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새벽 밀라노의 얼음판 위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하나된 마음의 본보기였습니다. 마지막 바퀴에서 김길리 선수가 번개처럼 튀어 나가며 금메달을 따냈을 때, 온 나라가 환호성으로 가득 찼지요. 하지만 그 열매는 마지막 주자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 선수를 힘차게 밀어주며 제 힘을 모두 실어준 덕분이었고, 함께 땀 흘린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버텨준 덕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럿이 엉켜 있는 곳에서 우리 편의 자리를 정하고 등수를 나누는 것을 우리 토박이말로는 '가름하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가름하다'라는 말을 가만히 읊조려 보세요. 엉클어진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혹은 뒤섞여 있던 여러 선수 사이에서 우리 선수들의 자리를 시원하게 나누어 정해놓는 기분이 듭니다. 어제 경기는 그야말로 '가름'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1등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여러 나라 선수들이 엉켜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의 믿음이 마침내 승패를 가름했습니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이끌어준 그 뜨거운 손길이 엎치락뒤치락하던 흐름을 딱 끊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2월 19일)은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냇물이 풀리고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스물네 철마디(절기) 가운데 하나인 '우수'입니다. 한자로는 '비 우(雨)'에 '물 수(水)'자를 씁니다.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킴이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 오랜 철마디(절기)를 조금 더 살가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싹비'라고 합니다. 예부터 이 싹비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아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제 시골집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2월 19일)은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냇물이 풀리고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스물네 철마디(절기) 가운데 하나인 '우수'입니다. 한자로는 '비 우(雨)'에 '물 수(水)'자를 쓰지요.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물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뚜렷하게 담아낸 이름입니다. 저희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 오랜 철마디(절기) 이름 곁에 나란히 두고 쓸 수 있는, 조금 더 살가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달력에 담아 쓰고 있습니다. 바로 '싹비'입니다. [다듬은 토박이말] 싹비 풀과 나무의 싹을 틔우게 하는 비 (토박이말바라기가 다듬은 말) '우수'라는 말이 눈이 녹아 비가 되는 모습에 몸과 마음을 모은다면, 저희가 다듬은 '싹비'는 그 비가 땅에 닿아 어떤 구실을 하는지 그 '구실'에 마음을 모읍니다. 마른 땅을 적셔 잠자던 씨앗들이 껍질을 깨고 기어이 풀빛 새싹을 틔우게 하는 살가운 손길 같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익은 한자말을 갈음한 이 말을 골라 써보면, 차가운 빗방울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응원으로 바뀌는 남다른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굳이 '싹비'라는 이름을 새로이 다듬어 말씀드리는 까닭은, 우리 삶의 무늬를 조금 더 여러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조선 제6대 임금 세조는 1459년(세조 5년), 세종이 지은 《훈민정음》을 우리말로 풀어서 언해본을 펴냈다. 또한 《월인천강지곡》에 자신이 지은 《석보상절》을 고쳐 합한 책인 《월인석보》를 펴냈다. 《월인석보》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가장 먼저 나온 불경언해서다. 당시 조선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지만, 백성 중에는 불교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세종은 백성이 믿는 불교를 통해 한글을 보급할 목적으로 불경언해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조는 아버지 세종의 뜻을 이어받아 불경언해 작업뿐 아니라, 1461년(세조 7년)에는 한글로 된 불경을 제작하는 관청인 간경도감을 세워 한글 보급에 앞장섰다. Publishing Hunminjeongeum in Korean King Sejo, the 6th king of the Joseon Dynasty, in 1459 (the 5th year of Sejo’s reign), published a vernacular edition of Hunminjeongeum, which had been originally written by King Sejong. Additionally, he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꾼 유지숙 명창이 제작한 <서도 산타령> 음반을 중심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발림>이란 노래를 소개하였다. 이 곡은 빠른 4박 장단으로 구성되며 선창(先唱)자의 소리를 여러 사람이 받는 형식으로 받는 노래라는 점, <경기 산타령>에서는 동해안의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노래하지만, <경발림>에서는 관서(關西) 지방의 팔경(八景)을 엮어나가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는 이야기와 함께 경발림의 사설 일부를 소개하였다. 이처럼 산타령은 각 지역의 산천경개를 두루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다는 이야기,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장단형이든가 활달한 창법,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 합창으로 부르며 집단의 단합을 통해 상대와 내가 더불어 사는 방법이나 질서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노래임을 강조하였다. 이번 주에는 이건자 명창이 그의 제자들과 함께 꾸민 제13회 <경기산타령 발표회>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건자 명창은 서울 성북구가 자랑하는 국가무형문화유산 <선소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로 활동하는 국악인이다. 국악계에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발밑에 숨은 따뜻함으로 마을의 기운을 살려요 요즘 서울시에서 우리 발밑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기를 끌어올려, 겨울에는 건물을 데우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드는 일을 더 크게 벌인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기름이나 가스를 태워 나쁜 연기를 내뿜는 대신,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이 품은 깨끗한 온기를 빌려 쓴다니 참으로 고맙고 든든한 일이지요. 저는 이 기별을 듣고 우리 삶의 온도를 기분 좋게 끌어올려 줄 토박이말 ‘돋우다’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밥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다’라고 하거나, 등불이 어두울 때 ‘심지를 돋우다’라고 말합니다. ‘돋우다’는 낮은 바닥에 흙을 채워 높게 만들거나, 등잔 심지를 위로 끌어올려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가라앉아 있는 것을 정성껏 어루만져 위로 솟아나게 하는 다정한 손길이 느껴지는 말이지요.] 마을이 스스로 일어서게 돕는 ‘에너지 돋움’ 사람들은 흔히 ‘에너지 자립’이나 ‘기술 혁신’ 같은 어려운 한자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번 기별은 우리 마을의 기운을 우리 스스로 북돋우는 *마을 돋움’과 같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등잔 심지를 돋우면 금세 둘레가 환해지듯, 땅속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눈 위를 가르는 매끄러운 몸짓, 승리를 부르는 아름다운 마음 요즘 멀리 이탈리아에서 날아오는 반가운 소식에 온 나라사람들의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하얀 눈밭 위를 시원하게 미끄러져 내려온 우리 스노보드 선수들이 소중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별 들으셨지요?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선수들이 눈 위를 가르며 내려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마치 물 흐르듯 내려오는 그 부드러운 몸짓을 보며 저는 토박이말 '결'을 떠올렸습니다. 눈결을 타고, 마음결을 다스리다 '결'은 참 신비로운 낱말입니다. 나무를 깎을 때 보이는 무늬는 '나뭇결', 비단의 부드러운 느낌은 '비단결'이라고 부르지요. 우리 선수들은 거친 눈발과 얼음판 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그 '눈결'을 아주 잘 타더군요. 남들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험한 길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마치 눈과 하나가 된 듯 매끄럽게 흐름을 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빛났던 것은 선수들의 '마음결'이었습니다. '결'은 사람의 됨됨이나 마음의 됨새를 뜻하기도 합니다. 수만 명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긴장된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그 단단하고 고운 마음결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1453년(단종 원년) 궁녀들과 별감들이 서로 한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누다 들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궁녀인 중비, 자금, 가지와 별감인 부귀, 수부이, 함로는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틔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궁궐 안에 소문이 돌아 감찰 상궁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들은 곧장 지금의 경찰서인 의금부에 끌려갔고, 의금부에서는 그들에게 ‘부대시(때를 가리지 않고 사형시킴)’라는 참형을 내렸다. 하지만 열한 살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된 단종은 그들의 죄를 감해 주었다. 참형을 면한 궁녀들은 곤장을 맞고 평안도 강계에서 관비로, 별감들 역시 곤장을 맞고 함길도 부령진에서 관노로 살았다. 이처럼 궁녀들과 별감들 사이에서도 한글이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일 만큼 궁궐 안에서도 일상생활에 한글이 친숙하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A Court Lady and a Lower Official Exchange Love Letters in Hangeul In 1453 (the first year of King Danjong’s reign), an incident occurred where court ladies and lower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포근한 햇살이 건네는 기별, 마음의 기지개를 켜는 ‘갓밝이’ 오늘은 겨울 겉옷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기온도 여느때보다 높고, 낮에는 영상 10도 안팎까지 오르며 봄기운이 슬쩍 담장을 넘어오겠다고 하네요. 얼어붙었던 길들이 녹아 촉촉해지고, 공기 속에 묻어나는 흙내음이 정겨운 날이 될것입니다. 이렇게 포근한 기운이 세상을 깨울 때, 우리 마음까지 밝혀줄 토박이말 하나 떠올려 봅니다. 바로 ‘갓밝이’입니다. '여명'의 깊이와 '갓밝이'의 살가움 우리는 날이 밝아올 때 흔히 ‘여명(黎明)’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빛의 장엄함을 담고 있는 참 깊이 있는 낱말이지요. 하지만 때로는 조금 더 가깝고 살가운 느낌으로 이 순간을 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 곁에는 ‘갓밝이’라는 예쁜 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막, 이제 겨우’를 뜻하는 ‘갓’과 ‘밝음’이 만난 이 말은,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로 빛이 막 고개를 내밀어 세상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그 찰나를 그립니다. 여명의 빛이 우리를 짓누르는 느낌이라면, 갓밝이의 빛은 마치 아이의 발걸음처럼 조심스럽고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의 산타령 가운데 유지숙이 제작한 음반을 중심으로 <사거리-앞산타령>과 중거리 <뒷산타령>을 소개하였다. 이 자료에는 과거 서도지방 곳곳에서 불러온 산타령도 일부 소개하고 있어서 당시 이 지역에서도 <산타령> 음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알게 한다고 했다. 서도지역의 <놀량>은 경기에 견줘 속도가 빠르고, 입타령이 적어 초보자들이 배우기에 쉬운 점, 고음역(高音域)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들이 많아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남성 취향의 노래라는 점, <사거리>는 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명산(名山)과 대동강의 풍광을 노래하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중거리는 뒷대의 금강산으로부터 황해도, 평안도를 중심으로 하는 산들을 노래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 입창의 마지막 구성곡 <경발림>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곡은 빠른 4박 장단의 구성이며 선창(先唱)자의 소리를 여러 사람이 받는 형식으로 이어지며 경기 입창 가운데 <도라지타령>에 나오는 사설과 유사한 구절도 나오는데, 경기 입창에서는 동해안의 관동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