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불가마 더위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 41도, 스페인 44도를 찍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덥다는 대구가 아니라도 전국이 37~38도의 온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는 보도가 들려온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불가마를 넘어 ‘불지옥’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는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이나 이웃의 안부가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무더위철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 이름하여 무더위 속의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 더위 문안편지)가 그것이다. 쇼츄미마이는 대개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한다.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날도 K 교수는 아내와 2시간 뒤에 할인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K 교수는 2층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신간코너에 가서 이책 저책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행에 관한 책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필 코너에 가보니 앗,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가! 단 한 권 남은 책을 꺼내어 보니 출판년도가 1991년으로 찍혀져 있었다. 아마도 절판되기 전 마지막 한 권이 몇 년 동안 K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표지를 넘기다 보니 미스 K의 젊었을 때 사진이 전면에 나타났다. 눈이 아주 총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K 교수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을 샀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1998년에 책의 정가는 3,800원이었다. 소설은 6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장의 제목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했다. 제1장 조금 슬프게 제2장 조금 부드럽게 제3장 조금 화려하게 제4장 더 세게 제5장 조금 가볍게 제6장 다시 처음부터 추상적인 장 제목을 읽으면서 K 교수는 불경스럽게도 선정적인 내용을 연상하였다. 집에 들어온 K 교수는 밤새워 책을 통독하였다. 쪽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목표는 지역 발전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상류에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를 이용하는 각종 레저ㆍ관광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였다. 강 주변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4대강 사업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 여러 도시는 새로 만들어진 호수를 중심으로 하여 자동차 캠핑장과 체육시설, 수상 레저 시설 등을 만들었다. 금강 유역의 여러 도시도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락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복병이 나타났다. 수상 위락 활동을 하는 시기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름철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증식하는 계절이다. 녹조가 번성하여 냄새가 나고 녹조라떼처럼 보이는 녹색 강에서 수상 위락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2021년 8월 25일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예고된 죽음: 4대강 10년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딸기, 체리, 코코넛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동물의 위장을 거쳐야 싹이 잘 나는 식물입니다. 식물들은 무조건 맛있는 열매를 동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물의 위장을 매개로 해서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새뿐만 아니라, 곤충, 심지어 물고기와 같은 다양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식물도 있습니다. 앵두는 새들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멀리 떨어진 곳에 배설하면서 번식하고, 블루베리는 곰의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일부의 식물은 동물의 위장에서 소화과정을 거쳐야 딱딱한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그것이 발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부 씨앗은 발아를 위한 특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잠 자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동물의 위장을 통과하면서 씨앗 내부의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휴면 상태가 깨어나고 발아가 시작될 수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동물은 씨앗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새들은 딸기와 체리를 먹고 멀리 날아가 배설하며, 배설된 코코넛은 바닷물을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씨앗은 동물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퍼져나가고, 그곳에서 새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K-민주주의의 원년, 이 특별한 해에 잘 호응하는 책 권태면의 《가지 못한 길》이 나왔다. 이 책 《가지 못한 길》의 마지막 구절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길을 간다. 민족의 역사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흘러간다.” 이 책을 낸 권태면은 외무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엘리트 외교관이다. 그는 높은 관직에의 욕망보다는 지식인의 고뇌를 품고 살아온 서생 외교관이다. 그동안 그가 썼던 책을 보아서 그렇다. 《밖에서 바라본 한국》은 한국의 사회문화를 내부자와 외부자의 두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 역사 속의 외교관》은 신라 이래 우리 역사에서 외교활동을 한 인물들을 탐사한다. 《북한에서 바라본 북한》은 그가 업무상 북한에 살면서 쓴 체험적 관찰기이다. 《구별연습》은 그의 시를 엮은 시집이다. 나는 그의 외교부 동료이자 애독자다. 이번에 나온 《가지 못한 길》은 분단체제 속에서 고뇌하는 한 외교관이 오랜 숙려 끝에 세상에 내놓은 노작(勞作)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소위 외교관으로 35년을 살았다. 그것은 늘 세계지도를 옆에 두고 보면서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보는 직업이었다. … 수십년간 남북의 외교관들은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7월의 청포도 육사의 고향 생각나는 칠월 (돌) 청포 입고 온다던 님 그리워 (빛) 알알이 주저리 아리 쓰리랑 (심) 맑고 푸른 세월 그 언제인가 (달) ... 25.7.3. 불한시사 합작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에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와 함께 그의 고향이 생각난다. 그곳은 도산서원과 그리 멀지 않은 안동 예안이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나의 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예안을 여러 번 찾았다. 마을 가운데에 시인의 생가인 오래된 기와집이 있었다. 그는 퇴계의 13대 후손이고 그의 집은 '참판댁'이라 불렸다. "청포도"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다시 찾았을 때는 동네 어디에도 푸른 빛의 청포도는 없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머루색 검은 포도밖에 없어 아쉬웠었다. 그러나 청포도의 싱그러움을 연상시키는 '청포(靑袍)'와 '은쟁반' 그리고 '하얀 모시 수건' 등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정감을 북돋우는 맑은 시어들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글쓴이는 한중수교 이전에 북경으로 유학하러 갔다. 거기서도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이육사가 북경대학의 사회학과를 다닌 적이 있어, 나에게는 공교롭게도 아득한 선배이자 동문이다. 당시 문리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옥순 교수가 얼마 전에 낸 책 《최소한의 인도수업》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교수는 저와 같은 <나눔문화> 회원으로, 예전에 <나눔문화>에서 중동 여행을 할 때 같은 여행단 일원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여행 중에도 계속 책을 가까이하던 것을 기억하고 책을 보내주셨네요. 이옥순 교수는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도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그동안에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 현대사》, 《인도는 힘이 세다》 등의 책을 낸 그야말로 인도 전문가지요. 책 제목이 《최소한의 인도수업》인 것으로 보아 우리가 ‘교양인으로서 인도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을 담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교수는 201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작한 SERI CEO에서 ‘나마스테 인디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강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골라 이 책에 담은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 책 제목에도 ‘인도 수업’이라 했겠군요. 인도는 땅덩어리로 보나, 역사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지도자. 어떤 무리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이든 선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를 앞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하며, 이끄는 무리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지도자다움’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인내와 단련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까지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군 장성 출신으로 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지은이 서경석이 쓴 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도자다움의 유형을 ‘현명한’, ‘강물 같은’, ‘어진’, ‘뜨거운’, ‘엄격한’으로 나눈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장자(將者) 지신인용엄야(智信仁勇嚴)’를 동서고금 지도자의 발자취와 연결해 재해석한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손자가 말한 덕목들을 겸비하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아끼는 마음, 민족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서양 지도자의 사례도 많지만, 한국 역사 속 인물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의 말은 남자의 말과 달리 때로는 모호하다. 이성적이며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초대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거절하는 것인지 어정쩡하기만 하다. 그러나 말하는 어조와 분위기로 보아서는 받아들인다는 뜻 같기도 하고...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축제는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금요일 쌍쌍파티로 끝납니다. 학생들이 학과별로 주점이며, 타로점, 또뽑기, 솜사탕, 물풍선 터뜨리기, 연못에서 보트 타기, 세발자전거 타기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목요일에 구경 한번 갑시다.“ “......” 미스 K는 대답하지 않고 예쁜 자태로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여자의 침묵은 긍정’이라는 속설을 믿어야 하나? 매주 일요일 K 교수는 아내와 둘째 아들을 차에 태우고 아침 일찍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형 교회에 예배 보러 간다. 강남에서 수기리로 이사 온 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시골교회를 다녔다. 시골교회는 교인이 한 50명 될까 말까 아주 작았다. 목사님은 마을 토박이로서 연세는 60이 넘으셨는데, 원래는 장로님이었단다. 신앙심이 좋으신 장로님은 50 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세 번째 목표는 4대강 보에 많은 물을 저장해 두면 가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모두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다 4대강 보 옆을 지나다 보면 보 위쪽으로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 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이처럼 많은 물을 저장해 두었으니,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가뭄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견해를 가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보에 가득 차 있는 물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너무 야박한 평가가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치명적인 두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물 부족 지역과 물 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최근에 물 부족은 강의 상류와 지류, 그리고 산간 지방과 해안 지방에서 나타난다. 4대강 본류에 만든 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본류에서 거리가 먼 지류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보에 저장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