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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본말 ‘호우’ 대신 ‘큰비’라고 써야

우리말 독립을 이루지 못 하는 언론매체들

[그린경제=김영조 편집국장]  오늘 아침 뉴스는 쏟아지는 장맛비 소식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서울·경기 호우특보150mm”, “중부지방 호우특보남부지방 폭염특보 ”, “[날씨] 수도권 호우특보최고 150mm 더 온다”, “서울 밤사이 200호우최고 150더 올 듯같은 제목에서 보듯 텔레비전이건 신문이건 너도나도 호우타령이다 

   
▲ 한결같이 “호우(豪雨)”라고 쓴 언론매체들의 큰비 뉴스 기사들

호우는 어디서 온 말일까?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에 따르면 호우(豪雨)”는 한 마디로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ごうう豪雨:しいいで大量雨量がきわだってにいう。「集中―」라고 나와 있고 그를 번역하면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란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호우(豪雨)”를 찾아보면 순종부록16(1925) 720(양력)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 순종실록특히 순종부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적극 간섭했기 때문에 크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순종부록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조선왕조실록은 아니다. 그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순종부록에 단 한번 나오는 이 호우(豪雨)”는 분명이 우리가 쓰던 우리말이 아니다 

   
▲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순종부록≫에 딱 한번 나오는 “호우(豪雨)”란 말

   
▲ ≪조선왕조실록≫에는 큰비를 뜻하는 “대우(大雨)”라는 말이 무려 960번이나 나온다.

대신 대우(大雨)”를 찾아보면 무려 960번이나 등장한다. 이를 보면 큰비를 뜻하는 한자말은 조선시대 내내 대우(大雨)”라고 써왔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제가 우리나라를 점령하면서 대우(大雨)”호우(豪雨)”로 둔갑한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곧 한자 는 호걸 또는 귀인으로 긍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큰비가 사람들에게 호인이나 귀인 같이 좋은 손님인가?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상으로도 이재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 바로 큰비이다.  

따라서 큰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그리고 일제의 쓰레기인 호우(豪雨)”는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일본으로부터 독립된 것이 벌써 68년이나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일제의 쓰레기인 국위선양, 부락, 뗑깡 같은 말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 명치정부를 높여주는 것이 국위선양이고, 천민이 사는 마을이 부락이며, 간질발작이 뗑깡임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나 기관도 거의 없고, 언론매체도 무심코 버릇대로 쓰고 있으니 국민은 그대로 따라 쓸 수밖에 없다. 

언론매체는 국민을 이끄는 잣대 구실을 한다. 그래서 언론 매체가 썩으면 온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언론매체는 부단히 썩지 않도록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언론매체는 언어로 소통되는 것이기에 바른 말글과 민족주체적인 말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큰비가 온 뒤 침수된 섬진강 하류 지방(남원포유 제공)

어떤 이는 많은 이가 쓰고 있는 말을 그냥 쓰면 안 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말글은 한 겨레의 얼이다. 얼이 올바르지 않고서야 그 꼴이 볼만한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개화기 한글 정착에 큰 업적을 남긴 한힘샘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하고 했다. 말글이 바로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임을 역설 한 말이다. 

2007년 한국에 온 김병민 연변대학교 총장은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에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물론 김 총장의 말은 타는 말[]과 사람이 하는 말[]을 동시에 뜻하는 이중어법이었다. 우리말글을 소홀히 대하다가 남의 말에 안방 자리를 내준 다음 만주족과 같은 꼴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큰비를 뜻하는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에는 무더기비, 자드락비, 채찍비, 억수, 달구비 같은 말들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많은 토박이말을 놔두고 굳이 일본말 쓰레기를 쓰는 까닭은 차마 일본이 좋아서는 아니라 믿고 싶다, 제발 언론매체여, 이제 호우(豪雨)”라는 말보다는 큰비나 무더기비로 고쳐 써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