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나는 위병소에 근무하던 병사에게 아버지의 국가유공자증을 내밀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고, 당신께서 훈련받으시던 이 부대를 꼭 한 번 보시기를 원한다 했더니, 어찌어찌 연락을 받았는지 부대장이 직접 정문까지 나와서 맞아 주었다. “어르신 같은 선배님들께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 주셔서 저희가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감사를 드립니다.” 내 또래쯤 돼 보이는 부대장의 이런 인사가, 내가 듣기에는 많이 오글거리는 말이었지만,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그의 인사치레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살아오면서 아버지 덕분에 처음으로 특혜를 받아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한국전쟁 당시 훈련소 건물로 사용되던 건물은 한, 두 동 정도만 남아있었다. 그렇게나 보고 싶어 하시던 70여 년 전의 모습은, 사실 찾아보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뭔가 기억해 내시려는 듯 이곳저곳을 열심히 둘러보고 계셨다. “아이고, 어대가 어댄지 도무지 모리겠다.” 칠십 년 세월의 풍파는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모습들을 모두 쓸어가 버렸고, 그냥 건물 앞 팻말에만 ‘무슨 건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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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3월 25일 (목) 오후 1:50 ~ 5:50 <참가자> 이상훈, 이규석, 우명길, 원영환, 최돈형 <답사기 작성 날자> 2021년 3월 31일 (수) 오늘 걸을 평창강 제3구간은 대화면 상안미리에 있는 금당계곡 비석에서 출발하여 방림면사무소에 이르는 10.3킬로미터 거리이다. 이틀 전에 나는 대학교 동창인 최돈형(호가 가양-可洋이므로 이하 그렇게 호칭함)으로부터 제3구간을 같이 걷고 싶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가양은 한국교원대 환경교육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한 뒤 서울에서 살고 있다. 석주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와서 봉평 우리 집에서 잤다. 석주와 나는 각시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은 뒤에 낮 11시 30분에 평창역으로 가양을 마중 나갔다. 가양은 슬기말틀(스마트폰)에 연결할 수 있는 셀카봉을 가져왔다. 시인마뇽은 군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장평터미날에 12시 10분에 도착했다. 우리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2구간 종점이자 3구간 출발점인 금당계곡 비석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은곡은 방림면에 있는 집에서 낡은 트럭을 운전하여 출발점으로 왔다. 오늘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우리는 성장이라 하며 먼저 외형의 키가 크는 것을 첫 번째로 본다. 최근 성장이 부진한 경우 성장판 검사와 성장호르몬 검사를 통하여 성장치를 예측하고 부족함을 채우려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주는데 애로 사항은 ‘비교 대상이 없다’라는 것이다. 곧 어떤 아이가 한의원을 방문하였을 때 다른 또래들에 비하여 키가 작아서 왔는데 본인은 정상적으로 키가 쑥쑥 컸는데도 키가 작은지, 어떠한 연유로 키가 크지 않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평균보다 크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안 크는 것인지 못 크는 것인지를 모른다. 그러면 한의사는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아이의 성장을 바라볼까? 크게 보면 2가지 근거로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하나는 ‘성장이란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논(운동 포함)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아 먹고, 자고, 노는 것에 미진함이 있는지를 살펴 도와주는 것이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성장이란 완성의 과정’이며 완성은 균형과 조화를 동반한다는 관점이다. 곧 성장의 과정 중에 ‘불균형’으로 드러날 수 있는 요소와 ‘부조화’로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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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경연과 사초기록 그간 몇 회에 걸쳐 세종의 사맛 가운데 ‘마음 나누기’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다. 앞으로는 세종의 정사(政事) 속의 일화나 정치의 일상사를 통해 세종의 사맛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세종은 임금이다. 임금은 하늘 아래 으뜸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는데 그렇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전제조건으로 커다란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그 하나는 경연을 계속하여야 하고 다른 하나는 침전에서 벌어지는 일상사 이외에는 사관이 그 행동을 기록한다. 올바른 임금의 길을 가기 위하여 하루에 3번까지도 경연에 참여하여야 하고 낮과 밤에 궁궐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은 《실록》 혹은 《승정원일기》로 기록되어 임금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 실록은 후세의 심판을 받는다는 큰 뜻이 있지만 동시에 영상(映像)이 없던 시대여서 그러하지 모든 행동이 거울에 비치듯 문자로 남겨지는 행동의 복제물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실록》에서 경연(經筵)이란 단어를 찾아보자. 전체 12,470개 가운데 200여 회 이상 임금은 다음과 같다. 세종(2,011), 문종(240), 성종(4,332), 연산군일기(825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와 마지막 여행을 떠났던 한 아들의 사부곡이 펼쳐진다. 6.25전쟁이 터지고 제주도 모슬포훈련장에 징집되어 갔는데...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얘기는 시작되고, 아버지의 꿈과 한이 서린 삶의 파노라마는 그렇게 이어진다. 큰 울림이 아닌 잔잔한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를 들어볼까? (편집자말) 제주특별자치도 대정읍 모슬포... 해병 제91대대 정문을 들어서는 아버지의 눈에는 어른거리며 눈물이 맺혀있었다. 구순이 넘어 이제 지팡이를 의지하지 않고는 걷기도 힘든 노구의 한 사내는,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어느 해 겨울, 난생처음 들어본 이름의 항구인 제주도 모슬포라는 곳에 숱한 당신 또래의 젊음들과 함께 내려졌다. 경상북도 영천군에서 북쪽으로 한참을 가다 보면, 마을 크기에 견줘 제법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신령면 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내 아버지는 태어나셨다. 아버지가 태어나신 그해 가을은 유난히도 새빨간 홍시가 온 동네를 뒤덮고 있었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는데, 언젠가 내가 그 동네를 찾았을 때, 정말이지 집집마다 감나무가 한두 그루씩은 심어있었다. 할머니는 시집와서 모두 열 남매를 낳으셨는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같은 고차원적인 의문을 지닌 채 살아가는 한편, 존재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한다. 이는 생명체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작게는 가정이나 회사, 넓게는 국가와 지구라는 유무형의 모든 존재가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존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행위를 하고 이를 위한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과 각인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먹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0순위의 행위를 숨을 쉬는 것, 잠을 자는 것, 먹는 것이라고 할 때, 인간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치열하게 갈구하는 행위가 먹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은 인간의 구조와 성장 과정에서도 드러나는데 인간의 오장육부의 절반 이상이 먹기 위한 구조이며, 인간의 성장 과정이 소화기능을 완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장과 완성은 치아 발달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의미를 공유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 가운데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것이 있다. 뼈대를 바꿔 끼고 태(胎)를 빼앗는다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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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최근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전 국민, 전 세계인들이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호흡기 질환 대부분은 감기와 비염, 천식 등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폐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폐병은 폐결핵을 의미하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결핵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줄었지만 부끄럽게도 사정은 그렇지 않다. 1995년에 실시한 결핵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결핵의 발병률은 1.0%로,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1명꼴로 폐결핵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대개 어릴 때 결핵균에 한 번쯤은 감염되어 약하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면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몸이 약해지거나, 과로, 수면 부족, 면역이 떨어지면 몸에 잠재해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여 결핵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결핵을 앓고 완치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재발이 아니어도 결핵의 후유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 분들이 많이 있다. 폐결핵(肺結核)은 ‘마이코박테리움 투버큘로시스’라는 결핵균에 의해 공기로 전염되는 질환이다. 결핵은 호흡기 분비물로 옮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