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왕자녀의 저택이 제도에 벗어난 것을 살피게 하였는데, 덕흥군(德興君)의 집은 50칸이므로 법전에 많이 벗어나지 않았으나(가운데 줄임) 정신 옹주(靜愼翁主)의 집은 3칸, 숙정 옹주(淑靜翁主)의 집은 6칸이 제도에 벗어난다. 이것은 헐라. 적간(부정이 있는지 없는지 캐어 살핌)은 공조가 하였으나 허무는 일은 오부(五部)의 관원이 감독하게 하되, 서부(西部)와 중부(中部)에 있는 저택은 반드시 2부의 관원이 감독하게 하라.“ 위는 《중종실록》 87권, 중종 33년(1538년) 7월 29일 기록입니다. 중종 임금은 옹주(임금의 후궁에게서 태어난 딸)의 집이 법전에 규정된 것보다 3칸과 6칸을 크게 지었다면서 이를 헐라고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 중기의 무장 전림(田霖, ?~1509)이 한성부판윤으로 있을 때 왕자 회산군의 집 짓는 곳을 지나가다가 짓는 집의 규모가 큰 것을 보고 공사감독을 불러 야단쳐 기둥을 자르고 칸수를 줄인 일명 ‘납작집’이 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조선시대는 5백 년이란 긴 세월을 한 왕조 아래에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 긴 세월 폭군도 있었고, 세도정치도 적지 않았지만, 자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센터장 박종서)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에 대한 보존처리를 최근 끝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이하 ‘건국강령 초안’)은 독립운동가자 정치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 1887~1958) 선생이 ‘삼균주의(三均主義)’에 입각해 독립운동과 향후 국가 건설의 방향을 정리한 국한문 혼용의 친필 문서다. 1941년 11월 28일 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 일부 수정한 뒤 원안대로 채택되었으며, 이후 1948년 제헌헌법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건국강령 초안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붉은 계선 안에 조소앙 선생이 먹으로 직접 쓴 글씨와 수정 흔적들이 생생히 남아 있다. 종이를 반으로 접은 자국이 있으며, 접힌 부분과 가장자리에는 찢김, 접힘 등 물리적인 손상이 확인되었다. 특히 손상된 부위에는 임시 방편으로 부착한 셀로판테이프가 남아 있고, 이로 인한 변색도 보였다. 또한 잉크 번짐과 종이의 열화 현상으로 종이 일부가 얇아진 상태였다. 사용된 종이는 초본류와 인피섬유를 섞어 제작된 것으로, 종이의 약화도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은 오는 8월, 전국 각지에서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를 연다.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는 무형유산의 대중화를 위해 매월 전승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행사다. 8월에는 예능과 기능 보유자 7인이 참여한다. 서울에서는 ▲「악기장 고흥곤ㆍ김현곤ㆍ이정기」(8.7.(목)~8.10.(일)/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연합 공개행사가 진행된다. 북, 편종ㆍ편경, 거문고, 가야금 등 다양한 국악기를 소개하고, 전통 방식으로 악기를 만드는 과정을 시연한다. ▲「각자장 김각한」(8.29.(금)~8.31.(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학림빌딩 B01호) 공개행사도 열린다. ‘각자’는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고 인쇄하는 기술을 뜻한다. 각자장 김각한 보유자의 공방에서 작품 전시와 목판 제작 시연이 이뤄지며, 관람객이 직접 목판 인출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충남 서천과 경기 안성에서도 기능 종목 공개행사가 열린다. ▲「한산모시짜기 방연옥」(8.15.(금)~8.17.(일)/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관 안채) ▲「유기장 김수영」(8.11.(월)~8.13.(수)/ 경기 안성시 안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이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이 주관한 「제23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악큰잔치」가 지난 7월 27일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제23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악큰잔치」는 전통문화에 대한 미래 세대의 관심을 높이고 전통예술공연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경연대회다. 2001년 시작되어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하였으며, 해마다 차세대 국악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참가 대상은 대한민국에 사는 초등학생 또는 같은 나이의 어린이다. 대회는 관악, 현악, 민요, 가야금병창, 무용, 판소리, 풍물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올해는 112팀 197명이 지원하였으며, 7월 20일 예선을 거쳐 각 부문의 1~3위 모두 21개 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7월 27일 진행된 결선에서는 판소리 부문으로 참가한 목포백련초등학교 6학년 임사랑 어린이가 뛰어난 기량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부문별 1위인 금상 수상자로는 관악 부문 김아린(솔밭초), 현악 부문 김우혁(서울대도초), 민요 부문 김아령(당진탑동초), 가야금병창 부문 김근아(대교초), 무용 부문 오나윤(황남초), 풍물 부문 이서준 외 10명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서울남산ㆍ돈화문국악당은 오는 8월 시민을 위한 여름밤 무료 국악콘서트 ‘야광명월’을 연다. 올해로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야광명월’은 서울돈화문국악당뿐만 아니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도 함께 열리며, 도심 속 실내 문화공간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치유 무대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8월 13~14일 진행되는 ‘남산 야광명월’은 젊은 국악 예술인 네 팀의 감각적인 무대로 구성되며, 젊은 국악이라는 특성을 살려 창작의 공간이었던 ‘연습실’을 공연의 ‘무대’로 활용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진행된다. 13일에는 담백하고 따뜻한 감각으로 국악의 결을 세심하게 빚어내는 가야금 3인조 ‘누룽지’, 전통 판소리에 기반한 폭발적인 고음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이아진’이 출연한다. 14일에는 거문고, 가야금, 해금의 3인조 앙상블 ‘다못’,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2인조 인디국악팀 ‘신수동 3평’이 무대를 준비한다. 특히 화이트·실버·블루 등 달빛을 닮은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착용 후 관람하면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드레스코드:달빛’ 이벤트가 마련될 예정이다. 8월 16~17일 진행되는 서울돈화문국악당 ‘야광명월: 별, 아리랑’은 국악과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신작 연극 〈춘섬이의 거짓말〉이 지난 7월 25일 성수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이후,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반응 속에 순항 중이다. 전통 서사의 감성과 현대적 재해석이 맞닿은 무대 위에서, 폭압적인 현실 속에서 삶을 지어냈던 조선 여인들의 웃음과 눈물, 슬기와 연대가 되살아난다. 개막주 시사회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다. “곧 국어 교과서에 실릴 작품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주인공 같았다”, “세 번은 봐야 할 작품”이라는 관람 후기가 이어졌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뿐 아니라, 고전을 다시금 바라보려는 교육 및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누구나 알지만, 그의 어머니 ‘춘섬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춘섬이의 거짓말〉은 이름조차 흐릿했던 조선 여인 춘섬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꽃다운 나이 열여덟, 사랑하는 이와 혼례를 꿈꾸었으나 양반의 욕망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서게 되고 스스로 운명을 짓기 시작한다. 춘섬이가 선택한 ‘거짓말’은 한 아이의 운명을, 나아가 조선의 질서를 뒤흔드는 기폭제가 된다. 춘섬의 곁에는 마님의 몸종 쫑쫑이, 찬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홍문연가 鴻門宴會>라는 제목의 단가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홍문(鴻門)이란 곳에서 연회(宴會)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래 첫대목 사설 가운데는“ 진(秦)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란 말이 나오는데, 왜 여기 에 느닷없이 사슴을 잃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지록이마(指鹿以馬), 또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관련하여 지난 호에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뒤로 이어 나오는 사설을 주해(註解) 부분과 함께 읽어 보기로 한다. “초야에 묻힌 영웅, 질족자(疾足者-발 빠른 사람)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의 성낸 범(항우를 뜻함)과 폐택(沛澤)에 잠긴 용(龍-유방을 가리키는 말)이 각기 기병(起兵) 힘을 모아 진(秦)나라를 멸(滅)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진나라의 서울이었던 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면 왕(王)을 하리라.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은 당시 세력만 믿고, 배은망의(背恩忘義-은혜를 배반하고 의로움을 잊음)하단 말가.” 무죄한 패공을 아무리 살해코저 홍문에다 설연(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1903년 겨울, 해가 어느덧 산 너머로 넘어가는 밤 충청북도 회인(懷仁, 지금의 보은 일대)에 살던 부자(富者) 정인원은 자기 집 사랑채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그저 평안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종잇장 하나를 들고 벌벌 떨고 있군요. 무엇이 그를 이렇게 떨게 했을까요. 일렁이는 호롱불 아래, 종잇장에 적힌 한글이 언뜻언뜻 드러납니다. 이를 읽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인원의 어깨너머로 그 글을 읽어봅시다. 지금은 읽기도 힘든 옛한글입니다. 번역을 해보면, “활빈당(活貧黨) 발령(發令). 이상 발령하는 일은 전일에 전(錢) 5천 냥을 보내라 하였더니, 3백 냥만 보내니 괘씸한 마음을 어디에 다 말하랴 … 명령을 내니 이번에도 따르지 않으면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로다.”라는 내용이네요. 허! 그냥 글이 아니었습니다. 홍길동(洪吉童)이 만들었던 도적 집단, 활빈당의 협박장입니다. 그러니 정인원이 이렇게 떨 수밖에요. 종이 위에 크게 박힌 화살 모양 수결(手決)이 그에겐 퍽 섬뜩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잠깐, 활빈당은 고소설 《홍길동전》에 나오는 가상의 존재 아니었던가요? 한데 20세기로 접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광복 80돌을 맞이해 ‘국립극장 광복 80돌 기림음악회 <화합>’(이하 <화합>)을 8월 20일(수)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화합>은 음악이 주는 감동을 통해 민족과 시대의 상처, 갈등의 기억을 극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공연이다. 1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이, 2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와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지휘자 김유원)가 무대를 선보일 예정으로, 국악과 서양음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지휘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홍석원이 맡는다. 1부는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를 담은 국악관현악의 대표곡들로 꾸려진다. 첫 곡인 ‘아리랑 환상곡’은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 풍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한 이후 꾸준히 연주되고 있는 인기 연주곡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위한 협주곡 ‘죽향’(편곡 박환영)으로 국가무형유산 대금산조 이수자 이용구가 협연한다. 1부 마지막은 ‘하나의 노래, 애국가’(작편곡 손다혜)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강대금)은 광복 80돌을 맞아 8월 14일~15일 이틀 동안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기획공연 ‘빛을 노래하다’를 연다. ‘빛을 노래하다’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중심이 되어 노래와 국악관현악의 협연으로 광복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축제의 무대다. 젊은 소리꾼 김주리, 고준석, 아쟁 명인 이태백, 춤 명인 강은영, 창작 그룹 ‘구이임’, 현음어린이합창단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며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소리꾼 김주리, 고준석, 아쟁 명인 이태백, 춤 명인 강은영, 창작그룹 구이임 등 장르와 세대를 아울러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축제의 무대 펼쳐 이 공연은 광복을 상징하는 여섯 개의 열쇠말로 각각의 장면이 구성된다. ‘화합’을 노래하는 첫 번째 장면은 신명 나는〈판놀음>으로 공연의 문을 연다. 이준호 작곡의 <판놀음>은 신명나는 놀이판이 벌어지는 들판을 떠올리며 작곡한 곡으로, 관현악과 판굿이 어우러져 하나의 판을 이루며 화합의 에너지를 전한다. 이어지는 ‘시(詩), 기억을 노래하다’에서는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서거한 시인 윤동주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