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겨울엔 눈의 왕국, 여름엔 꽃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北海道)는 일본 안에서 공장이 없는 유일한 청정지역이다. 푸르른 신록과 함께 파란 하늘 아래 보랏빛 라벤더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5월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한번 보면 누구나 반하는 꽃의 계절, 홋카이도는 꽃의 천국이다. 세계적인 감염병인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지금 홋카이도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暎) 지역 등에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홋카이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월)에도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라 함)로 90대 여성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성의 사망으로 18일 현재, 홋카이도의 감염병 사망자 수는 모두 76명이며 감염자수는 1,006명, 퇴원자수는 589명이다.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暎) 지역의 라벤더 꽃밭은 일본 안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끝없이 펼쳐진 홋카이도 대자연을 많은 꽃으로 가꾼 사람들 덕에 이곳에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수많은 관광객이 꽃향기에 취해 찾아든다. 지금 같은 5월에는 무스카리, 히야신스, 튤립 등이 볼만하고 6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나라(奈良)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라고 하면 먼저 사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동대사는 나라공원(奈良公園) 안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방목하는 사슴들이 관광객을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센베, 과자)를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절 입구에는 사슴 먹이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사슴용 과자는 언뜻 보면 사람이 먹어도 좋을 만큼 맛나 보인다. 나라, 교토, 오사카 지역은 관서여행의 핵심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동대사, 법륭사 등 천년고찰도 많고 또한 교토의 3대 마츠리 등 유무형의 볼거리가 많아 인기 만점의 관광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라고 한다)로 동대사를 찾는 관광객이 줄자 이곳 명물인 사슴들이 시내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다. 도쿄스포츠신문 5월 1일 치에는 ‘문 닫은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사슴’ 사진이 올라와 시선을 끌고 있다. 이날 밤 11시에 상점가를 지나가던 주민은 “야심한 시각에 사슴이 돌아다니다니 안쓰럽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자 관광객이 던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日入天昏雨點斜 날이 어둑해지더니 빗발이 퍼부어 艱難始得到村家 어려움 끝에 비로소 한 촌가에 이르렀네 思親鬂上三莖雪 어버이 그리노라 귀밑머리 세 줄기가 셌고 戀主心中一寸霞 임 그리워 가슴속은 노을처럼 붉게 타네 이는 고려말 문신인 인재(麟齋) 이종학(李種學, 1361~1392)의 시집 《인재유고》에 실린 ‘5일에〔初五日〕’ 가운데 일부이다. 어버이를 그리노라 귀밑머리가 셀 정도였다면 효자임에 틀림없다. 어버이 살아생전에 효도란 효도는 다 해야 함에도 불효자들은 언제나 이승을 떠난 뒤에 후회막급인 경우가 많다. 단 하루만이라도 어버이에게 맘껏 효도할 날이 곧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5월 8일이 어버이날이지만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어버이날 대신 어머니날(하하노히, 母の日)이 있다. 해마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로 올해는 5월 10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일본의 어머니날은 과거에 1931년 대일본연합부인회(大日本連合婦人會)가 결성되고 난 뒤 왕비(香淳皇后, 소화왕의 부인) 생일인 3월 3일을 어머니날로 삼았으나 1949년부터 미국을 따라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굳혔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어머니날 무엇을 선물하는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4월도 며칠 안 남았다. 한국은 오늘(28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전국민의 노력 100일’을 되돌아본다는 뜻에서 각 언론의 특집이 이어졌다. 하루 확진환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상황이라 조심스럽지만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여전히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도 시간은 흐른다. 곧 5월이다. 일본에서도 가능하면 외출을 줄이고 집안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보니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일본의 ‘어린이날(고도모노히, 子供の日)’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행복을 꾀함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감사드리는 날’이라는 취지로 1948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만든 나라는 터키로 1920년 4월 23일이었고 이후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 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삼은 이래 1954년에는 유엔에서 11월 20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관서 지방의 나라(奈良), 교토 등지의 이름날 절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관광객을 받지 않고 산문을 폐쇄하고 있다. 19일 일본 ABC 텔레비전에서는 일본 전역에 퍼지고 있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긴급사태선언 소식을 전하면서 나라지역의 인기 관광지인 나라공원(奈良公園) 모습을 비춰주었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사슴이 뛰어노는 나라공원을 비추고 있는데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다. 평소 같으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겠지만 이날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적막하다 못해 공포감마저 든다. 나라(奈良)를 대표하는 절로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도다이지(東大寺)는 5월 31일까지 대불전에 모셔진 노사나불(盧舎那仏) 관람을 중지하는 대신 날마다 스님이 대불(大佛) 앞에서 독경하는 모습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호류지(法隆寺) 역시 4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산문을 폐쇄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유산에 오른 갓쇼즈쿠리(合掌造り)로 이름난 기후현 시라카와마을(岐阜県白川村)에서도 5월 2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 기간에 마을 전체를 폐쇄할 예정이다. 갓쇼즈쿠리는 일본의 폭설지역에서 볼 수 있는 주택의 건축양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쿄올림픽 내년도 열기 어렵다.” 이 이야기는 4월 10일자 일본 데일리신쵸(デイリー新潮) 기사 제목이다. 데일리신쵸는 작가 니레슈헤이(楡周平) 씨의 말을 인용하여 ‘도쿄올림픽 2021년 개최’를 어둡게 보고 있다. 니레슈헤이 씨는 2019년 6월, 고단샤(講談社)에서 펴낸 《사리엘의 명제(サリエルの命題)》라는 책에서 일본이 코로나19로 곤란함을 겪을 것이라는 예언을 한 작가로 이 책은 일약 예연서(予言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니레슈헤이 씨는 지금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6월에 이미 《사리엘의 명제(サリエルの命題)》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일본에서 발생한 신형인풀루엔자로 인해 일본의 여러 섬 주민들이 전멸하고 혼슈(本州)에서도 감염자가 나온다. 의지하던 치료약은 부족하고 1년도 안 남은 올림픽 개최도 위기에 빠진다. 미지의 바이러스 때문에 도시는 봉쇄되고...”라고 썼는데 이 내용이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상태를 예견한 것이라고 해서 ‘예언서’라고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니레슈헤이 씨는 데일리신쵸와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 곧,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같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얼마나 지났을까?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예방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말이다. 확진 환자가 나오기 시작한 1월 중순부터 따지자면 만 두 달이 지나 석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슬슬 시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지난 두어 달이 이삼 년처럼 길고 지루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참신한 대책’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가 걷잡을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미국이 감염자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외신들은 ‘일본이 곧 뉴욕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을 쏟아내고 있다. 어제(7일) 마침내 아베 수상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를 포함한 7개 도시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그야말로 올 것이 온 분위기다. 긴급사태 기간은 5월 6일까지로 한 달 동안이다. 이제부터 일본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수많은 나라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감염환자로 공포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전염병은 철저한 예방과 확진자 색출, 동선 파악, 자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무라이 기치베(村井吉兵衛, 1864~1926)라는 사람을 일본 위키에서 찾아보니 ‘일본의 실업가, 명치시대의 담배왕, 무라이재벌을 이룬 사람’ 등으로 적어 놓고 있다. 이런 식의 기술대로라면 이 인물은 그저 평범한 일본 재벌의 한 사람쯤으로 이해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무라이 기치베는 일본 땅에서 실업가로 사는 것도 부족해 한반도로 건너와 무라이농장을 시작으로 경상남도 일대의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여 조선인들을 소작인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이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상남도 지방에 눈독을 들인 것은 경남 지방이 당시 항만 물류기지인 부산과 진해에 인접해 있어서 농장에서 거둔 소작료나 생산품을 일본으로 빼돌리기 쉬운 이점이 있어서였다. 한편으로 당시 낙동강과 밀양강을 중심으로 자연재해인 홍수가 빈번하여 대규모 미개간지들이 있었기에 이곳에 근대적인 제방을 갖춘다면 농지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다. 그는 이러한 셈법으로 정치권 및 관리들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경남지역으로 진출하여 경남의 경제권을 거머쥐었다. 그 뒤 무라이는 1904년 김해군 하계면 진영리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바이러스’라 한다) 전염병과 싸우느라 전 세계가 지금 난리다. 우리나라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가능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책을 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벚꽃놀이로 인산인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제(23일) 일요일, 도쿄의 벚꽃 명소인 우에노공원에는 벚꽃놀이(花見, 하나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BBC뉴스제팬’ 3월 23일자에서 간사이대학(関西大学) 미야모토(宮本勝浩) 교수는 “일본에서는 해마다 벚꽃 계절에 커다란 경제효과가 생긴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8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벚꽃놀이를 위해 일본을 찾았는데 이는 6,500억엔(한화 7조3,165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이다”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벚꽃을 보러와서 올리는 수입만 큰 게 아니다. 내국인인 일본사람에게도 이 계절은 지갑을 쉽게 푸는 때기도 하다. 시즈오카대학(静岡大学)의 다케시타(竹下誠二郎) 교수는 “왜 벚꽃놀이가 일본에서 중요한가 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계절이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다케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3월 11일, 디지털 아사히신문은 ‘사이타마시에서는 (재일)조선학교 유치원을 마스크 배포 대상학교 외로 결정했다’라는 보도를 했다. 이날 기사의 핵심은 “9일부터 사이타마 관내의 공립, 민간시설의 직원용 마스크 약 9만 3천 장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조선학교는 예외로 했다.”라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듣고 조선학교 유치부 박양자 원장(61살)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 결과 이른바 조선학교는 ’각종학교(정식학교가 아닌)’에 속하기 때문에 마스크 배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사이타마시의 조선학교 유치부는 유아 41명 가운데 37명이 유치원에 나오고 있으며 통원버스 운전사 등 직원은 모두 7명이다. ‘조선학교 마스크 배포 대상 제외’라는 소식을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즉각 사이타마시에 문의했다. 그 이유를 시당국에서는 ‘마스크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지도할 수 없다.’라는 궤변으로 답했다고 한다. 이 말인즉 배포된 마스크를 전매할 수 있다는 속뜻임을 알고 나라 안팎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도발적 망발이라는 거센 항의가 있었고 마지못해 사이타마시는 조선학교에도 마스크를 나눠주겠다는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