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앞쪽 연재에서 하경복을 두고 세종이 대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하경복이 북방 변경에서 침범을 노리는 이방인들과 마주하고 있을 때 세종은 늘 북방이 마음에 걸린다. 첫째는 국경과 주민에 대한 불안이오, 둘째는 국경을 지키는 장수에 대한 걱정이다. 장수에 대하여는 그들의 노고도 걱정이지만 그들이 국방을 지킬 때 후방에 있는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신하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마음의 세계를 가) 세종이 보는 마음 그리고 나) 동양, 서양에서 보는 마음을 나누어 들여다 보자. 세종의 마음에 대한 생각 경연에 나아갔다. 동지경연 이지강이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진강(進講)하고, 또 아뢰기를,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바른 연후에야 만민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사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없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 하였다. (《세종실록》 즉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길을 오르는데 백합과에 속하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얼레지 군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색다른 이름 때문에 언뜻 외국 꽃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얼레지는 심심산골에 자라는 우리의 토종 꽃이다. 이유미가 지은 《한국의 야생화》 책에서는 얼레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6장의 꽃잎이 한껏 펼쳐져 꽃잎의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그래서 꽃잎 속에 감춰져 있던 긴 보랏빛 암술대며 이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줍은 듯 고개 숙이는 산골 처녀로서는 파격적인 개방인 셈이다.” <그림8> 그 밖에도 보라색 현호색과 노루귀, 별꽃, 양지꽃 등등 이른 봄에 피어나는 들꽃이 많이 보였다. 뜻밖에 내가 아는 제비꽃은 매우 드물었다. 계절은 이른 봄. 사방에서 신선한 기운을 발산하는 연두색 새잎에 반한 해당(오종실의 호)이 춘흥(春興)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나무 아래에서 단가 사철가를 멋있게 불렀다. 계절과 사람과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내가 중간중간에 추임새를 넣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 질환을 빈도가 낮은 질환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여러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신생아들의 육아 환경에서 출발하는데 모유 수유와 엄마 아빠와의 수면 가운데 밀착이 가장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판단한다. 더불어 체벌의 방식도 이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판단되는데 우리나라 아이의 체벌 가운데 방에 가두어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체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통계를 기준으로 공황장애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유병률은 0.5%로 알려져 있으며 일 년 유병률은 0.2%로 조사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호주와 같이 서구권 국가의 평생 유병률은 1.6-6.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1. 우리나라 공황장애 환자들의 호소 증상 아울러 우리나라 공황장애 환자들의 경우 공황 발작과 광장 공포증 역시 교과서적인 증상보다 가벼우며 정상인들도 있을 수 있는 증상을 공황장애로 판단하는 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도중에 사람이 많고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혀 오고 심장 박동이 빨리 뛰기 시작하여 몸이 떨리고 어지러워서 의식을 잃고 쓰러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장구경 온 사람들아 소인 근본 들어보소 나의 칠팔구대조께옵서는 남병사를 지내옵고, 사오륙대조께옵서는 평양감사 마다하고 알성급제 도장원에 승지참판 지냈다오. 아서라, 구라치기 지겨우니 뚝 잘라 말하리다. 고향은 경상도라 무뚝뚝한 말뽄새에 알고도 짐짓 몰라 ‘시침 뚝!’이 자랑이라, 갓끈 긴 사장님아 가방끈 긴 시장님아, 다리 밑이 고향이긴 매양 일반 아니던가. 항렬자는 뚝자 돌림, 일가친척 일러볼까. 새부대에 새로 담는 새뚝이는 어떠하며 쓰러지면 일어나는 오뚝이는 어떠한가. 섬섬옥수 담근 간장, 장맛보다 뚝배기라 박경리 태어난 곳 이름하여 ‘뚝지먼당’ 어떻소, 말뚝이 근본 이만하면 쓸만하요? <해설> 지금은 이런 어른들 잘 안 계시지만 10년 전만 해도 어디 가면 “자네 고향이 어딘가? 성은 무엇이며 본은 어딘가?”, 좀 더 점잖은 어른들은 “춘부장 연세는 얼마이고, 안항은 몇인고?”하고 묻기도 했다. 이런 물음에 잘 대답하지 못하면 가정 교육을 잘 못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만다. 성씨나 본 정도는 대부분 알 것이고, 춘부장도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임을 모르지 않는데, 안항(雁行)이란 말에선 말문이 막힐 수도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3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16일 2021년에 평창강 220km를 14구간으로 나누어서 벗들과 함께 걸었다. 내가 평창에 살기 때문에 답사 준비를 맡았는데, 은근히 할 일이 많았다.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로가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사전 답사로 알아보는 일, 인원이 많아지면 차량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등등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사소하게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코로나 핑계를 대고 봉평 집에서 칩거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꾸 다른 답사 계획이 없느냐고 묻는다. 답사도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지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면 다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대천 따라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강의 발원지는 조선 시대에는 오대산 상원사의 남서쪽 서대 수정암 옆에 있는 우통수라고 알려져 있었다. 우통수에서 발원하는 하천의 이름이 오대천이다. 오대천은 월정사 앞을 지나 남쪽으로 흘러서 진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이 겪는 다양한 질병은 물리적으로 좋지 않은 몸의 상황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리 심리적, 정서적인 문제로 질병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드러나는 증상은 인체의 몸에서 표출되기에 대부분 이러한 정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흔히 정신적인 문제에 기인한 질환인 정신질환과 자폐, 공황장애, 조현병 등등마저도 육체에서 증상이 드러나며 이에 기반한 인과가 존재한다. 필자도 자폐아를 진료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재차 확인하였게 되었다. 자폐라는 정신질환이 실제는 대부분이 뇌성마비나 발달장애가 병행되었음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질병명을 분류할 때 뚜렷한 물리적인 병인을 찾지 못하면 신경성(神經性)이란 접두사를 붙여 병명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적인 요소가 문제라기보다는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병명이라 본다. 그 가운데 최근에 많은 환자가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공황장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공황장애란? 공황장애란 객관적으로 보기에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극심한 불안에 사로잡혀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혀 곧 죽거나 미칠 것 같은 극단적인 공포에 빠지는 상태인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장애를 말한다.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말뚝이 타령 이놈도 이리오라 저놈도 저리가라 통시 앉아 개 부리 듯 좌라좌라 우로우로 서러운 바사기 신세 어디 가서 한탄할꼬 말뚝이는 가벼운 놈, 남의 말 수이 마소 춤판 탈판 심심할까 재담하고 놀았는데, 반지빨라 못 쓸래라, 킥킥큭큭 이러쿵저러쿵 주둥이들 놀리지만, 쌀을 줬나 술을 줬나 눈대중으로 가늠마소. 버드남ㄱ에 쇠불알 추, 바람도 천근만근, 보풀인들 가벼우랴. 한치 앞 뵈지 않으니 제 앞가림 단디하소 연당못에 줄남생이 청석 틈에 송사리떼 말뚝인지 개뚝인지 맨맨한기 홍어좆이라 더럽고 아니꼬와서 유언장이나 쓰야것다 <해설> 어쭈구리! 양반님네들 춤을 보니 참 잘 나기도 하셨소 그려. “통시 앉아 개 부리 듯 / 좌라좌라 우로우로 / 서러운 바사기 신세 / 어디 가서 한탄할꼬” 첫수 중장과 종장에서도 요즘 사라져 가는 시어 둘을 차용했다. 사실 예전에는 ‘통시’란 말은 대체로 통용되었는데, 지금 젊은 세대에겐 쓸모없는 말이 되었다. 같은 곳을 의미하지만, 통시, 뒷간, 변소, 화장실 등으로 변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화장실이란 말이 가장 잘 못 된 말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좋은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전회에서는 하경복(河敬復)을 다루었다. 이어 하경복에 대한 세종의 마음을 알아보기 이전에 지난 7월 4일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세종정신 되살리기 대토론회’가 있어 시의에 맞추어 그 내용을 알아보자. 이번 토론회는 ‘세종대왕 나신 곳 복원과 기념관 건립’이라는 주제로 종로구 최재형국회의원실과 (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사)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이 함께 주관했다. 지난 3월 9일 청와대 개방을 맞이하여 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세종대왕 나신 곳은 현재 통인동 길거리에 표지석 하나밖에 없어서 그 필요성은 여러 번 강조된 바 있었으나 이번 청와대 개방이 당위성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기념관은 현재 홍릉에 기념사업회 건물이 있으나 출판물 등의 사업을 하고 있어 실제 기념관 취지와는 다르다. 이날 회의에서 제기되었던 내용을 요약해 보자. 준수방을 복원하자 한글문화협회의 리대로 대표는 ‘세종정신과 한글을 빛내는 길’ 발표에서 우리나라가 일어난 밑바탕에는 쉬운 우리말글로 국민과 정부가 한마음이 되게 한 세종 정신과 한글이 있다고 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 단체의 소리를 듣고 정책에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 이전엔 봄기운이 남아서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바람도 시원한데, 장마 때부터는 날도 덥고 습해지면서 음식물의 부패 속도가 높아져 우리의 몸도 장염이나 식중독의 염려가 가중된다. 장마 즈음해서 바다에도 변화가 드러난다. 6월 말 무렵이 되면 바다의 대부분 수상생물이 산란을 마쳐서 힘이 없고 취약한 상태가 된다. 곧 바다 생물들 역시 면역력이 취약해져서 감염되어 있기도 하고 힘이 없는 상태가 되어서 생선도 맛이 없다. 따라서 장마 시점부터는 수산물을 먹을 때 신선도를 유의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 곧 육지건 바다건 6월 말 장마철을 분기점으로 음식물의 변화가 확연해지므로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가볍게는 장염, 심하면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1. 여름에 추천하는 생선 요리 현대의 여름은 냉장고와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문명의 이기로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식단을 제공한다. 따라서 방심만 하지 않으면 식중독이나 음식물로 인한 감염성 장염의 염려는 현격히 줄어든다. 보통 여름철 추천 음식을 보면 냉면이나 빙수, 수박 화채 같은 시원한 음식을 주로 권하고 삼계탕이나 초계탕, 사철탕과 같은 육류도 추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얼씨구, 양반님들 때깔 곱고 맵시 좋다 북방에는 흑제양반, 남방에는 적제양반 원양반 중앙을 돌며 춤판을 호령한다 나으리, 저 양반님들 인물평이나 들려주소 어디 보자 발맘발맘 걸음새를 뜯어보자, 이 몸으로 말한다면 양반 중의 으뜸양반 원양반님이시고, 물색옷 입은 저 양반은 청보생원님이시다. 끄덕끄덕 저 양반은 수원 백서방과 남양 홍서방이 한 이불 덥고 만든 접으로 된 양반이시고, 빨아 논 김치가닥 같고 밑구녕에 빠진 촌충이 같은 저 도령은 이 몸이 평양감사 갔을 때 병풍 뒤에서 낮거리로 만든 도령이시다. 남방 북방 동방 서방 니 서방인지 내 서방인지 올 서방은 오고 갈 서방은 가고 주 서방은 죽고 서 서방은 선 채로 양반님들 떵떵 울리며 저자행차 하였으니, 인사나 탱탱 꼴아 올려라 유명짜한 분들이시다. <해설> 한바탕 양반춤 추고 나니 뭔가 쬐끔은 부족해 보여 이젠 인물평이나 들어보자. 저기 저 가운데 양반이 원양이면 북쪽을 서성이는 저 양반은 흑제양반, 남쪽을 거니는 저 양반은 적제양반이라던가. 둘째 수 중장 첫 문장 “어디 보자 발맘발맘 걸음새를 뜯어보자”에 나오는 ‘말밤말밤’이란 말은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인데,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