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표준국어대사전》은 '말씀'에다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와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다. 그러면서 뒤쪽 풀이의 보기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었다. 《우리말큰사전》과 《조선말대사전》도 두 가지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지만, 뒤쪽 풀이를 《표준국어대사전》과는 달리 "상대방을 높이어 자기의 말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풀이의 보기는 역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어 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말씀'이란 '남의 말'일 적에는 높여 이르는 것이 되고, '자기 말'일 적에는 낮추어 이르는 것이 된다. 같은 '말씀'이라도 남이 쓰면 '높임말'이 되지만, 자기가 쓰면 '낮춤말'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말큰사전》과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말씀'이란 남의 말이거나 자기 말이거나 늘 '높임말'일 뿐이다. 다만, 남의 말일 적에는 그 '말'을 높이느라 높임말이 되는 것이고, 자기 말일 적에는 '상대쪽' 사람을 높이느라 높임말 이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올바른 풀이일까? 당연히 《우리말큰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이 올바른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의병 연구가 김남철 선생>이 힘들여 쓴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가 2024년 <세종우수도서>에 뽑혔습니다. 작금의 국가변란 시국에, 혹한에도 불구하고 응원봉을 들고 나와 길에서 밤을 새우는 20, 30대 소녀 의병들을 보면서, 새삼 우리의 의병 핏줄을 뼛속 깊이 느낍니다. 오늘의 젊은 의병들의 기록도 글로, 사진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글쓴이) 우리가 5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사에서 어느 민족도, 어느 나라도 이만큼 긴 세월을 동질성을 지키면서 꿋꿋이 버텨온 사례가 없다. 그 밑바닥에는 저항의 역사와 함께 기록이 있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이를 모두 기록하면서 반성했기 때문에 드물게 5천 년을 이어오는 민족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수단(문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면 온 동네 개들이 떼창으로 짖어댈 수는 있지만, 우리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른 마을에 알릴 수 없고, 어제 우리 마을에 낯선 사람이 왔었다고 전할 수도 없다. 기록은 우리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만남'이라는 말은 알다시피 움직씨 '만나다'의 이름꼴로서, '만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만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만나다'의 말밑(어원)을 밝혀 보아야 드러난다. '만나다'의 말밑은 (맛+나다), 곧 (맞다+나다)이다. 그러므로 '맞다'의 뜻과 '나다'의 뜻을 알아야 '만나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릴 수가 있다. '맞다'는 "네 말이 맞다."에서처럼 '옳다(틀림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지만, 이것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없다. "어여쁜 며느리를 맞다."에서처럼 '맞이하다'라는 뜻, "대낮에 도둑을 맞다."에서처럼 '당하다'라는 뜻, "날아오는 돌에 맞다."에서처럼 '부딪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맞다'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만나다'에는 '맞이하다'라는 뜻이 가장 알맹이로 쓰였다. 그래서 '만나다'는 본디 (맞다 + 나다)를 말밑으로 하여 맞이 하다+나타나다), 곧 '맞이하여 나타나다'를 뜻의 알맹이로 하는 낱말이다. 그런데 '맞이하다'가 과녁말(목적어)을 더불어 쓰기 때문에 '만나다'도 과녁말을 더불어 쓰게 마련이다. "소나기를 만나다." "풍년을 만나다."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1. 장면 하나 1992년이었나 1993년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가요톱텐’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댄스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서 마르고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혼자 목에 하모니카, 어깨에는 기타 하나를 메고서 텅 빈 무대 위에 섰다. 그때는 발라드를 불러도 뒤에 무용단이 나와서 무대를 채우곤 했던 때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지난 기사에서는 구로베의 고열터널에서 공사 중에 다이너마이트가 자연폭발 해서 몸이 흩어지고, 괴력의 눈사태로 인해 숙소 채로 내동댕이쳐져 몸이 찢겨 죽은 조선인들에 대해 얘기했다. 최근 구로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은 일찌감치 조선인의 흔적을 지워나갔고 일본인의 손으로 자연을 이겨낸 문화유산이라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구로베에서 이렇게 고통 속에 죽어간 조선인들의 기록이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극히 일부이지만 조선인들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 온 일본인도 함께 조명해 보겠다. 기록소설 《고열터널》이 지운 ‘조선인’, 그리고 역사에서 삭제된 ‘조선인’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는 구로베의 제3발전소 공사를 조사하고 증언을 살려서 소설 《고열터널(高熱隧道)》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기술자, 인부장, 인부 이렇게 셋으로 나누면서 터널에서 참혹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부’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칭했을 뿐 한 번도 ‘조선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이 공사에 종사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조선사람인데, 강인한 체력을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음력이 농사력으로 적합하지 않아서. 일찍이 황허강 유역의 농민 집단은 태양력의 일종이며 농사에 편리한 “절기의 역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 역법은 일 년, 365.24 일을 춘분 추분을 분기점으로 24절(節:마디)로 나눈다. 한 절의 평균 일수가 15.22일 임을 참고하여 절의 실제 일수는 15일이나 16일로 하였다. 하나의 절은 같은 기(氣)가 지속된다는 뜻으로 절기라고 불렀고 그 절기에 해야 할 농사일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주어졌다. 절기는 태양력이라 같은 이름의 절기는 매년 기후까지 유사하였음으로 농사일에 적합한 역법이 되었다. 절기는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니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을 절입 시점 또는 절입이라고 한다. 어느 절입이든 그때의 태양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천문상 위치는 매년 일정하다. 다만 해 뜨는 시각이 지표면의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즉, 태양을 기준한 천문 상 지구 위치가 같은 때라도 지구표면의 경도에 따라 절입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일년이 365.242196일이니 같은 경도라 해도 모든 절입은 매년 대략 6시간 가량 늦어진다. 이런 식으로 하루가 달라지면 일년을 366일로 하게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우리는 사람에서 몸을 빼고 남는 것이 마음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값어치를 매길 적에는 몸보다 마음을 훨씬 무겁게 여긴다. 그렇다면 '마음'이란 무엇인지, 국어사전들의 풀이를 살펴보자. 1) ① 생각, 의식 또는 정신. ② 감정이나 기분. ③ 의지나 결심. ④ 관심이나 의향. 2) ①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②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③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④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⑤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⑥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의 감정. ⑦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3) ① 사람의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움직임. 그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는 속생각. ② 기분이나 심정. ③ (어질다. 착하다, 모질다. 약하다. 굳세 다 등과 함께 쓰이어 '사람의 성품이나 심사'를 나타낸다. ④ (다지다. 먹다 등과 함께 쓰이어) '각오, 결의, 의향' 등을 나타낸다. 1) 은 속살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고 뜻이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지난 기사에서는 왜 생명체가 들어갈 수도 없는 고열터널에 일본인 대신 조선인들이 들어가서 일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뜨거운 고열로 인한 잇따른 사고들, 그리고 험준한 산속의 눈사태로 인해 어떠한 희생이 있었는지 알리고자 한다. 약 6km의 구로3 공사 전체에서 3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한 조선인 희생자의 비율이 높다. 고열터널에서만도 “고열터널 742m 암반을 굴착하는 동안 170명이 죽었다. 4.3m당 1명씩 사라진 잔인한 인신공양임에 틀림없다.”(《고열터널》, 196쪽)라고 밝히고 있다. 구로3 공사에서는 준비과정에서부터 벼랑에 낸 좁은 수평도로를 다니며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터널 공사에서처럼 터널 공사 중 암반에 깔리거나 광차(도롯코)에 딸려 들어가는 사고가 일어난다. 또한 불발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구로3에서도 얼굴이 아스러지고 내장이 쏟아져나와 죽거나 손발이 날라가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구로3에서만 특별하게 일어난 사고를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1) 다이너마이트 자연발화 폭발사고와 처리 과정 화약류취급법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 사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직도 '마고할미'의 자취가 두루 널려 있다. 북으로는 평안도에서 남으로는 제주도까지, 놀랄 만큼 큰 돌이 있는 곳에는 으레 마고할미 이야기가 살아 있다. 제주도에서는 '설문대할망', 충남 바닷가에서는 '갱구할미'라고 이름을 조금 달리 부르기도 하고, 이야기 줄거리도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야기 꼬투리는 모두 서로 비슷해서 본디는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에서 흩어져 나간 것들임을 짐작하게 한다. 꼬투리들을 대충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마고할미는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이며(충북 단양), 본디 하늘에 살던 하느님의 딸이었다(지리산) 2. 키가 하늘에 닿아서 해를 가리고(경남 통영), 한라산 꼭대기를 베개 삼아 베고 누우면 발은 제주 앞바다 관탈섬에 얹혔고(제주), 옷을 입고 춤을 추자, 삼남 지방에 그늘이 져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충남 바닷가) 3. 자연을 만드는 힘이 있어서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다가 터진 구멍으로 흘러서 오름들이 되고, 마지막으로 날라다 부은 흙은 한라산이 되었으며(제주), 임금님에게 쫓겨나서 주리고 목이 말라 흙을 먹고 바닷물을 마시다가 설사하였더니 우리 강산이 되었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럿이 술을 마시면 시간이 금방 가는데, 단둘이 술 마시니 시간이 더디게 간다. 김 교수는 평소에 궁금했던 술집 아가씨들의 세계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술을 매일 마시다 보면 몸이 견디지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러한 폭음을 견디느냐고? 그들 세계에는 나름대로 술 적게 마시는 비법이 있단다. 술잔을 받았다가 안 볼 때에 다른 그릇에 슬쩍 따르기도 하고, 술을 마신 후 입에 머금고서는 물잔을 들어서 마시는 척하면서 뱉는 방법도 있고. 손님들이 취한 이후에는 남이 얼마나 마시는지 볼 겨를이 없으니까 쉽게 속일 수가 있단다. 내친김에, 손님이 여관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았다. 그 말을 물으면서 아가씨를 바라보니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약간은 뜨악한 표정이다. 술을 한 잔 마시더니 아가씨는 솔직히 털어 놓았다. 자기는 속된 말로 몸을 팔기도 한단다. 돈이 필요할 때 2차 가자는 손님이 있으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느낌으로 싫은 남자하고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