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가 운전하는 그랜저는 최초 모델인 ‘각 그랜저’가 생산 중단되고 1992~1998년 사이에 생산된 ‘뉴 그랜저’였다. 소형차인 프라이드를 8년째 타는 K 교수가 그랜저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승차감이 아주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은 차보다 큰 차를 선호하는가보다 이해가 되었다. 자기가 타는 프라이드는 소달구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차를 바꿀 때는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날 정도였다. 차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도 요란했고 오디오도 아주 훌륭했다. 마침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이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왼쪽으로 눈동자를 살짝 돌려 슬쩍슬쩍 훔쳐보는 미스 K의 옆 모습은 아름다웠다. “미인은 정면만이 아니라 옆 모습도 아름다운가 보다”라고 K 교수는 생각했다. 운전하는 미스 K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대화는 미스 K의 모교인 이화여대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미스 K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미스코리아 경연대회에 출전했는데, 당시 학칙상 미인대회에는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회에 나가려면 퇴학을 감수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7월 25일 자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또 4대강 보 공격 시작, 이성 잃은 낡은 진영 논리”였다. 제목이 매우 자극적이어서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읽고서 필자는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아래 주소의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07/25/M63UTIHQOFHLJHYSPXNW3ZE6UM/ 2025년 7월 현재 우리나라 국론 분열의 대표적인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으로 한강에 3개, 낙동강에 8개, 금강에 3개, 영산강에 2개, 모두 16개의 대형보가 만들어졌다. 4대강의 수심을 최소 6m로 유지하기 위하여 4억 5,000만 톤의 모래를 파내었다. 대형보의 상류에 생긴 16개의 호수에 담긴 물은 모두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은 15년 전에 22조 원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한 4대강 사업의 목적은 1) 수질 개선 2) 홍수 방지 3) 가뭄 해결 4) 지역 발전 등 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인 수요일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수들 몇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축제 이야기가 나오고 미스 K 이야기가 나왔다. 미스 K가 미녀라서 그런지 매우 도도하다고 ㅌ 교수가 말했다. K 교수는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이라고 부인하였다. 그러다가 K 교수는 미스 K를 축제에 초대할 수도 있다고 얼떨결에 밀해 버렸다. ㅌ 교수는 그 말을 받아서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은 그러면 내기를 하자는 데에까지 진전이 되었다. 미녀식당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걸고 점심내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두 교수는 증인으로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기를 걸고 나서 K 교수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K 교수는 바쁜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인 3시쯤에 미녀식당으로 전화했다. 마침, 미스 K가 직접 받았다. K 교수는 내일 축제에 데리러 갈 테니까 예쁜 옷 입고 식당에서 오후 3시에 기다리라고 전했다. 미스 K와 통화한 후 K 교수는 내기에 참여한 다른 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후 3시 30분에 K 교수의 학과 학생회에서 만든 천막주점으로 오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통화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날도 K 교수는 아내와 2시간 뒤에 할인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K 교수는 2층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신간코너에 가서 이책 저책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행에 관한 책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필 코너에 가보니 앗,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가! 단 한 권 남은 책을 꺼내어 보니 출판년도가 1991년으로 찍혀져 있었다. 아마도 절판되기 전 마지막 한 권이 몇 년 동안 K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표지를 넘기다 보니 미스 K의 젊었을 때 사진이 전면에 나타났다. 눈이 아주 총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K 교수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을 샀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1998년에 책의 정가는 3,800원이었다. 소설은 6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장의 제목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했다. 제1장 조금 슬프게 제2장 조금 부드럽게 제3장 조금 화려하게 제4장 더 세게 제5장 조금 가볍게 제6장 다시 처음부터 추상적인 장 제목을 읽으면서 K 교수는 불경스럽게도 선정적인 내용을 연상하였다. 집에 들어온 K 교수는 밤새워 책을 통독하였다. 쪽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목표는 지역 발전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상류에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를 이용하는 각종 레저ㆍ관광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였다. 강 주변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4대강 사업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 여러 도시는 새로 만들어진 호수를 중심으로 하여 자동차 캠핑장과 체육시설, 수상 레저 시설 등을 만들었다. 금강 유역의 여러 도시도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락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복병이 나타났다. 수상 위락 활동을 하는 시기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름철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증식하는 계절이다. 녹조가 번성하여 냄새가 나고 녹조라떼처럼 보이는 녹색 강에서 수상 위락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2021년 8월 25일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예고된 죽음: 4대강 10년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의 말은 남자의 말과 달리 때로는 모호하다. 이성적이며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초대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거절하는 것인지 어정쩡하기만 하다. 그러나 말하는 어조와 분위기로 보아서는 받아들인다는 뜻 같기도 하고...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축제는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금요일 쌍쌍파티로 끝납니다. 학생들이 학과별로 주점이며, 타로점, 또뽑기, 솜사탕, 물풍선 터뜨리기, 연못에서 보트 타기, 세발자전거 타기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목요일에 구경 한번 갑시다.“ “......” 미스 K는 대답하지 않고 예쁜 자태로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여자의 침묵은 긍정’이라는 속설을 믿어야 하나? 매주 일요일 K 교수는 아내와 둘째 아들을 차에 태우고 아침 일찍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형 교회에 예배 보러 간다. 강남에서 수기리로 이사 온 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시골교회를 다녔다. 시골교회는 교인이 한 50명 될까 말까 아주 작았다. 목사님은 마을 토박이로서 연세는 60이 넘으셨는데, 원래는 장로님이었단다. 신앙심이 좋으신 장로님은 50 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세 번째 목표는 4대강 보에 많은 물을 저장해 두면 가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모두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다 4대강 보 옆을 지나다 보면 보 위쪽으로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 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이처럼 많은 물을 저장해 두었으니,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가뭄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견해를 가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보에 가득 차 있는 물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너무 야박한 평가가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치명적인 두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물 부족 지역과 물 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최근에 물 부족은 강의 상류와 지류, 그리고 산간 지방과 해안 지방에서 나타난다. 4대강 본류에 만든 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본류에서 거리가 먼 지류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보에 저장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없어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미스 K에게 종교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일요일 예배만 참석하는 일요교인인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교회에 언니 따라 다닌다고 한다. K 교수 역시 아내 따라 일요예배에 참석하는 수준의 교인이기 때문에 설교 시간에 가끔 졸기도 한다. “저도 교회 가서 가끔 졸아요. 예배 끝나고 아내는 야단을 치지요. 그러면 내가 항상 대답하는 말이 있습니다.” “뭔데요?” “내가 조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목사님 책임이다.” “왜요?”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하면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열심히 들을 텐데, 내가 조는 것은 설교가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증거라고 말입니다.” “말이 되네요. 호호호...” 설교가 지루하면 교인이 졸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교수의 강의가 지루하면 학생은 졸게 된다. K 교수는 모든 과목에서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내가 강의하는 도중에 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즉시 나는 강의를 중단하고 ... (잠간 쉬었다가) ‘내 탓이요, 내 탓이요’라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칠 것이다.” 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해마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이 되면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스승에게 꽃을 선물하는 학생이 전에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도 많이 변하였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나날이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수는 그저 지식의 전달자에 머물고 학생 또한 ‘나는 등록금 내고 당신에게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겠다’라는 자세로 대한다. 스승에게서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하는 일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전통은 끈질긴 것이어서 개인적인 선물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학생회에서 꽃이나 넥타이 등의 가벼운 선물을 주는 일은 여전했다. 1998년 스승의 날에 K 교수는 주간 학생회장과 야간 학생회장으로부터 각각 장미와 안개꽃이 섞여 있는 꽃다발을 받았다. (당시 K 교수의 학과는 주간 40명, 야간 40명 정원이었다. 주야간이 있어서 학생회장이 두 명이었다.) K 교수는 꽃다발 하나는 풀어서 연구실에 있는 꽃병에 꽂고, 나머지 한 다발을 들고서 밤 10시쯤 미스 K를 찾아갔다. “마침 스승의 날이라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