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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차지언의 <화관무>, 고졸미와 우아미를 드러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6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국립국악원>의 기획공연에서 황해도 지역의 권번(券番)에서 추던 민천식의 춤방과 양소운 춤방이 재현되었다는 이야기, 이들은 오랜 전통을 지닌 이북, 황해도 지역의 춤들이 현대에 와서 되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 민천식(閔千植, 1898∼1967) 명인은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7살 때부터 탈춤을 배우기 시작, 성장하면서 이윤화ㆍ박천만 등에게 봉산탈춤을 배웠고, 월남해서는 인천에서 살면서 인천국악원을 운영한 것에 관해 얘기했다.

 

또 그의 작품들은 현재 이북5도청 황해도 지방의 ‘화관무(花冠舞)’, ‘기본춤’, ‘수건춤’ 등이라는 점, 봉산탈춤(鳳山─)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당시, 김진옥(金辰玉) 등과 함께 주요 고증자로 활동하였다는 점, 봉산탈춤은 20세기 초, 이춘강을 비롯한 임재현ㆍ정순조ㆍ김봉학 등이 활동하였고, 1930년대에는 이동벽ㆍ김경석 등에게 전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6·25 때 월남한 김진옥ㆍ민천식ㆍ이근성ㆍ이용익ㆍ양소운 등에 의해 오늘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날, 발표된 수건춤은 민천식의 계승자인 김나연과 차지언이 무대에 나와 ‘손목 사위’, ‘수건 뿌림’, 경쾌한 ‘발놀림’의 매력을 선보였는데, 발놀림이나 손목 놀림, 등이 다른 류의 춤과는 달리 독특하다는 점, 민천식의 기본무(基本舞)는 원(圓)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 구성이 매우 특색이란 점이다.

 

민천식의 <기본 춤>을 재구성한 차지언의 말이다.

 

“민천식 선생님의 기본 춤은 당시 기본 춤으로 명시하기보다는 선생님께서 쳐주시는 장단에 따라 동작을 연결하는 방식이었지요. 장단은 주로 타령장단과 굿거리장단을 활용하셨다고 합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더욱 기본무에 가까운 ‘타령춤’의 양식을 굿거리장단의 음악에 입혀 재구성하였습니다. 원을 돌며 기본 춤사위를 연결하는 특색있는 타령장단에 타령 춤 거리를 선보이길 원하신 김나연 선생님의 의지로 우선 복원작업을 마쳤는데, 그것은 굿거리춤 음악에 민천식의 기본 춤사위를 입혀 재구성한 것입니다.”

 

 

대부분, 열(列)로 늘어선 방식의 ‘기본무’와는 다르게, 원을 돌며 춤사위를 익히는 방식의 재현은 참으로 신선했다. 아마도 이것은 민천식의 공간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하겠다. 또한, 마지막 무대는 황해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천식의 화관무를 당해 종목의 예능보유자인 차지언이 실연을 해 주었다. 특히, 화관무는 대일(對日) 항쟁기에 황해도(해주)와 개성의 권번 사범으로 활동하던 민천식 명인에 의해 완성된 춤이었으며, 이 춤은 권번의 여기(女妓)들에 의해 자유롭게 행해지던 춤 양식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화관무는 궁중(宮中) 정재(呈才)의 ‘규칙’과 민속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속적인 요소보다는 궁중양식이 전제된다는 이유에서 예(禮)와 규범(規範)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 그 값어치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춤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민천식의 이 화관무의 특징을 꼽는다면, 어느 한 지역에 제한을 두거나, 또는 어느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궁중의 정재는 물론이고, 해서지방 탈춤의 춤사위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어려서부터 천재 애기 탈꾼으로 활약하면서 익힌 봉산탈춤의 토속적 몸짓 위에, <이왕직아악부>에서 학습한 궁중정재의 형식을 입혀서 자신만의 춤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이 더더욱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무게 있는 호흡을 바탕으로 해서 정갈하고 기품(氣品) 있는 춤사위와 이와 대조적인 토속적인 한삼 놀림 등의 곡선이 풀어낸 차지언의 이날 밤, <화관무>라는 춤은 붉은 꽃 화관을 머리에 얹고 화려한 복색과 색 한삼이 춤사위와 어울려 특유의 고졸미와 우아미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춤방'이라는 제목으로 개화기 이후의 권번을 비롯하여, 사설국악원이나 고전무용학원 등으로 전승된 17개 춤방의 전승 공연 안에서 만난 민천식의 춤방은 세 작품 모두가 각기 다른 구성과 양식으로 작품마다 특색있는 춤새를 내보여 주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민천식 춤의 전통성 안에서 다양성을 선보였으며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당겨 놓은 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예인 민천식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꿰뚫어 봐야 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