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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신음하면 나도 아프다

[서평] 《손에 잡히는 생태계》, 이상훈

   
▲ 《손에 잡히는 생태계》책 표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손에 잡히는 생태계》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이상훈 교수가 작년에 정년을 맞이하여 퇴임 기념으로 낸 수필집 제목입니다. 이 책에는 30편의 생태 수필이 실려 있는데, 이는 이 교수가 2007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월간 <첨단환경기술>에 실었던 글 24편에 추가로 6편을 더하여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내면서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지구생태계의 구성원이다. 전 세계 60억 인구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는 인류 외에도 매우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 때로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상부상조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배워서 공부한 생태계에 관한 지식과 생태계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책에서 이 교수의 생명 존중 사상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오늘날 지구 환경오염은 교만한 인간이 자연을 인간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이 마음대로 부리고 사용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서양인들은 하느님이 아담에게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말씀(창세기 1:28)을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지요. 하느님은 인간에게 선한 청지기의 직분을 맡기며 이런 말씀을 하신 거지요. 그러므로 선한 청지기인 우리 인간들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자연을 그 아름다운 자연의 그 모습 그대로 잘 가꾸어야 할 임무가 있는 것이지요.

《손에 잡히는 생태계》는 1부 ‘지구는 생명의 터전’부터 5부 ‘생태계와 인간’까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재미있는 생태계 지식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흰개미’라고 하여 보통 개미보다 호감이 갔던 흰개미는 절이나 궁궐 기둥을 갉아먹어 피해를 준다는군요.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의 약 20%가 이런 흰개미의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소화시키면서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인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렁이를 하찮은 미물로 보기 쉬운데, 지렁이가 계속하여 흙 속을 헤집고 다니면 땅 속 공기의 양은 30%까지, 토양의 물 저장 능력은 20%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7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는 제1회 하늘ㆍ땅ㆍ물ㆍ벗상 수상자로 지렁이를 선정하였다고 하는군요.

한 가지만 더 얘기한다면 사마귀 암컷은 그 비수처럼 예리한 톱니 모양의 앞다리로 닥치는 대로 잡아먹지 않습니까? 심지어는 구애하는 수컷도 인정사정 보지 않습니다. 그럼 이러다가 사마귀는 종족 보존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멸종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마귀 암컷은 근시안이랍니다. 그래서 수컷은 이러한 암컷의 약점을 이용하여 살금살금 접근하여 얼른 암컷에 달라붙어 교미를 한답니다. 그러나 암컷은 수컷의 생식기가 들어와도 수컷에 사랑스러운 감정을 못 느끼는지 교미 도중에 수컷을 물어뜯어 먹는답니다.

그럼 교미가 성공적으로 끝낼 수 없는 것 아닌가?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겠지요. 그런데 수컷은 몸의 절반이 먹힐지라도 나머지 부분에 성욕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에 교미를 계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교미가 끝난 뒤에는 수컷의 남은 몸통도 암컷의 밥이 되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랑 행위입니다. 이 교수도 몸이 움츠러들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이를 설명하고 난 후 괄호 안에 “어휴, 내가 사마귀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라고 쓰셨네요.

그리고 책을 보다 보면 이 교수의 생명 존중 사상은 동양 전통에서 온 것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걸 더욱 알 수 있는 것이 이 교수가 책머리에 쓴 <깨달음>이라는 자작시입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욕심을 줄이면 행복이 늘어난다

해와 달, 꽃과 새는 모두 하나
꿀벌이 신음하면 나도 아프다

너의 미소는 나의 기쁨이 되나니
우리 모두 사랑하자 하나가 되자

이 교수에게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추구하는 옛 선비의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우명길 작가는 이 교수에게는 아직까지 소형차만을 고집하는 검소함, 그리고 정년퇴직을 몇 해 앞두고 후학들을 위해 몸담고 있는 대학의 잘못된 교육행정을 바로잡고자 교수협의회를 만들어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정의로움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보통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으면 잘못된 것을 보더라도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퇴직하고 싶을 텐데, 이 교수는 스스로 어려운 길을 걸으십니다.

그 때문에 이 교수는 이 책을 저에게 선물해주신 배재흠 교수님 등과 함께 학교에서 파면까지 되셨습니다. 그렇지만 법원은 수원대의 파면처분이 무효임을 선고하였고, 또한 한국투명성기구에서는 작년 12월에 이들 교수들을 비롯한 수원대 해직교수들에게 올해의 투명사회상을 주었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으면서 다시 한 번 이 교수의 생명 존중 사상에 공감의 마음을 표합니다. 또한 이 교수와 배 교수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학원 사회가 꼭 이루어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