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벽파 선생은 경서도 민요를 소리로 지켜온 명창, 소리꾼으로는 흔치 않은 학자(學者), 시대를 앞서가는 국악교육자,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존경을 받아 온 대 사범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있어 선생은 역사에 눈을 뜨게 해 준 분이었다. 선생은 민요시간에도 사설 중에 역사적 인물, 지역 이름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실감이 나게 풀어내 마치 역사 공부 이상의 수업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벽파 이창배의 역저 《한국가창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벽파 선생은 예전부터 불려 내려온 민요들을 정리하여 《가요집성》을 펴냈고, 이를 수차례에 걸쳐 《증보 가요집성》을 낸 바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대대적으로 보완, 증보하여 1976년 2월, 경서도창의 교본, 《한국가창대계》를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을 펴내게 된 배경을 보면 국악 중에서도, 성악 분야에 있어서 난해한 가사가 많아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마침 <홍인(弘人)문화사>의 획기적인 시도로 성악곡 전반에 걸쳐 해설과 아울러 난삽한 어휘를 일일이 주해를 붙이고, 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당신은 정초 신사참배(하츠모우데)에 다녀왔습니까?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금이 한창 정초 신사참배(하츠모우데, 初詣) 기간이다. 5일(수) <TOKYO FM> 프로인 ‘Skyrocket Company’ 에서는 청취자를 대상으로 “당신은 정초 신사참배(하츠모우데)에 다녀왔습니까?” 라는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자 666명 가운데 다녀왔다가 46.7%, 안갔다가 53.3% 로 나타났다. 정초 신사참배율이 절반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다녀왔다’는 사람들에게 다시 물었다. “새해 첫날(1일) 오전 중에 치바현 나리타시의 나리타산 신쇼지(成田山新勝寺)에 첫 참배를 다녀왔는데 줄이 엄청나서 3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과연 이곳은 치바현이 자랑하는 절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줄을 서서 참배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강해 손발이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참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치바현 28세 남성 회사원)” “1월 2일에 정초 신사참배에 갔는데 한 꼬마 녀석이 신사의 운수 뽑기 통앞에서 큰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순간, ‘넘어졌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싫어, 대길(大吉)이 아니면 싫어’라면서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이다.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때인데, 이름으로만 봐서는 작은 추위라는 뜻이지만 실제 보름 뒤에 오는 대한보다 더 추울 때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같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엊그제 동지를 지낸 우리는 엄동설한을 견뎌야 한다. 지금이야 난방도 잘되는 집과 오리털 점퍼, 발열내의도 있지만, 예전엔 문풍지가 사납게 우는 방에서 오들오들 떠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엄동설한을 견뎠을까? 먼저 동지부터 입춘까지 물리적인 난방이 어려운 대신 한 가닥 꿈을 꾸면서 구구소한도를 그려나갔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서 구구(九九)란 9×9=81, 곧 여든한 개의 매화 꽃송이로 소한(消寒) 곧 추위를 잊어서 삭여 내는 걸 말한다. 동짓날 창호지에 하얀 매화꽃 81송이를 그려 벽에 미리 붙여 놓고 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벽파는 <청구고전성악학원>의 설립과 운영, 선소리 산타령의 예능보유자 인정, 《가요집성》, 《한국가창대계》의 출간 등 공연이나 방송활동 외에도 교육과 저술 등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10여 년 전 ‘벽파학술대회’에서 나는 벽파야말로 “경서도 민요를 소리로 지켜온 명창”이며 소리꾼으로서는 흔치 않은 학자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명창이며 학자가 전부는 아니었다. 벽파 선생이야말로 민요의 중요성을 강조한 진정한 국악교육자였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1955년, 전쟁의 후유증으로 모두가 힘겨운 재건운동을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서울 종로3가에 <청구고전성악학원>을 세우고, 일반인과 정규 수강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국악고교>와 <국악예술학교>를 비롯하여, 국악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에게 좌창이나 입창, 일반 민요 등 경서도 소리를 지도하면서 이 분야의 확산 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2021년 현재 경서도 민요와 관련한 국가와 지방의 예능보유자나 전승교육사 대부분은 그의 직간접 제자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금 귀성인파로 전국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고향의 부모님과 일가친척을 만나 뜻깊은 새해를 맞으려는 것은 우리네 설날 풍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에는 없는 하츠모우데(初詣)란 풍습이 특이하다. 하츠모우데는 새해 정초에 신사나 절에서 한 해의 소원성취와 건강을 비는 행사를 말한다. 이맘때쯤이면 인터넷에서는 전국의 유명한 신사나 절을 소개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일본의 정초 하츠모우데 풍습은 “도시코모리(年籠り)”라고 해서 집안의 가장이 기도를 위해 그믐날 밤부터 정월 초하루에 걸쳐 씨신(氏神の社)의 사당에 들어가서 기도하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던 것이 그믐밤 참배와 정초참배로 나뉘어졌고 오늘날에는 정초 참배 형태가 주류다. 이러한 정초 기도 풍습은 명치시대(1868년) 중기부터 유래한 것으로 경성전철(京成電鐵) 같은 철도회사가 참배객 수송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이동이 쉽지 않던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해 유명한 신사나 절을 찾아다니게 된 것이다. 대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신사나 절에서 하츠모우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의 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7회 벽파 전국국악경연대회 관련 이야기로 <벽파(碧波)>라는 이름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벽파란 경서도 명창 이창배 선생의 아호(雅號)라는 점, 1916년 서울 성동구 출생이며, 원범산과 최경식에게 잡가와 가사, 이명길, 탁복만에게 산타령을 배워서 오늘에 이어주었다는 점, 해방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경서도 소리 공부를 하였고, 1955년에는 종로 3가에 <청구고전성악학원>을 세워 경서도 입창, 잡가, 속요들을 중심으로 가르쳤는데, 당시 전문인, 비전문인 등이 모두 이곳에서 그의 지도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1960년대, 선소리 산타령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벽파는 김순태, 김태봉, 정득만, 유개동 등과 함께 이 종목의 예능보유자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그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서울음대 이혜구 교수, 국립국악원장 성경린 등과 함께 《국악대전집》과 《민요삼천리》를 펴냈다. 또한 1976년까지 《가요집성》을 7차례 증보하여 경서도 소리의 전범(典範), 《한국가창대계》를 출간하였다. 이것은 경서도 소리를 위해 매우 유용한 저서로 지금까지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듣도 보도 못한 감염병 ‘코로나19’가 올해로 끝나는가 싶었더니 또다시 극성이다. 이 녀석이 아니라면 성탄분위기를 살린 크리스마스트리나 캐럴송도 제법 들릴 텐데 아예 거리에 나서는 일조차 꺼리는 연말 분위기다. 그래도 대형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는 커다란 트리장식이 내걸려 한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을 준다. 연말이 다가오면 일본에서는 “시메카자리(注連飾り)”를 대문에 건다. 시메카자리는 집 대문에 매다는 장식으로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다. 이러한 전통은 농사의 신(도작신앙-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백화점이나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시메카자리는 보통 12월 말에 대문에 내걸고 대개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다. 시메카자리 말고 연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이해 2021년 12월 22일(수)부터 2022년 3월 1일(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호랑이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조명하는 자리로,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로 자리매김한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조선 사람들은 반년 동안 호랑이 사냥을 하고, 나머지 반년 동안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사냥한다”: 방대한 호랑이 흔적 약 120년 전에 출간된 여행기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1897)에서 저자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조선 사람들은 반년 동안 호랑이 사냥을 하고, 나머지 반년 동안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사냥한다.”라고 하며, 조선에는 많은 수의 호랑이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호랑이와 관련해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는 1,000건 이상의 설화를,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는 700건 이상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구술과 기록으로 대표되는 두 문헌에 나타난 방대한 호랑이 흔적은 오랫동안 호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黃眞伊)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지, 해가 부활하는 날 ‘동지(冬至)’는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이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다.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라 하여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불렀다. 동지팥죽, 귀신 쫓고 더불어 살고 이날 가장 흔한 풍속으로는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이다. 팥죽에는 찹쌀로 새알 모양의 단자(團子) 곧 ‘새알심’을 만들어 죽에 넣어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제7회 벽파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지난 12월 12(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작년에는 감염병으로 인해 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에는 비(非) 대면(對面)으로 실시하는 영상 심사로 예선을 거친 뒤, 본선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2021년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돌림병 확진자가 줄어들기는커녕, 또 다른 새로운 이름의 병균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서 매우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철저히 방역해 가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년에 견줘 다소 출전자들이 줄기는 했어도 100여 명 이상이 참가신청을 냈다고 하니 벽파 대회의 위력은 나름대로 살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제7회 대회에서 명창부의 대상은 서도좌창 가운데서 초한가(楚漢歌)를 힘차게 부른 최은서가 차지하였다. 초한가란 어떤 노래인가? 아니 그보다도 벽파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벽파(碧波)>란 무슨 뜻이고 누구를 일컫는 이름인가? 벽(碧)은 푸르다는 의미, 또한 파(波)는 물결이라는 의미여서 벽파란 <푸른 물결>을 뜻한다. 바로 경기민요의 대명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