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온돌 문화는 우리나라의 아주 독특한 문화입니다. 바닥 난방을 중심으로 하는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 한국인들이 기후 환경을 슬기롭게 활용한 삶의 방식이지요. 온돌은 다른 나라에서 보이지 않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여서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옛 선조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을 때 비교적 높은 곳에 정자를 지었습니다. 정자는 자연을 감상하면서 한가로이 놀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아담하게 지은 집으로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 있는 구조이지요. 우린 정자의 이름에 쓰이는 루와 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루(樓)’는 주로 1층으로 하단이 뚫려있는 다락집 형태로 비교적 규모가 작고 ‘각(閣)’은 2층 이상으로 루보다 크고 웅장합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보신각(普信閣)을 다르게 종루 또는 종각으로 불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요. 굳이 따져보자면 종각(鐘閣)이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자에 온돌을 깐 건물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왕의 거처인 경복궁 안에 있는 향원정이지요. 향원정(香遠亭)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의미로 주렴개의 애련설(愛蓮說)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향원정은 주로 왕과 왕실 가족들의 휴식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유방을 도와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한신입니다. 무수한 공을 세워 유방에게 천하를 안겨주고 자신은 제(齊)왕과 초(楚)왕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원래 항우의 군대에 입대했지만, 중용 받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항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유방의 진영으로 발걸음을 옮기지요. 그는 생애가 화려한 만큼 많은 고사성어를 만들어 냅니다. ‘과하지욕((胯下之辱)’으로 불량배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치욕을 참아 목숨을 부지하고 초왕이 된 뒤에 그를 찾아내 용서하고 벼슬을 내렸다는 고사와 ‘일반천금(一飯千金)’으로 동네 아낙이 한신을 불쌍히 여겨 밥을 주면서 "당신에게 돌려받을 것은 생각도 안 한다."라고 했는데 후에 천금으로 보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사면초가(四面楚歌)’로 항우와의 마지막 결전인 해하 전투에서 항우를 사지로 몰아넣은 이야기와 함께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유방과 군대의 운영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 그것인데요.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가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단군 이래로 지금의 사회처럼 정보가 넘치고 빠른 시절을 살아온 세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일어난 실상을 우린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린 스스로 현재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살면서도 이 세상의 진상을 알지 못합니다. 현실은 복잡하고 인간사의 진실은 켜켜이 깔린 무지와 은폐의 장막에 가려져 있습니다. 어제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히려 해도 수개월이나 수년이 걸리고, 때론 수십 년이 지나도 실상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죽어 묻힌 사람도 아니고 치매나 기억상실로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떵떵거리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존 인간임에도 우린 그 진실을 파헤칠 수 없습니다. 마치 문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철옹성 같아서 한 개의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막아서고 있지요. 진실은 하나이고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눈치 속에서 진실의 눈을 감아버립니다.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거의 관련된 영상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전쟁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세상이니까요. 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런치 데이트>는 미국에서 1989년 만들어진 흑백 단편영화입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어느 백인 귀부인이 흑인과 부딪쳐 쇼핑백을 떨어뜨립니다. 쏟아져 나온 물건들을 주워 담느라 기차를 놓치고 말았지요. 하는 수 없이 주변 음식점에 가서 샐러드 한 접시를 주문하고 식탁에 자리 잡은 그녀는 포크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깨닫습니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서 포크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그사이에 어떤 흑인이 자기 식탁에 앉아 샐러드를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화가 났지만, 포크를 들고 같이 샐러드를 먹습니다. 서로 한 포크씩 집어서 말이지요. 샐러드를 먹고 난 뒤 흑인이 커피를 두 잔 가져와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넵니다. 커피를 마신 귀부인은 기차를 타러 갑니다. 허걱~~ 그만 쇼핑백을 놓고 온 것이었습니다. 급히 음식점으로 뛰어갔지만, 흑인도 쇼핑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귀부인은 음식점 여기저기를 찾아보던 중에 아까 샐러드를 먹었던 곳 바로 뒤의 식탁에 손도 대지 않은 자기 샐러드 접시와 쇼핑백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요. 귀부인은 자신이 자리를 잘못 잡은 탓에 흑인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고 커피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를 뜻합니다. 두 악기는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려서 듣기 좋습니다. 그러니 부부가 어울려 백년해로하는 것을 “금슬이 좋다.”라고 표현하지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혼례식 때 금슬이 좋다고 알려진 동물을 주고받습니다. 기러기가 그것인데요. 실제로 기러기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습성상 짝짓기를 처음으로 한 암수는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기러기는 일부일처제긴 하지만 배우자가 죽으면 짝을 바꿉니다. 원앙도 부부금슬의 상징입니다. 일단 예쁘기도 하거니와 원앙금침이란 용어도 있으니, 부부지간에 사이가 좋음을 상징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수컷 원앙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합니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암컷의 몫이지요. 그러니 부부금슬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컷이 바람둥이인 것은 삵 같은 무서운 포식자들 사이에 자손을 남겨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원앙 수컷은 특유의 밝고 색채가 풍부한 장식깃 덕분에 유명합니다. 그런데 장식깃은 번식기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번식기가 지나면 다 빠져서 암컷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뀝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불도저 앞에서 학생들에게 삽을 잘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주 놀라운 세계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한 신세계지요. 그 중심엔 AI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체계화시키며 미술가조차도 감탄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심지어 동영상까지 제작합니다. 10초만 나의 음성을 들려주어도 내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고 ‘Deep Fake’는 우리 얼굴을 임의의 영상에 덧씌웁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굴러다니는 것은 이미 옛일이 되어버렸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똑똑한 기계가 출현해 있습니다. 지금도 드론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여 전쟁의 ‘국면전환자(게임 체인저)’ 역할하고 있으니 전투 로봇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총을 맞아도 끄떡없고, 물속이나 불 속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추위나 더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배고픔을 호소하지도 않으며 24시간 초집중을 하고, 자동차처럼 빠르며 야간 투시 능력이 있고 온갖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유월의 논엔 물이 가득합니다. 막 심긴 모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싱그러움을 자아냅니다. 논엔 벼가 있어야 멋스러운 듯합니다. 물이 들어온 논은 개구리 세상입니다. 개구리 합창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면 유년 시절의 추억이 소환되어 좋습니다. 개구리 올챙이가 논을 가득 채우지만, 개구리밥 풀 또한 논의 귀퉁이에 푸르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구리밥 풀을 평초(萍草)라고 합니다. 평자가 개구리밥 평자거든요. 그런데 개구리밥 풀은 뿌리가 물 위에 떠다닙니다. 그래서 앞에 뜰 부(浮)를 덧붙이지요. 곧 부평초(浮萍草)가 개구리밥 풀의 한자식 이름입니다. 부평초는 몇 가닥 실뿌리가 있기는 하지만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물결에 휩쓸리며 연약한 목숨을 이어갑니다. 사람이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을 부평초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이지요.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무려 15번의 이사를 경험했으니 이리저리 떠도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평초는 한 군데 정착은 못 할지라도 절대로 그 삶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도 살아오면서 부평초 같은 상황을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가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람 대부분은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는 원인을 내부적에서 찾습니다. 곧 내가 잘해서 일이 잘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일이 실패했을 경우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습니다. 곧 외부적인 여건이나 운,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 것을 들어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지요.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면 내로남불인데 그것을 ‘자기 위주 편향’이라고 합니다. 자기 위주 편향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훌륭한 업무를 달성했는데 자기 능력이 아니라 운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유쾌한 일이 아닐뿐더러 다음에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좋은 결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작아집니다. 그러니 무의식적이라도 나의 공이 들어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심리가 깔린 것이지요. 요즘 연예인들의 그릇된 행동이 연일 방송에 오르내립니다. 대부분 사람은 스크린 속에서 연출된 그들의 재능과 능력에 함몰되어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기도 하고 펜클럽을 결성하여 응원하기도 합니다. 그들도 하루 세 끼를 먹고 화장실도 가고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은 사생활이 있는데도 뭔가 꼬투리를 잡으면 그것이 삽시간에 인터넷에 도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볼티모어대학에 흑인 사회를 연구하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면접을 통하여 흑인 학생들을 만나러 다녔고 그가 만난 200명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이들에겐 100% 희망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연구 결과물은 연구실 구석에 처박힌 채로 20년이 흘렀고 교수도 정년 퇴임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방의 주인이 된 젊은 교수는 먼지 더미 속에서 20년 전의 연구물을 발견합니다. 젊은 교수는 그러면 지금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요. 그래서 수소문하여 180명을 찾아 면접을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176명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100% 절망이 아니라 100% 희망으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교수는 그들의 성공적인 삶이 무엇에서 연유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여선생님이 저를 이렇게 변화시켰습니다." 다시 교수는 제자를 잘 길러낸 여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쳤기에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었나요?” 여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그저 그들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잘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입을 다물고 욕망의 문을 닫아라. 날카로움을 꺾고 엉킨 것을 풀어라. 빛을 가리고 먼지와 같이 되어라. 이것을 본래의 하나 됨이라 하느니라.”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노자는 ‘화광동진 광이불요((和光同塵 光而不耀)’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제 잘난 맛으로 살아갑니다. 자기 자랑으로 하루 해가 저무는 사람도 많습니다. 철원에 가면 숙취에 좋은 음료수를 만드는 공장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창업주의 박물관이 있지요. 그가 평소에 받은 감사장 및 상패, 각종 선물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품 광고에 자신이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자랑으로 하루가 저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노자는 이야기합니다.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어라. 빛을 갖고 있으되 반짝이지 말아라." 비우고 또 비우라는 말씀입니다. 그리하면 마음이 연못처럼 깊어야 세상을 품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현동(玄同)이라는 말씀도 있지요. 검은 것은 현묘합니다. (玄妙之道) 아주 진한 빨강이나 아주 진한 파랑은 검은색으로 수렴합니다. 위에 열거한 색뿐 아니라 색 대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