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굿거리

자기 발등 찍은 최초 지휘자 륄리와 눈 감고 지휘한 카라얀

개성이 강한 세계적 지휘자들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오케스트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카라얀, 번스타인 등 오케스트라 지휘자 한 두 명의 이름은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데 똑 같은 곡이라도 어느 지휘자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느껴보셨습니까? 물론 음악 애호가들이야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고 하시겠지만, 보통 사람은 특별히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수동적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김남윤 클래식 투어 3기 네 번째 강의에서 김남윤 W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이러한 다양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모습들에 대해 얘기해주고, 또 그들이 지휘하는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이야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최초의 전업 지휘자는 17세기의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 ~ 1687)랍니다. 륄리 이전에는 보통 그 곡을 직접 쓴 작곡가가 지휘도 했다는군요. 륄리는 정확한 템포와 리듬을 맞추기 위해서 긴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두드리면서 지휘를 했답니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더니, 륄리도 믿는 지팡이에 발등을 찍혔네요. 물론 속담처럼 남한테 배신당했다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지팡이에 발등을 찍혔단 말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륄리는 루이 14세의 쾌유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열정적으로 지팡이로 바닥을 찍다가 그만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얼마나 세게 찍었는지 찍힌 상처가 도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군요. 김 감독님은 이를 륄리가 산재사고를 당했다고 하네요. ㅋㅋ ! ! 사람이 죽었는데 웃음기호를 써선 안 되겠군요. 

김 감독이 보여준 지휘자들의 모습 중 몇 명에 대해서 제 눈길을 끈 부분만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김 감독은 먼저 이탈리아 지휘자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에 대해 얘기합니다. 토스카니니는 정연하고 정확한 리듬과 불순한 감정의 움직임이 추가되지 않은 정해진 박자에 맞추어 지휘하였답니다. 그렇다면 원곡에 충실하였다는 얘기 같은데, 토스카니니 말도 그러네요. 나는 악보 그대로를 소리로 옮기려고 노력한다.”  

 

   
▲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책 《세기의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

그래서인지 토스카니니는 지휘할 때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뭔가 고지식하고 사람이 재미가 없을 것 같지요? ! 토스카니니는 단원들을 혹독하게 연습시켰다는데, 연습할 때 단원이 마음에 안 들면 욕하고 심지어는 나가라고 했다는군요. 그래도 설마 실제 연주회에서는 그렇게는 안 했겠지요?^^ 토스카니니는 이런 꼬장꼬장한 성격 때문에 라 스칼라와 등지고 미국으로 날아갔고, 미국에서도 뉴욕 메트로폴리탄을 떠나야 했답니다. 그러나 워낙 거장이라 87세까지도 현역 지휘자로 활약을 하였네요. 

음악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오스트리아 지휘자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은 영상 시대에는 단순히 음악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오케스트라 연주 실황 영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지휘자랍니다. 다른 지휘자들은 촬영은 촬영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휘에만 전념할 때에, 카라얀은 각 카메라의 위치며 연주 도중 언제 어느 카메라가 어느 부분을 찍을 것인지 등을 일일이 챙겼다고 합니다. 하하! 카라얀은 촬영감독까지 하였군요 

 

   
▲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카라얀의 음반 표지, 카라얀은 눈을 감고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카라얀은 디지털 녹음에도 제일 먼저 뛰어들었답니다. 시디(CD) 연주시간이 74분이 된 것은 카라얀 때문이라는데,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시디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 74분이라, 카라얀이 이를 주장했다나요.  

그리고 카라얀은 지휘할 때 눈 감고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사전에 완벽한 연습이 필요하고 또한 카라얀과 단원들 사이에 교감이 잘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객석의 청중들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카라얀이 눈을 감고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에도 매료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거 보면 카라얀은 사업가적 기질(비지니스 마인드)도 있고, 쇼맨십도 있었다고 하겠네요. 김 감독은 금난새 지휘자가 이런 카라얀의 사업가 기질을 닮았다고 하는군요. 

미국의 지휘자로는 뉴욕 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오랫동안 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번스타인은 처음에는 유럽에서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합니다. “원래 미국이란 나라가 유럽에서 별 볼 일 없던 놈들이 건너가 세운 나라 아니냐? 문화, 예술적 전통도 얼마 안 되는 나라의 놈들이 음악을 잘 한다고 해야 얼마나 잘 하겠느냐?” 아마 유럽인들 속마음에는 이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요? 또 유럽인들 마음에는 세계 패권을 미국에 빼앗긴 것에 대한 배 아픔도 있었을 거구요 

 

   
▲ 뉴욕필의 명성을 드높인 번스타인 음반 표지

그래도 번스타인이 실력이 있고 인기가 있으니까, 번스타인이 죽기 10년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주었다는군요. 한편 번스타인은 지휘자 하면 떠오르는 엄격함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상냥하고 너그러웠답니다. 그러니 단원들에게는 최고 인기 있는 지휘자였겠지요. 요즈음 부드러운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이 화두가 되기도 하는데, 일찍이 번스타인이 이를 실천하였군요. 그런데 뉴욕 필은 번스타인 이후 그만한 지휘자를 영입하지 못하여 요즈음은 비(B)급 오케스트라로 밀려났다는군요. 지휘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겠네요.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 지휘자 두다멜(Gustavo Dudamel, 1981~ )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두다멜은 28살에 LA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가 될 만큼, 젊은 지휘자 가운데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지휘자일 것입니다. 물론 LA 필하모닉으로서는 LA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남미사람들도 염두에 두고 두다멜을 영입했겠지만요

두다멜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엘 시스테마(El Sistema)’입니다.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엘 시스테마. 마약, 폭력, 포르노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준 엘 시스테마. 두다멜은 바로 이런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의 인기스타이지요 

 

   
▲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준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와 그 지휘자 두다멜의 기록영화 포스터

처음 11명의 단원으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그 효용성이 입증되어 2010년 현재 190여 센터, 26만여 명이 가입된 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다른 나라에서도 엘 시스테마를 배워가고 있답니다. 아마 두다멜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지휘자가 된 데에는 개인적인 역량도 있겠지만, 전 세계가 격찬한 엘 시스테마의 후광도 있지 않을까요?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여러 지휘자들에 대해 강의를 들으려니, 강의 내용이 제 뇌의 용량을 초과하여 머리가 지근거리기도 했지만, 김 감독님의 강의를 통하여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음악세계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 등을 알게 되니 뿌듯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비교해가며 들을 수 있어, 이날도 역시 음악으로서 행복한 날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