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동석이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교수로 부임, 미국 및 전 세계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강의해 왔다고 이야기하였다. 특히 UCLA 민족음악대학에는 한국음악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아랍, 미국의 재즈, 멕시코, 서아프리카, 유럽 발칸음악, 쿠바 흑인음악, 인도네시아 음악 등등 10개 학과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일본음악학과는 수강생 미달로 폐과가 되었으나 한국음악학과는 매 학기 250명~300명의 많은 학생이 붐비고 있어 아미(army)군단이라는 별명도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렇게 활발하던 UCLA 한국음악과가 운영상 위기가 닥친 것이다. 2004년도에 들어서면서 주정부의 대학 예산이 삭감되었고, 그 여파로 <한국 음악과>는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폐과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UCLA는 주립 대학이지만, 모든 대학이 그렇듯이 주 예산안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운영자금은 대부분이 기부금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기부금을 많이 확보해 오는 총장은 능력이 인정되어 그 직위를 오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네 민속품 가운데는 쌀을 이는 도구로서 조릿대를 가늘게 쪼개서 엮어 만든 ‘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설날 새벽에 사서 벽에 걸어두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복조리’라 합니다. 복조리는 있던 것을 쓰지 않고 복조리 장수에게 산 것을 걸었는데 일찍 살수록 길하다고 여겼지요. 따라서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골목을 돌아다니고, 주부들은 다투어 복조리를 사는 진풍경을 이루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복조리 장수가 집집마다 다니며 복조리 1개씩을 집안에 던지고 갔다가 설날 낮에 복조리 값을 받으러 오는 지방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조리를 살 때는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겨 복조리 값은 당연히 깎지도 물리지도 않았지요. 설날에 한 해 동안 쓸 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놓고 하나씩 쓰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복조리에는 실이나 성냥ㆍ엿 등을 담아두기도 했지요. 또 복조리로 쌀을 일 때는 복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으로 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었습니니다. 그런데 남정네들은 복조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을 공공장소에서 거부하는 일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고객이 훈련 중인 안내견을 데리고 대형마트에 들어가려다가 거부당하는 사건이 생겨 누리꾼들로부터 불매운동까지 당할뻔했던 일을 계기로 해당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내걸고 사건은 일단락된 느낌이다. 이후 안내견 거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편, ‘안내견 입장 거부’는 일본에서 지금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안내견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옮을까 걱정하는 일부 시민들과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안내견 기피를 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막 유행하여 공포감을 키우고 있을 무렵인 2020년, 5~6월에 걸쳐서 공익 재단법인 일본맹도견협회에서는 안내견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평소 안내견을 데리고 이용하던 단골 편의점에서조차 안내견 입장을 거부당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편의점 측에서는 안내견을 편의점 밖에 묶어 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 단골손님은 안내견을 편의점 밖에 묶어 놓고 다른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물건을 사야 했다. 편의점 측에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Don Kim이 한국어 공중파 방송인 <라디오 코리아>와 <라디오 서울>에서 30여 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함으로 한인 교포들이 우리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가 UCLA 교수가 되어 미국의 주류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강의해 온 이야기를 시작한다. UCLA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있는 대학이라는 말로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첫 글자만을 딴 이름이다. UCLA의 음악대학은 세 종류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악기나 성악, 작곡, 지휘과를 전공하는 음악대학(Music Department)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각지의 민족들이 지닌 음악을 연구하는 민족음악대학 (Ethnomusicology Department)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음악의 학문화를 연구하는 음악학(Musicology Department)분야다. 특히, 민족음악대학은 1960년대 중반에 Dr. Hood(인도네시아음악 전공)에 의해 창설되었다고 하는데, 이 안에는 한국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이다. 선비들은 동지 때부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곧 매화 아홉 송이를 아홉 줄 모두 81송이를 그려나가는데 이게 모두 마치면 그린 드디어 기다렸던 봄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입춘인 것이다. 이제 입춘의 세시풍속 그 모든 것을 톺아보기로 한다. 입춘(立春)의 의미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음력 정월(正月) 절기(節氣)로 해가 황경(黃經) 315도에 있을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 무렵이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입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중후(中候)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말후(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보리 연자 갔다가 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여 일본 문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새해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받았다. 얼마 전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박팔양(朴八陽, 1905~1988) 시인의 시집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박팔양 시선집 두 권을 구해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례(?)로 보내온 듯 하다. ‘코로나19’로 집콕 시대를 살다 보니 우편물, 그 가운데서도 국제 소포를 받고 보면 왠지 가슴이 설렌다. 더군다나 그 속에 종합 선물과자처럼 다양한 선물들이 가득하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그 기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열다가 발견한 엽서 크기의 그림책(포스트카드북)이 눈에 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國芳, 1798~1861)의 고양이 그림으로 한 장씩 떼어내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고양이다. 그 고양이 그림의 달인이라고 하면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엽서 그림책 속의 다양한 고양이 모습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1980년대 초, LA지역에서는 처음 유선방송을 통해 국악방송을 시작했는데, 이때 김동석은 매일 30분 정도 국악을 소개하였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1980년대 말, <라디오 코리아>란 이름의 한국어 공중파 방송에서 “김동석의 우리가락 좋을시고”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도 방송관련 이야기를 계속한다. 당시 그의 국악방송은 이민생활로 힘들어진 가족이나 이웃 서로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시간이었다고 전해진다. 국악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교포들은 국악 대부분이 마치 불교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서일까 특히 기독교인들은 의식적으로 국악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그의 황당한 경험담 하나를 소개한다. “70년대 초, <8.15 경축음악제>를 마침 모 교회 본당에서 열게 되었어요. 경건한 분위기를 위해 첫 곡으로 영산회상 중에서 <염불>과 <타령>이라는 곡을 연주한다고 순서지에 넣었는데, 교회의 목사라는 분이 펄펄 뛰는 거예요. 이 음악들은 불교음악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연주할 수 없다고 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이날은 한해에 일어날 나쁜 액운을 막고 행운과 행복을 비는 날로 절분은 일본의 오래된 민속행사의 하나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3일 지내오던 절분이 올해는 2월 2일이다. 왜일까? 그것은 4년에 1번 찾아오는 윤년(閏年)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1984년까지는 2월 4일이 절분이었고, 1985년부터 2020년까지는 2월 3일이 절분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2월 2일이 절분이다. 절분이 되면 집 가까운 신사(神社)나 절에 가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를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 (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귀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 이야기는 김동석이 오래전부터 미국의 교사들을 위한 한국문화 강좌(Korean History and Culture Seminar for American Educator) 시리즈를 계속해 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LA 교육국에서 한국음악을 교육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지역에서 처음으로 국악방송을 시작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김동석이 UCLA으로 유학을 떠난 해는 1971년도이니 올해로 꼭 50주년이 된다. 그때를 회고하는 그의 말이다. “당시 이곳의 한인 인구는 1만 명도 안 되었지요. 지금처럼 번듯한 한국식품점도 없어서 거의 모두가 미국인이나 일본인 마켓을 이용하고 있었고, 한인교회도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각각 하나씩 있었을 뿐이었으며 당시 한국어 방송을 들을 기회는 없었어요. 다만 <한국일보> 미주 지사가 유일하게 교포들에게 고국의 소식과 한인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미디어였으니까요. 그 뒤, 이민 조건이 완화되어 한국으로부터 많은 이민자가 오게 되면서 코리아타운이 기존의 크렌셔 지역에서 지금의 올림픽가로 조금씩 이동하게 되었지요. 올림픽 거리에 한국식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수현 씨가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의로운 목숨을 잃은 지도 26일로 어언 20주기다. 2001년 1월 26 저녁 7시 15분께,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이수현 씨는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나도 도쿄에 있었다. 그리고 이수현 씨가 신오쿠보역을 이용했듯이 나 역시 그 역을 날마다 이용했었다. 그의 죽음 이후 나는 신오쿠보역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꽃다운 청춘을 이국땅에서 바친 그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 무렵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는 지인들은 모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 플랫폼에 서서 이수현 씨를 생각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슬픔은 오랫동안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던 우리 한국인들 가슴에 푸른 멍으로 남아 있었다. 이수현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우리의 가슴이 이다지 아픈데 유가족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수현 씨가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지 20주기, 그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이수현 씨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