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동안 아들 녀석은 수도권 S대에 입학하여 학교에 다니는데, 별로 만족해 하지 않는 눈치다. 아내는 “차라리 미국의 대학으로 아들을 유학 보내면 어떨까?”라고 김 교수에게 의견을 묻는다. 큰아들은 미국에서 유치원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영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어 단어 실력이야 김 교수가 낫겠지만 회화는 본토 발음으로 유창하니, 남들처럼 어학연수고 뭐고 필요 없이 직접 미국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마디로 절대 반대였다. 김 교수는 아내에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를 분명히 했다. 첫째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미국에 가면 아들은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잊어버리고 미국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배울 것이다. 미국적인 가치관을 가지고서 앞으로 한국에서 살면 오히려 평생 갈등이 생길 것이므로 아들은 미국에서 살아야 한다. 결국 아들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둘째는, 대학동창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된다. 남자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동창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어떻게 보면 무형의 재산이다. 최소한 대학은 한국에서 나와야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평생 대학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13일 차, 2024년 5월 20일, 월요일 - 喀什徕宁国际机场(카스 공항)-北京(베이징 CA1216 13:55~18:55, 3,450km 비행기로 5시간 이동) - 숙박 : 북경(北京丰荣君华酒店 풍윤군화호텔) 010-81463366, 기온 : 19°~33° 오늘은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북경 손광휘 사장에게 전화하니 어제까지 북경에는 천둥 번개로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은 날이 좋아 운행에 지장이 없단다. 카스고성(喀什古城)은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이슬람문화의 특색을 가진 견고한 성이다. 면적 4.25㎢에 12만 명이 산다. 이 성은 사람이 생활하고 지키는 곳이다. 천년 거리가 있는 것은 실크로드 대상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물산이 풍부하고 경제가 발달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시 30분에 고성 남문에서 15분 정도 공연하여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려온다. 대기선 줄을 쳐놓아 이른 시간인데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비가 한 방울씩 내리다 그친다. 사막에서 비는 축복이다. 며칠째 하늘색이 누렇게 황사가 내린다. 공연을 기다리는데, 바로 옆에선 사람과 주변에서 여러 명이 담배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굿'을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라고 풀이한 다음에, "무속의 종교 제의,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그러나 이는 '굿'의 뿌리와 가지를 가늠하지 못하여 뜻의 차례를 거꾸로 내놓은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라는 풀이를 뒤에다 놓아야 '굿'의 뿌리와 가지를 올바로 내놓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굿의 뿌리를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이라 해 놓은 것은 요즘의 굿만을, 그것도 껍데기만 보고 적어 놓은 것이다. 굿은 우리 겨레와 더불어 길고 긴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굿'이라는 낱말의 뜻을 풀이하려면 그런 세월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굿의 본디 모습은 중국 사람들이 저들의 역사를 적으면서 곁눈질한 자취로 변죽만 간신히 남아 있다. 예(濊)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마한의 '천신제(天神祭), 고구려의 '동맹(同盟)' 같은 것들이 그것인데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식위민천’은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28건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세종 때 8건이다. 다른 임금은 성종이 5건으로 많다. 두 분 다 어질다고 존경받는 임금들이다. 세종은 1418년 8월 18일 즉위한다. 즉위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10월에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라는 명제를 선언한다. 즉위식에서 선언한 ‘시인발정’(施仁發政, 백성사랑은 임금 노릇의 근본)의 구체적인 시행책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사간원에서 상소하여 아뢰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은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온데, 이제 흉년을 만나 민생이 염려되오니, 각 군의 조세를 경창(京倉)에 전부 바치는 것을 제하고는, 곡식으로 거두어 각기 그 고을에 두었다가, 내년의 씨앗으로 예비하게 하고, 그 농사를 그르침이 더욱 심한 주ㆍ군(州郡)은 조세를 전부 면제하시기를 청하나이다. 그리고 왜적이 중국을 침범하여, 그 약탈한 재물을 가지고 우리나라 남쪽 지경에 와서 배를 대고 해변의 백성들과 교역한 지 오래 되었는 바, 지금 우리는 기근으로 재물이 없어 교역하지 못한즉, 왜적이 의식을 얻을 곳이 없게 되면 반드시 도둑질할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옵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94년 11월 29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경내의 한 광장에서는 정도(定都) 600돌을 맞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일상을 길이 후손에 전해주자는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가 열렸다. 앞으로 400년 뒤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1000년이 되는 해에 공개하자며 1994년 당시 서울의 삶을 전해줄 수 있는 기념품과 기념물 등을 축소하거나 실물 그대로 높이 2미터, 지름 1,4미터 크기의 보신각종 모양의 캡슐에 밀봉해 공원 한가운데에 묻은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은 서울 천년타임캡슐광장이 되었다. 서울시 주도로 묻은 이 타임캡슐에는 벼ㆍ보리 등의 씨앗을 비롯해, 서울시 항공사진필름 2천 장, 우황청심환, 초중고 교과서, 숟가락, 버스 토큰, 1회용 라이터 등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1면으로 장식된 신문의 마이크로필름 등 30년 전 당시의 우리 생활상을 나타냈던 문물들이 실물, 영상기록, 마이크로필름, 축소모형의 형태로 타임캡슐 안을 장식하고 있다. 실물로는 기저귀, 담배, 팬티스타킹, 남녀 수영복, 현미효소 등 건강식품, 신용카드, 부동산 매매 계약서, 주요 작물 씨앗, 피임기구, 인공심장, 상품권, 공무원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2025년의 한국. 해방 80년, 을사늑약 두 갑자를 맞게 된다. 일사늑약 첫 갑자인 1965년, 박정희는 일본으로부터 그동안의 범죄에 대한 사죄는커녕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한일국교정상화'라는 두 번째 을사늑약을 맺었다. 2025년, 을사늑약 두 갑자를 앞두고 다시 걱정이 앞선다. 이 정권은 무엇을 팔아넘기고 무엇을 갖다 바칠지, 물가에 아이를 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임기 절반 동안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등 역사관련 부서의 장들을 모두 친일, 뉴라이트 계열로 채워놓았을 뿐 아니라,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해온 행태들을 보면 우려가 더욱 깊어진다. 지난 22일 오후, 한일국교정상화(?) 60돌, 을사늑약 120돌을 앞두고,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일관계 다시 본다: 정치, 문화 그리고 역사”라는 큰 틀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있었다. 우리가 우려하는 정권의 속내를 다룬 주제도 있고, 우려스러운 우리 국민의 행태를 다룬 주제도 있었다. 그 가운데, ‘친일파의 명예회복(?) - 에키타이 안(안익태) 사례’를 발표한 이해영 교수에 따르면, 뉴라이트가 장악한 독립기념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고맙다'라는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늘 반가운 낱말 가운데 첫손 꼽힐 것이다. 그런데 일제 침략 뒤로 일본 한자 말 '감사하다'에 짓밟히고, 광복 뒤로 미국말 '땡큐'에 밀려서 안방을 빼앗기고 내쫓겨 요즘은 목숨마저 간당간당한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려는 뜻을 굳게 세우고 생각의 끈을 단단히 다잡는 사람이 아니면 입에서 '감사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새로운 세상에 남보다 앞장서려는 사람들 입에서는 '땡큐' 소리까지 보란 듯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곰'에서 말미암았다. 단군 이야기에 단군을 낳으신 어머니로 나오는 '곰',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백일기도를 드리고 마침내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신 환웅의 아내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는 바로 그 '곰'이다. 이 곰은 본디 하늘 위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내려보내고 해와 달을 거느려 목숨을 살리고 다스리는 하늘 서낭(천신)과 맞잡이로, 땅 밑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밀어 올리고 비와 바람을 다스려 목숨을 살리고 북돋우는 땅 서낭(지신)의 이름이다. 이런 땅 서낭 '곰'을, 우리 글자가 없던 시절의 《삼국유사》에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십자군전쟁 이후, 종교개혁과 르네쌍스, 산업혁명을 겪고 서양이 눈을 뜨면서 지리상의 큰 발견과 이에 따른 세계적인 탐험여행은 서세동점(西勢東漸, 서양이 동양을 지배한다는 뜻으로, 밀려드는 외세와 열강을 이르는 말)을 초래하였고, 서세동점은 동시에 서학(西學)이 동점하는 계기가 되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천주교가 전래하였다. 이 땅에 천주교가 소개된 것은 17세기 이후다. 중국의 선교사들이 한자로 저술한 천주교 관계 서적들이 17세기 초엽부터 조선에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천주교는 서학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들어왔으나 뿌리내리기까지 수많은 박해를 받았다. 개신교는 19세기 말 서구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부터 시작되고, 이후 한국 개신교는 세계의 주목을 끌만큼 놀랍게 성장하여 오늘날 4명 가운데 1명은 개신교 신자일 정도로 양적으로 크게 팽창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가 있다. 성지(聖地) 예루살렘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조선에 알려졌다. 1402년, 조선 건국 10년, 태종 2년, 세종이 5살 때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줄여서 ‘강리도’)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남녀 사이 불륜은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좋게 말해서 로맨스, 나쁘게 말하여 불륜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이 되풀이된다. 일부일처의 종교인 기독교의 서슬이 퍼렜던 중세에서도 불륜은 끊이지 않았다. 근엄한 신사의 나라이며 기독교 국가인 영국에서도 불륜은 끊이지 않았다. 20세기의 신데렐라인 다이에나 공주 역시 불륜에 빠져들다가 그만 자동차 사고로 죽고 말았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를 밝히는 남자를 오히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에너지가 넘친다’라고 추켜 주는 문화가 있었다. 남자에게는 성윤리가 적용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불평등 윤리가 전승되었다. 중동지방에서는 한 남자가 공식적으로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정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는데, 그러한 관습은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20세기 말까지 대도시에는 창녀촌이 있었다. 노골적으로 창녀촌에 가지 않더라도 룸살롱의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필자 주: 2004년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의 삶에는 유난히 숫자 4가 많이 등장한다. 1904년 4월 4일생이고 세상을 떠난 해는 1944년이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이다. 그가 젊을 때 갇힌 감옥의 죄수 번호도 264번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의 본명이 이원록이지만 이육사가 그를 대신하는 필명(筆名)이 되었다. 25살 때인 1929년 대구형무소에서 출옥한 뒤 요양을 위해 집안 어른인 이영우의 집이 있는 포항으로 가서 머물면서 이영우에게 죽인다는 뜻의 육(戮)자를 골라서 "저는 '戮史'란 필명을 가지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은 '역사를 찢어 죽이겠다', '일제 역사를 찢어 죽이겠다', 곧 '일본을 패망시키겠다'라는 의미였다. 이에 이영우는 "혁명적인 의미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니, '戮'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陸'을 권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육사(陸史)'로 바꿔 썼다고 전해진다. 육(陸)이란 글자는 땅이란 뜻의 명사이지만 동사로 쓰일 때는 사람이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고 죽인다(戮)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기왕이면 온건한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육사는 1927년 가을 대구에서 일어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다가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