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1980년대 초, LA지역에서는 처음 유선방송을 통해 국악방송을 시작했는데, 이때 김동석은 매일 30분 정도 국악을 소개하였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1980년대 말, <라디오 코리아>란 이름의 한국어 공중파 방송에서 “김동석의 우리가락 좋을시고”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도 방송관련 이야기를 계속한다. 당시 그의 국악방송은 이민생활로 힘들어진 가족이나 이웃 서로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시간이었다고 전해진다. 국악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교포들은 국악 대부분이 마치 불교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서일까 특히 기독교인들은 의식적으로 국악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그의 황당한 경험담 하나를 소개한다. “70년대 초, <8.15 경축음악제>를 마침 모 교회 본당에서 열게 되었어요. 경건한 분위기를 위해 첫 곡으로 영산회상 중에서 <염불>과 <타령>이라는 곡을 연주한다고 순서지에 넣었는데, 교회의 목사라는 분이 펄펄 뛰는 거예요. 이 음악들은 불교음악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연주할 수 없다고 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이날은 한해에 일어날 나쁜 액운을 막고 행운과 행복을 비는 날로 절분은 일본의 오래된 민속행사의 하나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3일 지내오던 절분이 올해는 2월 2일이다. 왜일까? 그것은 4년에 1번 찾아오는 윤년(閏年)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1984년까지는 2월 4일이 절분이었고, 1985년부터 2020년까지는 2월 3일이 절분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2월 2일이 절분이다. 절분이 되면 집 가까운 신사(神社)나 절에 가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를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 (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귀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 이야기는 김동석이 오래전부터 미국의 교사들을 위한 한국문화 강좌(Korean History and Culture Seminar for American Educator) 시리즈를 계속해 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LA 교육국에서 한국음악을 교육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지역에서 처음으로 국악방송을 시작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김동석이 UCLA으로 유학을 떠난 해는 1971년도이니 올해로 꼭 50주년이 된다. 그때를 회고하는 그의 말이다. “당시 이곳의 한인 인구는 1만 명도 안 되었지요. 지금처럼 번듯한 한국식품점도 없어서 거의 모두가 미국인이나 일본인 마켓을 이용하고 있었고, 한인교회도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각각 하나씩 있었을 뿐이었으며 당시 한국어 방송을 들을 기회는 없었어요. 다만 <한국일보> 미주 지사가 유일하게 교포들에게 고국의 소식과 한인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미디어였으니까요. 그 뒤, 이민 조건이 완화되어 한국으로부터 많은 이민자가 오게 되면서 코리아타운이 기존의 크렌셔 지역에서 지금의 올림픽가로 조금씩 이동하게 되었지요. 올림픽 거리에 한국식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수현 씨가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의로운 목숨을 잃은 지도 26일로 어언 20주기다. 2001년 1월 26 저녁 7시 15분께,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이수현 씨는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나도 도쿄에 있었다. 그리고 이수현 씨가 신오쿠보역을 이용했듯이 나 역시 그 역을 날마다 이용했었다. 그의 죽음 이후 나는 신오쿠보역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꽃다운 청춘을 이국땅에서 바친 그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 무렵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는 지인들은 모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 플랫폼에 서서 이수현 씨를 생각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슬픔은 오랫동안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던 우리 한국인들 가슴에 푸른 멍으로 남아 있었다. 이수현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우리의 가슴이 이다지 아픈데 유가족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수현 씨가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지 20주기, 그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이수현 씨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미국의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해 왔던 오순택이 마당놀이 형식의 연극, 곧 <가주타령>을 올려 미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작품에서 김동석은 배경음악과 국악연주, 춤사위 지도, 사물놀이 장단, 타악기 다루는 법, 우리식 노래 부르는 방법 등을 지도해 주었다. 2000년 1월에는 김동석을 회장으로 선임한 <문화예술총연합회>가 조직되었다. 시인협회를 비롯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볼룸댄스, 다도, 서예, 영화, 수필, 사진, 크리스찬 문협, 시각디자인, 국악 등 12개 문화예술단체가 하나의 연합회를 조직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 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한국음악을 교육할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 자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김동석의 말이다. “LA 교육국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고등학교에서 이중 언어 교육과 함께 한국음악을 지도할 것을 검토 중인데, 자문해 달라는 거예요. 한국도 아니고 이곳 미국에서 교사든, 학생이든, 그 대상자가 누구든 간에 한국어나 한국음악을 지도하겠다는데, 머뭇거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흰쌀밥에 빨간 우메보시(매실장아찌) 한 개를 살짝 올린 도시락, 언뜻 보면 일장기를 연상케하는 이 모양의 도시락은 이름하여 ‘히노마루벤토(日の丸弁当)’다. 히노마루(日の丸)가 일장기이므로 ‘일장기 도시락’ 인 셈이다. 이러한 일장기 도시락이 일본의 유명 고급 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 신주쿠점 식품매장에 등장했다. 이세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이라면 보통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운 반찬이 즐비한 곳이라서 이번에 등장한 ‘일장기 도시락’은 조금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인터넷 <식락(食樂, 쇼쿠라쿠)>의 1월 11일치 기사에는 이러한 ‘일장기 도시락’을 직접 사 먹어 보았다는 기사가 올라 관심을 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이세탄 식품매장을 지나다가 ‘일장기 도시락’을 발견하고는 점원에게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점원은 아주 친절히 ‘일장기 도시락’을 설명해 주었다. “이 도시락에 쓴 쌀밥의 쌀은 일본 최고의 쌀인 아키타현(秋田県)의 아키타코마치이고, 우메보시는 오다와라(小田原)의 쥬로우메(十郎梅)입니다. 도시락에 사용하는 쌀밥은 갓 지은 밥이고, 우메보시는 매실나무에서 잘 익어서 떨어진 매실을 가지고 담근 최고 매실장아찌입니다.”라는 설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 지난주에는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이 학교방문 공연 외에도 특별 공연을 통해 재미동포와 미 주류사회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L.A 올림픽의 예술축제와 폐막 공연, 인갈스 오디토리움(Ingalls Auditorium)에서의 <아시아 태평양 무용축제>, <와츠타워 훼스티발(Watts Tower Festival)>, <할리웃 보울 한국음악 훼스티발(Hollywood Bowl Korean Music Festival)>, LA 다져스 스타디엄(LA Dodger Stadium)과 캘럭시 축구장(LA Galaxy Soccer Stadium)공연,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의 날-Korea Festival> 참가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L.A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동포 문화예술인들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결집시키기 위한 <연합회>의 조직과 문화예술이나 구성, 또는 그 활동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미국의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던 오순택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1월 둘째 주 월요일은 일본에서 스무 살이 되는 성년을 위한 ‘성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11일(월)이 성년의 날이지만 ‘코로나19’로 기념식을 중단하거나 축소, 또는 비대면으로 치르는 지자체가 많다. 하루 확진자가 4,757명 (도쿄는 1,278명) 씩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도쿄 디즈니랜드가 있는 치바현 우라야스시(千葉県 浦安市)에서는 성인식을 3월 7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우라야스시에서는 디즈니랜드 운영사인 오리엔탈랜드와 협의한 결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라야스시에서는 2002년부터 해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성인식을 열어왔다. 도쿄도의 경우 23구(区)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5구에서는 성인식을 중지하기로 했다. 성인식을 그대로 진행하는 세다가야구(世田谷區)에서는 인터넷으로 중계할 예정이고, 고도구(江東区)에서는 이 지역 출신 저명한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녹화하여 케이블티브이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성인의 날은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 蕨市)에서 연 ‘청년제’가 그 뿌리다. 당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 이야기는 미국에서 학교방문 공연의 평가가 매우 엄격하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김동석 교수의 <한국음악무용예술단>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 30년을 이어오는 유일한 단체로 인정받아 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동 예술단이 학교를 방문, 공연활동을 펼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점, 곧 학교 밖에서도 크고 작은 특별 공연들을 펼쳐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야기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L.A 올림픽의 예술축제와 폐막 공연의 참여이다. 1984년 L.A 올림픽이 열렸을 때, 동 <예술단>은 미국 소수민족의 예술단체를 대표하는 단체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 결과 L.A 다운타운에 있는 일미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한국의 전통음악, 그리고 춤을 통해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한인사회는 물론, 미주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84년 6월, 인갈스 오디토리움(Ingalls Auditorium)에서의 <아시아 태평양 무용축제>도 잊을 수 없는 공연으로 알려져 있다. 이 축제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인도, 필립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저는 일본의 신사(神社)나 신궁(神宮)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전쟁 중에 강제로 신사참배를 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군국주의의 맹호를 떨치게 한 곳이 신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후(戰後, 1945년)에 알고 보니 일본 각지에 조선에 없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3국 이름이 들어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 백제신사(百濟神社), 신라신사(新羅神社)가 많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일본의 신사(神社)나 신궁(神宮)은 고대 조선의 신라에서 건너온 것입니다.” 이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달수 씨의 《고대조선과 일본문화》(일본 강담사, 1987) 26쪽에 나오는 말이다. 김달수 씨를 작가라고 부르기보다는 역사학자라고 불러야 좋을 만큼 그는 “일본 속의 고대 한국문화”를 평생 찾아낸 사람으로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알려진 작가다. 지금 일본의 가나가와현에 있는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에서는 12월 12일부터 김달수(1920~1997)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에서 소개하고 있는 김달수 씨의 면모를 보면, “김달수 씨는 조선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작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