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1월, 일본의 전통 행사인 ‘시치고상(七五三)’ 풍습을 볼 수 있는 달이다. 예전에는 11월 15일에 ‘시치고상(七五三)’ 행사를 했으나 요즈음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형편이 좋은 날’을 잡아 행사를 치르는 이들이 많다. 시치고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일본 어린이들을 위한 신사참배 날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에는 한국 아이들처럼 돌잔치가 없다. 그 대신 시치고상을 신사에 가서 치른다. 말 그대로 3살, 5살,7살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전통 옷을 입혀 신사 참배를 시킨다. 이 무렵이 되면 시치고상을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입힐 기모노를 파는 가게, 머리 손질을 해주는 미용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등이 분주해진다. 시치고상은 남자아이의 경우 3살과 5살 때 여자아이는 3살과 7살이 되는 해에 치룬다. 이러한 풍습은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비는 일생의 통과의례 행사인 것이다. 유래는 1681년 도쿠가와 집안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츠나요시(川綱吉)의 장남 도쿠가와 도쿠마츠(川松)의 건강을 빌기 위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신사에서 시치고상 의식을 치른 아이들은 손에 ‘치토세아메(千歲飴)’를 하나씩 받아 드는데 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별곡의 한 종류가 곧 민간에서 연주되는 <가진회상>이며, 영산회상을 연주하되, 중간에 <미환입>을 첨가하고 <군악>의 뒤를 이어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도드리>까지를 연주한다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악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이고, 평조회상과 관악영산회상은 각각 8곡이어서 모두 25곡이다. 여기에 <가진회상> 가운데 현악영산회상과 중복되지 않는 <도드리>,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 등 4곡을 포함하면 모두 29곡이 되는 셈이다. 이 악곡들을 피리나 대금, 해금, 단소, 또는 거문고나 가야금 등, 6개의 주요 선율 악기들이 각각 독주로 1~2곡씩을 연주한다면 오랜 시기간 음악회를 꾸밀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그래서 4종의 영산회상이 연주계의 주요 연주곡목이 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악영산회상>의 경우에는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양금, 장고 등, 8인의 단잽이(1악기에 1인 연주자) 편성을 관습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울긋불긋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단풍이라 하면 일본도 그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명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맘때면 앞다투어 단풍 명소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코요 월커 플러스(koyo.walkerplus)의 경우에는 단풍명소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1)지역 중심으로 찾기 2)전국 단풍 랭킹으로 찾기 3)지금 가장 볼만한 명소로 찾기 4) 가까운 시일내에 볼만한 곳으로 찾기 5) 지난해 11월, 아름다웠던 곳으로 찾기 등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국단풍명소랭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랭킹 1위는 도쿄 다치가와시(立川市)에 자리하고 있는 국영소화기념공원(国営昭和記念公園)이다. 이 공원은 소화(昭和)왕 재위 중인 1983년에 설립한 공원으로 ‘보고, 놀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4계절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공원 안에는 소화천황기념관도 조성되어 있다. 2위는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高山市)에 있는 히다미노개울가도(飛騨美濃せせらぎ街道)이다. 히다미노지역은 64km 길이의 드라이브 코스로 참나무, 너도밤나무, 낙엽송 등 활엽수가 황금색으로 변하는 광경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평조회상>이야기를 하였다. 현악영산회상을 전체적으로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낮은 조의 영산회상이라는 뜻, 4도 낮출 수 없는 부분은 5도 위로 자리바꿈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앞뒤로 잔가락이나 시김새를 넣어 다른 곡처럼 들린다는 이야기, <상령산>은 피리나 대금의 독주곡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처럼 기존의 악곡에서 새롭게 변주하거나, 발전시켜 독주곡으로 만들어 연주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영산회상의 또 다른 악곡에서도 새로운 변주곡을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현악영산회상>을 비롯하여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는 <관악영산회상>,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을 낮게 이조 시켜서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 등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평조회상>, 등이 모두 현재까지도 활발하고 다양하게 연주되고 있어서 연주곡목을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몇 곡을 더 추가하여 구성이나 편성을 달리하는 영산회상도 있다. 이름하여 <별곡>이다. 구체적으로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과 한국의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인상 깊은 것 하나를 들라하면 ‘결혼한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법 제도’이다. 일본은 예컨대 다나카(田中) 성씨의 여성이 나카무라(中村) 성씨의 남성과 결혼을 하면 나카무라(中村)로 바꾸는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자녀가 태어나면 남편의 성씨를 따른다. 그러니까 남편의 성씨를 부인과 아이들이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김(金)씨 성의 여성이 이(李)씨 성의 남성과 결혼하더라도 성씨는 변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볼 때 이러한 한국 여성들의 ‘고유 성씨 유지’가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 해답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일본에 있을 때 이름하여 ‘부부별성제도(夫婦別姓制度)’라는 주제의 티브이 토론을 종종 목격한 적이 있다. 부부별성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결혼 전까지 사용하던 성씨를 남편 성으로 바꿈으로써 야기되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웃나라인 한국 여성들은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쓰지 않는가?” 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쓰면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관악영산회상》제1곡 <상령산(上靈山)>을 무용반주 음악으로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향당교주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변주방법은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고, 가락이 없는 시작부분에 피리 가락을 채워 넣으며, 낮은 선율은 옥타브 위 음으로 올려서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세 번째 영산회상인 <평조회상 平調會相>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영산회상이란 곧 <현악영산회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평조회상>이다. 어떻게 변주시켰을까? 전체적으로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음악이다. 낮은 악조로 옮겼기에 이름도 <평조 영산회상>, 줄여서 <평조회상>으로 부른다. <현악영산회상>이 높은 조, 즉 웃조(羽調)이고 그에 반하여, 낮은 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평조회상은 현악영산회상과 동일한 음계이며, 다만 그 중심음이 영산회상보다 4도 낮은 곡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곡을 4도 낮게 연주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악기에 따라서는 음역의 제한으로 인해, 내릴 수 없는 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위는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기록으로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이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물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뀐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사히신문에서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모두 5회에 걸쳐 한국관련 기사를 연재했다. 그 주제는 '이웃나라의 언어' 였다. 글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제1회: 조선어인가 한국어인가 요동쳤던 강좌명 (2021.9.6.) 제2회:현장에서, 50년전 결심하고 배운 시민 (2021.9.7.) 제3회:현장에서, 일본과 한국을 연결한 두명의 시인(2021.9.8.) 제4회:현장에서, 괴롭고 씁쓸한 모국어의 추억 (2021.9.9.) 제5회:현장에서, K pop에 빠진 젊은이들 (2021.9.10) '이웃나라의 언어'라는 것은 곧 한국어를 가리킨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한국어'라고 맘대로 부르기가 어렵다. '한국'이라는 이미지는 대한민국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국어'에는 북한이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북한어는 어디까지나 '조선어'다. 남과북으로 갈리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아사히신문에서는 5회나 걸쳐 지면을 할애하여 '한국어(조선어)'를 다뤘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만이 아닌 것으로 언어를 매개로한 '인물, 문화,역사'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깊다. 오늘은 제5회 연재분을 소개하겠다. 그런데 오늘 소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관악영산회상>은 <대풍류>로 대부분 무용반주로 쓰여 왔다는 점, 상령산은 쌍(雙)-편(鞭)-고(鼓)-요(搖)의 불규칙적 장단이고, 박을 치면 모든 악기가 동시에 시작하지 않고, 북과 장고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피리가 가락을 연주하며, 이어서 모든 악기의 합주가 시작된다는 점, 그리고 연음(連音)형식이 특징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와 같은 불규칙 장단의‘상령산’악곡을 무용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우선 장단을 규직적인 장단으로 바꾸어야 했다. 합주 음악에서는 불규칙 장단이 자연스럽고 묘미가 있지만, 이를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원곡 그대로의 활용이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명의 무용수가 동일한 동작, 또는 통일된 춤사위를 표현해야 하는데, 불규칙장단의 음악으로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상령산>이라 하더라도, 관악의 상령산과 현악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은 그 장단의 형태는 같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악 영산회상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 장단형은 雙이 6박, 鞭 4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교보문고라든지 영풍문고 같은 오프라인 서점엘 가면 외국어 코너가 있어서 다양한 학습 교재를 고를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영어일 것이다. 그 다음은? 글쎄다. 일본어나 중국어? 아무래도 이웃나라인 이 두 나라 언어가 2,3위 자리를 다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9월 6일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서점에서 1위는 영어이고 그 다음이 ‘한국 · 조선어’ 코너라고 한다. 중국어가 아니라 ‘한국 · 조선어’ 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국어면 한국어지 ‘한국 · 조선어’는 뭐야? 라고 의아스럽게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겠다. 안타깝게도 남과 북이 분단되어 남쪽은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북한은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러한 이름을 각기 갖고 있지만 남한(대한민국)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북한’이라고 흔히 부른다. 분단 이전에는 원래 한겨레요, 언어도 같은 언어 공동체였다. 그러나 분단이 길어지면서 언어의 이질화도 생겨 ‘북한말’, ‘남한말’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인데 그 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 함께 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