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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포은 정몽주가 죽어서 죽전에 간 사연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7]

[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다 보면 마지막으로 들르는 휴게소가 죽전 휴게소이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올라오다가 오래간만에 죽전 휴게소에 들르니 죽전의 유래에 대한 안내문을 붙여놓았더군요. 바람직한 일입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죽전이 포은 정몽주 선생과 관계가 있더군요. 

포은이 개성 선죽교에서 이방원에게 피살되었지요. 포은의 주검은 처음에 개성 근처 풍덕이라는 곳에 모셨다고 합니다. 그 후 1411년 포은의 주검을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이장하기로 했는데 주검을 모시고 가던 중 죽전 서쪽의 풍덕천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 영정이 날아올라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영정이 떨어진 곳을 쫓아 가 주위 형세를 보니 명당자리였다는군요. 그래서 굳이 고향까지 가지 않고 영정이 떨어진 곳에 무덤을 썼답니다. 포은의 무덤이 죽전에 있게 된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영정

사람들은 포은의 무덤을 그곳에 쓴 후, 그곳 지명을 죽절(竹節)이라 불렀습니다. 대나무와 같이 굳은 절개의 인물이라, 그 인물이 묻힌 곳을 죽절이라 바꿔 부른 것이겠지요. 포은이 피살된 선죽교도 원래 선지교라고 불렀는데, 포은이 피살된 후 선죽교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습니다. 그런데 ‘죽절’이란 이름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죽전’이 된 것이라네요. 아무래도 ‘죽절’보다는 ‘죽전’이 부르기 쉽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죽전’으로 바뀌게 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포은의 처음 무덤이 있던 곳이 풍덕이고, 이장하는 도중 영정이 날아오른 곳은 풍덕천으로 이름이 묘하게 비슷한 게, 뭔가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이곳 동네 사람들이 절개의 상징 포은 선생이 풍덕에서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오셨다고 하여 “풍덕래(豊德來)”라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래(來)가 발음이 비슷한 ‘내’로 음운 변화를 일으키고, 다시 이 ‘내’를 한자로 바꿔 쓴다면서 ‘내 川’자를 써서 풍덕천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여튼 전국을 돌다보면 땅이름을 한자로 옮긴다면서 엉뚱하게 바뀐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풍덕천도 그렇군요. 

   
▲ 포은 정몽주 무덤

한편 포은이 워낙 절개의 인물이다보니, 1576년에는 선비들이 이곳에 포은을 모시는 죽전서원도 세웠습니다. 포은처럼 올곧게 살다 억울하게 죽은 조광조도 함께 모시고요. 그런데 이 죽전서원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1608년에 다시 서원을 세워 이번에는 충렬서원이라 불러온 것입니다. 현재 조광조는 조광조 무덤 근처의 심곡서원으로 옮겨 배향되고 있고, 충렬서원에는 포은의 손자 정보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자결한 이시직을 함께 배향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절개의 상징 포은 선생, 요즘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약간 부정적인, 정도전과 함께 혁명에 가담하다가 보수세력과 손을 잡아버린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 탓에 이방원의 칼에 스러진 것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절개를 지키다 죽은 것인지 혁명에 반기를 들다가 살해당한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설명을 보다 보니까 죽전동에 있는 산 이름이 재미있네요. 자지산입니다. 한자로는 자지산(紫芝山)으로 쓸 것 같은데 - 충남 금산에 紫芝山이 있습니다 - 아무튼 발음으로는 뭔가 남자 거시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한 번 자지산도 올라가봐야겠습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