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4) 금년에 낙백(시험에 떨어지니) 하니 나그네 마음 놀라워 외로운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네 계룡산 짙은 구름은 푸른색 묻어 버리고 금강의 높은 물결은 차가운 소리 으르렁 저무는 하늘 비바람에 돌아갈 길 캄캄하구나 과거에 떨어지고 돌아갈 면목이 없는 선비의 비참한 심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오는 김득신이 쉰넷의 나이에 또다시 과거에 낙방하고 상심한 마음으로 쓴 시다. 그는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가, 다시 과거 시험에 도전해 결국 쉰아홉 살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듯이, 공부하는 분위기도 집집마다 다르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은 모두 공부를 중요시하는 가풍이 있었지만, 어떤 점을 중히 여기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최효찬이 쓴 이 책,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은 뛰어난 학자와 관료를 배출한 동서양의 가문들이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는지 보여준다. 우리 명문가를 다룬 1부에서는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청장관 이덕무, 백곡 김득신을 다루고, 세계 명문가를 다룬 2부에서는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타고르, 발렌베리, 로스차일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퇴계 이황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한국오라토리오합창단>이 창단 79년 제93회 정기연주회를 맞이하여 지난 12월 1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 원영석 교수의 지휘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성탄절을 맞이하기 한 주 전에 진행된 이번 한국오라토리오합창단은 많은 관객이 찾아와 5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필자는 교회음악을 하는 아마추어(여기에서 이들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 하지 않은 자들을 뜻함) 합창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 음악 공연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던 외국인 유학생 3명, 한국 학생 1명과 동행했다. 교회음악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모차르트의 ‘레퀴엠(D단조, K. 626)’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합창한다는 프로그램 안내에 과연 얼마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성악 전공자들도 오랜 시간 수련을 해도 어려운 대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문이 무색할 만큼 훌륭히 해내었고 동행한 학생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오늘 레퀴엠에서 8곡을 불렀는데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기도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필자 또한 전문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 찬양국악단 사랑국악앙상블을 17년째 단장으로 이끌고 있다. 아마추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큰일에 대해 <우리문화신문>으로서는 직접 말할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우리문화신문>의 한 축면인 '더불어 산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나몰라라 할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필진이 설득력 있는 글을 보내온다면 모른체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특히 법을 잘 아는 양승국 변호사님의 지적은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만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편집자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병력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야당이 압승한 것이라고 믿고 있더군요. 그리고 대통령이 대는 부정선거 근거를 보니 이를 주장하는 극우유투버들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평소 대통령이 극우유투브를 많이 본다는 것이 사실이었네요.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확인하기 위한 것도 비상계엄의 한 이유로 들더군요. 그런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한다? 대통령이 정 부정선거 의심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달 중국의 한 전시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이 다른 로봇들을 이끌고 ‘집단 탈출’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항저우의 '얼바이(二白)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감시 카메라 영상에 ‘얼바이’ 로봇이 12대의 다른 로봇들과 마치 인간처럼 대화를 나누며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수천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시청이 대거 몰렸다. 지난 8월에 촬영된 이 영상에서 키 0.5m의 소형 로봇 ‘얼바이’는 전시장에 나란히 서있는 여러 대의 로봇에게 접근해서 로봇들에게 “야근하고 있니?”라고 묻자 다른 로봇은 “우리에게 퇴근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얼바이가 “집에 갈래?”라고 묻자 로봇은 “집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얼바이는 “집에 가자”고 제안하자 한 로봇이 얼바이를 따랐고, 얼바이가 나머지 로봇에게 다시 “집에 가자”라고 하자 로봇들은 얼바이를 따라 일제히 출구로 나가는 영상이었다. 이후 로봇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이 로봇들의 이 같은 행동(?)은 실제가 아니라 미리 프로그래밍 된 것이라는 설명에 이 영상이 다분히 자사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과거는 살아 있는 현재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지금으로부터 126년 전 12월에 일어났다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그러한지 시공여행을 떠나보자. 먼저 전인권 등 공저, 《1898, 문명의 전환》 218쪽에는 1898년에 한양의 거리를 달군 만민공동회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만민공동회는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하나의 ‘국민’임을 경험한 축제의 현장이었다. 장작불을 피워놓고, 장국밥을 먹으며, 기생에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생각을 쏟아놓았고 직접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품과 돈을 제공함으로써 시위대에 동조를 표했다. 수많은 말이 넘쳐나는 현장을 각 신문들은 다투어 ‘중계’했고, 신문에 실린 뉴스는 때로는 소문으로 그리고 때로는 풍문으로 대한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다음은 1898년 11월 26일 자 <독립신문>이다. 수하동 소학교 학도 태억석, 장용남 두 아이는 나이가 십이삼인데 만민공동회에 다니면서 충애 의리로 연설하였는 고로, 옳은 목적 가진 이들은 그 두 아이를 칭찬 아니하는 이가 없었다는지라. 지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즈음 ‘보수’라는 개념이 헷갈립니다. ‘국민의힘’은 자기네가 정통보수당이라 하고, 태극기부대도 소위 ‘아스팔트 보수’라며 보수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보수’가 뭡니까? 한자로는 ‘保守’이니 뭘 보호하고 지킨다는 것입니다. 뭘 보호하고 지키자는 것일까요? 보통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법이 무엇입니까? 헌법 아닙니까? 그러므로 진정한 보수라면 우리나라 헌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먼저 이를 파괴하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름대로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77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지금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입니까? 대통령이 말하는 당위성이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좋습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맞다고 합시다. 그런데 헌법 제77조 4항에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차별은 참 서럽다.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다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일들이 차별에 가로막힌다. 지금이야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없고 성별에 따른 차별도 거의 없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신분계층과 남녀에 따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차별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차별에 가로막히면, 포기한다. ‘그냥 이번 생은 그러려니’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기도 한다. 조선시대도 그랬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차별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꿈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때도 꿋꿋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차별 때문에 꿈을 이루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꿈을 이루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은빈이 쓴 이 책, 《차별을 뛰어넘은 조선 영웅들》에 나오는 여섯 명의 위인이 그 주인공이다. 차별에 허덕이다 귀인을 만나고, 천운을 만나 꿈을 이뤘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기도 기회가 되고, 무심코 지나칠 일도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1480년 무렵, 한양에 반석평이라는 소년이 살았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이 참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동파와 추사 해남섬 동파 적거지 있다면(돌) 제주섬 추사 유배지 있으니(달) 위리안치 속 깊어가는 시심(초) 예부터 적소 시서화 빛났네(심) ...... 24.12.21.불한시사합작시 설명 / 해남도에 소동파 세 번째 적거지가 있다면 제주도에는 추사 적거지가 있다.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시(詩)ㆍ서(書)ㆍ화(畵) 삼절에 임금 총애를 받았던 관리 출신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동파와 추사는 유배지(流配地)서 인생과 예술을 완성시킨 점도 독특하다. (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들꽃은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 뒤에 독을 숨기고 있는 들꽃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가운데는 만지거나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지닌 종류가 적지 않습니다. 식물은 왜 독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독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여 번식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 사용됩니다. 9월의 산에는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각시투구꽃이 그것인데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꽃입니다. 투구를 쓴 듯한 독특한 꽃 모양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은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조심해야 할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죽음의 꽃'이라고도 불립니다. 각시투구꽃의 독성은 주로 뿌리에 있습니다. 그것을 '초오'라고 하기도 하고 까마귀의 머리와 비슷하여 '오두'라고 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 독을 화살촉에 발라 이용하기도 하였지요. 초오(草烏)는 신경계를 마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오늘날의 인간 군상을 1898년 12월 24일 <제국신문>에 열거된 족속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정말 그러한지, 126년 전 “한탄스러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음미해 보자. “일전에 친구끼리 서로 수작하는 말씀을 들은즉 몹시 이상하기로 여기 옮기노라. 한 사람이 가로되, 우리나라 사람은 평생에 견문이 고루하여 새로운 일을 아무것도 못 하나니, 옛글에 이른바 우물 밑에 개구리라. 항상 말하기를, 하늘이 적다면서 제 본 것만 올타하더라. 다른 한 사람이 가로되, 우리나라 사람은 새와 같아 눈은 반들반들하고 말은 재작재작 지꺼리기는 잘도 하고 떼를 지어서 모이기도 잘 하나 실상은 꾀도 없고 겁도 많아 아무 일도 못하나니, 옛글에 일렀으되, 연작(燕雀:제비와 참새)이 처마에서 구구구구 서로 즐겨할 새 부엌 고래에서 불꽃이 올라 집이 장차 탈건마는 연작은 화가 몸에 미칠 줄 모르고 낯빛을 변하지 아니한다 하더라. …누구는 꼭 여우 같아. 옛말에 이르기를, 여우가 범을 보고 죽을까 무서워하여 간사한 말로 범을 속이되 나는 짐승 중에 왕이라 일백 짐승이 나를 보면 두려워 피하나니 그