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무라이 기치베(村井吉兵衛, 1864~1926)라는 사람을 일본 위키에서 찾아보니 ‘일본의 실업가, 명치시대의 담배왕, 무라이재벌을 이룬 사람’ 등으로 적어 놓고 있다. 이런 식의 기술대로라면 이 인물은 그저 평범한 일본 재벌의 한 사람쯤으로 이해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무라이 기치베는 일본 땅에서 실업가로 사는 것도 부족해 한반도로 건너와 무라이농장을 시작으로 경상남도 일대의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여 조선인들을 소작인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이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상남도 지방에 눈독을 들인 것은 경남 지방이 당시 항만 물류기지인 부산과 진해에 인접해 있어서 농장에서 거둔 소작료나 생산품을 일본으로 빼돌리기 쉬운 이점이 있어서였다. 한편으로 당시 낙동강과 밀양강을 중심으로 자연재해인 홍수가 빈번하여 대규모 미개간지들이 있었기에 이곳에 근대적인 제방을 갖춘다면 농지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다. 그는 이러한 셈법으로 정치권 및 관리들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경남지역으로 진출하여 경남의 경제권을 거머쥐었다. 그 뒤 무라이는 1904년 김해군 하계면 진영리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바이러스’라 한다) 전염병과 싸우느라 전 세계가 지금 난리다. 우리나라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가능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책을 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벚꽃놀이로 인산인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제(23일) 일요일, 도쿄의 벚꽃 명소인 우에노공원에는 벚꽃놀이(花見, 하나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BBC뉴스제팬’ 3월 23일자에서 간사이대학(関西大学) 미야모토(宮本勝浩) 교수는 “일본에서는 해마다 벚꽃 계절에 커다란 경제효과가 생긴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8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벚꽃놀이를 위해 일본을 찾았는데 이는 6,500억엔(한화 7조3,165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이다”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벚꽃을 보러와서 올리는 수입만 큰 게 아니다. 내국인인 일본사람에게도 이 계절은 지갑을 쉽게 푸는 때기도 하다. 시즈오카대학(静岡大学)의 다케시타(竹下誠二郎) 교수는 “왜 벚꽃놀이가 일본에서 중요한가 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계절이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다케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3월 11일, 디지털 아사히신문은 ‘사이타마시에서는 (재일)조선학교 유치원을 마스크 배포 대상학교 외로 결정했다’라는 보도를 했다. 이날 기사의 핵심은 “9일부터 사이타마 관내의 공립, 민간시설의 직원용 마스크 약 9만 3천 장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조선학교는 예외로 했다.”라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듣고 조선학교 유치부 박양자 원장(61살)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 결과 이른바 조선학교는 ’각종학교(정식학교가 아닌)’에 속하기 때문에 마스크 배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사이타마시의 조선학교 유치부는 유아 41명 가운데 37명이 유치원에 나오고 있으며 통원버스 운전사 등 직원은 모두 7명이다. ‘조선학교 마스크 배포 대상 제외’라는 소식을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했다. 그 이유를 시당국에서는 ‘마스크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지도할 수 없다.’라는 궤변으로 답했다고 한다. 이 말인즉 배포된 마스크를 전매할 수 있다는 속뜻임을 알고 나라 안팎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도발적 망발이라는 거센 항의가 있었고 마지못해 사이타마시는 조선학교에도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말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후쿠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서일본신문(西日本新聞)은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함)에 관해 3월 10일자 흥미로운 기사를 싣고 있다. 기사 제목은 '어디서 입수? 왜 착용? 마스크 모습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どこで入手?なぜ着用?マスク姿の人に聞いてみた) 였다. 내용인즉 서일본신문 기자가 후쿠오카 시내로 나가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터뷰 한 것인데 기자의 질문은 마스크를 어디서 샀으며,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였다. 67살의 남성은 “화분증(花粉症, 봄철에 꽃가루로 점막이 자극되어 일어나는 알레르기 비염, 천식) 때문에 해마다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일찍 썼다. 마스크는 화분증 때문에 항상 대비해 놓고 있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회사원 모토기(元木直也) 씨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인데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지난해 11월부터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했다. 한편 회사원 58살 남성은 “코로나19 보다도 화분증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면마스크 3개를 빨아서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75살 여성은 “폐병을 앓은 적이 있어 10년 전부터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시즈오카현 이토시(静岡県伊東市)의 스사노오(素盞嗚神社)에서는 어제 3일, 히나마츠리를 맞이하여 무려 118단짜리 히나인형을 장식하여 ‘일본 최고의 히나마츠리’ 행사를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보통 히나인형을 3단 또는 5단으로 하는 장식하는 것에 견준다면 118단짜리는 가히 ‘일본 최고’라 할 만하다. 히나마츠리(ひな祭り)란 딸(여자아이)이 있는 집안에서 해마다 딸의 건강과 무사 성장을 비는 일본 전통 행사로 3월 3일, 어제 전국에서 행사를 가졌다. 일본에서는 딸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크라.’라는 뜻에서 히나인형을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다. 히나마츠리는 혹시 모를 미래에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덜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인데 이때 쓰는 인형이 “히나인형(ひな人形)”이다. 히나마츠리를 다른 말로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히나마츠리를 음력 3월 3일에 치렀기에 복사꽃이 화사한 계절이라서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일본은 명치(1868년) 이후부터 음력을 버리고 양력으로 모든 전통행사를 치르기에 ‘복숭아꽃’과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땅에서 일본인이 조선인을 학대한 글을 읽다가 한마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건이 있어 이번 주 일본이야기 소재로 삼아본다. 때는 1927년 6월 26일, 강원도 철원읍 중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6월이면 검붉은 오디(뽕)가 한참 맛있는 계절인데 8살짜리 오순덕과 동무는 오디 밭 옆을 지나다 탐스런 오디를 보고는 그만 먹고싶은 마음에 오디 몇 개를 따먹었다. 문제는 이 오디 밭주인이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운 나쁘게도 마침 그 시각 오디밭주인 후지사와(藤澤暢太郞)는 오디밭 쪽으로 걸어가다가 순덕과 그 친구를 발견했다. 놀란 아이들이 도망치자 후지사와는 쫓아가 순덕을 잡아서 넓적다리 살을 도려내는 악행을 저질렀다. 철없는 아이가 오디 몇 개 따먹었다고 살을 도려낸 이 극악한 사건이 바로 ‘철원사형사건(鐵原私刑事件)’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순덕이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오자 부모는 기겁하여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다. 그러자 철원경찰서에서 순사 2명과 협성의원 의사가 순덕이네 집으로 와서 상처를 조사했다. 결론은 후지사와가 나뭇가지 치는 전정가위로 순덕의 살점을 베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재는 게 편’이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제강점기에 ‘조선고적연구회(朝鮮古蹟硏究會)’라는 단체가 있었다. ‘조선고적연구회’는 조선총독부의 행정지원과 일본의 재벌, 궁내부, 일본학술진흥원, 이왕가 등의 재정지원으로 활동하던 식민사학의 뿌리가 되는 조직이다. 1910년대 이 조직이 등장하기 전에 생긴 조선총독부 주도로 실행하던 고적조사사업이 조선내의 문화재 단순한 파악 수준이었다면 조선고적연구회는 각 지역에 해당 유적의 전문가를 상주시키면서 기존에 파악된 유적이나 유물이 발굴을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파헤치는 조직이라는 점이 다르다. 《청구학보(靑丘學叢), 5호(1931)》에 따르면 구로이타 가츠미(黑板勝美)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던 조선고적연구회는 고분(古墳) 발굴에 주력한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학술적인 목적으로만 고분 발굴을 했을까? 도쿄 국립박물관 3층에는 “오구라 컬렉션(小倉 Collection)”이 기증한 우리나라 유물들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오구라는 1922년부터 1952년까지 조선에서 문화재를 약탈해갔는데 무려 1,100여 점이나 되며, 이 가운데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정도의 수준 높은 문화재들이다. 그런가 하면 앞 이름이 비슷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만일 당신이 전염병 환자와 함께 대형 크루즈선박에 타고 있다면 어떤 심정이 들 것인가? 크루즈선박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당신은 선박 객실에서 기약 없는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면?....”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아찔할 것 같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실제 일어났다. 지금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상황이 그렇다. 지난 2월 10일, 크루즈선박에 격리되어 있던 한 일본인 남성은 선상에서의 격리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써서 세상에 내보였다. 다음이 그 요구사항이다. 1. 시트 교환, 실내청소가 거의 1주일 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내 생활 환경이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어 급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생활환경 배려는 사실상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2. 격리 생활이 장기화함에 따라 승객의 건강악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 지원이 거의 안 되고 있으며 그나마 지원되고 있는 부분도 불충분하다. 무엇보다도 건강대책을 세워주고 의료전문가, 간호사, 보건원 등을 파견해달라. 3. 연일 새로운 감염자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승객에 대한 정보 제공이 극히 불충분하여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내 방송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4일)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었다. 한국에서는 입춘날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하는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에서는 입춘을 절분(세츠분, 節分)이라 해서 사악한 귀신을 몰아내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전국의 절이나 신사(神社)에서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에서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세츠분, 節分)은 보통 입춘 전날을 말하는데 이때는 새로운 계절이 돌아와 추운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도 좋지만, 귀신도 슬슬 활동하기 좋은 때라고 여겨서인지 이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시작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이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인 시’ 가운데 일부다. 지난 1월 26일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 텐세이진고(天声人語) 칼럼에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칼럼에서는 도쿄 이케부크로에 있는 릿쿄대학 캠퍼스에 이 시가 한글로 걸려있다고 서두를 꺼내고 있다. 그리고는 윤동주 시인이 1942년 릿쿄대학에 유학했으며 한글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교토에서 잡혀 들어가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1945년 2월 16일 27살의 나이로 옥사(獄死)했다고 쓰고 있다. 일본신문 칼럼에서 윤동주 시인을 다뤄주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 칼럼에서는 해마다 일본에서 윤동주 시인의 추도회를 이끌고 있는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楊原泰子, 74)를 소개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윤동주 시를 사랑하는 한일간의 시민들은 여전히 모임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칼럼은 “윤동주 시인은 우리들을(한일시민들) 따뜻하게 연결해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야나기하라 씨의 말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칼럼은 “(일본)내에 떠도는 한국인 경멸의 표현, 거기에 비난의 응수”를 경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