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재료 중에서 외국인이 매우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번데기, 깻잎, 오징어, 청국장이 그러하지요. 번데기는 그 생김새 때문이고 깻잎은 독특한 향이 익숙하지 않아서이며 오징어와 청국장은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비행기 안에서 마른오징어를 뜯으면 비행기가 회항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맛난 오징어 냄새를 외국인은 사체 썩는 냄새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셈입니다. 오래되지 않은 옛날 강릉이나 삼척 앞바다에 가면 밤바다가 오징어 집어등<어화(漁火)>으로 환하게 수놓아지곤 했는데 요즘은 수온의 상승으로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부를 가장 잘하는 물고기로는 문어가 꼽힙니다. 한자로 문어(文魚)로 글월 문(文)자를 쓰니까요. 왜냐하면 문어의 머리에는 먹물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놈 먹물께나 먹었구나." 옛 어른들이 지식인을 지칭하던 말이었고 문어의 대가리가 사람의 머리와 많이 닮아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잉크가 귀하던 시절에는 오징어나 문어의 먹물로 글을 썼는데 매끈매끈하니 잘 써졌다고 하지요. 문제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이라는 수필을 남깁니다. 백범일지의 출간이 1947년이니 나의 소원이 광복 전에 쓰였는지 아니면 광복 뒤에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나의 소원에서 가장 감명 깊게 있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강한 나라가 되어 또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한 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는 우리에게 가진 것에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해줍니다.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지금 가진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입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나라에서 김구는 문화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몇십 년을 앞서가는 그의 혜안이 존경스러울 뿐이지요. 한류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지요. K팝으로 불리는 음악부터 K드라마, 한국 패션, 한국 뷰티 제품 등등 한류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우리의 창의성, 무작위성, 다양성, 감성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일까? 구분하기 참으로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조화가 더 생화 같아서 가짜를 진짜로 쉽게 믿어버리는 세상과 닮았습니다. 앱의 발달로 그래픽을 조작하여 진실을 왜곡시키는 일은 이미 고전이 되었고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졌다는 쳇지티피(GTP)도 거짓 정보와 거짓 영상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짜의 정교함이 위조지폐를 닮아서 자세히 보고도 속내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가짜인지 ‘팩트 체크’라는 말처럼 누군가 전문가가 나서서 진실을 가려줘야 진실이 되는 것인지 그 팩트체크도 특정한 관점과 해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것은 믿어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세상에 직면해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욱더 발달할 것인데 그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은 믿어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유튜브 검색하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기사들만 물어다 뿌려줍니다. 그것이 편향적 인지 왜곡을 부추기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항상 깨어 있으라는 말을 듣고 살지만 눈만 뜨고 있는 것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내 고향 춘천에는 원래 대나무가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건 순전히 기온의 영향이지요. 지구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종종 대나무가 보입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데….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미래를 미리 당겨와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나무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종으로는 ‘모죽’을 꼽습니다. 이 나무는 씨앗을 심으면 5년 동안 싹이 트지 않습니다. 아무리 거름을 많이 하고 물을 풍족하게 주어도 나무는 싹을 틔울 생각을 하지 않지요. 하지만 5년이 지나면 갑자기 죽순이 돋아서 하루에 80센티씩 성장하여 30미터까지 자라지요. 씨앗은 도대체 5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대나무가 뿌리 없이 30미터를 자란다면 생명을 담보할 수 없게 됩니다. 대나무는 5년 동안 뿌리 성장에 신경을 써서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준비 과정이 끝나야 싹을 틔워 성장에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해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였습니다. 그 시작은 1990년이었고 2008년 나로호를 2023년에는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대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퇴계 이황 선생은 그 학문의 깊이에 비하여 여복이 참으로 없었던 사람입니다. 첫째 부인은 21살에 얻은 김해 허씨인데 27살에 병으로 사별합니다. 퇴계가 30살이 될 무렵, 퇴계가 사는 안동으로 문신 권질(權礩)이 유배되어 옵니다. 홀로 사는 퇴계에게 그는 이런 부탁을 하지요. “자네 말일세. 나한테 딸아이가 하나 있네. 그 애가 본디는 괜찮았으나, 사화(士禍)로 인해 정신 줄을 놓아 좀 부족한 아이일세 가장 믿을 만한 이는 자네뿐이니, 제발 거두어 주게.” 그리하여 퇴계는 좀 모자란 권 씨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합니다. 어느 날 퇴계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큰형님 집으로 갑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데 갑자기 배 하나가 방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퇴계의 부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얼른 치마 속에 감춥니다. 권 씨는 큰 동서에게 혼나지만, 퇴계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퇴계는 부인 권 씨를 불러 "왜 그러셨소."라고 묻습니다. "먹고 싶어서요." 조선 예법의 대가였지만 퇴계는 배를 손수 깎아 부인에게 먹여 주었다고 합니다. 또 하루는 권 씨가 흰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조금 태우고서는, 하필 붉은 옷감을 대고 기웠습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2024년은 갑진(甲辰)년으로 청룡의 해입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천간(天干)’을 의미하는 10간(十干)과 ‘지지(地支)’를 의미하는 12지(十二支)를 써서 60갑자를 표현합니다. 그 가운데 천간은 색을, 지지는 동물로 띠를 의미하지요. 갑이 푸른색을 의미하고 진이 용을 의미하니 2024년은 청룡의 해가 되는 셈입니다. 지지와 관련된 설화가 있습니다. 옛날 옥황상제는 나이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나이를 알려주기 위하여 동물을 뽑아, 한 해를 대표하게 하고 순서를 정하기 위하여 강을 건너 먼저 도착하는 경주를 시킵니다.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고 하루 먼저 출발합니다, 쥐는 몸집이 작아 강을 건널 수 없으니, 소의 머리에 올라타서 결승점 앞에서 먼저 뛰어내려 1등이 됩니다. 소가 2등, 토끼는 수영을 못해서 징검다리를 놓느라…. 뱀은 너무 열심히 달려 다리가 없어져서…. 등등의 순서가 정해지게 됩니다. 용은 하늘을 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강을 건너는 경주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동물보다 강하고 똑똑해서 경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약한 동물들에게 양보하기 위하여 뒤로 물러났다고 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열심히 정치하라는 뜻의 한자어는 근정(勤政)입니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의 가장 중심 건물이 근정전(勤政殿)이니 그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근정적망국군(勤政的亡國君)이라고 표현합니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쓸데없는 일을 부지런히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와 친하고 청나라를 배척하는 친명배청(親明背靑) 정책을 썼습니다. 그 결과가 병자호란으로 이어져 삼전도의 굴욕으로 남아있기는 하지요. 어찌 되었거나 명나라가 망하고도 조선의 명나라 사랑은 지속되었습니다. 명나라의 마지막 16대 황제가 숭정황제인데 그 숭정 연호를 200년 넘게 사용했으니까요. (원래 연호는 황제가 죽거나 바뀌면 연호가 바뀌어야 정상입니다.) 대부분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마지막 임금이나 황제의 기록은 좋지 않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숭정제는 망국의 황제인데도 비교적 평가가 좋습니다. 아주 특이한 사례지요. 숭정제는 통찰력이 있고, 신중하며, 주도면밀해서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있는 군주였습니다. 업무 능력과 근면함은 명나라 역사상 비슷한 황제를 찾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한 기자가 아인슈타인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상대성 원리를 이해하세요?" 그러자 부인은 웃으면서 기자에게 말합니다. "아뇨 하지만 전 아인슈타인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가끔 우린 중요한 본질을 잃고 살 때가 많습니다. 특히 선생님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 왔습니다. 그리고 평가를 통하여 가르침의 효과를 객관화하려고 노력하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 자체가 매우 중요하니까요. 태산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상대성 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중요한 것처럼 우린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에 집중하는 것보다 아이들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아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가사는 이렇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대단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버렸어 10대 초반에 질서도 안 지킨 놈들이 이제는 질서를 세우네 이제와 생각해 보니까 공부 안 하길 참 잘했네 공부는 안 했지만 난 넘 기특해 전교 1등도 날 보면 기겁해" 학교는 교정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인 것이 맞습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황희 정승의 일화입니다. 하루는 두 여종이 상대방이 잘못했다며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두 여종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은 후 한 여종에게 '네 말이 옳다' 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종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역시 '네 말도 옳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이 '이 사람의 말도 옳고 저 사람의 말도 옳다니 줏대가 없으신 거 아니요?' 황희 정승은 '당신의 말도 옳소'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모든 편의 손을 들어주어 누구하고도 적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썩은 과일을 계속 도려내다 보면 먹을 것이 남지 않고, 미운 사람을 다 걸러내고 나면 쓸 사람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것을 한문으로 표현하면 중용(中庸)입니다. 쉬운 한자로 다시 표기하면 中用인 것이지요. 즉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알맞은 상태를 나타냅니다. 남에게 베푸는 말과 행동이 부족하면 상대는 원망하게 되고, 남에게 베푸는 말과 행동이 지나치면 상대는 부담스러워합니다. 그 과(過)와 불급(不及)의 중간이 중용인 셈이지요. 그렇다고 남의 눈치만 보며 남의 기분을 맞춰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용은 사람에 따라 삶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실학자 이덕무는 서자 출신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한 벼슬 이상은 오를 수 없는 신분이었기에 좌절감 또한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간서치(看書痴)’라고 표현합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지요. 그도 한때 광흥창에서 벼슬을 합니다. 광흥창은 조선시대 녹봉을 주는 창고입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은 녹봉을 받았는데 월에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봉(俸)이라고 하였고 부정기적으로 보너스처럼 받는 것을 녹(祿)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지급하는 곳이 광흥창이었던 것이지요. 이덕무의 호는 청장관(靑莊館)입니다. 그의 문집이 《청장관 전서》인 이유입니다. 청장은 왜가리과 해오라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해오라기는 강이나 호수에 살면서 먹이를 쫓지 아니하고 제 앞을 지나가는 것만 쪼아 먹는다고 합니다. 곧 이덕무 호인 청장관에는 욕심을 부려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는 청백함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덕무는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더러는 해가 저물도록 식사를 못 한 적도 있고 더러는 추운 겨울에도 온돌에 불을 지피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간혹 다른 사람들이 녹봉이 적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는 이렇게 답하곤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