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의병 연구가 김남철 선생>이 힘들여 쓴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가 2024년 <세종우수도서>에 뽑혔습니다. 작금의 국가변란 시국에, 혹한에도 불구하고 응원봉을 들고 나와 길에서 밤을 새우는 20, 30대 소녀 의병들을 보면서, 새삼 우리의 의병 핏줄을 뼛속 깊이 느낍니다. 오늘의 젊은 의병들의 기록도 글로, 사진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글쓴이) 우리가 5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사에서 어느 민족도, 어느 나라도 이만큼 긴 세월을 동질성을 지키면서 꿋꿋이 버텨온 사례가 없다. 그 밑바닥에는 저항의 역사와 함께 기록이 있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이를 모두 기록하면서 반성했기 때문에 드물게 5천 년을 이어오는 민족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수단(문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면 온 동네 개들이 떼창으로 짖어댈 수는 있지만, 우리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른 마을에 알릴 수 없고, 어제 우리 마을에 낯선 사람이 왔었다고 전할 수도 없다. 기록은 우리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조선시대는 농업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세계사적으로도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농사나 축산에 의지하는 비중이 컸다. 서양은 농축업의 기본 틀인 봉건제에서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전에 따른 통상이 활발해 진데 견줘 동양은 기술발전에 늦어 세계사적으로 뒤처지는 역사를 맞게 되었다. 중세 왕권제도 시대에 민생이 어려워졌을 때 세종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에 대한 대처를 통해 세종의 정치 지도력을 알아보자. 백성의 먹고사는 일에 대한 배려의 발로인 ‘민생가려’로 재해가 다가오면 세종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순서와 시기를 고려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평시에는 논과 밭을 새로 일구고 저수지 등을 확충한 임금이 세종이다. 한 예로 지난 호에서 보았듯 밭에서 태종 4년 경기도를 빼고서도 25년 뒤 642,352결이 늘오나 그 증폭이 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장마나 가뭄, 질병 등의 재해가 오면 처음으로 하는 일은 피해지역 조사에 들어갔다. 그다음 조치는 해당지역의 ‘조세 감면’이었다. ⋅조세를 감면하다 (사간원에서 흉작의 정도가 심한 주군의 조세를 면제할 것 등을 상소하다) 사간원에서 상소하여 아뢰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눈을 들어 앞을 보니 8개의 기둥이 수평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기둥 사이 7칸의 공간이 하나하나 병풍의 면처럼 보인다. 둥글넓적한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주춧돌로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덤벙주초>의 누각 건물, 2층에는 마루를 깔았다. 정면이 7칸이지만 측면은 2칸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쭉한 건물이라고 하겠다. 이 건물이 만대루(晩對樓)다. 이 만대루가 새해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찍으면서 만대루에 소품으로 청사초롱을 걸어놓기 위해 기둥에 못을 박은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어떻게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에 못질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진의 부주의 혹은 실수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고 이 문화재를 관리 감독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문제도 거론되었다. 그런데 만대루는 뭐 하는 곳이고 만대루는 무슨 뜻인가? 만대라, 늦을 ‘만(晩)’, 마주볼 ‘대(對)’, 늦게까지 마주 본다라는 뜻이란다. 무엇을 마주 볼까? 만대루 앞에는 강이 흐르고 강 건너가 병산(屛山이다. 병풍산이란 이름 그대로 만대루 앞에 산이 병풍처럼 수직으로 펼쳐져 있다. 나무계단을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만남'이라는 말은 알다시피 움직씨 '만나다'의 이름꼴로서, '만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만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만나다'의 말밑(어원)을 밝혀 보아야 드러난다. '만나다'의 말밑은 (맛+나다), 곧 (맞다+나다)이다. 그러므로 '맞다'의 뜻과 '나다'의 뜻을 알아야 '만나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릴 수가 있다. '맞다'는 "네 말이 맞다."에서처럼 '옳다(틀림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지만, 이것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없다. "어여쁜 며느리를 맞다."에서처럼 '맞이하다'라는 뜻, "대낮에 도둑을 맞다."에서처럼 '당하다'라는 뜻, "날아오는 돌에 맞다."에서처럼 '부딪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맞다'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만나다'에는 '맞이하다'라는 뜻이 가장 알맹이로 쓰였다. 그래서 '만나다'는 본디 (맞다 + 나다)를 말밑으로 하여 맞이 하다+나타나다), 곧 '맞이하여 나타나다'를 뜻의 알맹이로 하는 낱말이다. 그런데 '맞이하다'가 과녁말(목적어)을 더불어 쓰기 때문에 '만나다'도 과녁말을 더불어 쓰게 마련이다. "소나기를 만나다." "풍년을 만나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습니다. 동해에는 티없이 맑은 새해가 떠오릅니다. 중국 역사에 전국시대라는 시기가 있었지요 그때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라는 두 책사가 활약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귀곡자(鬼谷子)로부터 설득하는 유세술을 배워 전국시대 일곱 개 나라가 치고받던 시대를 흔들었지요. 먼저 소진이 연(燕)ㆍ제(齊)ㆍ초(楚)ㆍ한(韓)ㆍ위(魏)ㆍ조(趙) 같은 여섯 나라의 합종책(合從策)으로 재상이 되었고 이에 대항해서 장의는 연맹을 맺는 연횡책(連橫策)으로 진(秦)의 재상에 올랐습니다. 두 세객(說客, 말솜씨 능란한 사람)의 가장 큰 무기는 세 치 혓바닥이었고요. 장의가 어느 날 초나라 재상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재상이 갖고 있던 당대 으뜸 보물인 ‘화씨의 벽(和氏之璧)’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며칠 동안 수 없이 매질을 당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목숨만 살아서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자신의 입을 벌리면서 “내 혀가 붙어있는가 보시오”라고 했답니다. 기가 막힌 아내가 퉁명스럽게 “내가 보니 혀는 그래도 붙어있는 것 같소”라고 대답하니 장의는 “그럼 됐소. 나에게는 혀만 있으면 괜찮소.” 하며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1. 장면 하나 1992년이었나 1993년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가요톱텐’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댄스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서 마르고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혼자 목에 하모니카, 어깨에는 기타 하나를 메고서 텅 빈 무대 위에 섰다. 그때는 발라드를 불러도 뒤에 무용단이 나와서 무대를 채우곤 했던 때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지난 기사에서는 구로베의 고열터널에서 공사 중에 다이너마이트가 자연폭발 해서 몸이 흩어지고, 괴력의 눈사태로 인해 숙소 채로 내동댕이쳐져 몸이 찢겨 죽은 조선인들에 대해 얘기했다. 최근 구로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은 일찌감치 조선인의 흔적을 지워나갔고 일본인의 손으로 자연을 이겨낸 문화유산이라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구로베에서 이렇게 고통 속에 죽어간 조선인들의 기록이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극히 일부이지만 조선인들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 온 일본인도 함께 조명해 보겠다. 기록소설 《고열터널》이 지운 ‘조선인’, 그리고 역사에서 삭제된 ‘조선인’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는 구로베의 제3발전소 공사를 조사하고 증언을 살려서 소설 《고열터널(高熱隧道)》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기술자, 인부장, 인부 이렇게 셋으로 나누면서 터널에서 참혹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부’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칭했을 뿐 한 번도 ‘조선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이 공사에 종사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조선사람인데, 강인한 체력을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음력이 농사력으로 적합하지 않아서. 일찍이 황허강 유역의 농민 집단은 태양력의 일종이며 농사에 편리한 “절기의 역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 역법은 일 년, 365.24 일을 춘분 추분을 분기점으로 24절(節:마디)로 나눈다. 한 절의 평균 일수가 15.22일 임을 참고하여 절의 실제 일수는 15일이나 16일로 하였다. 하나의 절은 같은 기(氣)가 지속된다는 뜻으로 절기라고 불렀고 그 절기에 해야 할 농사일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주어졌다. 절기는 태양력이라 같은 이름의 절기는 매년 기후까지 유사하였음으로 농사일에 적합한 역법이 되었다. 절기는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니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을 절입 시점 또는 절입이라고 한다. 어느 절입이든 그때의 태양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천문상 위치는 매년 일정하다. 다만 해 뜨는 시각이 지표면의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즉, 태양을 기준한 천문 상 지구 위치가 같은 때라도 지구표면의 경도에 따라 절입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일년이 365.242196일이니 같은 경도라 해도 모든 절입은 매년 대략 6시간 가량 늦어진다. 이런 식으로 하루가 달라지면 일년을 366일로 하게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우리는 사람에서 몸을 빼고 남는 것이 마음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값어치를 매길 적에는 몸보다 마음을 훨씬 무겁게 여긴다. 그렇다면 '마음'이란 무엇인지, 국어사전들의 풀이를 살펴보자. 1) ① 생각, 의식 또는 정신. ② 감정이나 기분. ③ 의지나 결심. ④ 관심이나 의향. 2) ①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②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③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④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⑤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⑥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의 감정. ⑦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3) ① 사람의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움직임. 그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는 속생각. ② 기분이나 심정. ③ (어질다. 착하다, 모질다. 약하다. 굳세 다 등과 함께 쓰이어 '사람의 성품이나 심사'를 나타낸다. ④ (다지다. 먹다 등과 함께 쓰이어) '각오, 결의, 의향' 등을 나타낸다. 1) 은 속살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고 뜻이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조선의 산업 곧 먹고 사는 길은 농업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세계사적으로도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농사나 축산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서양은 농축업의 기본 틀인 봉건제에서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전에 따른 통상이 활발해 진데 견줘 동양은 기술발전에 늦어 세계사적으로 뒤처지는 역사를 맞게 되었다. 중세 왕권제도 시대 세종은 농업이 주 산업인 시대에 만약 가뭄이 들면 민생 대책을 어떻게 세웠을까? 이러한 연구를 하려면 다른 시대, 다른 임금들과 견줄 필요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민생이 어려워졌을 때 세종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는 것을 통해 세종의 정치 지도력ᅇᅳᆯ 알아보기로 한다. ‘‘민생가려’라는 백성의 먹고사는 일에 대한 배려를 세종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시기적으로는 오가고는 하지만 재해를 맞아 일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순서와 시기를 고려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조선왕조실록》에서 ‘가뭄’에 대해 출현 횟수를 보면 국역 모두 3,463건 가운데 세종 323건, 성종 454건, 중종 474건, 숙종 224건, 영조 255건 등으로 중종, 성종 다음으로 많았다. 유사한 ‘장마’를 찾아보면 모두 930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