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해는 2월에 하루가 더 있으니 이걸 좋다고 축하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큼 3월이 하루 늦게 와 봄이 늦어진다고 짜증을 내야 하나? 이제 곧 봄이니 오늘 이전 겨울은 올겨울이 아니라 지난겨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지난겨울은 역시 춥기도 추웠지만 눈도 많고 비도 많은, 특별한 겨울이었음을 기억한다.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 겨울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곧 다음 날에 큰 눈이 오고 추위가 닥치곤 하는…. 그야말로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보였는데, 이것이 혹 29일 하루가 더 끼는 윤년이라서 그런 것인가? 올해는 윤년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4년에 하루씩 2월이 29일이 되니 그렇게 하루가 추가되는 해를 윤년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걸리는데 달력은 하루 단위로 해서 1년을 365일로 정했으므로 그 남은 5시간 48분 46초을 네 번 더하면 거의 하루가 되므로 4로 나눠지는 해에 하루씩을 더 집어넣는 것이고, 그러다가 또 6시간에서 부족한 11분 14초가 겹치면 그것도 하루가 되므로 그 하루를 빼기 위해 100으로 나눠지는 해는 윤년이 아니라 평년으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랜만에 어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인사동 한정식집의 조용한 방에 들어가니 벽 위에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현대 우리 서단의 최고봉이었던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1921 ~ 2006) 씨가 경신년 신춘에 쓰신 것이다. 경신년은 1980년이니 일중 선생이 육순에 쓰신 것으로 네 글자 가운데 세 번째 글자를 잘 모르겠다. 먼저 나는 그것이 '한가지' 혹은 '같다'는 뜻을 가진 '동(仝)'이란 글자 같다고 하니 다른 사람이 동조하면서 손말틀(휴대폰)을 두들기더니 `仝`의 옛 글자가 저렇게 생겼단다. 그래서 일단 동이란 글자로 보고 '양소동진' 네 글자의 뜻을 함께 유추해 보니 '소(素)를 기르는 것이 진(眞)과 같다'라는 식의 풀이가 나온다. 여기서 소(素)는 소박함, 본래의 것일 터이니 욕심 없고 꾸미지 않고 참된 본 바탕 정도의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본래의 마음을 기르는 것이 참된 것이라는 해석이 된다. 그렇게 뜻을 새기면서 일중 선생의 멋진 예서(隸書) 글씨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가 집에 와서 아무래도 이 문장이 그냥 튀어나온 것이 아닐 것 같아서 인터넷 사전을 뒤져보니 중국 삼국 시대 위(魏)나라 혜강(嵇康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며칠 전 서울 인사동 남쪽 초입에 있는 어느 건물 뒤 카페의 정원에 가니 거기 명물이었던 오래된 오동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뭇가지와 잎들이 다 말라버린 것을 보니 꽤 오래전에 쓰러진 모양이다. 지난해 5월 저녁에 그 나무 밑에 앉아서 맥주를 먹곤 했는데 몇 달 동안 가지 못한 사이에 쓰러진 것이다. 여주인 말로는 8월 큰비가 왔을 때 나무줄기와 가지, 잎에 물기가 잔뜩 많아지자, 무게를 못 이기고 쓰러진 듯하다고 한다. 쓰러지면서도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그 옆 다른 나무에도 피해를 주지 않아, 평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던 그대로 가면서도 멋지게 갔다고 귀띔해 준다. 인사동의 오동나무는 백 년이 넘었던 것 같다. 오동나무로서는 원체 컸기에 이 일대의 명물이었고, 여름에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겨울에는 그 가지들이 하늘로 뻗어간 기세로 사람들을 압도했다. 인사동을 누빈 시인 천상병 씨가 특별히 이 나무를 사랑해 당시 인사동 건달이라 불리던 전우익 씨(《혼자만 잘 살면 무엇하누》의 저자)와 자주 나무 밑에서 그 좋아하던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는 것이고, 1970년대 말인가 이 나무를 베내려 하자 전우익 씨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등대 옆에서 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하품을 참으면 기다렸는데도 등대도 나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등대는 나보고 '등대' 같은 놈이라고 했을 거다 ...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이생진 이생진 시인은 말한다. 등대는 외로운 사람의 우체통이라고. 등대는 별에서 오는 편지와 별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어두는 우체통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혹시나 하고 등대를 찾아가고 별에게 보낼 편지를 넣으려고 등대를 찾아간다고. 어느 날 아침 등대를 가까이서 만났다. 건너편 바다 끝에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높이 60센티가 넘는 해일이 밀려 온 동해 묵호항에서였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캄캄한 밤을 지나고 보니 나도 등대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가까이에서 보는 등대가 반갑다. 이생진 시인의 말처럼 묵호항 등대 앞에는 별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이 있었다. 그 앞에 끝없는 바다가 있고 그 바다를 가르고 해가 뜬다. 그 해를 위해 어두운 밤을 밝혀준 것이 등대다. 우리 현대인들은 모두 캄캄한 밤을 사는 듯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서로 이웃을 못 보고 외롭게 살다 보니 점점 더 외로워진다. 근래에 많은 분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 1월 29일 서울 강남의 봉은사에서는 한 예술가의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였던 고 백남준 님이 2006년 1월 29일에 세상을 뜨셨으니 벌써 18년이 되었습니다. 올해 행사는 예년보다도 더 조촐하게 열린 것 같습니다. 점차 관련 소식도 언론매체들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봉은사의 법왕루에 차려진 추모제단에서 유족과 친지, 백남준 아트센터 관계자 등 많지 않은 추모객들이 생전의 예슬업적을 돌아보며 선생이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차분히 아쉬워했습니다. 1932년생인 백남준 선생에게 있어 올해는 좀 더 특별한 해입니다. 선생이 우리나라에 처음 제대로 소개되고 우리 문화예술계에 큰 충격을 준 지 만 4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1984년 새해가 밝은 뒤 1월 1일 자정을 넘은 시각(정확히는 1월 2일 새벽 2시)에 우리나라는 KBS1텔레비전이 중계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란 텔레비전 종합예술축제를 보느라 눈을 비빈 분들이 많았고 1월 2일 날이 밝으면서 도하 언론들은 이 프로그램의 시청 소감 등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일찍이 「1984」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눈이 많이 온 날 둘레길을 걷다가 눈을 사진에 담아 보갰다고 장갑을 벗고 휴대폰을 작동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좀 가다가 보니 장갑 한 짝이 없어진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어디서 떨어트렸을까? 잘 생각이 안 난다. 앞서가는 부인에게 이야기하기도 좀 그렇다. 칠칠치 못한 남편으로 다시 추인받는 것이 싫어서이다. 그다음 날 같은 길을 걸으며 살펴보았는데 분명이 떨어트렸을 것으로 생각되던 곳에서 혼자 몰래 찾아도 안 보인다. 다시 다음 날 아침 산책을 하려 장갑을 챙기다 보니 그렇게 짝을 잃고 외롭게 있는 장갑이 세 개나 된다. 그 가운데 하나, 짝없는 것만을 끼고 산책길에 가면서 부인에게 실토한다. 외톨이 장갑이 세 개나 되어 그 가운데 하나를 끼고 나왔다고. 그제야 부인이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냐고 묻기에 대충 그저께 어디쯤에서 잃었다고 했더니 길을 올라가면서 다 훑어보다가 내가 생각했던 곳 조금 앞에서 누군가가 주워서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은 장갑 한 짝을 발견하고 이거 아니냐고 한다. 보니 맞는다. 이거 참. 기가 막힌다. 내가 보면 안보이고 부인이 그걸 보고 찾아내다니. 진짜 놀랐다. 사실은 이번만이 아니다. 살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밤사이 눈이 하얗게 내렸네요. 아침 산책길에 보니 깊 옆 나무들에 눈들이 몽실몽실 맺혀 있습니다. 쌓여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목화송이처럼, 꽃송이처럼 피어올라 있는 듯 합니다. 그야말로 눈꽃입니다. 그동안 겨울에 나뭇가지들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설화(雪花)라고 했다가 그것이 서리에 의한 것은 상고대, 눈이 쌓여 만들어진 것은 설화라고 달리 부르는 것을 이제는 알겠지만, 이번 것은 진정으로 눈꽃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군요. 게다가 바람이 살짝 부니 눈가루들이 작은 결정 그대로 얼굴을 때리고 볼 옆에 차가운 향수를 뿌려줍니다. 그리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고 얼음처럼 차갑고 깨끗한 다이아몬드 가루들이, 이 겨울 이렇게 추울 때 우리에게 뿌려지니, 이것이 바로 자연의 선물이라 하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시 '자작나무(The Birches)'가 문득 다시 생각났습니다. 프로스트의 시 '자작나무'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길옆의 자작나무 가지들이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며 시상을 풀어갑니다. 자작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024년 되었구나. 곧 설이다. 갑진년이란다. 용의 해란다. 갑진년이란 이름은 나에겐 특별하다. 한 해의 간지를 처음 듣고 기억한 것이 1964년 갑진년이었다. 만 11살 때였다. 그 해부터 비로소 갑진년이 어떻고 을사년이 어떻고 병오년이 어떻고 하는 말들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고는 해를 꼽는 이름이 60가지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언제 다시 갑진년을 만나게 될까, 했더니 드디어, 마침내 갑진년이 되었다. 갑진년 바로 전 해가 계묘년인 것도 모른 채, 갑진년부터 간지로 해 이름을 배웠다. 그렇게 세상을 알기 시작한 지 올해가 그러니까 60주년이 되는 해이니, 나름대로는 올해 갑진년이 의미가 많은 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으로 볼 때 회갑을 맞는 셈이다. 1964년 갑진년, 그때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이었고 곧 봄에 5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전 해 여름 4학년 신체검사를 했을 때 키가 125센티, 몸무게 25킬로그램의 좀 작고 연약한 체형이었다. 필자하고 딱 60년 차이인 둘쩨네 아들인 손자는 얼마 전에 재어보니 키 145센티, 몸무게 36킬로라니, 그때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새해를 기다렸다. 한반도를 떠나 동해 한 가운데 울릉도에서 새해를 기다린다. 춥다. 그러나 잠시 세상을 덮었던 어둠이 서서히 밀려난다. 그러고는 자연의 함성들이 들려온다. 우리에겐 어둠만 보이는데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은 그 속에서 자연의 마음을 본다. 시대의 증언을 기다린다. 어둠은 아직 짙다 하여도 새벽이 오면 동은 트고야 말리 동햇가 미명의 언덕 위에 발돋움하고 바라보며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새 증언을 기다리는 마음! 아직은 짙은 안개와 구름으로 머리 위를 무겁게 누르는 하늘 빛 속에서 어둠을 보듯이 어둠을 뚫고 빛을 보는 눈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황금빛 햇살을 받아들이자 마침내 밝아오는구나. 떠오르는구나. 먼저 햇살을 보내어 위세를 뽐내고는 서서히 동쪽 하늘을 물들인다. 마침 하늘엔 구름도 없구나. 햇님의 자태를 그대로 다 보여주는구나. 살육과 공포에 사로잡혀 무덤 속 같이 어두운 여기 이 인욕의 땅에 부활의 종소리 들려 오려나 평화를 잉태한 새날의 언약인가 돋아오르는 저 아침햇살! 동해는 푸른 바다 아침 햇빛 눈부신 푸른 바다 흰 갈매기 날개조차 물에 잠기면 푸른 물 들고 혈관 속 돌아가는 피조차 푸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정말로 이번 주가 2023년의 마지막 한 주구나. 올해가 며칠 남았다고? 그래, 나흘 있으면 새해가 온다. 적어도 달력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무사히 새해는 오겠지? 이 며칠이 길다고 느껴지는 것은 올해 하도 예상도 못 한 일들이 터졌기에 또 무슨 일이 터지는가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왜 연말이면 공연히 마음이 어두워지는가? 왜 거리마다 휘황한 불을 내걸고 있고 사람들은 그 불빛을 찾아 몰려가는 것일까? 그것은 한해 가운데 밤이 제일 긴 날이 있는 달이고, 그것으로 해서 밤이 가장 긴 때이고, 또 날씨도 추워서 조건반사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일단 해두자. 며칠 전 세상을 밝혀주었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불빛과 장식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가 꺼지고 있다. 이제 차분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리라.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되새기는 날이라면 진정 예수가 탄생했을 때의 풍경은 어땠을까? 베들레헴의 어느 마구간이었다면, 거기는 북위 31도쯤 되는 구릉지대로서 원래 생일은 어떻든 12월 말이라고 몹시 추운 날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 탄생설화가 북유럽으로 올라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전설과 혼합된 것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