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다섯 마리의 붕어빵, 가장 따뜻했던 저녁을 만들어줬다. (출처, 크라우드픽)
우리 겨레는 더불어 사는 일에 익숙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예부터 가난한 사람이 양식이 떨어지면 새벽에 부잣집 문 앞을 말끔히 쓸었다. 그러면 그 집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하인에게 “뉘 집 빗질 자국인가?”하고 물었다. 그런 다음 말없이 양식으로 쓸 쌀이나 보리를 보내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보릿고개에 양식이 떨어진 집의 아낙들은 산나물을 뜯어다가 잘 사는 집의 마당에 무작정 부려놓았다. 그러면 그 부잣집 안주인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곡식이나 소금ㆍ된장 따위를 이들에게 주었다. 물론 부잣집에서 마당을 쓸라고 한 적도 없고, 산나물을 캐오라고 한 적도 없었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겨레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8월 16일에는 경인일보에 (주)디앤푸드가 452만 7천 원 상당의 냉동 호떡과 붕어빵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운동에서 지원하는 인천지역 위기가정 아동에게 전달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일을 주관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호떡과 붕어빵은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간식인 만큼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라며 "아이들이 행복을 누리는 삶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여기 복효근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이란 시에서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이라고 노래했다. 그렇게 이웃을 위한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다. 그저 소박한 붕어빵 다섯 마리가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