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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산스크리트어와 무한한 시간 '대길상에너지' 전

능허 스님 작품전, 서울 불일미술관서 22일까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제 더 이상 물러갈 곳이 없는, 한해의 끝이다. 한해 끝자락에 서면 마음이 허(虛)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 올해는 더없이 상쾌하고 즐거워야겠지만 복잡다단한 나라 안팎 여건 속에서 불황의 그림자까지 드리운 상황이다 보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더욱 처진 느낌이다. 생기(生氣)를 잃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무엇인가 이들에게 기(氣)를 채워줄만한 것은 없을까 싶을 때에 눈에 확 띄는 전시회가 있어 다녀왔다.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길상 에너지 전>이란 이름의 전시회가 그것인데 작품을 그린 분은 능허 김성종 스님이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붓으로 터치해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놀라고, 언뜻 자수로 한올 한올 수놓은 것인가 싶어 바짝 다가서서 보면 그것도 아니라 놀란다. 그러면 무엇으로 이 그림들을 그린 것일까? 그런 의아함으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 하나하나에 쏟은 작가의 공력에 다시 한번 놀란다. 한올 한올, 누에고치가 비단실을 자아내듯 수많은 선과 선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생긴 또렷한 저마다의 형체가 보는 이들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얽힌 듯하면서도 자유로운 질서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한 이 마음은 대관절 무엇일까?

 

 

 

 

특히 <기다림>, <숙명>, <어머니>, <나>, <나무새>라는 이름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무어라 할까? 가슴 저 밑바닥에서 너울처럼 밀려오는 아스라한 마음, 이것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길상 에너지>, <힘>, <옴마니 만트라>, <청정법신>, <숨> 같은 작품에 이르면 그런 마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그것은 무엇일까?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저 바라다보면 좋다. 잔머리를 굴려 굳이 그것이 무엇인가를 나타내려 하지 않아도 좋다. 작가는 어쩜 우리에게 그런 ‘내밀한, 그러면서도 고정화되지 않은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 것은 아닐까? 작품을 통해서 말이다.

 

“요즘과 같은 명상의 시대에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욕망과 저항의 들뜸 속에서도 고요함을 잃지 않는 평화로운 시간이 필요한 나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 능허 스님의 작품이다.”라고 한 대한불교조계종 봉인사 주지 덕경 스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작가는 수행자이면서 예술가이기에 이 시대적 혼란기에 다른 예술가들보다 어쩌면 다른 수준의 직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더 민감하게 수행자로서,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더 깊게 방황하였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그 방황의 결론으로 지금 산스크리트 자연어를 조형화시킨 작품을 선보이는 게 아닐까요? 고대에 산스크리트어의 소리가 자연의 지성과 만난 위대한 조화와 완성의 표현이라고 여겼으므로 이 산스크리트 조형 언어가 우리에게 잠재된 영성, 감성을 깨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곧 우리의 의식을 자연과 우주의 무한한 조화와 아름다움의 주파수에 맞추는 매개체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는 것이지요.”

 

작품의 이론적인 바탕을 간다라 미술사 박사인 에스터 박(Dr Esther Park) 씨는 능허 스님의 그림을 평한 “산스크리트 조형 언어가 말하고자 하는 것 (What Sanskrit formative language is trying to speak)”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능허 스님의 작품 가운데는 <청정법신>, <옴마니 만트라>, <옴만다라>, <칠력> 등에 산스크리트어가 생동감 있게 자리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언어지만 조형화된 산스크리트어는 수백, 수천 년을 뛰어넘는 편안한 이웃 같은 조형물로 그림 속에서 우리를 반긴다. 전혀 낯설지 않다. 이것은 예술의 위대함인가! 능허 스님이 지닌 불타(佛陀, Buddha)의 온기런가! 

 

 

 

능허 김성종 스님은 누구인가? 

  

 

*개인전: 5회

*단체전: 88올림픽 기념 초대전, 델리전 (인도델리 중앙미술관), 서울그랑팔레전 (서울시립미술관),

            러시아 브리야트 울란우데 예술박물관 갤러리 외 다수

*수상 :19회 신미술대전 (대상수상), 2001년 문화부 장관상 (수상) 외 다수

*현재 : 대한민국 미술단체 일원회 회원, 한국창작미술협회 이사, 신미술 추천작가 등 

*연락처: 010-7599-7853

 

<대길상 에너지>전 안내

*불일미술관 (법련사 ) 경복궁 앞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도보 10분)

*주최: 대한불교조계종 봉인사

*2023년 12월 2일(토)~ 12월 22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