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낭패다 낭패로다! 어쩌나 어쩔거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추(鳳雛)야, 계책을 알려다오. 비비님 앞에 서니 나는 왜 작아질꼬. 역발산기개새(力拔山氣蓋世)던 항우(項羽)도 못 당하고 여포(呂布) 관우(關羽) 장익덕(張益德)도 당할 재간 없다하니, 오냐 묵어라, 비우 상하나따나 앵꼽아도 할 수 없다. 내가 니 고조할애빈데 그래도 묵을라쿠모 퍼뜩 쳐묵고 사라져라. 아이쿠! 고조할배요? 그리는 못 합니더! 탐관오리 악덕 양반 징치하러 왔다지만 동몽선습(童蒙先習) 읽은 터에 장유유서(長幼有序) 모를 리가 아무리 헛헛증 심하기로 할애비를 어찌할까 살았다 살았구나! 내가 바로 제갈공명 조상님 은덕인가 부처님이 도왔는가 얼씨구 굿거리장단 한 판 춤을 놀아보자 <해설> 오광대놀이에서 양반을 겁박하는 최고의 등장인물은 비비임은 앞에서 누누이 말하였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도저히 당하지 못하는 상대인데 참 답이 없다. 양반체면에 계속 마당을 끌려다닐 수도 없고, 참 난감하게 되었다. 그 장면을 사설시조로 녹여 보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가기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어린이들의 건강과 성장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인 잘 먹고, 잘 자고, 왕성한 활동의 결과물에 의하여 자연스레 얻어진다. 그러나 아이마다 타고난 바탕이 다르고, 자라는 환경이 차이가 있다 보니 성장의 차이가 자연스레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타고난 특성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서 출중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1. 노폐물 없이 태어나면 온전한 본래의 기능이 발현 갓 태어난 아기는 밝고 맑고 깨끗하고 티 없는 옥처럼 순수하다는 뜻으로 옥동자라고들 한다. 그러나 아기는 자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엄마의 몸을 빌려서 태어난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복사판으로 엄마와 아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같이 받아서 이 세상에 탄생했다. 특히 엄마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면서 엄마의 깨끗함과 탁함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탁함의 영향을 받아 드러난 것이 태열이며 대부분 돌 무렵이면 모두 없어진다. 그러나 노폐물은 태열뿐 아니라 장부조직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이렇게 아기 몸에 노폐물이 있으면 자생력을 잃기 쉽다. 곧 본래 설계도대로의 온전한 성장을 방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기가 잘 자라기 위한 첫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쳐 죽일 비비놈아 비비야 비비선생 비비새, 비비추는 내 익히 들었다만 무신 책, 무신 장면에 등장하는 이름인고? 책만 잡았다 하면 눈꺼풀이 축 처지니 설령 읽었다 한들 기억이나 나겠느냐 인명 편 찢어진 부분에 살짝 나오고 없느니라 아하! 그 찢어진 책? 나도 전에 읽었다오 근데 참말로 무엇이든 다 잡아묵소? 생고기 썩은 고기도 안 가리고 잡수신다 자란만 갱물에 사는 치들도 잡아묵소?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털치 준치 말하는가? 만난 것, 아작을 내어 비늘 째 먹고 싶다 펄펄 튀는 여치에 뻔득뻔득 산갈치 뿔 두 개에 다리가 넷, 꼬리 달린 송치*는? 육회든 숯불구이든 통째로 씹어보자 입은 욕바가지 마음은 놀부 심보 대가리는 꼴통에다 뱃거죽은 똥자루인 양반도 설마 묵겄나 이것만은 못 묵겄제? 쟁반 위의 양반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딱 한 놈 모자라는 백 놈을 먹었으니 승천이 머잖았구나 고맙도다 횟감이여 ※송치: 송아지의 경상도 방언 <해설> 오광대놀이에선 주로 춤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흥이 나면 간혹 재담을 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란만 갱물에 사는 / 치들도 잡아 묵소? / 치라쿠모 멸치 꽁치에 / 털치 준치 말하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귀화인 아버지를 둔 동래현의 노비 장영실의 삶은 부정확한 것이 많다. 이는 그의 출생 배경에서 비롯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장영실의 부친은 원(元)나라 사람으로 소주(蘇州)ㆍ항주(杭州) 출신이고, 모친은 기녀였다고 전한다. 실상 부친이 관노가 아니었음에도 장영실이 관노가 된 것은 모친의 신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 관기(官妓)들은 신분상 천민으로 조선 초기 엄격한 신분제도에 따라 관기의 딸은 관기가 되었고, 아들은 관노가 되었다. 다만, 부친이 원나라 출신의 귀화인이었다는 점은 좀 다른 점이다. 태조에서 세종대까지 조선 정부는 귀화인들의 정착을 위해 조선 여자와의 혼인을 주선하였는데 귀화인들과 혼인한 여성들은 대체로 관노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족(漢族) 혹은 족장과 같은 출신 배경이 좋은 귀화인들은 대체로 양인 여성과 혼인하였다. 따라서 장영실의 모친은 정실부인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 장영실이 태종과 세종대에 살았던 인물이긴 하지만 정확히 태어나고 죽었을 때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산장씨세보》에 보면 장영실은 항주 출신인 장서(蔣壻)의 9세손이고, 부친은 장성휘(蔣成暉)로 고려 때 송나라에서 망명한 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자작나무숲이 보인다. 자작나무는 하얀 껍질이 종이처럼 갈라져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나무다. 폐가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거제수나무 옆에 안내판이 서 있다. 거제수나무는 자작나무와 비슷하게 껍질이 벗겨져 있는데, 색깔이 황갈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 물자작나무라고 불리는 거제수나무는 척박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나무로, 보통 높이는 약 30m, 지름 1m 정도로 자랍니다. 꽃은 5~6월쯤에 피며, 수피는 흰색 또는 갈백색을 띄고, 종잇장처럼 잘 벗겨집니다. 옛날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는 거제수나무껍질에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기도 했답니다.” 선재길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섶다리가 나타난다. 섶다리 안내판이 서 있는데, 아래와 같이 섶다리를 설명한다. “섶다리는 나룻배를 띄울 수 없는 낮은 강에 임시로 만든 다리로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다리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솔가지나 작은 나무 등의 잎이 달린 잔가지)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입니다. 섶다리는 해마다 가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보러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은 할머니의 보살핌과 더불어 이루어졌었다. 오늘날 육아에서도 양가 할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어린이집이나 도우미의 손길을 찾게 되지만 할머니의 손길이 가장 믿음직하다. 할머니의 자장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할머니 손은 약손 등이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갓난아기 시절은 기억아 안 나지만 시골에서 할머님들이 아이들을 돌볼 때 봤던 몇 가지 기억이 있고 이를 따라 하다 위험한 놀이를 한다고 혼난 기억이 있다. '도리도리, 잼잼, 짝짝꿍‘ 등은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놀이와 소리가 아이와 소통하는 시작이고 나름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으로 아이와 놀아주었는데 나중에 이에 대한 연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고, 육아의 퍼즐을 완성한 것 같아 하늘이 날 도와주는 것 같았다. 당시에 한의원을 이전하면서 한의원 벽면을 통째로 전통 육아 놀이(단군 육아 십계명)를 적어 널리 알리려 했던 추억이 있다. 오늘날 다양한 육아의 지침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전통적 육아방식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이 몸이 누구인지 신분을 밝혀주랴? 앞의 비자가 성(姓)인지 뒤의 비자가 이름인지 나도 잘 모른다만 어쨌든 비비라 부르니라. 옥황상제 명을 받아 남도 땅 기찰 중에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 필시 무슨 사단이 난 듯하여 왔느니라. 마패는 구경도 못 한 한갓 먼지 같은 신세인데, 몸은 사람이요 머리는 괴물이라, 육간대청도 내가 붙으면 폐가가 되고, 화려 뽐낸 자개장도 내가 들면 헌 농이 되니, 아무 씨잘데기 없는 미물이기도 하고 넘볼 수 없는 놈 재판하는 판관이기도 하다. 찍히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보느니라 <해설> 그렇다면 이번에도 신분을 놓고 재담하는 사설시조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오광대 춤판에는 없는 장면이다. 마당에선 춤으로, 시에선 재담으로 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재담이란 말로써 말을 부리는 것이니 비비를 두고 말을 만들어 보았다. 비비, 혹시 성이 비이고 이름이 비인가? 말부림은 가락이 살아 있어야 재미있다. 그래서 산문처럼 쓰면 사설시조가 되지 않는다. 앞말을 뒷말을 부르고 뒷말이 앞말을 주워섬기는 식이다. 요즘의 랩과 흡사하다. “새털구름에 새가 없고 양떼구름에 양이 없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 따라 한 시간쯤 걸어 낮 2시 10분에 오대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은 문이 잠겨 있다.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가 보다. 산장 앞쪽으로 자생식물 관찰원이 있다. 우리는 한 시간을 걸었기 때문에 쉬기로 했다. 누군가가 가져온 과자와 간식거리 그리고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마침 은곡이 소리북을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판이 벌어졌다. 은곡은 판소리 장단은 물론 가요에 맞추어서도 북을 자유자재로 잘 친다. 봉평에 있는 우리 집에서 방림면 여우재 고개에 있는 은곡 집까지는 차로 40분 거리이다. 그는 막걸리를 주식으로 먹는데, 나에게 막걸리 먹으러 오라고 수시로 전화를 한다. 은곡이 북을 치고 나는 단가 <사철가>를 불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면서 모든 것은 흘러간다. 오대천도 흘러가고 봄날도 흘러간다. 이 봄과 함께 나의 인생도 흘러가니 조금은 슬프지 아니한가?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 데 있나 이어서 해당이 춘향가 중의 <갈까부다>를 사설과 함께 슬픈 가락으로 불렀다. 은곡이 심청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불렀다. 마지막으로 석영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