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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안중근 의사 추모식, 일본인이 감사패를 받았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기 추모식 참석기

[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326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겠습니까? 대부분 아시겠지만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날 10시에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기념관 강당으로 들어가니 벌써 많은 분들이 오셔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더군요. 강당 단상 전면에는 안의사가 하얀 한복을 입고 앉아 계십니다.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정성들여 만들어 보낸 한복을 입고 계신 사진이지요. 바로 사형당하는 날 입으셨던 것이니,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의 수의를 짓는 심정으로 이 한복을 만드셨을 것입니다. 

식은 이혜균 기념관 사무차장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애국가를 부르는 순서입니다. 보통 다른 행사에서는 애국가 1절만 부르는데, 여기서는 4절까지 다 부릅니다. 4절까지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네요. 애국가는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통 1절만 부르니까 나머지 가사는 잊기 쉬운데, 그래도 이렇게 4절까지 부르니 다시 한 번 애국가 전체를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기념관측에서 나눠준 행사 순서지에는 애국가 가사가 4절까지 다 적혀있더군요. 혹시 사람들이 2절 이하 가사를 잊어버렸을까봐 친절하게 넣어준 것 아닐까요? 

   
▲ 안의사 약전을 봉독하는 조동성 기념관장

이어서 조동성 기념관장이 단상으로 올라오셔서 안의사 약전을 봉독합니다. 다른 행사에서는 보통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데, 조관장은 안의사에게 공손하게 절을 하고 안의사를 보면서 약전을 봉독합니다. 조관장 뿐만 아니라 내빈으로 추모사를 낭독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박유철 광복회장도 안의사를 바라보면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더군요. 뒤이어 안의사의 '최후의 유언'을 봉독했는데, 봉독한 이는 이번에 안의사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탄 양천고 3학년생 김경모 군입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여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의사는 당신의 뼈를 고국으로 반장해달라고 하셨는데... 흐윽! 언제나 안의사의 유해를 찾아, 지금도 자나 깨나 효창원에서 안의사를 기다리고 있는 빈 무덤을 채워줄 수 있을까요? 안응모 안의사숭모회 이사장의 추모식사와 내빈 추모사에 이어 듀오 아임의 추모 공연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윤옥 시인이 작시하고 주세페 김이 작곡한 '아들아 아들아'를 첫번째 곡으로 부릅니다. 제가 214일 듀오 아임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듣던 많은 청중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형당하는 아들에게 입힐 한복을 만드는 어머니의 심정을 상상하면서 노래 가사를 음미하며 이 노래를 듣노라면 누구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이윤옥 시인이 작시하고 주세페 김이 작곡한 <아들아 아들아>를 부르는 듀오아임

그런데, ! 여기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이크와 음향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분명 추모식 시작 전 점검할 때는 정상이었다는데, 하필 본 노래 부를 때 찢어지는 잡음이 노래를 방해한단 말입니까? 그러니 사람들이 노래에 몰입할 수 있었겠습니까? 노래하는 듀오 아임의 표정에도 당황함과 안타까움이 퍼집니다.  

그래도 듀오 아임은 흔들림 없이 노래를 부르고, 간주가 흐를 때에는 안의사를 향해 큰 절을 올립니다. 부부가 절을 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안의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노련한 주세페 김은 두 번째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이 나서서 음향 점검을 하고 두 번째 노래 '해후'를 부릅니다. 이상백 시인의 시에 주세페 김이 곡을 붙인 해후도 바로 오늘 같은 날 부르기에 딱 좋은 노래입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의 가사는 안의사가 우리에게 오히려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여기 인용해봅니다. 

울지 말아요, 내가 먼저 간다고
그대들의 배웅만 받고 가니
그저 미안해서 돌아 볼 수가 없어요 

울지 말아요, 내가 먼저 간다고
자꾸 울면 흘러넘치는 강물이
내가 돌아오는 길을 막을 지도 몰라요 

울지 말아요, 언제나 그랬듯이
내 이름 불러 봐요
천천히 소리 내서

그대들의 가슴에서 나 다시 살아
강을 건너올게요, 아침이 되어
금싸라기 햇살을 가득 안고
와서, 기억의 텃밭에 따뜻한 흙이 될게요. 

   
▲ 역사어린이합창단의 안의사 추념가 노래 부르기와 만세 부르기

아쉬움 속에 듀오 아임의 노래가 끝나고 나니 감사패 증정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감사패를 받은 사람은 일본인입니다. 당시 안의사는 조선을 병탄하려는 일본놈들의 핵심인물 이등박문을 저격한 것인데, 일본인에게 감사패를 준다고 하니, 좀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인들 중에 안의사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날 감사패를 받는 이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이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감사패를 받은 이는 일본 미야기현의 지역유지 모임인 사담회의 구리코마 사담 회장으로 2002년에 안의사 석비를 세우고 매년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참석한 내빈을 소개하는데, 스님이 한 분 있습니다. 일본 대림사 주지 사이토 다이켄입니다. 안의사가 여순 감옥에 갇혀있을 때 안의사를 감시했던 일본군 헌병에 지바 도시치가 있었지요. 그는 안의사의 인품과 사상에 감복하여 제대 후 대림사에 안의사의 위패를 봉안하고 정성들여 모셨는데, 그것이 후손들에 의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그 대림사 주지가 추모식에 참석한 것이지요. 

제가 변호사이니 일본 변호사에게 눈이 갑니다. 참석한 내빈에 가노겐 변호사가 있었는데, 그의 돌아가신 아버지 가노 다쿠미 변호사는 지바 도시치의 조카로 1985년에 안중근 연구회를 조직하여 안의사의 업적을 기렸답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이번 추모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또 하나 특이한 일본인이 있습니다. 데라시타 다케시(61)라는 일본인으로 그는 안의사의 평화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0'기념, 세계평화 안중근 의사 추모 여행'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일본 대림사에서 출발하여 일본에서만 1,800km를 걷고, 한국으로 건너와 700km를 걸었던 사람입니다.  

일본인들 중에도 이렇게 안의사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동안 안의사에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안의사를 존경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제가 재작년에 글을 쓴 것이 있는데,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제 블로그 주소를 눌러보시지요.

http://blog.naver.com/yangaram1?Redirect=Log&logNo=80156572542&from=postView 

추모식은 안의사에게 꽃을 바치는 순서와 역사어린이합창단의 안의사 추념가 노래 부르기로 아쉬운 마음을 담아 끝났습니다. 마지막에 어린이들이 안의사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또 노래 중간에 태극기를 꺼내어 태극기를 흔들면서 노래하니 추모식의 마지막이 더욱 빛난 것 같습니다. 안의사 순국 104주기. 안의사는 영원히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살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