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목련(山木蓮)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 묻네 (돌) 희디흰 마음 늘 그대로인데 (달) 긴긴 밤 외롭게 기다렸으니 (빛) 그리움에 지쳤나 해쓱하네 (심) ... 25.6.2.불한시사 합작시 중국 대륙에서 돌아오자마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머나먼 라틴아메리카 남미의 다섯 개 나라를 다녀 왔다. 오랫만에 찾은 산방이 낯선 느낌이었다. 그래도 반겨주는 가족 뿐만 아니라 불한티기슭 산방의 산목련이었다. 새벽 찬공기와 물소리 속에 고개숙인 흰 꽃망울들이 기다렸다는듯 내게 말을 걸어와 묻는 것 같았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하고. 그 속삭임 그대로 합작시를 발구(發句)했다. 이곳 불한계곡에 친숙한 시벗들이 우리의 대화를 꿰뚫어 보듯 화답하여 한 편의 맑고 멋진 4행시가 완성되었다. 산목련(山木蓮)은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산에 피는 목련'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에 따라서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화처럼 꽃이 먼저 피는 목련과는 달리 잎이 먼저 우거지고 나서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다. 꽃받침잎은 3장의 난꽃 형태이다. 목련꽃은 3-4월 이른 봄 북해의 신을 연모해 북쪽을 향해 피지만, 산목련은 6-7월 초여름에 뿌리쪽을 향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하늘이 많이 낮았습니다. 아침에는 구름에 해가 가려 어제보다 훨씬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뒤낮(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기별을 들었는데 낮밥(점심)을 먹기도 앞에 비가 내렸습니다. 일을 마치고 갈 때는 빗길을 뚫고 가야겠습니다. 이레끝(주말) 시골에 갈 일이 있어서 나랏길(국도)을달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이었는데 고라니 주검을 둘이나 보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언제 어느 수레에 치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길가에 옮겨 놓아서 다시 치이지는 않게 되어 있는 것이 나아 보이기는 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그렇게 죽은 멧짐승들은 거두어 가서 태운다고 하더라구요. 타고난 목숨대로 다 살지 못하고 그렇게 간 것도 가슴 아픈데 말이지요. 차라리 땅보탬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사람도 땅보탬이 쉽지 않는 누리인 것이 참일이라 제 바람에 그치지 싶습니다. '땅보탬'은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힘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온갖 살이(생물)들이 죽어서 땅에 묻힘'을 가리키는 말로 쓸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죽어서 땅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슬기가 엿보이는 좋은 말을 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딱 하루를 조선시대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시간을 되돌려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그리고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어떨지 궁금하다. 낯선 도시에 가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인 것처럼, 원하는 시대로 가서 하루를 살아볼 수 있다면. 물론 어떤 신분으로 돌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같은 조선 시대여도 임금과 신하, 상민과 노비의 하루는 완전히 달랐으니 말이다. 이 책, 《조선 사람의 하루》는 나랏일에 매진했던 임금과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도승지, 양반가 안방마님, 박 의원, 김 서방, 노비 칠복이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루를 살았는지 재밌게 재구성한 책이다. 그 가운데 임금의 하루는 한마디로 ‘바쁘다 바빠’였다. 조선은 임금이 제도적으로 편히 쉴 수 없는 나라였다. 임금의 하루는 한양의 종각에 있는 종을 33번 쳐서 새벽을 알리는 ‘파루’와 함께 새벽 5시쯤 시작되었다. 일어나면 간단한 죽으로 요기를 하고 웃어른께 문안 인사를 드렸다. 공식 일과는 조회와 경연으로 시작되었는데, 약식 조회인 상참은 매일 열리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조선 후기에는 잘 열리지 않았다. 정조 임금은 상참을 연 것이 10번이 채 되지 않을 정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는 교사를 일상적으로 높여 부르는 말로 ‘선생(先生)’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물론 스승을 칭할 때도 사용하지요. 현대에는 의사 선생처럼 사람에 따라서 2인칭 대명사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존경의 의미가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곧 순수하게 남을 가르치는 직업으로써 교사를 일컫는 단어라기보다는 전문 지식과 인생의 비법을 겸비한 존경 하고 따를 만한 사람을 일컫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의 상담이나 자문받을 때 상담 전문가를 선생이라고 부르니까요. 선생(先生)은 먼저 태어났다는 의미이니 본래 관직에 있는 손윗사람을 부르는 호칭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선생(先生)이란 표현은 학식과 덕이 높은 자에게만 붙이는 칭호였습니다. 요즘 아무나 ‘김 선생’, ‘이 선생’처럼 부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퇴계 이황은 대학자임에도 '선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꺼렸으니까요. 어떤 직업이든지 직업병이 없을까마는 교사도 직업병이 있습니다. 첫째는 심부름을 시키려는 경향이 높고 둘째는 조금 어려운 낱말을 말하면 설명하려 하고 셋째는 아무한테나 대놓고 가르치려 든다는 것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세계에서 파스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는 페스토소스 파스타라고 바질(허브의 한 종류)을 곱게 갈아 만든 신선한 자연의 향이 깃든 파스타를 많이 먹는다. 중부 지방에서는 넓적한 모양의 파스타로 만든 라자냐가 유명하다. 라자냐 위에 치즈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삼면이 바다라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해산물을 곁들인 파스타를 많이 먹는데, 대표적인 요리가 봉골레와 살딘파스타다. 파스타에 사용하는 치즈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명한 것이 모짜렐라 치즈이다. 모짜렐라 치즈는 샐러드에 넣어서 먹기도 하지만 그냥 직접 먹기도 한다. “모짜르트 치즈라는 것도 있어요?” K 교수가 모처럼 끼어들었다. “모짜르트 치즈가 아니고, 모짜렐라 치즈랍니다.” ㅇ 교수가 교정해 주었다. “아, 그래요? 이거 참.... 음식 분야는 통 캄캄해서.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텐데, 그만 무식이 탄로 났네요.” K 교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큰길가도 아니고 장사가 됩니까?” ㅈ 교수가 물었다. 미스 K가 대답했다. “낮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하늘이 맑습니다. 아침부터 햇볕도 어제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해를 가리고 걸으시는 분을 보며 '해가림'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해가림'은 말 그대로 뭔가를 보호하려고 '햇볕을 가려 줌. 또는 그런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작물(지음몬)이 어릴 때 해가림을 해 주기도 하고 해를 싫어 하는 것은 해가림을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지요. 해가림 이야기를 하니 '비가림'이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사람, 동식물 따위를 보호하려고 비가 들지 않도록 가리거나 막음. 또는 그런 시설'을 가리키는 말이죠. 요즘은 우리 입으로 가는 열매 가운데 '비가림'을 해서 키우는 것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땅가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곳에 같은 지음몬(작물)을 거듭 심지 않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한곳에 같은 것을 거듭 이어서 심는 것을 '이어짓기'라고 하는데 이어짓기를 하면 거두어 들이는 게 많이 줄기 때문에 '땅가림'을 하지요. 이렇게 묻살이(식물)도 저마다 타고 난 됨됨에 따라 가려 주어야 할 게 많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땅가림'에서 얻는 슬기를 삶에, 가르침에 써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공항에 내렸다. 그런데 공항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설렁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좀 더 높은 고지에 사는 모양이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랄리벨라로 가는 동안 주위에는 이따금 길 저 멀리에 집이 한, 두 채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이다. 주위에는 라스타 산맥이 펼쳐지는데, 산 모양을 갖추어 봉우리를 내밀고 있는 산도 있지만, 위가 평평하게 이어지는 곳이 더 많다. 그렇지. 비행기 내려갈 때 저 위에는 평평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 농토와 집들이 있었지. 좀 더 가다 보니, 길옆 가까이에 그래도 조그맣게 마을처럼 집들이 있다. 김 교수가 여기에 잠깐 섰다 가자고 한다. 그렇지. 건축학자인 김 교수로서는 에티오피아에 와서도 개량가옥만 보다가 여기서 에티오피아의 전통가옥을 보게 되니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 갑자기 동양인들이 우르르 몰려오니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들지만, 어른들은 일단 경계의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안내원 가넷이 촌로에게 다가가 우리의 목적을 얘기해준다. 이들의 집은 둥그런 초가집으로 되어 있는데, 잠자는 집은 남자집과 여자집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부부 생활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아침에는 해가 옅은 구름에 가려서 햇볕이 땅에 오롯이 닿지도 않은데 어제보다 더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거라고 하니 소나기가 내리는 곳은 좀 시원해질 것입니다. 아침부터 앉아서 똑말틀(스마트폰)으로 놀이를 하는 아이, 활개마당(운동장)을 걷는 아이, 공을 차며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도 보였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해야 할 일을 하는 아이도 있지요. 됨됨(성질)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들도 있고 풀풀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됨됨(성질)이 풀풀한 아이들과 지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 가까이에도 남달리 풀풀한 아이가 있어서 여러 사람이 힘들게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풀풀하다'는 말은 "먼지가 풀풀 난다"할 때 쓰는 '풀풀'과 이어지는 말로 '눈이나 먼지, 연기 땨위가 몹시 흩날리다'는 뜻으로 씁니다. 그리고 오늘 알려드리는 것처럼 "됨됨(성질)이 급하다"할 때 '급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또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날리는 먼지와 사람의 됨됨(성격)이가 절로 이어지는 것 같지 않으세요? 뜻풀이에 나오는 '괄괄하다'와 비슷한 말이니 '급하다', '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1년(서기 2025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가 헌재에서 파면되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이 천지를 뒤엎는 듯하였다. 산천초목도 춤을 추고 귀신도 눈물 흘렸다. 하늘을 떠돌고 있을 박규수(1807-1877)와 그 문하생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법하다. 살아생전에 그들은 현재의 헌재 뜰에 자리한 박규수의 사랑방에 모여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고 갈망하지 않았던가. 박규수를 만나보자. 대동강에 양각도라는 섬이 있었고 그 섬의 서쪽 맞은편 강가에 돌로 쌓은 성이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방수성(防水城). 그 성 앞으로 제너럴셔먼호라는 무장한 상선이 이동하여 정박한 것은 1866년 7월 20일이었다. 그들은 마구 총을 쏘아대고 지나가는 상선을 약탈한다. 단아한 평안 감사 박규수의 수염이 바르르 떨린다. 소매를 떨치고 대동강 변으로 나가 작전을 지휘한다. 셔먼호는 주둥이가 큰 대완구 대포와 조총을 쏘아댄다. 조선측에서는 재래식 화승총과 활로 응사한다. 가망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박규수는 적을 섬멸한다. 밤늦게 조정에 보낸 승전보다. “상대의 배는 우뚝하기가 견고한 성과 같은 강적인데, 우리 진영은 군비와 방위 태세가 실로 한심한 지경이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산책 가자!" 인간의 언어 몇 가지는 알아듣는 강아지는 이 말에 펄쩍펄쩍 뛰면서 좋다고 합니다. 배변 봉투를 챙기고 가슴줄을 하고 아파트 현관을 나섭니다. 조금만 걸으면 석사천변이 나오는데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잘 정비된 산책길이 참 좋습니다. 가끔 해오라기가 자맥질을 하기도 하고, 청둥오리가 떼 지어 열병 하니 도심에서 이만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자동차 길을 따라 걷는 것과 천변을 걷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도시의 풍경을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지요. 우리 동네는 가끔 상점의 간판이 바뀌어 달리곤 했는데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겠지요. 저 멀리 새로 생긴 간판 하나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닭을 구워 파는 식당 같은데 개업하는지, 얼마 되지 않았나 봅니다. 평소에 가끔 술을 마시는 터라 새로 생긴 술집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속담에 술은 백약의 으뜸이자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술은 양날의 칼 같은 존재지요. 적당히 섭취하면 온갖 약의 으뜸이기도 한데 도가 지나치면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되기도 하니까요.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으뜸 선물이라고 하는데 세상 대부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