정도는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스마트 기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잃어버려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설정 기능만 알면 잃어버린 스마트 기기를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기능들에 대해 살펴본다. 이제 슬기말틀이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전화나 문자, 인터넷 검색은 물론, 교통카드 결제, 인터넷 뱅킹, 건강 관리, 여행 등 우리의 일상은 슬기말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또한, 스마트워치나 이어폰과 같은 연동 기기들도 슬기말틀이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슬기말틀은 무심결에 버스나 택시에 두고 내리거나 집 밖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이다. 문제는 슬기말틀에 담긴 방대한 정보다. 잃어버렸을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겨 불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악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금융사고와 같은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은 원격으로 해당 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단법인 빛소리친구들(이하 빛소리친구들)이 오는 3월 8일부터 9일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제6회 포워드 모션 댄스 페스티벌(Forward Motion Dance Festival, FM6)’에 공식 초청받아 공연과 워크숍을 진행한다. 포워드 모션 댄스 페스티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신체 통합 무용(Physically Integrated Dance)의 예술성과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는 대표적인 국제 무용 축제로, 전 세계 무용가와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포워드 모션 댄스 페스티벌은 예술감독인 카렌 피터선의 주도와 1990년 비영리 예술 단체로 설립된 Karen Peterson and Dancers(KPD)의 주최로 운영된다. 빛소리친구들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유선식 안무가의 현대무용 작품 ‘움직이는 산(The Moving Mountain)’을 선보이며,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움직임과 협업을 통해 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또한, 3월 9일에는 빛소리친구들이 진행하는 워크숍이 열린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동작 습득을 넘어, 움직임의 확장성을 탐색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신체 표현을 개발하는 경험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서울 연극의 축제 ‘2025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가 3월 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월 27일까지 53일 동안 서울 전역에서 펼쳐진다. 대한민국연극제는 국내 가장 큰 권위의 연극제다. 1983년 지방 연극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전국지방연극제’로 열린 뒤 1988년 ‘전국연극제’로 바뀌어 서울을 뺀 전국 15개 지역에서 경연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6년부터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서울도 참가하고 있다. 서울대회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할 서울 대표를 선발하는 경연대회다. 2025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집행위원장 박정의/예술감독 김도형)는 예년에 견줘 풍성하게 진행된다. 대학로를 벗어나 올해는 13개 공연단체가 서울의 13개 자치구 공연장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자치구를 대표하는 공연이 해당 자치구 공연장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작품도 다채롭다. 창작 초연부터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고전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대회보다도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번 연극제는 서울 각 자치구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공연단체가 속한 자치구의 공연장에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무대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땅 위에 몸 붙여 사는 사람 가운데 열에 여섯은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간다고 한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 겨레도 쌀을 으뜸 먹거리로 삼아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토박이말에는 ‘벼’와 ‘쌀’에 따른 낱말이 놀랍도록 푸짐하다. 우선 내년 농사에 씨앗으로 쓰려고 챙겨 두는 ‘씻나락’에서 시작해 보자. 나락을 털어서 가장 알찬 것들만 골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듬해 봄까지 건드리지 않도록 깊숙이 감추어 두는 것이 ‘씻나락’이다. 그러나 귀신까지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배고픈 귀신이 씻나락을 찾아 까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혼자 군소리라도 하는 것일까? 알아들을 수도 없고 쓸데도 없는 소리를 이른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한다.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무논에 모판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씻나락을 꺼내서 물 채운 항아리에 담근다. 물에 담가 싹이 잘 나도록 돕는 것인데, 물에 들어가는 그때부터 씻나락은 ‘볍씨’로 이름이 바뀐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볍씨는 씨눈 쪽에 껍질을 뚫고 움이 트고 싹이 나서 모판에 내다 뿌려야 한다. 모판에 떨어진 볍씨는 곧장 위로 싹을 밀어올리고 아래로 뿌리를 내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장자의 응제왕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해엔 제왕 숙(儵)이, 북해엔 제왕 홀(忽)이 있고 중앙에는 제왕 혼돈(混沌)이 있었다. 숙과 홀은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이때마다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이 베푼 은혜에 보답할 방법을 의론하였다. '모든 사람은 일곱 개의 구멍을 갖고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만 구멍이 없으니, 그에게 구멍을 뚫어주자.' 그래서 하루에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는데 혼돈은 이레 만에 죽고 말았다." 우린 단순히 혼돈에 구멍이 뚫린 것, 그래서 자연스러움을 잃고 죽음에 이른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장자가 늘 하는 말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이고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니 같은 맥락에서 그리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글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숙은 남쪽에 살고 홀은 북쪽에 삽니다. 그리고 때때로 중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지요.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는 것은 대립구조 속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로 보면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사용자와 근로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많은 부분에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도 양보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