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사실 아버지는 잔인한 분은 못되었다.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는 걸 본적이 없다. 예전 분 같으면 산에서 토끼도 잡고, 꿩도 잡고, 하다못해 강에서 물고기도 잡아 잡수셨을 텐데,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일은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셨다. 그렇다고 동물, 곧 고기를 안 드시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죽이는 작업은 예전부터 늘 할머니와 어린 내가 감당할 몫이었다. 한번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한가위 하루 전날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할머니께서 우물가에 닭이 있으니 좀 잡으라는 것이었다. 늘 해 오던 일이라 나는 무심하게 우물가로 갔더니, 큰 수탉 한 마리가 다리와 날개가 묶여 넓적한 돌 아래에 눌려있는 것이었다. 이 풍경이 의아해서 닭을 왜 이렇게 해놓으셨냐 물었더니,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리다 못한 할머니께서 아버지에게 닭을 잡으라고 성화를 내셨고, 아버지는 그 닭을 묶어 목을 비틀어 놨는데도 죽지를 않아서 큰 돌로 눌러 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숨 막혀 죽을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정말이냐 물었더니, 아버지께서는 겸연쩍게 웃으시며 “닭이 실하다. 잘 안 죽네.” 하셨다. 그런 아버지는 활어회를 드시는 것도 별로 좋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양반 타령 내가 바로 양반이시다 붓 잡은 책상물림 동반 서반 중에서도 동편에선 동반 문인, 내 비록 시골양반 육간대청 떵떵 울리는 벼슬은 못 했다만 오대조께옵서는 관찰사와 기방동기, 이조판서 영감과는 동문수학 막역지간, 위로는 임금 상제에 통하고 아래로는 내 알 바 아니라서 들은 적 본 적도 없다 알아 묵것냐 이놈들아 길일 택해 씨 뿌리고 씨 골라 낳았으니 애초부터 근본이야 유별함이 당연지사 웃것은 사인교 타고 아랫것은 땅을 긴다 방석 밑에 깔고 앉아 공맹자 사서오경 읽고 또 깨우치니 삼정승 육조판서가 내 손 안에 있느니라 <해설> 이제 양반님네들 자랑이 가관이다. 손에 흙 한 번 안 묻힌 책상물림이 무에 그리 자랑일까. 서편에 서면 서반문인, 동편에 서면 동반문인인가? 양반이란 조상 덕에 착실히 공부는 못했으니 과거시험에 붙을 일을 없을 터. 하지만 부친, 조부, 증조부, 고조부 위의 오대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관찰사를 잘 아는데, 그 우정은 학문으로 맺은 인연이 아니라 기방에서 술깨나 사 바치며 맺은 인연이고, 이조판서와는 어릴 적 동문수학했으나 그저 서당을 같이 다닌 인연이 전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자랑질이 눈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봄철의 알레르기성 비염의 특징은 코에서 이루어지는 콧물, 재채기, 가려움등과 같은 전형적인 비염 증상과 더불어 얼굴 전체의 부담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눈의 가려움과 부종, 혹은 눈물이 동반되어 코보다 눈과 눈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괴로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관점으로 해석하면 알레르겐 물질이 코와 눈의 점막, 피부를 자극하여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의하면 단순히 알레르기 물질을 회피하거나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장부(臟腑)와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 한열(寒熱)의 관점, 허실의 관점, 담음에서 보는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이에 따른 치료법이 유효한 성과가 있었는데 바로 한의학의 장점이자 단점인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치료법이다. 이번에는 코의 기능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설명하려 한다. 1. 코는 인간 몸의 위로 최상단 인간의 몸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은 현실적인 측면과 형이상학적 측면이 있다. 아울러 두 가지 측면이 절묘하게 맞물려 한의학적 설명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인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쉬이, 물렀거라 양반님 나가신다 비질하고 물 뿌려라 쌍것들 밟은 마당 재갈 고삐도 탈탈 털어 뫼시란다 비단길 서역만리(西域萬里) 물 건너온 명주 버선 봄 햇살 얼굴 탈라 합죽선(合竹扇)으로 해 가리고 백로야 인물 비견 마라 옥골선풍(玉骨仙風) 눈부시다 <해설> “비질하고 물 뿌려라 / 쌍것들 밟은 마당 / 재갈 고삐도 / 탈탈 털어 뫼시란다” 슬슬 갈등의 주인공인 양반 납신다. 나으리님 걷는 길엔 먼지도, 자갈돌도 있으면 안 된다. 비질하고 물뿌리며 깨끗이 신작로 닦아놓아야 한다. ‘고삐도 탈탈 털어’를 요샛말로 바꾸면 번쩍번쩍 광택 낸 고급차가 아니겠는가. 차에서 내리는 품새를 보니 가히 우리 같은 아랫것들과는 다르긴 다르다. 의복은 저 태평양 건너온 것이고, 구두는 이름만으로 날아갈 듯한 상표를 붙었나 보다. 헌헌장부, 옥골선풍에 팔자걸음으로 걷는다. 속에 무엇일 들었는지는 알 바 없으나 일단 꾸밈새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오방색 옷 입고 춤사위 근사하다만 가난한 이들, 억울한 이들에겐 더 먼 곳, 잡히지 않는 곳에 있는 이들이다. 어쩔거냐? 말뚝이에겐 흙냄새, 땀냄새가 더 좋은걸. 광대놀이 어찌 진행될지 자못 궁금하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김돈(1385-우왕11~1440-세종22)은 세종시대의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과학자다. 세종을 보필한 인물로는 행정의 달인 영의정 황희. 정계의 음유시인 맹사성, 예조 판서 유관, 병조판서 조말생 그리고 국방의 김종서, 학문의 주춧돌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등 당대의 개성 넘치는 석학들이 있었다. 이런 석학들 속에 여러 분야에서 말하자면 만능선수로 세종을 보좌한 인물로 김돈이 있다. 생애 및 활동사항 ∙태종 17년(1417) : 생원으로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직제학과 승지를 거쳐 벼슬이 참판ㆍ좌승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1418년 8월 세종이 왕위에 오르자 1년 전에 실시했던 식년시에서 김돈이 급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세종은 김돈을 불러 ‘내가 경을 보고자 했으나 경이 나를 피하더니 이제 나의 신하가 되었구나’라고 반가워하며 김돈을 집현전 박사에 중용하고 이후 성균관 사성, 종학박사 등에 제수하였다. 충녕대군 시절 어릴 적부터 김돈의 학문적 명성을 듣고 만나기를 기다렸는데 김돈이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의 정치 상황과 관계가 있을 때 권력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세종 2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리를 하나 건너자 드디어 청령포가 보인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멀리 보인다. 청령포에 가까이 가자 강변에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소나무 숲 사이에 비석이 서 있다. 가까이 가보니 왕방연 시조비다. 단종 유배길의 호송 책임을 맡은 금부도사 왕방연이 임무를 끝내고 한양으로 돌아가다가,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어 이곳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면서 시조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조가 <단장가>로서 영조 때에 펴낸 《청구영언》에 전한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시조비가 서 있는 울창한 소나무숲을 솔모정이라고 한다. 소나무 숲이 마치 멋들어진 정자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왕방연 시조비는 1984년에 세워졌다. 솔모정을 지나자 왼쪽에 커다랗게 움푹 꺼진 분지가 나타난다. 이곳이 ‘영월 강변 저류지’다. 영월 저류지는 홍수가 나면 침수되어 물난리가 나는 방절리 일대를 홍수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영월 저류지 조성 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부로 추진되었다. 2010년 6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보통 비염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라고들 하는데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은 더더욱 치료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인 알레르기성 비염은 그 근본 원인을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치료가 힘들고 오래 걸리겠다고 생각하고 장벽을 만들게 된다. 특히 봄이 되면 꽃가루가 날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환경오염과 더불어 중국으로부터 밀려오는 미세먼지, 황사의 영향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봄에는 원래 비염 환자는 물론 많은 사람이 다양한 환경의 영향으로 호흡기 통로가 부담을 받기 때문에 비염이 아닌 사람들도 코막힘과 콧물, 코딱지를 어느 정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알레르기 물질이 과잉되지 않기 때문에 평균적인 적응력만 가지고 있다면 봄의 알레르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 가령 일본 같은 경우 봄이 되어 편백꽃가루가 엄습할 시점이 되면 대부분 극도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며, 인간이 살기에 쾌적하다는 아메리카 서부도 유채꽂이 필 무렵이 되면 근방의 대부분 사람이 크고 작은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젯밤 자고 나니 코뼈에 눈썹 하나 오늘은 또 어디가 문드러져 사라질까 남산도 허리가 잘려 내 꼴인 듯 서러운데 양반아 군수님아 공방살 낀 연놈들아 대곡산 넘다 보니 문드러진 꼬라지 이 몸만은 아니더라. 찢고 이기고 조져놓은 산세가 가히 장관이다. 날라리야 꽹과리야 한도 눈물도 상관 말고 뛰놀아라. 코 하나 달아나니 빗물이 들고나고, 귀 하나 떨어지니 세상 잡소리 안 들린다. 소고에 북채 흔들며 굿거리 한 장단에 시름도 한숨도 쏟아내고, 앉거나 서거나 아프거나 마르거나 밟히거나 뒤지거나 나 몰라라 나는 몰라라. 엇장단에 덧뵈기로 춤판을 돌아간다. 어깨춤 한 번이면 고대광실이 내 것이요, 얼쑤 장단을 넘다 보면 나랏님도 발 아래니 돌아라 부러진 어처구니 이빨 빠진 맷돌들아 <해설> “어젯밤 자고 나니 코뼈에 눈썹 하나 / 오늘은 또 어디가 문드러져 사라질까 / 남산도 허리가 잘려 내 꼴인 듯 서러운데” 이제 시는 조금씩 세상 이야기를 담아 간다. 내 몸 어디가 문둥병으로 몽그라지고 사라지듯 우리네 강토 곳곳도 잘리어 사라져 간다. “양반아 군수님아 / 공방살 낀 연놈들아” 춤판에서 양반은 현실에선 정치 일선에 선 지도자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형대 박인기 이규석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7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평창강 제13구간은 영월읍 방절리 선돌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 이르는 7.2km다. 이날 답사에는 시인마뇽과 석주, 해당이 불참하였다. 대신 용평면에 사는 최경아 사장과 강릉에 사는 김형대 다큐멘터리 감독이 참여했다. 김 감독은 KBS에서 근무할 당시, 유명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6부작 제작에 참여했다니 다큐멘터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나는 2015년에 평창으로 귀촌하여 봉평성당에 다니면서 한경주라는 분을 만났다. 이분은 보이차 전문가로서 이효석 문학의 숲 앞에서 평화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이 한 원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이차 인생”이라는 제목의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간에 나는 김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평창강 따라 걷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김 감독은 관심을 보이며 이날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청령포 주차장에서 11시 30분에 만나 영월읍내에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에게 강원도는 애증이 새겨져 있는 지역이다.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그 시절, 제주도에서 신병훈련을 받고 배속된 곳은 낙동강 전투가 한창이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이후 아버지는 강원도지역에 군부대에 보급품을 실어다 주는 일을 하셨다는데, 지금이야 강원도 가는 것이 뭐 그리 힘든 일은 아니겠지만, 1951년 당시 강원도 가는 길이 정비가 된 것도 아니고, 포장된 것도 아닐 테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곳을 보급품 가득 실은 고물 미제트럭을 몰고 다니셨다니,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셨다고 하셨다. 한번은 비가 많이 온 뒤라 길이 무너져 내려서 늘 가던 길을 포기하고 산길을 돌고 돌아 보급품을 전하러 갔더니 이미 부대가 퇴각하고 난 뒤에 도착한 때도 있었다. 시체만 널브러져 있는 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는 당신의 사촌매형이 일하고 계시던 강원도 산판에 가서 몇 년 일도 하셨고, 칠순이 넘으셔서부터는 강원도 오대산 근처에 살만한 움막을 하나 찾았다 하시면서, 그곳에 가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근처에 병원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그곳에 왜 가려고 하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