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절분제(節分祭)는 평소에 신의 가호로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가시마신사(鹿島神社)의 신에게 감사드리고 아울러 액운을 막는 행사로 개운(開運)과 행복을 비는 축제입니다. 절분제의 신청용지는 사무소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신청 마감은 1월 28일, 제1부 오후 3시 기도요금 5천 엔, 제2부 오후 6시 기도요금은 2만 엔” 이 글은 이바라기현 가시마시(茨城県 鹿嶋市)에 있는 가시마신궁(鹿島神宮)의 알림판에 적혀 있는 글이다. 가시마신궁(鹿島神宮)은 전국에 소재한 약 600개 신사의 총본사로 필자가 찾은 1월 10일에는 하츠모우데(정초 참배)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신궁은 북적거렸다.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절분날은 신사나 절에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하는 오랜 풍습이 있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 전시관은 히다카시(日高市)가 기본 구상으로 하는 ‘역사와 자연의 고향’ 을 꿈꾸어 만든 자료관입니다. 히다카시는 고마가와(高麗川)의 맑은 물이 입지한 곳으로 우리 조상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1만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고도성장기 개발의 물결에 휩싸였고 특히 1960년대에 들어서서는 대규모 택지 개발로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생활 도구 등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 보존의 필요성을 느껴 고려향민속자료관(高麗鄕民俗資料館)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히다카시 교육장- 고려천[고마가와, 高麗川]가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히다카시의 ‘고려향민속자료관(高麗鄕民俗資料館)’은 아담한 2층 전시실을 갖춘 향토 자료관이다. 자료관 입구에는 다양한 모양의 떡살이 전시되어 있으며 안쪽 1층 전시실에는 물레 등 의생활에 관련된 도구를 비롯하여 벼농사에 필요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벼를 훑는 홀태나 탈곡기 등은 과거 우리 농촌에 있던 것들과 흡사하여 전시관을 찾는 한국인들의 시선을 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청춘'이란 말만 들어도 풋풋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 그제 1월 9일(월)은 그런 풋풋한 젊은이들을 축하하는 성인의 날이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성인식을 포함한 만20살 젊은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다고 매스컴은 보도했다. 올해 새로 성인(新成人)이 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지난해 보다 2만 명이 늘어난 123만 명이다. 오사카의 경우는 지난해 보다 1,000명이 많은 약 25,000명이 성인을 맞이했다. 만 스무 살을 맞이한 젊은이들의 잔치인 성인의 날은 1999년까지 1월 15일이던 것이 2000년부터는 1월 둘째 주 월요일로 옮겨 각 지방단체별로 성인식을 한다. 여성들은 “하레기(晴れ着)”라고 해서 전통 기모노를 입고 털이 복슬복슬한 흰 숄을 목에 두르는 것이 성인식 차림이며 남성들은 대개 신사복 차림이지만 더러 “하카마(袴, 전통 옷)” 차림도 눈에 띈다. 특히 여성들은 이날 행사를 위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단장을 해야 하므로 시간과 돈이 어지간히 든다. 하지만, 일생 단 한 번인 스무 살 의식을 위해서라면 그깟 돈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성인식을 마친 여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을 사랑한 푸른 눈의 독일인,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 이름은 브루노 타우트(Bruno Julius Florian Taut, 1880-1938)다. 내가 브루노 씨를 만난 것은 기후현에 있는 시라카와마을(白川鄕)에서였으니 십여 년도 더 된 이야기다. 1938년에 죽은 독일인 건축가를 십여 년 전에 만났다고 하면 의아한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라카와마을은 기후현 산골짜기에 얼마 안남은 옛 전통방식의 일본집으로 지붕 모습이 사람 손의 합장(合掌) 모습이라 하여 합장가옥 곧 일본말로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고 부른다. 눈이 많은 지방의 가옥형태다. 이 마을을 전 세계에 알린 사람이 독일인 건축가 브루노다. 브르노가 이곳을 찾은 것은 1933년 일이다. 당시 그는 독일의 촉망받는 건축가였다. 브르노는 1880년 독일 케니히스브루크에서 태어나 33살 때 '철의 기념탑', '유리의 집'을 발표하여 국제적인 평가를 얻은 바 있다. 그 뒤 그는 베를린 주택공사의 공동주택 설계를 맡게 되는 데 건물과 건물 간격을 띄우고 나무를 심는 등 요즘말로 친환경적인 공동주택 설계했다. 그러나 당시 독일은 히틀러가 총리가 되어 무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한해 가운데 청소 도구가 가장 많이 팔리는 때를 들라면 단연코 요즘과 같은 설밑(연말)일 것이다. 해마다 연말에 대청소(오오소지, 大掃除) 하는 풍습이 있는 일본이라 그런지 여러 언론에서는 대청소 요령이라든가 청소도구 등에 관한 기사가 넘쳐난다. 일본에서 연말 대청소는 아예 ‘연중행사’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전국적인 행사다. 대청소의 의미는 1년 동안 집안에 쌓인 먼지 등을 털어내고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함으로써 새해의 신(神)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으로 이러한 풍습은 멀리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때 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궁중에서는 12월이 되면 오오소지(대청소)를 연례행사로 실시했는데 이는 스스하라이(煤払い)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스하라이란 먼지와 그을음 등 한 해 동안 곳곳에 쌓여있는 것들을 털어내는 것으로 ‘털어낸다’는 의미는 집안에 들어온 악귀나 나쁜 기운을 털어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일로 여겨왔다. 그래서 지금도 신사(神社)나 절에서는 긴 장대 빗자루로 경내 곳곳을 털어내는 의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하라이는 에도시대(1603~1868)에만 해도 음력 12월 13일에 하였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슬슬 저물어 가고 정유년 닭의 해가 밝아 올 무렵 일본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 12월 중순이라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길거리나 상가에 가보면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시메카자리(注連飾り)” 따위 장식품도 그 한몫을 한다. 시메카자리는 연말에 집 대문에 매다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12월 말에 대문에 내달고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는 등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연말연시 장식으로 “카도마츠(門松)”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은 12월 13일에서 28일 사이에 집 앞이나 상가 앞에 세워두고 치우는 것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음식이 구미를 당긴다. 이런 추운 겨울에 달큰한 무를 푹 삶아 언 몸을 녹이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이름하여 다이코다키(大根焚き)다. 우리말로 ‘무를 삶아 먹는 것’ 쯤으로 번역되는 이 행사는 교토 지방에서 11월부터 12월에 걸쳐 하는 세시풍속의 한 모습이다. 지난 12월 7일 대설을 맞아 교토 우지(京都宇治)의 조린지(藏林寺)에서도 다이코다키 행사가 있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푹 삶아서 참배자들이 나눠먹고 부처님전에도 공양으로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가마솥에 모여들어 우리네 동지 팥죽을 먹듯 삶은 무를 나눠 먹는 모습이 정겹다. 바깥의 찬 공기가 삶은 무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으로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다이코다키는 교토의 초겨울 모습을 보여주는 풍물시(風物詩)로도 소개되는데 성도회법요를 겸해 해마다 12월 7일과 8일 행해진다. 성도회법요는 석가모니가 35살 때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12월 8일 동틀 무렵 명성(明星) 출현과 함께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하는 법회다. 원래는 생무를 8조각으로 잘라 범어(梵語)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 일본 친구 이름은 노리코, 얼마 전 노리코와의 재회를 ‘라인(LINE,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우리의 카톡 같은 것)’을 통해서 했다. 십여 년 만이다. 와세다대학 연구원 시절 만났던 노리코와 지난 십여 년간 연락이 끊어져있던 참이었다. 보내온 사진 속의 노리코 얼굴도 주름이 많이 늘었다. 여전히 개를 좋아하는 듯 4 마리 개와 구순에 가까운 홀어머니와 지복(至福)의 삶을 살고 있다는 노리코의 말에 마음이 찡했다. “링크교수는 잘 있는지? 그리고 요우코(개 이름)는?”이란 나의 질문에 노리코는 시무룩하게 답을 했다. 남편 링크교수는 올 2월 80살을 일기로 숨을 거두었고 애지중지 16년간 키우던 개들도 차례대로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안됐다 싶었다. 노리코는 나이차이가 무려 이십 여살 차이가 나는 미국인 영어 교수 링크와 혼인하여 살면서 둘은 자녀가 없는 대신 16년간 개 두 마리를 애지중지 길렀었다. 내가 남편 링크교수를 만난 것은 시모다 별장에서였는데 노리코 부부는 시모다에 작은 별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별장이지 방학 때만 내려가다 보니 정원에는 풀이 사람 키를 넘을 만큼 무성했고, 집안은 거미줄 투성이었다. 와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교토 사가(嵯峨) 지방의 세료지(淸凉寺)에는 오장육부를 상징하는 복장유물이 전해온다. 복장유물(腹藏遺物)이란 불상을 만들 때 불상 안에 넣는 경전이나 불사리 따위를 안치하여 불상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장치로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상원사에 있는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에서 1984년 7월 불상의 유래를 밝힐 수 있는 2개의 발원문(發願文)과 조선 전기의 복식, 전적류 등 23점의 복장유물이 발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교토 세료지(淸凉寺)에 전해오는 오장육부 복장유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사례가 없는 것으로 이는 중국의 풍습을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는 불상을 인간과 같이 살아 있는 몸으로 여겨 불상 내부에 오장육부를 넣는 특유한 풍습이 있었는데 세료지에 있는 석가상은 송나라 때 만든 불상으로 불상 안에는 직물주머니 모양의 오장육부를 포함한 30여개의 복장유물이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불상 안에 다라니, 경전, 글씨가 적힌 명찰, 종이에 찍은 불상(印佛) 등 다양한 복장유물을 넣고 있다. 시즈오카현 간죠쥬인(願成就院)의 아미타불상 안에서 나온 명찰과 나라현 죠루리지(淨琉璃寺) 아미타불상 안의 인불(印佛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가 갖고 있는 책 《별책역사독본(別冊歷史讀本)》은 우연찮게 진보초의 고서점가에서 건진 것이다. 특별히 이 책에 손이 간 것은 역대천황124대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122대 일왕인 메이지(明治天皇)의 얼굴로 꾸며져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보인다. 역대 일왕가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이 떠오른다. 성서인물 가운데 아브라함을 보면 175살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일본의 일왕 역시 이에 못지않은 나이를 자랑하는 이들이 꽤 있다. 먼저 100살 이상을 살았다는 일왕을 보면 제1대 일왕인 진무(神武天皇)는 127살이요, 제5대인 코쇼우(孝昭天皇)는 114살, 제6대 코우안(孝提安訴天皇)은 137살, 제7대 코우레이(孝靈天皇)는 128살, 제8대 코우겐(孝元天皇)은 116살, 제9대 카이카(開化天皇)는 111살, 제10대 스진(崇神天皇)은 119살, 제11대 스이닌(垂仁天皇)은 139살, 제12대인 케이코우(景行天皇)는 무려 148살을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제13대인 세이무(成務天皇)는 107살, 제16대인 닌토쿠(仁德天皇)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