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강시원지 체험관의 자료를 둘러보니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기 전 조선시대에는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 문제에 관해서 나는 작년(2021) 평창강 답사기를 작성할 때 다음과 같이 썼다. “한강의 유로연장(길이의 수문학적인 용어)을 계산하려면 가장 긴 쪽을 따라가야 한다. 북한강보다는 남한강이 길어서 한강의 발원지는 남한강 상류 어느 지점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오대산 우통수(于筒水)가 발원지라고 경험적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측지 기술이 발달하여 엄밀히 측정해보니 우통수 쪽보다는 태백의 검룡소 쪽이 32킬로미터 더 길다고 밝혀졌다. 국립지리원에서는 1987년에 공식적으로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라고 인정했다. 현재 공인된 한강의 유로연장은 514km이다. 옛날 자료를 인용하는 글에서는 한강의 길이를 482km라고 잘못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답사 뒤에 시인마뇽(우명길의 호)이 내게 전해 준 자료를 보니 한강의 길이를 514km로 인정한 것은 1987년이 처음이 아니고 1918년이다. 이형석 저 《한국의 강》(1997)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10년에 조선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헛기침을 반복하는 증상을 보이면 혹시 우리 아이가 틱장애가 아닌지 의심이 되면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틱장애(tic disorder)는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기에 주로 발병했다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틱장애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린이 틱장애가 많다. 틱장애의 주된 증상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나 음성기관이 움직이며 무의식적으로 반복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서 강도나 빈도가 변할 수 있다. 스스로 노력하면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절이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어린이 틱장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에 대법원은 틱장애를 앓는 뚜렛증후군 환자도 장애인복지법에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곧 틱은 증상이면서 장애다. 틱장애란 반복적으로 빠르게 근육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눈 깜빡임, 코 찡긋거림, 어깨 으쓱거림, 잔기침을 하는 등의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시작된다. 그러나 초기 증상을 틱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보나 마나 낙방거사 삼수 사수 몇 번짼가 추풍령 추풍낙엽 낙화암 지는 꽃잎 가을이 오기도 전에 우수수 낙엽진다 이놈아, 재수 없다 낙장에 낙마라니 과장(科場)에 들기도 전에 떨어질 낙(落) 자 웬 말이냐? 공부 못해 그리됐나 운이 없어 그리됐지. 낙방거사 자초지종을 어디 한번 말해볼까? 처음엔 뒤에 놈이 제발 제발 애원하여 보여주다 쫓겨났고, 두 번째는 큰 대(大)자에 떨어진 먹물, 개 견(犬) 자로 탈락했고, 세 번째는 분하고 억울하다 답안은 백 점인데 이름자 빠뜨려 낙방이라, 마지막 사연은 천기누설,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내 사주 대기만성이라 이번엔 문제없다 <해설> 우리 가여운 양반님 이번에도 낙방일까? 한양으로 모시고 갈 하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닌가. 기방동기들과 허구헌날 기생집이며 천렵이며 다니고 놀았는데, 과거는 무슨 놈의 과거인가. 어디 진사 생원은 양반님 찜 쪄 먹는 것이란 말인가. 올해가 몇 번째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올해도 보나 마나 낙방인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이 양반님 결코 과거의 낙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 변명이 가관이다. 평시조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삶과 생명에 대해 종교ㆍ철학ㆍ의학 등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많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과 유기물의 생명력이란 부분도 매우 추상적이고 깊이 파고 들어가면 실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의이기도 하다. 생명력이란 이렇게 정의하기 모호한 것인데, 어떤 음식이 어떻게 생명력을 강하게 하고 훼손하는지를 증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생명력에 대하여 광의로는 우주를 탄생시키고 유지하는 힘, 협의로는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왕성한 생명활동의 근원적 힘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 곧 지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생명력이고 그 힘이 어디에 많이 있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생명력에 대한 증명은 어렵지만, 지구가 탄생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집중된 사물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므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생명체의 존재를 뜻하는 물 일반적으로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거나 생명체의 존재를 유추할 때 먼저 물이 있는가를 찾아본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물이 없으면 생명이 없다고 판단하고 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쭈구리, 되잖은 소리 지밀나인 족보더냐 이 양반 근본 볼라치면 배다른 에미 여섯이요, 처첩 합이 열둘에다 낳은 자식은 잘 모르것고, 뱃일꾼이 스물에다 말 일꾼이 서른이니, 어떠냐? 근본타령 제쳐두고 과거행장 차리어라 <해설> 하긴, 말뚝이 근본, 양반 근본, 알고 보면 큰 차이도 없느니라. 특별한 근본이 어디 있던가? “지밀나인 족보”라니. 지밀(至密)나인이란 예전 궁중에서 임금과 왕비를 모시던 나인을 일컫는 말인데, 저잣거리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 지체 높은 양반은 또 아니기에 근본 말하기엔 무척이나 어정쩡하다. 하지만 지밀은 경우에 따라서는 갑자기 천당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밀은 임금과 왕비의 신변보호와 잠자리, 음식, 의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중과 내전의 물품 관리를 담당하기에 궁녀 가운데 으뜸 자리에 있다. 임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만약, 아주 만약에 임금과 하룻밤을 잘 기회가 생기면, 그날로 바로 후궁이 되니 이건 사다리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말뚝이 니놈 근본이 어려우면 나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 그러니 내 가진 것 보고 판단하되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앞쪽 연재에서 하경복을 두고 세종이 대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하경복이 북방 변경에서 침범을 노리는 이방인들과 마주하고 있을 때 세종은 늘 북방이 마음에 걸린다. 첫째는 국경과 주민에 대한 불안이오, 둘째는 국경을 지키는 장수에 대한 걱정이다. 장수에 대하여는 그들의 노고도 걱정이지만 그들이 국방을 지킬 때 후방에 있는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신하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마음의 세계를 가) 세종이 보는 마음 그리고 나) 동양, 서양에서 보는 마음을 나누어 들여다 보자. 세종의 마음에 대한 생각 경연에 나아갔다. 동지경연 이지강이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진강(進講)하고, 또 아뢰기를,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바른 연후에야 만민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사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없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 하였다. (《세종실록》 즉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길을 오르는데 백합과에 속하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얼레지 군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색다른 이름 때문에 언뜻 외국 꽃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얼레지는 심심산골에 자라는 우리의 토종 꽃이다. 이유미가 지은 《한국의 야생화》 책에서는 얼레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6장의 꽃잎이 한껏 펼쳐져 꽃잎의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그래서 꽃잎 속에 감춰져 있던 긴 보랏빛 암술대며 이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줍은 듯 고개 숙이는 산골 처녀로서는 파격적인 개방인 셈이다.” <그림8> 그 밖에도 보라색 현호색과 노루귀, 별꽃, 양지꽃 등등 이른 봄에 피어나는 들꽃이 많이 보였다. 뜻밖에 내가 아는 제비꽃은 매우 드물었다. 계절은 이른 봄. 사방에서 신선한 기운을 발산하는 연두색 새잎에 반한 해당(오종실의 호)이 춘흥(春興)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나무 아래에서 단가 사철가를 멋있게 불렀다. 계절과 사람과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내가 중간중간에 추임새를 넣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 질환을 빈도가 낮은 질환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여러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신생아들의 육아 환경에서 출발하는데 모유 수유와 엄마 아빠와의 수면 가운데 밀착이 가장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판단한다. 더불어 체벌의 방식도 이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판단되는데 우리나라 아이의 체벌 가운데 방에 가두어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체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통계를 기준으로 공황장애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유병률은 0.5%로 알려져 있으며 일 년 유병률은 0.2%로 조사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호주와 같이 서구권 국가의 평생 유병률은 1.6-6.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1. 우리나라 공황장애 환자들의 호소 증상 아울러 우리나라 공황장애 환자들의 경우 공황 발작과 광장 공포증 역시 교과서적인 증상보다 가벼우며 정상인들도 있을 수 있는 증상을 공황장애로 판단하는 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도중에 사람이 많고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혀 오고 심장 박동이 빨리 뛰기 시작하여 몸이 떨리고 어지러워서 의식을 잃고 쓰러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장구경 온 사람들아 소인 근본 들어보소 나의 칠팔구대조께옵서는 남병사를 지내옵고, 사오륙대조께옵서는 평양감사 마다하고 알성급제 도장원에 승지참판 지냈다오. 아서라, 구라치기 지겨우니 뚝 잘라 말하리다. 고향은 경상도라 무뚝뚝한 말뽄새에 알고도 짐짓 몰라 ‘시침 뚝!’이 자랑이라, 갓끈 긴 사장님아 가방끈 긴 시장님아, 다리 밑이 고향이긴 매양 일반 아니던가. 항렬자는 뚝자 돌림, 일가친척 일러볼까. 새부대에 새로 담는 새뚝이는 어떠하며 쓰러지면 일어나는 오뚝이는 어떠한가. 섬섬옥수 담근 간장, 장맛보다 뚝배기라 박경리 태어난 곳 이름하여 ‘뚝지먼당’ 어떻소, 말뚝이 근본 이만하면 쓸만하요? <해설> 지금은 이런 어른들 잘 안 계시지만 10년 전만 해도 어디 가면 “자네 고향이 어딘가? 성은 무엇이며 본은 어딘가?”, 좀 더 점잖은 어른들은 “춘부장 연세는 얼마이고, 안항은 몇인고?”하고 묻기도 했다. 이런 물음에 잘 대답하지 못하면 가정 교육을 잘 못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만다. 성씨나 본 정도는 대부분 알 것이고, 춘부장도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임을 모르지 않는데, 안항(雁行)이란 말에선 말문이 막힐 수도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3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16일 2021년에 평창강 220km를 14구간으로 나누어서 벗들과 함께 걸었다. 내가 평창에 살기 때문에 답사 준비를 맡았는데, 은근히 할 일이 많았다.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로가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사전 답사로 알아보는 일, 인원이 많아지면 차량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등등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사소하게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코로나 핑계를 대고 봉평 집에서 칩거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꾸 다른 답사 계획이 없느냐고 묻는다. 답사도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지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면 다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대천 따라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강의 발원지는 조선 시대에는 오대산 상원사의 남서쪽 서대 수정암 옆에 있는 우통수라고 알려져 있었다. 우통수에서 발원하는 하천의 이름이 오대천이다. 오대천은 월정사 앞을 지나 남쪽으로 흘러서 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