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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아마추어 노래꾼들, 천사의 소리 합창하다

카포크누아(CAPOKnua) 제2회 정기 연주회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지난 토요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 크누아홀에서 카포크누아(CAPOKnua) 2회 정기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카포크누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을 마친 동창들 중 합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입니다. 저도 테너로 합창단에 참가하고 있지요. 사실 연주회 얼마 전까지도 제대로 음악적 수준에 안 올라왔다고 백경화 지휘자 - 국립합창단 부지휘자 - 로부터 질책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대부분 관객들은 작년보다 좋았다고 하더군요. 하긴 그런 것은 질책하면서 우리를 이끌어준 지휘자 선생님의 덕분이지만요. 

유경미 에스비에스 아나운서의 사회로 막을 올린 연주회에서 우리는 비발디의 글로리아로부터 시작하여 총 16곡을 1, 2부 순서로 나누어 불렀습니다. 앵콜로 2곡을 더 노래했으니 총 18곡을 이 날 부른 것이네요. 18곡이나 되는 악보 파일을 다 들고 노래하려니 팔이 아파서, 2부 순서 들어갈 때는 1부에 부른 노래 악보는 다 빼고 들어갔지요. 노래는 종교합창곡, 한국 가곡, 민요, 외국 애창곡, 춤곡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아마추어들이 모여 이 많은 다양한 곡을 무대에 올려야 했으니, 연초부터 연습을 시작했지만 많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 우리가 전문 합창단이 아니니까, 많이 부족하더라도 음악을 통해 우리가 하나가 되고 서로 즐거움을 느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는 조금 긴장도 되긴 하였지만, 그래도 꽃타령’, ‘신고산타령이나 ‘Singing in the Rain' 등을 부를 때에는 저도 흥이 나서 약간 어깨를 들썩거리거나 리듬을 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들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저희 합창단에는 각 파트마다 성악 전공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몇 명씩 같이 하여주어 저희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습니다. ... 교회 성가대도 솔리스트라고 하여 성악가들이 파트마다 끼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개는 우리도 노래 부를 때에 이런 학생들에 의지하게 됩니다. 이날도 학생들이 자신 있게 치고 나가니까, 우리도 따라서 힘차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 날 부른 곡 중 한 곡을 부를 때 제가 어느 부분에서 소리를 내는데 테너 파트 학생들의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제가 잘못 치고 나가는 줄 알고 얼른 소리를 줄였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학생들의 실수였습니다. 그 얼마 전에 곡을 일부 수정했는데, 학생들이 착각을 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에서는 별 지장을 주지 않아, 듣는 분들은 그런 실수가 있었다는 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실수가 좀 있었지만, 다들 작년보다 좋다고 칭찬해주니 저희도 그 동안의 고생을 보답 받는 것 같아 피곤함도 가시는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청중들은 합창단원의 가족들이 제일 많지 않겠습니까? 그 날 여성 합창단원들 중 2분의 남편은 제 고교 동기라서 연주회가 끝난 후 오래간만에 인사를 했네요. 그리고 저는 제 아내랑 사돈 부부와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돈 부부도 제 연주회를 보러 왔구나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지요? 반은 맞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안사돈도 저랑 같은 합창단원입니다. 그래서 그런 인연이 있기에 제 딸 결혼할 때 카포크누아 합창단원이 오셔서 축하공연도 해주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날 저는 또 한 번 치매끼를 발휘했습니다. 뭐냐 하면, 이 날 공연은 5시이지만 12시에 모여 점심을 먹고 최종 연습을 하기로 하여 시간 맞춰 집에서 나오는데, 그만 윗도리만 2벌인 연주복, 나비넥타이, 복대 등을 챙기다가 그만 제일 중요한 악보를 챙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태평하게 운전해 가다가 예술의 전당 앞에 와서야 악보를 챙기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차를 돌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따라 길은 왜 이리 막힙니까? 덕분에 남들은 다 밥 먹고 악보 점검하고 개인 연습하고 있는데, 혼자서 부랴부랴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_-;;  

그것뿐이 아닙니다. 4층 크누아홀에서 리허설을 한 후, 다시 2층 연습실로 내려왔을 때 제 바바리코트를 찾으니 안 보입니다. 처음엔 코트를 차에 두고 왔나보다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공연이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차로 가니 코트가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급히 다시 올라와서 이곳 저곳 뒤져봐도 안 보이고... 덕분에 축하해주러 온 아내한테 비싼 코트 사주었더니 잃어버렸다고 한 소리 들어야 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 전에도 아내가 신경 써서 사 준 비싼 등산복을 잃어버린 전과가 있거든요. 다행히 다음날 총무님으로부터 제 코트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사무국 직원이 샅샅이 뒤지다가 커튼 뒤에서 발견하였다나요? 휴우

 

   
 
! 다행이라고 얘기하다보니까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다음날 찬양대 연습을 하는데, 지휘자가 전날 연주회에서 우리가 합창한 비발디의 글로리아를 연습곡으로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연주한 곡이니 제가 얼마나 자신 있게 노래를 불렀겠습니까? 옆에 앉은 테너 솔리스트도 처음엔 약간 버벅거리는데, 제가 자신 있게 치고 나가니까 다른 성가대 대원들이 좀 의아해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끝까지 내 실력이 이 정도인지 몰랐냐?’ 하려다가, 사실 얘기를 하니 다들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입니다. 후후! 어쨌든 연주회를 끝내고 나니 한 해 농사를 다 끝내고 난 것 같이 홀가분합니다. 사실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연습에 참석하느라 힘도 들었고, 또 자꾸 연습 빼먹고 연습도 해오지 않는다고 지휘자에게 한 소리도 들었지만, 2014년도도 아름다운 합창의 화음과 함께 하여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