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로 살려내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여 그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으로 널리 알리는 중이다. 출발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점차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글귀도 끌어내고, 자유롭게 표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누리소통망에서 “#헬로안녕하세요”, “#hello안녕하세요swu”, "한글예술" 등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말) ▶ 지난 <헬로 안녕하세요 1> 보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저변에는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가장 가까운 예로 “식사하셨어요?”라며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것이 서로의 인사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씁쓸한 음식 문화 가운데 하나가 “음식을 남기면 죄를 짓는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우리나라에서 아득한 옛날부터 내려오던 말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1. 내가 죄인이 될 것인가?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 것인가?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밥이 내 식탁에 도달하려면 볍씨에서 출발하여 20명의 수고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20명의 수고와 시간 그리고 비용을 거쳐 내 앞에 도달한 밥을 먹기 싫다고 먹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 이렇게 내가 밥을 남기면 20명의 노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죄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여러 사람의 수고를 고맙게 생각하고 투정 부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겨레의 의식에 스며들어 있다. 필자도 한의대 다니기 전까지 이러한 정서적 바탕 속에서 먹는 것을 대하고 당연시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를 달리 해석하게 되는 사건을 겪었다. 앞서서 말한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비비춤 이리 들썩 저리 쿵덕! 비비 놈 차고 뛴다 삼지창 폭탄 지뢰도 아랑곳없이 날아드니 감사원 국정원인들 누가 있어 지켜줄꼬 돌쇠야 마당쇠야 숨었느냐 죽었느냐 들이치다 막아서고 우악시리 겁박하니 미치고 팔짝 뛰것다 제발 좀 진정해라 우리, 배운 사람답게 통성명이나 나눠보자 내 본은 전주 이가에 이름은 아무개라 훔친 성 절대 아니니 의심은 말더라고 <해설> 괴수 형상의 비비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당을 울린다. 보는 이들은 통쾌하여 손뼉 치고 환호한다. 미운 양반님 처단하니 어찌 환호와 박수가 없겠는가. 하늘이 보낸 저승사자처럼 구니 막아 낼 방도가 없다. 돌쇠고 마당쇠고 누가 있어 양반님 보호할까. 감사원에 국정원에 청와대 민원실에 하소연해 봐도 이번에는 소용없어 뵌다. ‘우악시리’란 말은 우악스럽다는 말을 경상도식 사투리로 표현한 것이다. 사투리처럼 보이지만 한자어 우악(愚惡)을 갖다 붙인 말이다. 무식하고 모질며 거친 데가 있다는 뜻을 가진 상당히 유식한 말이다. 경상도에서는 “그놈 참 우악시립다”라며 흔히 쓰던 생활어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잘 쓰지 않는다. 양반님은 아무래도 조곤조곤 말로 하는 것이 특기다. 비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실용주의적 사상가 문인 변계량(卞季良, 1369~1430)이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본관은 밀양이고 이색(李穡)ㆍ권근(權近)의 문인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네 살에 고시의 대구(對句)를 외우고 여섯 살에 글을 지었다. 생애 ∙1382년(우왕 8)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는 생원시에도 합격하였다. ∙1385년 문과에 급제, 전교주부(典校注簿) 겸 진덕박사(進德博士)가 되었다. ∙1392년 조선 건국과 더불어 천우위중령중랑장 겸 전의감승(典醫監丞)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의학교수관을 거쳤다. ∙1396년(태조 4)에는 교서감승(校書監丞)에 지제교(知製敎)를 겸하였다. 태종 초에는 성균관학정, 사제감소감 겸 예문관응교와 직제학을 역임하였다. ∙1407년(태종 7) 문과 중시에 을과 제1인으로 뽑혀 당상관에 오르고 예조우참의가 되었다. 이듬해 세자좌보덕(世子左輔德)이 되고, 그 뒤 예문관제학ㆍ춘추관동지사 겸 내섬시판사ㆍ경연동지사 등을 거쳐, ∙1415년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이 되었다. 이때 가뭄이 심해 상왕 태종이 크게 근심하자, 하늘에 제사하는 것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들의 하루를 돌아보면 먹고 자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지표이자 목표이며 특히 신생아시기부터 3살 무렵까지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아이들의 삶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보통 상식처럼 알고 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ꥶᅩ 아는 잘 잔다는 것이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보면 뜻밖에 힘들기도 하고 온전하게 취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잘 잔다는 것의 기준과 잘 자기 위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자. 1. 제때 자는 것이 바른 수면 시간이란 단어가 개입되었을 때 우리는 ‘제때’라는 말을 사용한다. 잠을 자는 제때란, 시계가 없다면 해가 진 후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해진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점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여름에는 늦게 자고, 겨울에는 일찍 자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수면 중에 휴식과 회복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수면시간을 다 충족시키기 위해 절대 필요 시간을 기준으로 자연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밤이 가장 짧은 여름을 기준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비비 등장 얼씨구? 양반님들 왜 죄다 꽁무니냐 원양반은 혼비백산 초라니는 쥐구멍찾기 모양은 저래도 저기 암행어사 출두인가? 머리는 뿔 달린 괴수(怪獸) 몸은 사람 형상 얼룩덜룩한 걸 보니 표범 껍데기 쓴 듯한데 누구요? 어사 출두하였으면 마패를 보이시오 <해설> 제3과장에 들어오면 장면이 바뀌어 비비란 친구가 등장한다. 비비는 상상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다. 「말뚝이 가라사대」는 두 번 오페라로 공연되었다. 한 번은 2022년 1월 20일 진주에서, 두 번째는 2022년 7월 9일, 부산 ‘을숙도 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었는데, 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비비 등장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오광대놀이는 양반이 판을 깔아주기도 하는데, 그때 은근히 양반을 놀리고 징치하는 모양도 짐짓 모른 척 눈감아 주는 미덕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말뚝이와 비비가 아니겠는가. 물론 말뚝이는 은근슬쩍 말로 몸짓으로 꼬집고 하지만 비비는 직접 몸으로 부딪고 쫓아가고 윽박지르며 징치한다. 하긴 알량한 자존심으로 아랫것들 쥐어박고 갑질하고 난리 치니 이 양반을 징치할 누군가가 필요했것다. 그래서 등장하는 이가 비비인데, 머리에는 뿔이 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연진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이규석 원영환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2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29일 이날 코스는 아름다운 길로 널리 알려진 선재길이다. ‘선재(善財)길’은 월정사에서부터 오대천을 따라서 상원사에 이르는 9km의 산책로다. 선재길을 완주하려면 3~4 시간이 걸리지만, 표고 차이가 200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산책하듯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선재길은 월정사가 2004년부터 걷기 행사를 하면서 옛길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는데, 2013년 10월에 전 구간을 개통하였다. 예전에는 스님과 신도들이 현재의 자동차 길을 따라 월정사에서부터 상원사까지 걸어 다녔다고 한다. 선재길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선재동자(善財童子)라는 소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경은 불교의 팔만대장경 가운데 가장 방대하며 특이한 경전이다. 한자로 된 화엄경은 80권본을 기준으로 할 때 약 58만 자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경전은 부처님의 설법을 모은 것인데, 화엄경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수면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잠을 푹 자는 것이 기적에 가깝고 잠을 맘 편히 푹 자게 된 것은 인간의 역사로 보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면증을 호소하고 일찍 자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에게 인간의 유전자에는 해가 지면 자는 것에 관한 각인이 못해도 250만년(인류의 역사) 동안 이루어져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본래 각인된 수면시간과 동조되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잠을 자는 행위는 무방비로 세상에 나를 노출하는 행위이기에 맘 편히 쉽게 잘 수 없는 것이 정상이라는 모순된 말을 하게 된다. 오늘날처럼 사람들이 침대나 요 위에서 맘 편히 누워서 잘 수 있게 된 것은 후하게 잡아도 1만 년은 넘지 않으리라 추측된다. 눕는 행위는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불편해서 불안한 수면자세다. 자는 공간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무의식까지 뿌리내려야 푹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워서 푹 자는 자세는 신생아 때 엄마 아빠에게 학습되면서 이루어지지만,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누워서 자는 것은 불안하고 엎드려 웅크린 방어자세로 자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이는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와 그리 운이 없노 불쌍한 내 노생원님 뭣이라, 늙은 생원? 내 아직 청춘이다 하모요, 노새 부르다 말이 새어 그리됐소 청노새 밥 먹이고 청실홍실 고삐 엮어 한양이라 천리 길 추풍령을 넘어보자 붙는다 보장 없지만 가보자 가자스라 <해설> 결과야 뻔한 것이지만 나랏님이 방을 붙인 과거시험인데 어찌 불참이 있을 수 있을까. 오냐 좋다. 운이 없어 그리되었다고 쳐주자. 그까짓 것 인정해주자. 남들 듣기 좋은 말로 생원이라 하니 나도 생원이라 불러주겠네. 옆에서 보니 이제 벌써 노생원이 되었네. 그래서 노생원이라 했더니 벌컥 화를 낸다. 아직은 매화 동백 품을 정도의 청춘은 있다고. 하긴 제 잘난 맛에 사는데 그 또한 인정이다. 낙방이야 이미 예견되었으나 그래도 어쩔거나 한양 땅이라도 밟아봐야지.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과 동ㆍ서양의 마음 읽기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앞선 연재에서 하경복을 두고 세종이 대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이에 세종의 ‘마음’에 대한 생각에 이어 ‘마음’에 대한 동ㆍ서양의 논리를 살피고 가보자. 먼저 간단히 ‘세종의 마음’ 그 가운데 ‘의지’에 대한 마음 한 구절을 보고 이어가자. 용심력 : 함길도 경력(經歷, 도평의사사 소속인 경력사의 으뜸 벼슬) 이사철(李思哲)이 하직하니, 불러 보고 말하기를 ‘나의 족속(族屬)은 모두 학문을 모르므로, 네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깊이 아름답게 여겨 내가 오래도록 집현전(集賢殿)에 두고자 하였으나, 너는 시종(侍從)한 지가 오래되어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는 까닭에, 특별히 너를 보내어 그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니, 너는 가서 게을리하지 말라’ 하니, 사철이 아뢰기를, ‘소신이 본디부터 사물(事物)에 정통하지 못 하와 잘못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하지 못하리오, 하고, 이어 활과 화살을 하사하였다. (《세종실록》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